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모습,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대법원 2020.6.25. 선고 2015도7102 판결 등 참조).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피해자의 나이, 성장과정, 환경 등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참조).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4.4.16. 선고 2004도52 판결 참조).
[2]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11.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군인 등 강제추행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중대 간부연구실에 있는 소파에서, 군인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다리로 피해자의 양 다리를 겹쳐서 잡고,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피고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오른팔로 피해자의 목과 어깨를 감싸 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임.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긴 행위’, ‘피고인의 다리로 피해자의 다리에 접촉한 행위’, ‘피고인의 팔로 피해자의 어깨에 접촉한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①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분이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②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는 수차례 먼저 피고인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의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하였다거나, ③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지만, 피해자가 느낀 감정이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넘어 성적 수치심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함.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군대조직에서 일하는 여군으로서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과 동료들에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손을 잡는 등의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판단에 지장이 없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함.
명예훼손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음식점에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피해자를 보며 A에게 “내가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오면 헬스장 근처에 있는 모텔에서 피해자가 남자 친구와 나오는 것을 몇 번 봤다. 나를 봤는데 얼마나 창피했겠냐.”라고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임.
원심은, A의 진술이 일관되기는 하나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같은 발언을 하였더라도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함.
대법원은 원심에서 추가로 조사한 당시 음식점 안에 있었던 김정인의 증언을 고려하더라도 A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며, 피고인이 발언한 장소가 공개된 식당으로 발언 당시 김정인을 비롯한 손님들이 있었던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과 A의 관계까지 비추어 보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함.
【대법원 2020.12.10. 선고 2019도12282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12282 군인등강제추행, 협박, 명예훼손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군검사
• 원심판결 / 고등군사법원 2019.8.14. 선고 2018노256 판결
• 판결선고 / 2020.12.10.
<주 문>
원심판결 중 군인 등 강제추행의 점,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군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인 등 강제추행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중대 간부연구실에 있는 소파에서, 군인인 피해자 공소외 1(가명, 여, 23세)을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다리로 피해자의 양 다리를 겹쳐서 잡고,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피고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오른팔로 피해자의 목과 어깨를 감싸 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긴 행위’, ‘피고인의 다리로 피해자의 다리에 접촉한 행위’, ‘피고인의 팔로 피해자의 어깨에 접촉한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행위라고 보기 부족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추행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분이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②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는 수차례 먼저 피고인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의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하였다거나, ③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지만, 피해자가 느낀 감정이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넘어 성적 수치심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모습,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대법원 2020.6.25. 선고 2015도7102 판결 등 참조).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피해자의 나이, 성장과정, 환경 등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참조).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4.4.16. 선고 2004도52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상급자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호출하여 둘만 있는 간부연구실에서 보급품 관련 업무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고, 피고인의 다리로 피해자의 다리에 접촉하고, 피고인의 팔로 피해자의 어깨에 접촉하는 행위를 연속적으로 하였고, 피해자가 자신의 몸을 빼내면서 피고인을 밀쳐 떨어뜨린 다음 업무를 마무리하고 간부연구실에서 나온 사실, 피해자가 일관하여 피고인의 행위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앞서 본 추행의 의미,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판단하는 기준 등에 관한 법리에 위와 같은 사실을 비추어 보면, 앞서 본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군대조직에서 일하는 여군으로서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과 동료들에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손을 잡는 등의 신체접촉을 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두 사람만 있는 폐쇄된 장소에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피해자의 다리와 어깨에 접촉한 행위를 추행으로 판단함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앞서 본 사정만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명예훼손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음식점에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피해자 공소외 1(가명)을 보며 하사 공소외 2에게 “내가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오면 헬스장 근처에 있는 모텔에서 피해자가 남자 친구와 나오는 것을 몇 번 봤다. 나를 봤는데 얼마나 창피했겠냐.”(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라고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①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②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더라도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공소외 2의 진술이 일관되기는 하나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에 관하여 본다.
가) 공소외 2는 공소사실 기재 발언의 상대방으로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일관하여 진술하였다.
나) 공소외 2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제1심은 그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은 물론 본인에게 불리할 만한 내용도 진술하는 점, 피해자를 위해 허위 진술할 만한 동기가 없는 점까지 고려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다.
다) 원심은 범행 당시 음식점 안에 있었던 공소외 3을 증인으로 신문한 다음 공소외 3의 진술, 공소외 2와 피고인의 관계 등을 들어 공소외 2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인정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의 증언도 “당시 피고인과 공소외 2 하사 사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지만 대화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할 만한 중요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나 ‘모텔’이나 ‘남자군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들은 기억이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공소외 3이 당시 여자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비록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는 하나 이 사건 발언을 듣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공소외 3의 증언만으로 공소외 2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2) 다음으로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같은 발언을 하였더라도 그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라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
가) 이 사건 발언은 ‘피고인이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모텔을 드나들며 여러 차례 성관계를 하였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이는 부대에 배치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피해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관하여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다. 피고인도 이 사건 발언에 나타난 피해자의 행동이 창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공소외 2 또한 그 발언이 피해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 타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성교제에 관한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였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어서 이 사건 발언을 하여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부각시킬 의도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11.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발언한 장소가 공개된 식당으로 발언 당시 병장 공소외 3을 비롯한 손님들이 있었던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관계까지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의 판시행위에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나머지 상고에 대하여
군검사는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협박의 점에 대한 불복 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군인 등 강제추행의 점,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