<판결요지>

[1] 민법 제758조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공작물의 관리자는 위험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여야 하고, 만일에 위험이 현실화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들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공작물을 설치·보존하는 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일단 하자가 있음이 인정되고 그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 되는 이상, 그 사고가 위와 같은 하자가 없었더라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 경우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의 정도, 위험이 현실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침해되는 법익의 중대성과 피해의 정도,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불합리한 손해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위험으로 인한 손해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부담과 비교할 것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법경제학에서의 비용·편익 분석임과 동시에 균형접근법에 해당한다. 법관이 법을 만들어나가는 속성을 지닌 불법행위법에서 법관이 수행해야 할 균형 설정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균형 설정은 구체적 사안과의 관련성 속에서 비로소 실질적인 내용을 가지는 것이므로, 미리 세세한 기준을 작성하여 제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때는 이른바 ‘Hand Rule’을 참고하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B)과 사고가 발생할 확률(P) 및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L)를 살펴, ‘B < P·L’인 경우에는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작물의 점유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접근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2] 지방공기업인 공단이 관리·운영하는 수영장은 하나의 수영조에 깊이가 다른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수면 위에 떠있는 코스로프(course rope)만으로 구분 되어 함께 설치되어 있고, 수심 표시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8[별표 4]에서 정한 수영조의 벽면이 아니라 수영조의 각 구역 테두리 부분에 되어 있는데, (사고 당시 만 6)이 어머니 , 누나 과 함께 어린이용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 밖으로 나와 쉰 다음 다시 물놀이를 하기 위해 혼자서 수영조 쪽으로 뛰어갔다가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는 사고로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사지마비, 양안실명 등의 상태에 이르자, , , 및 아버지 공단을 상대로 수영장에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법 제758조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시설 기준 등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하는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체육시설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체계를 살펴보면 운동시설인 수영장과 편의시설인 물 미끄럼대, 유아 및 어린이용 수영조는 구분하여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하나의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함께 있는 경우 수영조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보다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점, 수영장 시설에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와 같은 사고로 인하여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여 설치하는 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내지 이미 설치된 기존시설을 위와 같이 분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공단이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제8[별표 4]를 위반하여 수심 표시를 수영조의 벽면에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수영장에는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었다는 점과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 때문에 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공단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의 공동원인이 되었더라도 이것이 공단에 대하여 수영장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공단의 공작물책임에 관한 등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공작물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714895 판결

 

원고, 상고인 / 원고 1 3

피고, 피상고인 / 서울특별시성동구도시관리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7.2.8. 선고 20152424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 피고는 서울특별시 성동구청장이 지정하는 체육시설의 관리 및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여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서울 성동구 (주소 생략) 소재 ○○○ 야외수영장’(이하 이 사건 수영장이라 한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피고는 매년 하절기에 이 사건 수영장을 개장하는데, 2013년도에는 6.22.부터 8.25.까지 평일은 10:00~18:00, 주말과 공휴일은 10:00~19:00 일반인들이 유료(성인 4,000, 어린이 2,000)로 이 사건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이 사건 수영장의 수영조는 바닥면적이 882(= 42m × 21m)인데, 그중 절반은 1.2m 깊이의 성인용 구역(이하 성인용 구역이라 한다)이고, 나머지 절반은 0.8m 깊이의 어린이용 구역(이하 어린이용 구역이라 한다)이다. 수영조의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은 수면 위에 떠있는 코스로프(course rope)로 구분되어 있고, 코스로프의 양쪽 끝 부분에는 감시탑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이 사건 수영조는 수심을 나타내기 위해 어린이용 구역의 테두리 부분에 “0.8m”, 성인용 구역의 테두리 부분에 “1.2m”라고 표시되어 있고, 그 앞에는 130cm 높이의 키 재기 판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이 사건 수영장 입구 등 3곳에는 안전수칙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 그중 한 곳의 안전수칙 표지판에는 초등학교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하여 수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다.

. 피고는 2013.6.경 인명구조자격증 소지자들을 수상안전요원으로 채용하여 위 각 감시탑에 1명씩, 본부석(수영조로부터 3~4m 가량 떨어져 수영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되어 있음) 쪽에 1, 성인용 구역의 옆 부분에 1, 미끄럼틀 부분에 2명을 각 배치하였다. 피고는 매시 45~50분경 휴식시간임을 알리는 안내방송 후 이용객들 모두를 수영조 밖으로 나오게 하였고, 매시 정각에 1~2분의 안내방송 후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이용객들이 수영조에 들어가도록 하였는데, 그 안내방송에는 초등학교 이하 영·유아를 동반하신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혼자 수영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 원고 42013.7.6. 15:30경 어머니인 원고 2와 누나인 원고 3, 그리고 이모 소외인과 함께 이 사건 수영장에 입장하였다. 원고 4는 당시 만 67개월 남짓 되었고, 키는 113cm 정도였다.

. 원고 4는 원고 2, 원고 3과 함께 어린이용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16:45경 수영조 밖으로 나와 쉰 다음, 17:00경 다시 물놀이를 하기 위해 혼자서 수영조 쪽으로 뛰어갔다.

