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인 원고가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과거 10년 동안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A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청구에 응하지 않았고, 그 후 A노조는 설립 무효 판결을 받자, 원고가 피고에 대해 위 대상기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 청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


【서울고등법원 2023.6.2. 선고 2022나2035436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38-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2035436 단체교섭이행청구 등의 소

• 원고, 항소인 / A노동조합

• 피고, 피항소인 / B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9.1. 선고 2020가합537607 판결

• 변론종결 / 2023.04.07.

• 판결선고 / 2023.06.02.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별지 기재 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청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라.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은 판결을 구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금속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나. 피고 근로자들은 2011.7.13. M노동조합(이하 ‘M노조’라 한다)을 설립하였고, 이후 M노조는 전국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에 가입하여 원고 산하 ‘E’가 되었다.

다. M노조, 원고, 원고 경기지부 또는 원고 E는 2011.8.경부터 매년 피고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중단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협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라. 그런데 피고는 2011.6.29.경 그 무렵 설립된 K 노동조합(이하 ‘K 노조’라 한다)과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한 이래 2020년경까지 K 노조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하였고, M노조 또는 원고의 단체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마. 한편, 피고의 노사문제를 총괄하던 N 등은 2019.1.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2019.12.13. ‘대항노조로서 K 노조를 설립한 후 2011.6.경부터 2014.11.27.경까지 M노조의 운영에 관한 방해행위를 하였다’는 노동조합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25호, 위 판결에 대한 N 등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2020.11.26.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0노50호)에서 기각되었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도 2022.3.17. 상고심(대법원 2020도17789호)에서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K 노조를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9가합101811호). 위 법원은 2021.8.26. ‘K 노조는 진성노조인 M노조의 설립을 방해하고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대항노조로 헌법 제33조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사건의 항소심법원은(수원고등법원 2021나21575호) 2022.5.12. K 노조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사. 원고는 2021.2.25.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2021.3.25. ‘원고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과반수 노동조합이다’라는 취지의 공고를 하였다. 위 공고에 대하여 K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4.19. 피고의 교섭단위에서 원고가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 결정하였다(서울2021교섭18호).

아. 원고와 피고는 2021년 단체교섭을 실시하여 2022.4.14.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199, 217, 218호증, 을가 제1 내지 7호증, 을 제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피고 사업장에서 2011년부터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이행청구에 응하지 않고 대항 노조인 K 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하여 왔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별지 기재 단체교섭사항에 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구한다(이하 원고가 구하는 별지 기재 단체교섭사항을 ‘이 사건 교섭사항’이라 하고, 원고가 구하는 교섭대상기간인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을 ‘이 사건 대상기간’이라 한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한 과거의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할 실익이 없어 원고의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는 과거의 근로조건도 단체교섭이행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고, 원고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다. 피고의 주장 역시 원고 주장과 같은 단체교섭이행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본안에 관한 주장에 해당한다. 단체협약이행청구의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단체교섭이행청구권

1)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되고(노동조합법 제30조제1항),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안 된다(노동조합법 제30조제2항). 단체교섭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근로자의 국가에 대한 주관적 공권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가 사용자측에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청구권이기도 하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2011.6.경 설립된 K 노조는 M노조의 설립을 방해하고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대항노조로 헌법 제33조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2011.7.경 M노조로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피고 사업장에서 노동조합법상 요건을 갖춘 유일한 노동조합인바, 사용자인 피고에게 단체교섭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나.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한 성실교섭의무

1) 단체교섭사항

가) 노동조합법은 교섭의 원칙, 단체협약의 작성,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의 상한,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의 효력, 단체협약의 해석방법, 단체협약의 구속력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단체교섭사항이나 단체교섭의 범위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나)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33조제1항과 노동조합법 제29조에서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906 판결).

다) 일반적으로 임금․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으로서 취업규칙 등의 직장규율, 안전, 위생, 작업량, 휴일, 휴가, 병가, 선임권, 승진, 전근, 징계, 해고, 복지후생, 채용 시 제반 조건 등 고용관계에 관한 사항과 노동조합활동 보장에 관한 사항 등 집단적 노동관계사항 등은 사용자에게 성실교섭의무가 있는 ‘의무교섭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단체교섭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의무교섭사항인 ‘근로조건 관련 사항’은 보다 폭넓게 해석하여야 한다.

라)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교섭사항은 임금, 노동시간 등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과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등 집단적 노동관계사항으로, 모두 사용자에게 성실교섭의무가 있는 의무교섭사항에 해당한다.

2) 과거의 근로관계에 대한 단체교섭이행청구

가)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 사업장에는 이미 K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기초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었고, K 노조의 설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K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기초로 형성된 법률관계는 모두 유효하다. 따라서 기존의 단체협약에 따라 확정된 과거의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이행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 교섭사항은 이를 소급하여 준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피고와 원고는 2022.4.14. 원고가 제시한 교섭사항들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 주장의 과거의 교섭사항에 관하여 다시 단체교섭을 청구할 실익도 없다.

나) 판단

(1)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이고(대법원 2002.5.31. 선고 2000다18127 판결 등 참조),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을 교섭할 수 없다고 볼 근거는 없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측과 기존의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며, 다만 그러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동의나 승인의 효력이 단체협약이 시행된 이후에 그 사업체에 종사하며 그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노동조합원이나 근로자들에 대하여만 생기고,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그러한 효력이 생길 여지가 없을 뿐이다(대법원 1997.7.24. 선고 91다34073 판결의 취지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교섭사항은 의무교섭사항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대상기간 동안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이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대상기간 동안 피고에게 교섭청구를 계속해왔음에도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구하는 교섭사항이 과거의 근로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의무교섭사항에서 제외된다거나 교섭청구를 구할 실익이 없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K 노조의 설립이 무효가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와 K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에 기초하여 형성된 근로관계가 모두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고는 여전히 이 사건 대상기간 동안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원고가 구하는 단체교섭이행청구가 과거의 법률관계를 모두 무효로 돌릴 것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 원고는 여전히 위 기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통하여 기존의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대상기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실익이 있다(대법원 2019.7.25. 선고 2016다274607 판결의 취지 참조).

(4) 이 사건 청구는 피고가 이 사건 대상기간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교섭에 나아갈 것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고가 요구하는 모든 교섭사항에 대하여 협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거나 기존의 단체협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새로운 근로조건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동조합 역시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하는바(노동조합법 제30조제1항), 세부적인 교섭사항이나 이행가능성을 고려한 교섭사항의 조정 및 그 이행방법 등에 관하여는 상호 성실한 교섭의무의 이행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교섭과정에서의 실무상 문제점이나 이행과정에서의 실익 등을 따져 교섭청구권의 유무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5)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2.4.14.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이 체결되었으나, 이는 이 사건 대상기간에 관한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대상기간에 관하여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피고의 성실교섭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소결론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한 원고의 단체교섭이행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성실히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이 달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그 이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박순영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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