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류 등을 원료로 가공한 유가공품을 축산물가공처리법상 ‘축산물’에 포함시켜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유통기한이 지난 유가공품 판매행위에 대하여 식품위생법상 유통기간 위반행위보다 법정형이 더 높은 처벌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제2조제2호, 제3조가 위헌인지 여부(소극)

 

◆ 대법원 2008.08.11 선고 2007도8882 판결 [축산물가공처리법위반]

♣ 피고인 / 공○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7.10.11. 선고 2007노285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법재판소 1995.4.20. 선고 91헌바11 결정, 헌법재판소 2006.6.29. 선고 2006헌가7 결정 등 참조). 그리고 모든 범죄의 정확한 불법의 크기를 측정하여 그 서열에 따라 법정형을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입법자는 법정형을 정할 때 행위 유형들을 일정하게 범주화할 수밖에 없는바, 이때의 법정형이 각 행위 유형의 불법성 정도에 적절히 대응되는 것이면 합리성이 인정되고, 구체적으로 불법성의 정도가 다른 행위들을 하나로 묶어 같은 법정형을 정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은 개개의 사건에서 그 정상에 따라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관의 양형을 통해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4.6.24. 선고 2003헌바53 결정 등 참조).

축산물가공처리법 제2조제2호, 제8호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우유류·저지방우유류·분유류·발효유류·버터류·치즈류, 기타 원유 등을 원료로 하여 가공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가공품을 축산물에 포함시키고 있고, 같은 법 제33조제1항은 썩었거나 상한 것으로서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축산물 등의 판매 등 행위(이하 ‘위해축산물 유통행위’라 한다)를 금지하면서, 그 중의 하나로 제9호에서 당해 축산물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경과된 축산물의 판매 등 행위(이하 ‘축산물 유통기한위반행위’라 한다)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5조제1항제5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는 이에 위반하여 축산물을 판매한 자 등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축산물이 아닌 식품에 대하여 적용되는 식품위생법 제4조는 썩었거나 상한 것으로서 인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식품 등의 판매 등 행위(이하 ‘위해식품 유통행위’라 한다)를 금지하면서도 당해 식품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의 판매 등 행위(이하 ‘식품 유통기한위반행위’라 한다)를 제외하고 있고, 같은 법 제74조의2는 위해식품 유통행위에 대해 축산물가공처리법과 마찬가지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편, 식품 유통기한위반행위는 식품위생법 제31조제2항,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제40조, 제42조제1항, 식품위생법 제77조제5호에 의한 식품제조·가공업자 또는 식품접객업자 등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의 하나로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 처벌조항과 관련 법령의 규정을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유가공품 등을 어느 범위까지 축산물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는 해당 품목의 성격과 농업정책과의 관련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②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축산물 유통기한위반행위의 법정형은 식품 유통기한위반행위에 비해 그 법정형의 상한이 징역형과 벌금형 모두 2배 이상 높게 설정되어 있는 셈이기는 하나, 이는 축산물을 다른 식품과 달리 축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해 규율하면서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정하는 각종 의무의 위반행위의 유형을 일정하게 범주화하는 과정에서 축산물 유통기한위반행위를 축산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식품 유통기한위반행위와 달리 위해축산물 유통행위와 같은 범주에서 규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③ 나아가 이 사건 처벌조항의 법정형이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선택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상한에 대하여만 제한을 두었을 뿐 하한을 규정하지 않아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벌조항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축산물 유통기한위반행위의 죄질 및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여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유는 단지 입법정책의 당부의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판시 유통기한이 경과된 무가염가공버터제품 판매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헌법률을 적용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양승태 박일환 김능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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