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구 의료법 제53조제1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및 그에 따른 제재의 기준을 정한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별표]와 부표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으로 규정된 경우, 당해 처분이 적법한지 판단하는 방법

 

◆ 대법원 2013.09.12. 선고 2012두28865 판결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 피고, 상고인 / 보건복지부장관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2.11.30. 선고 2012누197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가. 구 의료법(2007.4.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제1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관련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사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허위청구한 때’(제6호)에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위 법 위반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한 행정청 내부 사무처리준칙에 해당하는 구「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2007.4.9. 보건복지부령 제3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 [별표] ‘2. 개별기준. 가. (31)’에는 위와 같은 위반사항에 대한 행정처분기준은 그 부표와 같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위 부표에는 월평균 허위청구금액은 조사의 대상이 된 기간 동안 관련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의료보장기관에 진료급여비용을 허위로 청구한 금액과 가입자·피부양자 또는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액을 허위로 청구한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조사의 대상이 된 기간의 월수로 나눈 금액으로 하고, 허위청구비율(%)은 ‘(총허위청구금액/진료급여비용총액)×100’으로 산출하며, 진료급여비용총액은 조사의 대상이 된 기간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심사·결정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의료보장기관에 통보한 진료급여비용을 모두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규정에 따른 위 법 소정의 보험회사나 공제사업자를 상대로 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구 의료법에서 진료급여비용 등의 허위청구를 제재하는 규정을 둔 것은 의료인이 비위행위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 면허자격을 정지시킴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자 하는 데에 입법 취지가 있는 것이지 국민건강보험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사회보험재정의 건전성 또는 그 수급권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허위청구를 다른 영역에서의 허위청구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는 없으므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도 위 구 의료법 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그에 따른 제재의 기준을 정한 위 규칙 내지 위 부표의 규정 또한 유추적용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 한편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9.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보험회사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위 규칙이 적용됨을 전제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그 경우 위 부표상 허위청구비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분모인 진료급여비용총액은 허위청구가 적발된 당해 영역인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영역의 합산액 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심사·결정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의료보장기관에 통보한 진료급여비용까지 모두 합산하여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와 달리 허위청구가 적발된 당해 영역인 자동차보험에 관한 진료수가 합산액만 진료급여비용총액으로 삼아 허위청구비율을 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위 부표에 따라 원고의 의사면허자격정지기간을 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하여 이를 취소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 중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도 이 사건 규칙 내지 부표가 유추적용된다고 한 부분은 옳지만, 나머지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허위청구가 적발된 국민건강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등 여러 영역 중 특정 영역에 속하는 진료급여비용 합산액만을 위 부표의 규정상 허위청구비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진료급여비용총액으로 보게 될 경우, 허위청구비율 산정 시 여러 영역에 걸쳐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와 하나의 영역에만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 사이에 원심 판시와 같이 어느 정도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위 규칙은 피고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그 규정 내용 자체가 불합리하여 구체적 사안에 적용한 결과가 비례·평등의 원칙 등에 반한다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기준에 따른 처분에 대하여 섣불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나.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까지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적용한 허위청구비율의 산정 방식, 즉 분모의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조사 대상 기간 동안 당해 의료기관에서 지급받은 모든 영역의 진료급여비용 등 총액이 아니라 허위청구가 적발된 당해 영역의 진료급여비용 등 총액만을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 반드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1) 허위청구금액과 허위청구비율 및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 면허자격 정지기간을 달리 정한 부표의 처분기준에 관한 구간 설정 자체가 행정청이 가지고 있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한 것이고, 이는 허위청구자들 사이의 형평 외에도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및 예방적 효과 등 관련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허위청구의 영역이나 금액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절대적·기계적 평등이 달성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 그 기준이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또 피고의 위 산정방식은 부표 규정의 문언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와 달리 허위청구비율을 모든 영역의 청구금액을 합산한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더라도 처분기준의 적용결과가 절대적 평등에 배치되는 경우가 전부 배제된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흔하지 않은 가상의 사례들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적용결과가 형평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위 부표의 기준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형평은 처분청의 재량이 발휘될 공간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위 구 의료법 규정이 피고에게 권한을 부여한 면허자격정지의 기간 상한은 1년인데 비하여 위 부표에 정한 기간의 상한은 그보다 짧은 10개월이고, 피고는 위 규칙 시행 후 위 부표의 진료급여비용총액을 허위청구가 적발된 당해 영역에 한정한 합산액으로 해석하여 허위청구비율을 정하여 운용해 왔다(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진료급여비용을 청구한 실적이 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금액에만 허위가 있는 경우에는 허위청구비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진료급여비용과 허위청구금액만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거기에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한 금액은 고려하지 않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모두에 대하여 허위청구가 있으면 그 두 기관에 청구한 진료급여비용 합산액 총액과 허위청구금액 합산액 총액을 기준으로 허위청구비율을 산정하였다). 위 규정 내용에 따른 이와 같은 실무관행은 상호 견련성이 있는 진료영역별로 구분하여 허위청구비율을 산정·적용해 온 것으로서, 의료계 등 관련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온 것으로 보인다.

(3) 국민건강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등 각 영역별로 진료급여비용이나 진료수가의 적정 여부에 대한 심사의 주체 및 준거 규정과 절차가 각각 상이하므로 부정수급 사실에 대한 조사도 각 영역별로 따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일 터인데, 모든 경우에 조사 대상 기간 동안 당해 의료기관에서 받은 진료급여비용 등의 총액을 파악하여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허위청구비율을 산정하여야 한다면 그로 인한 행정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제재의 적시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점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데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다. 결국 위 부표에서 정한 피고의 진료급여비용총액과 허위청구비율 산정방식이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구체적 사안에서 그와 같이 산정된 허위청구비율에 따라 내린 면허자격정지처분의 내용이 그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그와 같은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대한 허위청구가 있는 경우에 그에 관하여도 위 규칙이 유추적용되는 이상 이와 같은 이치는 마찬가지이다.

 

4. 그렇다면 피고가 위 부표에 따라 원고의 의사면허자격정지기간을 정하면서 원고의 허위청구가 적발된 영역에 속하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 합산액만을 진료급여비용총액으로 삼아 허위청구비율을 산정한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고에 대한 조사 대상 기간과 그동안의 원고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총액 및 총허위청구금액, 원고가 이 사건 허위청구 등과 관련하여 사기죄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형사판결이 확정된 점 등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드러나는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이 산정된 허위청구비율을 토대로 위 부표에 따라 원고에게 7개월의 의사면허자격정지를 명한 이 사건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행정규칙에 의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