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군인사법 제37조,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에 의한 현역복무 부적합자 전역 제도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를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로서 징계 제도와는 규정 취지와 사유, 위원회의 구성 및 주체 등에 차이가 있다. 군인사법상 현역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에 관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폭 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으므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
[2] 조계종 외 불교의 다른 종단도 관련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군종장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는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되지 않은 태고종으로 전종(轉宗)함에 따라 군 내에서 태고종 의식에 따른 종교집회를 주관할 수도, 조계종 의식에 따른 종교집회를 주관할 수도 없게 되었다. 태고종이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태고종단의 자격 인정 및 추천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원고를 태고종 소속 군종장교로 인정할 수는 없다.
▣ 원고는 조계종 소속 승려임을 전제로 군종장교로 임관하였는데, 조계종은 원고가 군종장교 복무 승려의 혼인을 금지하는 개정 조계종 종헌이 시행된 이후에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이유로 승적 제적처분 통보를 하였음. 이에 원고는 태고종 승적을 취득하였으나, 피고 국방부장관은 원고에 대하여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처분을 한 사건임.
▣ 원심은 원고에 대한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음. 그러나 대법원은 군 당국이 원고를 현역복무 부적합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음.
【대법원 2019.12.27. 선고 2019두37073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9두37073 장교 현역복무부적합자 전역처분 취소청구의 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국방부장관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2.21. 선고 2018누45697 판결
• 판결선고 / 2019.12.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98.3.1. 대한불교 조계종(이하 ‘조계종’이라고 한다) 승적을 취득하여 승려가 되었고, 2005.7.1. 해군 군종장교(군법사)로 임관하였다.
(2) 구 조계종 종헌(2009.3.18.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계종 종헌’이라고 한다) 제9조제2항은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하였으나, 2009.3.18. 종헌을 개정하면서 제9조제2항을 삭제하여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의 혼인도 금지하였다. 다만 부칙(2009.3.18. 불기2553) 제2조제1항에 의해 개정된 종헌 시행일인 2009.5.16. 이전에 혼인한 군종장교들은 승려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3) 원고는 2014.12.31. 소외인과 혼인신고를 하였다.
(4) 조계종이 2015.3.7. 원고에게 조계종 종헌을 위반하여 혼인을 하였다는 이유로 승적 제적처분을 할 예정임을 통보하자, 원고는 2015.3.11. 한국불교 태고종(이하 ‘태고종’이라고 한다) 승적을 취득하였다. 조계종은 2015.3.30. 원고에 대하여 승적제적처분을 하였다.
(5) 2017.4.25. 개최된 해군본부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는 ‘원고가 조계종 계율 위반으로 승적이 박탈되어 더 이상 군종장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현역복무 부적합 의결을 하였다. 2017.7.4. 개최된 해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현역복무 부적합 의결을 하였다. 피고는 위 각 의결에 따라 2017.7.11. 원고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4호,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 제4호에 근거하여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처분을 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에서 정한 현역복무 부적합 사유인 “능력 부족으로 해당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 또는 같은 항제4호에서 정한 현역복무 부적합 사유인 “그 밖에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다. 군인사법 제37조,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에 의한 현역복무 부적합자 전역 제도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를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로서 징계 제도와는 규정 취지와 사유, 위원회의 구성 및 주체 등에 차이가 있다(대법원 2012.1.12. 선고 2011두18649판결 참조). 군인사법상 현역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에 관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폭 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으므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10.13. 선고 98두12253 판결 등 참조).
2.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4호 및 그 위임에 따른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는 “능력 부족으로 해당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은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여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관련 규정의 내용과 그 밖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군 당국이 원고에게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1)「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제15조(종교생활의 보장)의 시행과 기타 군종업무 전반에 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한 구「군종업무에 관한 훈령」(2018.5.11. 국방부훈령 제21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훈령’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군종업무란 군종장교가 행하는 종교활동·교육활동·선도활동·대민활동 및 그 밖의 활동을 말하고(제2조제1호), 그 중 종교활동이란 장병의 신앙심 함양과 신앙전력화를 위하여 행하는 활동을 말한다(제2조제2호). 종교활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교행사는 종교별로 행하는 각종 종교집회를 말하고(제2조제6호), 정기 종교행사는 일·수요일 종교행사와 각 종단의 절기행사를 말한다(제11조제1항).
(2) 병역법 시행령 제118조의3 제3항 및 제119조의 위임에 따라 군종 분야 현역장교 및 군종사관후보생의 선발·병적편입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군종장교 등의 선발에 관한 규칙」(국방부령)에 의하면, 국방부장관은 해당 종교단체에 선발대상자의 추천을 의뢰하고 그 종교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면접시험·신체검사·인성검사 및 신원조사를 거쳐 군종장교를 선발한다(제3조제1항). 구 훈령에 의하면, 군종장교는 국군장교단의 일원으로 참모장교로서의 신분과 소속 종단으로부터 파송된 성직자로서의 신분을 함께 가지고(제7조제1항), 군종장교는 소속 종단의 규율을 준수하여야 한다(제9조제6항제1호).