성명불상의 이용객은 17:05경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에 빠져 의식을 잃은 원고 4를 발견하여 원고 4를 안고 수영조 밖으로 나왔고, 이를 본 다른 이용객이 곧바로 원고 4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 이후 원고 417:22경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원고 4는 이로 인하여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사지마비, 양안실명 등의 상태에 이르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안전관리의무 위반 및 사용자책임을 배척한 제1심판결 이유를 원용하면서 원고들의 추가적 주장, 즉 이 사건 수영장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 이 사건 수영장의 성인용 구역 앞에 어린이 진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조치, 즉 수영장 테두리 부분에 수심 표시를 하였으며, 안전수칙 표지판 및 키 재기 판을 설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수영장이 사회통념상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어린이용 구역(0.8m)과 성인용 구역(1.2m)의 높이 차이는 40cm 정도로 아주 큰 차이는 아니고,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분하여 설치하여야 한다는 관련 규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구분 설치를 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수영장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수영장에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을 같은 수영조에 설치하면서도 수면 위에 코스로프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구분하고 그 경계 부근 바닥에 성인용 구역 쪽으로 길이 약 5m의 경사로만 두었을 뿐 어린이들이 어린이용 구역에서 성인용 구역으로 쉽게 넘나들거나 경사로에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 4가 어린이용 구역에 들어갔다가 성인용 구역으로 넘어가게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이 사건 수영장은 순수 성인용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같은 수영조에 설치되었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8[별표 4]에 의한 수심 기준은 어린이용 수영조에는 해당되지 않는 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같은 수영조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같은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과 수심 0.8m의 어린이용 구역을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수영장에 위 별표의 기준을 위반한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수영조의 벽면에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제8[별표 4]에서 요구하는 수심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 4가 입수한 곳이 어린이용 구역인지, 성인용 구역인지 여부, 입수 시 상태 및 사고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수영조의 벽면에 수심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과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 민법 제758조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공작물의 관리자는 위험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여야 하고, 만일에 위험이 현실화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들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공작물을 설치·보존하는 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7.12. 선고 201568348 판결 등 참조).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일단 하자가 있음이 인정되고 그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 되는 이상, 그 사고가 위와 같은 하자가 없었더라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하여 증명되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466476 판결, 대법원 2015.8.27. 선고 201242284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의 정도, 위험이 현실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침해되는 법익의 중대성과 피해의 정도,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8.25. 선고 944780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불합리한 손해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위험으로 인한 손해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부담과 비교할 것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법경제학에서의 비용·편익 분석임과 동시에 균형접근법에 해당한다. 법관이 법을 만들어나가는 속성을 지닌 불법행위법에서 법관이 수행해야 할 균형 설정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균형설정은 구체적 사안과의 관련성 속에서 비로소 실질적인 내용을 가지는 것이므로, 미리 세세한 기준을 작성하여 제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때는 이른바 ‘Hand Rule’을 참고하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B)과 사고가 발생할 확률(P) 및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L)를 살펴, ‘B < P.L’인 경우에는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작물의 점유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접근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1) 먼저, 체육시설 관련 법령에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같은 수영조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당연히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수영장의 시설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시설 기준 등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불법행위법상으로도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대법원 2010.2.11. 선고 200861615 판결 등 참조), 그러한 법령 위반이 없다고 하여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어 불법행위법상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 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10139 판결 참조).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제8[별표 4] 2()목에서도, 운동시설인 수영장 물의 깊이는 0.9m 이상 2.7m 이하로 하고, 수영조의 벽면에 일정한 거리 및 수심 표시를 하여야 하며, 다만 어린이용 수영조에 대해서는 이 기준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임의시설 중 편의시설로서 물 미끄럼대, 유아 및 어린이용 수영조를 설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체육시설 법령 어디에도 운동시설인 수영장과 편의시설인 어린이용 수영조를 함께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체계를 살펴보면, 운동시설인 수영장과 편의시설인 물 미끄럼대, 유아 및 어린이용 수영조는 구분하여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수영조에 깊이를 달리하는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함께 있는 경우 성인용 수영조와 어린이용 수영조가 분리되어 있는 수영장에 비해서 어린이가 보다 쉽게 성인용 구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하여 성인용 구역에 어린이가 혼자 들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사리분별능력이나 주의능력이 미약하여 수심을 잘 살피지 않고 들뜬 마음에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성인용 구역에 혼자 들어가는 등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성인용 수영조와 어린이용 수영조를 물리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성인용 수영조에 어린이 혼자 들어감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고 위험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2)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6년까지 물에 빠지는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의 사고 발생장소 중 수영장 시설에서의 사고 발생 확률은 12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32.5%, 성인의 경우 12.9%로 어린이 사고의 비중이 성인 사고의 2.5배 이상이다(2018.7.19. 발표). 2012~2017년까지 물에 빠지는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한 전체 환자 958명 중 9세 이하의 어린이는 287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30%에 해당하여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2019.6.20. 발표). 이러한 자료에 의하면, 수영장을 관리·운영하는 자는 수영장에서의 물놀이 사고, 특히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안전기준을 갖추고 위험방지조치를 취하는 데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기초로 살펴볼 때, 수영장 시설에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와 같은 사고로 인하여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여 설치하는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내지 이미 설치된 기존시설을 위와 같이 분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도 이 사건 수영장에는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어, 수영장 관리자로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피고에게 공작물 관리자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다음으로, 원심은 이 사건 수영조의 벽면에 수심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원고4가 수영조에 들어간 곳이 어느 지점인지를 비롯하여 사고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이상 그러한 잘못과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수영장에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는 것인데, 수심 표시를 수영조의 벽면에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 등을 인정하면서도 수영장에서 키 113cm 정도의 어린이가 1.2m 깊이의 성인용 구역에서 물에 빠진 사고를 심리하면서 위와 같은 하자가 없었더라도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하자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지 않다.

결국 이 사건 수영장은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었다는 점과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에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4)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 4에 대하여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원고 2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공동원인이 되었더라도 이것이 피고에게 이 사건 수영장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9101343 판결 등 참조).


.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공작물책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수영장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작물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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