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다만, 책임 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의사 甲이 실시한 경추 신경차단술의 부작용으로 척수 손상을 입은 乙과 가족들이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경추 신경차단술에 따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러한 위험을 회피할 만한 통상적이고도 필수적인 방법이 있는지, 甲이 그러한 방법을 취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단순히 추상적으로 경추 신경차단술이 신경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만을 주된 사유로 하여 甲의 책임을 70%로 제한한 원심판결에 손해배상사건의 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4.7.10. 선고 2014다16968 판결[손해배상(의)]
♣ 원고, 상고인 /
♣ 피고, 피상고인 /
♣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14.2.7. 선고 2012나195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다만,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5.6.24. 선고 2005다16713 판결, 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2126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경추 신경차단술은 신경에 근접하여 마취제를 주사하여야 하는 특성상 처음부터 신경을 손상시킬 높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경위, 그 후의 치료 경과를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
나.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을 살펴보면, ① 이 사건 경추 신경차단술로 인한 부작용 중 원고 1에게 발생한 척수 손상은 그 발생 빈도가 매우 낮은 점, ② 피고가 참고자료로 제출한 관련 논문에서 경추 신경차단술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방사선 투시기 등 보조 영상기기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그러한 방법을 통하여 시술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점, ③ 그럼에도 피고는 위와 같은 보조 영상기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단지 자신의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에만 의존한 채 이 사건 경추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도 원고 1에게 주사액을 주입할 때의 상황이 그 전에 다른 환자에게 경추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때와는 다른 상황임을 느꼈음에도 만연히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게 깊숙하게 주사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한 점, ⑤ 원고 1의 체질적 소인 등 귀책사유를 인정할 만한 다른 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함에 있어 이 사건 경추 신경차단술로 인한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러한 위험을 회피할 만한 통상적이고도 필수적인 방법이 있는지 및 피고가 그러한 방법을 취하였는지 여부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인바, 기록상으로는 원심이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추상적으로 이 사건 경추 신경차단술이 신경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만을 주된 사유로 하여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손해배상사건에서의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