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국세기본법 제14조제1항에서 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의 의미
[2] 실질과세의 원칙이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조세피난처에 외형뿐인 ‘기지회사(Base Company)’를 설립하여 두고 법인형식만을 이용하는 국제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두25399 판결 [종합소득세부과처분등취소]
♣ 원고, 피상고인 /
♣ 피고, 상고인 / 강남세무서장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11.6. 선고 2013누89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구 국세기본법(2010.1.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제1항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그 귀속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그 귀속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을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의 귀속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람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1.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실질과세의 원칙은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원천지국인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조세조약상 혜택을 받는 나라에 명목회사를 설립하여 그 법인형식만을 이용하는 국제거래뿐만 아니라,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거주지국인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소득세를 비과세하거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조세피난처에 사업활동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외형뿐인 이른바 ‘기지회사(Base Company)’를 설립하여 두고 그 법인형식만을 이용함으로써 그 실질적 지배·관리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소득을 부당하게 유보하여 두는 국제거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① 원고들, 소외인 및 ○○산업 주식회사는 2000.5.2.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투자지주회사인 Pacific Gate Company Limited(이하 ‘PGC’라고 한다)를 설립하였고, 이후 원고 1이 83%, 원고 2가 17%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남게 되었다.
② 원고들은 2000.4.경 세무상 신고의무가 없고 지역의 특성상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의 작성이 의무화되어 있지 아니하여 현지에서 과세될 가능성이 낮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PGC의 설립을 주도하였다.
③ PGC는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특별한 물적 시설이나 고용된 직원이 존재하지 않으며, 원고들의 지시에 따라 홍콩에 있는 회사가 관련 업무를 모두 대행할 뿐 이사회 결의 등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절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④ 원고 1이 PGC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수시로 입출금을 하는 등 PGC는 그 자산관리를 원고 1에게 의존하였음에도 신뢰할 만한 회계장부도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⑤ 한편 싱가포르 영주권자인 원고 1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체류일수가 매년 9일 내지 112일에 불과하였고, 원고 2는 국내 거주자이기는 하나 PGC 주식의 17%만 보유하고 있어 PGC가 얻은 소득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제조세조정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특정외국법인 배당간주의 대상이 아니었다.
(2) 피고는 PGC가 그 실체를 인정할 수 없는 도관회사에 불과하여 PGC의 주식 양도소득과 PGC가 수취한 국내외 이자소득이 원고 2에게 귀속된다고 보아 2010.7.14. 원고 2에게 2005년 및 2008년 귀속 각 양도소득세, 2005년 내지 2009년 귀속 각 종합소득세를 부과함과 아울러, PGC가 수취한 국내외 이자소득이 2008년부터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는 원고 1에게도 귀속된다고 보아 같은 날 원고 1에게 PGC의 국내외 이자소득, 국외근로소득, 국내배당소득 등에 관하여 2008년 및 2009년 귀속 각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다(원고들에 대한 위 각 부과처분을 통틀어 이하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다. 이와 같은 PGC의 설립경위와 목적, PGC의 인적·물적 조직과 사업활동 내역, PGC의 의사결정과 자산관리의 태양, PGC의 지배구조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1) PGC는 소득세를 비과세하거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회사로서 그 명의의 재산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활동을 수행할 능력도 없고, 원고들이 그 지배권을 통하여 PGC의 의사결정과 자산관리를 하면서 PGC의 명의로 실질적인 사업활동을 수행하였으며, 이러한 명의와 실질의 괴리는 오로지 PGC를 거래와 행위의 주체로 개입시켜 소득의 귀속자를 원고들로부터 PGC로 변경함으로써 국내 세법에 따라 과세되어야 할 소득을 PGC에 유보하여 두려는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PGC가 실질과세의 원칙상 그 실체를 인정할 수 없는 이른바 ‘기지회사’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 (2) PGC가 얻은 소득금액은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원고들에게 직접 귀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고 1이 소득세법이나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맺은 조세조약상 국내 거주자로서 납세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원고들이 PGC 명의로 얻은 소득금액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소득세법 또는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른 과세요건을 갖추었는지 등에 대한 심리·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라.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PGC를 명목상 행위주체로 볼 수 없다거나 PGC의 소득금액이 원고들에게 직접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여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실질과세의 원칙 및 그 적용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1점 및 제3점에 대하여
가. 구 소득세법(2009.12.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이라 한다) 제1조제1호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소득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제4조제1항제1호는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을 ‘당해연도에 발생하는 이자소득·배당소득·부동산임대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 1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의 대상은 PGC의 국내외 이자소득 외에도 원고 1이 직접 얻은 국외근로소득과 국내배당소득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중 PGC가 수취한 국내외 이자소득에 관한 부분은 PGC가 단순한 도관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원고 1이 직접 얻은 국외근로소득과 국내배당소득 등에 관한 부분은 PGC가 단순한 도관회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 1이 소득세법이나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맺은 조세조약상 국내 거주자로서 납세의무가 있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원고 1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중 그에 관한 부분이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PGC를 도관회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 1이 국내 거주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 1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이 전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득세 납세의무자의 범위나 소득세의 과세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도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김용덕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