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90조제1항은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원수급인은 사업 발주자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하고, 한편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서 유상계약이다.
◆ 울산지방법원 2019.08.20. 선고 2019고정264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검 사 / 박상용(기소), 김민희(공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시 ○○읍 □□리 ○○○-4에 있는 ○○테크의 대표로서, 양산시 @@면 236 철구조물 철거공사를 B로부터 무상으로 도급받은 후 밀양시 하남읍 &&리 621-66 에 있는 ◍◍ 대표 C에게 위 철구조물 철거공사를 100만 원에 재하도급을 준 원수급인이다.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
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7.15. 위 공사현장의 3층 아시바 설치작업 중 산소절단작업을 하던 근로자 D가 3층 아시바에서 추락하여 좌측 족관절 내과골 골절, 우측 종골 복잡분쇄골절의 부상을 당하였음에도 D의 2017.9.18.부터 2017.11.8.까지의 요양보상비 318,800원을 부담하지 아니하였다.
나. 사용자는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려 요양 중에 있는 근로자에게 그 근로자의 요양 중 평균임금의 100분의 60의 휴업보상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7.15. 위 공사현장의 3층 아시바 설치작업 중 산소절단작업을 하던 근로자 D가 3층 아시바에서 추락하여 좌측 족관절 내과골 골절, 우측 종골 복잡분쇄골절의 부상을 당하였음에도 D의 2017.7.16.부터 2017.11.8.까지의 휴업보상비 13,920,000원을 부담하지 아니하였다.
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고 완치된 후 신체에 장해가 있으면 평균임금에 그 장해 정도에 따라 정해진 일수를 곱한 금액의 장해보상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의 좌측 족관절 내과골 골절, 우측 종골 복잡분쇄골절의 업무상 부상으로 발생한 신체 장해등급 12급(우측 종골 부정유합)에 대한 장해보상비 28,0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및 판단
가. 피고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은 B로부터 철거공사를 할 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무런 대가를 약속받지 않고 단지 선의로 B를 대신하여 철거공사를 C에게 맡긴 것일 뿐, B로부터 직접 철거공사를 도급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제90조제1항에서 정한 ‘원수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판단
1) 근로기준법 제90조제1항은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원수급인을 사용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원수급인은 사업 발주자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한 자를 의미하고, 한편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서 유상계약이다.
2) ‘피고인과 직접 철거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고, B를 소개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C의 수사기관에서의 일관된 진술과 그 밖에 철거공사계약의 내용과 그 이행과정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단지 B를 소개하거나 철거공사를 주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철거공사에 관한 진정한 도급인인 것과 같은 외관을 드러내며 C와 철거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3) 그러나 설령 피고인과 C 사이에 철거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B로부터 철거공사를 도급받은 것이 아니라면 근로기준법 제90조제1항에서 정한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을 같은 조항 소정의 ‘원수급인’으로 볼 수 없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D, C, E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B로부터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를 약속받고 B와 철거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B의 부탁을 받고 철거공사업자를 알아봐주고 실질적으로 철거공사를 주선해준 것이며, 오래 전부터 B의 처 및 B와 친분관계가 깊었고, B가 민원 발생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알고 선의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② B 역시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평소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피고인에게 구조물을 철거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피고인이 도저히 직접 공사를 할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를 거절하자 피고인에게 철거업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피고인이 철거업자를 찾아 대신 철거공사계약을 체결해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바, 이는 철거공사계약에 이른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위 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
③ 피고인은 제조․건설업을 영위하고 있을 뿐 철거 및 재활용 관련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종업원도 단 1명에 불과하여 B로부터 철거공사를 직접 수주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④ B가 피고인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보수 또는 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다.
⑤ 한편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C와 철거 공사대금을 100만 원 상당으로 정하였고, C가 철거현장의 B 소유 고철을 가져가는 것으로 공사대금을 대체하기로 하였는데, 철거현장에 있는 고철만으로는 공사대금을 충당하기에 부족하여 피고인의 사업장에 있는 고철로 그 부족분을 메우고, C가 철거현장에서 호이스트 1t 상당을 취거하여 피고인에게 주면 현금 50만 원을 추가로 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밝힌 위 호이스트를 B와의 관계에서 도급계약에 대한 대가로 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사업장에 있는 고철이 피고인에게는 별다른 가치가 없고 오히려 치우려면 돈이 들어서 이를 공사대금조로 C에게 준 것이고, 현금을 주는 것은 피고인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C에게 호이스트를 가지고 오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여 위 호이스트가 B와의 도급계약에 따른 보수가 아니라 단지 피고인 스스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해 고안한 방편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B는 처음부터 철거현장에 있는 모든 고철을 철거업자에게 공사대금조로 지급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을 뿐 피고인과 사이에 고철 중 일부를 피고인이 취거해 가는 것으로 약정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밝힌 위 호이스트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두고 피고인이 B로부터 받을 도급계약에 따른 대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모아 보더라도 피고인이 B로부터 철거공사를 도급받은 근로기준법 제90조제1항 소정의 ‘원수급인’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고,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송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