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9.7.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8나68478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B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0.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변론종결 / 2019.06.12.
• 판결선고 / 2019.07.10.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024,644원 및 이에 대하여 2017.7.12.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서울 은평구 소재 C중학교 교사들이다. 이 사건 당시 원고는 1학년 담당교사로, 피고는 3학년 담당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 피고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들의 학교 행사 참여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하자, 2017.7.12. 17:40경 위 행사를 주관하던 1학년 담당교사 D에게 전화하여 이야기하였고,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1학년 교무실로 찾아갔다. 당시 1학년 교무실에는 원고와 D, E, F이 있었다.
다. 피고가 1학년 교무실에 들어가자 원고는 피고를 향해 다소 다급한 어조로 반복하여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응하지 않은 채 D의 옆자리에 앉아 D과 학생들의 문제와 관련하여 대화를 하였다. 원고는 계속하여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피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원고의 음성을 녹음하기 시작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가 녹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의 스마트폰을 빼앗았고, 스마트폰을 돌려달라는 피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까지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원고는 이와 관련하여 재물손괴죄로 기소되어 2018.8.14. 벌금 300,000원의 유죄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7고정1644호)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8노1179호)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9, 30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피고는 원고의 음성을 비밀리에 녹음함으로써 원고의 음성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 7,024,644원(= 치료비 5,024,644원 + 위자료 2,000,000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
음성권이 구체화된 권리로 인정되는지 불분명하며, 음성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익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즉 피고가 원고의 불법행위를 제지하거나 회피할 목적으로 녹음을 하는 경우까지 원고의 음성권이 그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의 음성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녹음 경위, 원 피고 사이의 관계, 녹음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의 녹음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3. 판단
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음성을 녹음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녹음행위로 원고의 음성권이 다소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는 D과 대화하던 중 원고가 계속하여 대화에 끼어들며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자 녹음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원고의 음성이 비밀리에 녹음된 부분은 약 23초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피고와 D이 대화하는 부분이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이전부터 원고와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고, 종전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고성을 지르는 일이 있어 원고에 대하여 피해의식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며 계속하여 소리치자, 원고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녹음을 하게 된 것으로 보여 그 필요성 및 긴급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③ 녹음된 원고의 음성은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는 취지의 내용뿐이고, 그 발언도 공개된 장소인 교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는바, 원고의 음성권 침해 정도가 미약하고, 원고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 영역을 침해한 것도 아니다.
④ 피고는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이 사건 소송과 관련하여 법원에 제출하거나 형사 사건의 수사를 위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다.
⑤ 원고는, 이 사건 녹음 내용에 원고의 발언이 얼마 없다거나 피고가 녹음내용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정당행위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음성권 침해행위를 둘러싸고 원고와 피고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가려야 한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 외에도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도 고려대상이 되며,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서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는바, 이 사건 녹음과 관련하여 원고의 발언 분량, 발언 내용, 녹음파일 및 녹취록의 사용에 관한 것은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서 충분히 정당행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강화석(재판장) 정철민 마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