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췌>

망인은 해외파견 근무가 예정되기 이전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왔고 승진까지 하였는데,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시에 영어를 능통하게 사용하여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부담감,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른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급격히 위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망인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를 포기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향후 회사 생활에서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미 발생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망인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이나 그에 따른 우울증세는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망인으로서는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위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세의 발현과 악화 정도에 관한 사정들과 아울러, 실제로 망인이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가 철회되어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기로 된 며칠 전에 비정상적으로 본사 건물 10층 옥상에서 동료직원 2명과 대화하던 중 투신하여 자살하였고,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우울증세 및 그 악화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다른 사정들이 있는지, 특히 망인이 남긴 수첩의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비롯하여 자살 전후 망인의 구체적인 언행 등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한 채,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법원 제22015.01.15. 선고 201323461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A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10.17. 선고 2013104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1.1. 토목직 사원으로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후 사망일인 2008.12.29.까지 약 19년간 토목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4.3.1. 차장으로 승진한 이후 2006.9.8.경부터는 시화3공구 현장에서 근무하였으며, 2008.1.1.부터는 플랜트사업부 토목설계팀으로 전보되어 해외플랜트사업 관련 토목설계, 시공업무를 담당하였고, 2008.7.2.부터 쿠웨이트 ○○○ 4정유플랜트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시공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 망인이 2008.7.2. 이 사건 공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이 사건 공사현장인 쿠웨이트 파견근무가 예정되었다.

. 쿠웨이트에서 근무할 경우에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영어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인데, 망인은 영어 사용 문제로 큰 부담감을 느껴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였으나 필요한 정도의 진전이 없었고, 특히 2008.10.6.부터 2008.10.15.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장을 다녀온 이후로 자신의 영어실력으로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시공팀장으로서의 업무를 도저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다.

. 망인은 2008.12. 초순경 부장으로 승진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예정된 파견근무를 하여야 한다는 중압감과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이 사건 현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 사이에 갈등하다가 토목설계팀의 수석 엔지니어인 C 차장과 수차례 상담을 한 후 최종적으로 토목설계팀장에게 해외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회사는 내부적으로 망인의 의사를 수용하여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였으며, 망인도 그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한편 망인은 2009.1.1.부터는 종전의 서울 구로구 ○○○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동하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이 사건 회사의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으로 예정되었다.

. 망인은 2008.12.1.2008.12.15. D 내과의원에서 비감염성 위장염 및 대장염으로 각 진료를 받았다. 위 의사 D이 망인의 사후에 발급한 2009.7.2.자 진단서에 임상적 추정에 따른 병명을 비기질적 불면증, 위장염 및 대장염으로, 치료의견으로 망인은 2008.12.1. 내원하여 4, 5개월 전부터 발생한 불면증, 만성설사, 식욕부진, 10kg 이상의 체중감소를 호소하였음. 비기질적 불면증, 위장염 및 대장염이 의심되어 진정제, 지사제, 장운동 조절제를 15일 사용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어 2008.12.15. 혈액검사 및 심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자세히 문진한 결과 최근 직장에서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불면 외에도 심리적 불안감, 가슴 답답함, 갑자기 죽을 것 같다는 심경을 호소하였음. 수일 후 망인이 전화로 검사결과를 문의했을 때 저영양 상태 이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대장내시경 검사 및 스트레스와 연관된 신경정신과 치료를 권유하였음이라고 기재하였다.

. 망인은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일정 등을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망인은 위 수첩에 2008.12.4.에는 갑갑하고 답답하다. 영어 때문에 쿠웨이트에 못 간다. 쪽 팔린다. 국내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부 일자리도 없고, 퇴직한다고 챙겨지는 것도 없고라는, 같은 달 5.에는 본사 복귀하고 국내일 없으면 도로 제자리, 결과치고는 너무......, 나의 소심함과 무서움이 일을 그르치는구나, 지금까지 팀만 알던 것을 전부서원이 다 아는 꼴이 되고라는, 같은 달 9.에는 영어도 안 되고, 기술도 안 되고, 자신감도 없고, 한 번 더 부서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퇴직해야 하나라는, 같은 달 15.에는 몸부터 추스르고 더욱더 열심히, 정신과, 1.1.부터 부서로 복귀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명예퇴직 신청기간 연장, 끝나면 명예퇴직, 일을 못 찾는 것, 못하는 것, 숨이 막힐 지경임이라고 당시의 심정을 기재하였다.

.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08.12.28. 처인 원고에게 내일 여의도 사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이제 창피해서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할지 걱정이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아마 내가 1순위일 거다. 영어도 못해 해외파견도 못나가는 내가 앞으로 부하직원들 앞에 어떻게 서야 될지 모르겠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정말 죽고 싶다.”라고 말한 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 망인은 2008.12.29. 아침에 자동차를 운전하여 ○○○동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였다가 같은 날 14:00경 고양시 덕양구 E에 있는 집에 들러 원고에게 여의도동에 있는 본사에 간다.”고 말한 후 지갑과 휴대전화를 집에 놓아둔 채 자동차를 집 주차장에 세워 놓고 이 사건 회사의 본사 건물로 갔고, 망인은 2008.12.29. 16:20경 이 사건 회사의 본사 건물 10층 옥상에서 동료직원 2명과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던 중 갑자기 뛰어내리려고 하였으며, 이에 위 동료직원들이 , 이러면 안돼요라고 말하며 이를 말렸으나,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 망인은 평소 비교적 건강하였고, 사망하기 전까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망인은 책임감과 자존심이 강하고 꼼꼼하며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 1심법원의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망인이 영어구사능력에 자신감이 없었고 이로 인해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으며 이로 인해 해외근무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한 자신감 상실, 우울, 직장 유지에 대한 불안이 자살로 이어졌다고 판단하였다.

 

2.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망인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며,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망인은 예정된 해외파견 및 부족한 영어실력과 관련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불면증,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고, 망인이 해외파견근무 불희망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후 망인은 이러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면 직장 상사나 동료 및 부하직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어 직장에서의 지위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을 추단할 수 있다.

. 오랜 기간 국내근무를 한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시공팀장으로서 쿠웨이트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사업을 진행시켜야 하는 부담스런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꼼꼼하면서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성격의 망인으로서는 영어를 공부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영어를 사용하여 업무를 처리할 때 자신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이를 벗어나고자 해외파견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회사가 이를 수용하였지만,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어 그 지위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두려움으로 급격히 우울증세를 앓은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해외파견 근무가 예정되기 이전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왔고 승진까지 하였는데,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시에 영어를 능통하게 사용하여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부담감,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른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급격히 위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망인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를 포기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향후 회사 생활에서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미 발생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망인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이나 그에 따른 우울증세는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망인으로서는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위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이 우울증세를 앓은 전력이 전혀 없고, 위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위와 같은 증세가 발생할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 위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세의 발현과 악화 정도에 관한 사정들과 아울러, 실제로 망인이 예정된 해외파견 근무가 철회되어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기로 된 며칠 전에 비정상적으로 본사 건물 10층 옥상에서 동료직원 2명과 대화하던 중 투신하여 자살하였고,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우울증세 및 그 악화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다른 사정들이 있는지, 특히 망인이 남긴 수첩의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비롯하여 자살 전후 망인의 구체적인 언행 등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한 채,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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