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하면서 술에 만취되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경우,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하면서 술에 만취되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경우에, 피고인이 음주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었고, 또한, 사고 후에 도주까지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술에 만취되어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범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그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23조제2항에 정하여진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거나 형의 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진술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적어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심신상실의 책임조각사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4.07.09. 선고 2004도211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04.3.30. 선고 2004노7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이 2003.9.8. 23:50경 혈중알코올농도 0.20%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등록번호생략) 그랜져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피해자 공소외 1(여, 56세)을 들이받아 뇌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도 그대로 도주하고, 계속하여 전방에 신호대기중인 피해자 공소외 2(여, 43세) 운전의 렉스턴차량을 들이받아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여, 2003.9.9. 06:10경 서울 성동구 소재 한라병원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을 사망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보아 이를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 고지하고, 형사소송법 제297조의2에 정하여진 방법에 따라 증거조사를 마친 다음, 같은 법 제318조의3에 따라 제1심판결이 든 판시 증거들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항소이유로 심신장애의 주장에 관한 법령위반과 양형부당의 사유를 들었으나, 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판시 증거들이 적법하게 조사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에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지만,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제1심이 든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제1심의 제1, 2회 공판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직접신문에 대하여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피고인의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이 사건 사고를 낼 때에는 어떻게 술을 마신 채 운전하였는지 모르겠고, 경찰서에 가서도 왜 그 곳에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으며, 새벽에 어렴풋이 사고를 낸 생각이 들었고, 피고인으로서는 술에 너무 취해 무슨 행동을 하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결국 피고인이 음주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었고, 또한, 사고 후에 도주까지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술에 만취되어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범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그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23조제2항에 정하여진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거나 형의 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진술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은 적어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심신상실의 책임조각사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고, 따라서 제1심판결이 든 증거 중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 절차에 의하여 증거조사를 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제1심이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의 각 증거들에 의하여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도 위 각 증거들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라는 이유로 이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286조의2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령위반 또는 형사소송법 제307조에 위반하여 증거 없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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