(3) 병역법 제58조제1항, 제7항, 같은 법 시행령 제118조의2, 제119조의2 제4항제1호에 의하면, 국방부 소속 군종장교운영심사위원회는 선정기준에 따라 군종 분야 병적 편입 대상 종교의 선정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국방부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를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하였고, 기독교의 경우는 통합, 장로, 감리, 침례 등 10여 개 교단이 편입 가능한 반면, 불교는 조계종만 편입되어 있다.
병역법 제58조제1항제3호에 의하면, 현역병입영 대상자로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목사·신부·승려 또는 그 밖에 이와 동등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위 각 소속 종교단체에서 자격을 인정한 사람이 군종 분야의 현역장교 병적에 편입할 수 있다.
조계종 외 불교의 다른 종단도 관련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군종장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는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되지 않은 태고종으로 전종(轉宗)함에 따라 군 내에서 태고종 의식에 따른 종교집회를 주관할 수도, 조계종 의식에 따른 종교집회를 주관할 수도 없게 되었다. 태고종이 군종 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태고종단의 자격 인정 및 추천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원고를 태고종 소속 군종장교로 인정할 수는 없다.
(4) 그렇다면 군 당국이 ‘원고가 소속 종단을 변경함으로써 군종업무의 가장 주된 업무인 종교활동을 할 수 없는 이상, 나머지 활동만으로는 군종장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으며, 이러한 판단에 명백한 법규위반은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태고종 승적을 가지고 있는 원고가 군 내에서 법회 주관 등 종교활동을 수행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교육활동과 선도활동 및 대민활동 등을 통해 군종장교 본연의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를 처분사유로 삼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1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4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군인사법 제37조제1항제4호 및 그 위임에 따른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4호는 “그 밖에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은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여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한편 구 조계종 종헌은 제9조제1항에서 “승려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군법사에 한하여 독신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군법사에 한하여 군복무기간 중 혼인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다. 조계종은 2009.3.18. 조계종 종헌을 개정하면서 위 종헌 제9조제2항을 삭제하였는데, 부칙 제2조제1항은 “이 종헌 시행일(2009.5.16.) 이전에 군승으로서 혼인을 한 자는 종헌 제9조제2항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군승의 자격을 유지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조계종 승려법 제34조의7 제3항은 “총무원장은 승려분한 심사에서 혼인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해당 승려를 직권 제적한다.”라고 규정하고, 제54조의3 제1항제1호 (다)목은 “승려가 법률혼이나 사실혼을 할 경우 승적을 제적한다.”라고 규정하여 ‘혼인’의 개념을 ‘법률혼’에 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개정 종헌 부칙 제2조제1항, 구 조계종 종헌 제9조제2항에 의해 허용되는 군종장교의 혼인에는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도 포함된다 할 것이어서, 원고가 개정 종헌 시행 이전에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조계종 규율을 어겼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군인사법령 규정의 내용과 그 밖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군 당국이 원고에게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4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1) 군종장교는 종교활동을 통하여 장병의 사생관을 확립하고 필승의 신념을 배양하며, 장병의 국가관과 병영생활에 대한 가치관 및 윤리관을 확립하고, 건전한 병영생활과 정신전력의 극대화에 기여하는 등 군 내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구 훈령 5조). 따라서 군종장교에게는 일반적으로 타 병과 장교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2) 또한, 군종장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속 종단으로부터 파송된 성직자 신분을 유지하면서 소속 종단의 규율을 준수하여야 한다.
(3) 그럼에도 원고는 조계종 승적 제적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된 후 태고종 승적을 취득하고, 태고종으로 전종하고도 조계종이 피고에게 승적 제적 처분자에 대한 협조 요청을 보내 이러한 사실을 알릴 때까지 군 내에서 2년여 간 조계종 복식을 사용하여 조계종 법회를 주관하였다.
(4) 그렇다면 군의 특수성 및 군종장교의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군당국이 ‘원고가 군 발전에 방해가 되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에 명백한 법규위반은 없다.
라. 원심은, 개정 종헌 부칙 제2조제1항, 구 조계종 종헌 제9조제2항에 의해 허용되는 군종장교의 혼인에 사실혼도 포함되며, 원고가 개정 종헌 시행 이전에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였으므로 조계종 규율을 어겼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4호를 처분사유로 삼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 중 개정 종헌 부칙 제2조제1항, 구 조계종 종헌 제9조제2항에 의해 허용되는 군종장교의 혼인에 사실혼도 포함된다는 판단 부분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 종헌 규정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 ‘원고가 개정 조계종 종헌 시행 이전에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는 군인사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4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원고의 사실혼 관계 형성 시점 이외의 다른 사정은 고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