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구 상표법(2016.2.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제1항제18호는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타인과의 계약관계 등을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 준비 중인 상표(이하 ‘선사용상표’라고 한다)를 알게 된 사람이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경우 그 상표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타인과 출원인의 내부 관계, 계약이 체결된 경우 해당 계약의 구체적 내용, 선사용상표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선사용상표가 사용 중인 경우 그 사용을 통제하거나 선사용상표를 사용하는 상품의 성질 또는 품질을 관리하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9후1073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서비스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피고는 1974년경부터 ‘청○각출판사’라는 상호로 교재출판업 등을 영위해 오던 중, 2012년경 원고의 부친이자 ㈜교△사의 대표인 류□동에게 청○각출판사의 재고도서와 그 출판권 등의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음(‘이 사건 양도계약’). 그런데 이후 피고는 “청○각”으로 구성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음. 그러자 원고는, 이 사건 양도계약을 통해 피고의 청○각출판사 영업 일체가 류□동에게 양도되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에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 등의 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고가 이 사건 양도계약 등을 통하여 ‘청○각’이라는 표장의 사용 권원을 류□동에게 이전하고 류□동 또는 원고가 위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위 표장과 동일·유사한 서비스표를 동일·유사한 서비스에 출원하여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로 등록받은 것은, 류□동 또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함.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현행 상표법 제34조제1항제20호)의 규정 취지와 적용 요건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확인한 사례임.
【대법원 2020.11.5. 선고 2020후10827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0후10827 [등록무효(상)]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피고
• 원심판결 / 특허법원 2020.5.22. 선고 2019허5829 판결
• 판결선고 / 2020.11.0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구 상표법(2016.2.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제1항제18호는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타인과의 계약관계 등을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 준비 중인 상표(이하 ‘선사용상표’라고 한다)를 알게 된 사람이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경우 그 상표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타인과 출원인의 내부 관계, 계약이 체결된 경우 해당 계약의 구체적 내용, 선사용상표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선사용상표가 사용 중인 경우 그 사용을 통제하거나 선사용상표를 사용하는 상품의 성질 또는 품질을 관리하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9후1073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서비스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1974년 무렵부터 ‘(상호 1 생략)’라는 상호로 교재출판업 등을 영위하면서 선사용서비스표 “(선사용서비스표 생략)”을 위 교재출판업 등에 관한 출처 표시로 사용하여 왔다.
2) 피고는 교육서적 전문 출판사인 주식회사 교문사의 대표이사 소외인에 대하여 5억 원의 차용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2012.11.12. 위 차용금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소외인에게 (상호 1 생략)의 재고도서와 그 출판권 등의 자산을 양도하기로 소외인과 협의하였고, 소외인은 2012.11.15. 주식회사 교문사의 사업장과 같은 주소지를 사업장 소재지로 하여 ‘(상호 2 생략)’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3) 피고는 2012.11.28. 소외인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상호 1 생략)의 재고도서와 그 출판권 등의 자산을 3억 5,000만 원에 양도하되 (상호 1 생략)와 관련된 모든 채무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도서, 출판권 등의 사업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상호 1 생략)를 폐업하였다.
4) 이 사건 양도계약에서는, ① 위 3억 5,000만 원의 양도대금은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위 대여금 채권과 상계하고, ② 피고와 거래 중인 모든 거래처는 소외인이 인수하며, ③ 피고가 이 사건 양도계약 체결 전에 판매한 제품이 반품될 경우 소외인이 책임지고 인수하고, ④ 소외인은 피고의 직원 중 일부를 신규채용방식으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였다.
5) 피고는 원래 (상호 3 생략)과 (상호 1 생략) 소유의 도서들에 관한 창고관리 및 배송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1 생략)의 창고에 위 도서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소외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 다음날인 2012.11.29. (상호 1 생략)과 위 도서들에 관한 창고관리 및 배송대행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도서들을 그대로 위 창고에 계속 보관하였고, 피고가 자기 소유 토지의 건물에 보관하던 도서들도 그 무렵 (상호 1 생략)의 창고로 옮겨 보관하였다.
6) 소외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 ’(상호 1 생략)‘이라는 상호로 ‘하천수리학’, ‘토질역학 이론과 응용 제3판’ 등 종전에 (상호 1 생략)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출판, 판매하였고, 이 사건 양도계약을 전후하여 종래 (상호 1 생략)에서 근무하던 11명의 직원들 중 6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교문사에 채용하여 ‘(상호 1 생략)’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으며, 2013. 1월 무렵에는 ‘(상호 1 생략) 대표 소외인’ 명의로 (상호 1 생략)가 보유하였던 출판권에 관하여 출판권자들과 새롭게 출판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7) 소외인의 아들인 원고는 2015.1.1. ‘(상호 1 생략)’ 사업장과 같은 주소지를 사업장 소재지로 하여 ‘(상호 4 생략)’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2015.3.1. 소외인으로부터 ‘(상호 2 생략)’ 사업장의 모든 권리와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양수한 다음, ‘(상호 4 생략)’이라는 상호로 종전에 (상호 1 생략)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현재까지 출판, 판매하여 오고 있다.
8)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양도계약과 함께 (상호 1 생략)를 폐업하였다가 2013. 2월 무렵 인터넷에 ‘도서출판 (상호 2 생략)’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직원채용공고를 게시하였고, 2015.2.13.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인 (등록서비스표 생략)을 출원하여 2015.12.21. 그 등록을 받았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양도계약은 피고의 재고도서와 출판권 및 기존 출판영업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주요 직원과 거래처를 소외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피고와 소외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을 통하여 ‘(상호 2 생략)’이라는 표장의 사용 권원을 소외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합의하였으며, 이후 위 표장의 사용 권원은 최종적으로 소외인으로부터 원고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소외인 또는 원고는 ‘(상호 2 생략)’ 또는 ‘(상호 4 생략)’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상호 1 생략)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출판, 판매하는 등 자신의 서비스업 표지를 ‘(상호 2 생략)’ 또는 ‘(상호 4 생략)’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하고 ‘(상호 2 생략)’이라는 표장의 사용을 통제, 관리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 위 표장을 서비스표로서 사용한 주체도 소외인 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양도계약 등을 통하여 ‘(상호 2 생략)’이라는 표장의 사용 권원을 소외인에게 이전하고 소외인 또는 원고가 위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위 표장과 동일·유사한 서비스표를 동일·유사한 서비스에 출원하여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로 등록받은 것은, 소외인 또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는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해당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양도계약이 영업양도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선사용서비스표가 피고 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서비스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가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상표법 제7조제1항제18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