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정리회사의 관리인이 정리회사의 경영주이자 대주주인 특수관계자에 대한 가지급금 채권에 대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경우, 대손충당금의 설정은 대손처리와는 달리 그 채권을 대차대조표의 자산계정에 그대로 계상해 둔 채 장래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액 상당의 평가계정을 따로 설정하여 위 자산계정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가액은 추후에 변동될 수도 있으므로, 위 관리인이 특수관계자에 대하여 채권포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가지급금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의 설정만으로는 특수관계자에게 그 가액 상당의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156 판결 [종합소득세등부과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남대구세무서장
♣ 원심판결 / 대구고법 2007.12.28. 선고 2006누17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주식회사는 1999.4.29. 정리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은 회사로서 그 경영주이자 대주주이던 원고에 대한 가지급금 채권(이하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이라 한다)으로 1999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 단기대여금 1,260,017,000원을 계상해 둔 사실,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은 2000.3.24. 정리법원에 대하여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이 1,234,052,767원으로 조사되었다고 보고하면서 이를 원고의 소외 주식회사에 대한 구상금 채권과 상계처리하는 것이 가능한지 질의하기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은 허위의 채권이 아니라 소외 주식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실제로 보유하고 있었던 채권이라고 판단하고, 소외 주식회사가 비용으로 계상하기 어려웠던 접대성 경비 등 부외경비를 회계처리의 편의상 당시 대표이사이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으로 계상해 둔 것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고에게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에 대한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이 원고의 요청 등에 따라 2000.3.24.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과 원고의 소외 주식회사에 대한 구상금 채권과의 상계처리 문제를 정리법원에 질의하였으나 답변을 듣지 못한 사실, 그 후 위 관리인은 원고의 요청과 공인회계사와의 협의를 거쳐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채권으로 보아 2000 사업연도 결산시 대손처리하는 내용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한 사실, 정리법원은 2001.3.31. 그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포함한 2000 사업연도 업무보고서의 내용을 허가한 사실, 원고도 그 무렵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이 대손처리되었음을 알고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이 원고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에 대한 회수절차 없이 정리법원의 허가를 얻어 그것이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이라는 이유로 대손처리한 점 등에 비추어 위 관리인이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을 포기함으로써 원고에게 그 가액 상당의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그 가액을 소외 주식회사의 익금에 산입하여 원고에 대한 기타소득으로 처분(이하 ‘이 사건 소득처분’이라 한다)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제6호증의 3 등)에 의하면,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은 2000 사업연도 결산시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을 대손처리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하여 963,928,247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것에 불과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대손충당금의 설정은 대손처리와는 달리 그 채권을 대차대조표의 자산계정에 그대로 계상해 둔 채 장래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액 상당의 평가계정을 따로 설정하여 위 자산계정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가액은 추후에 변동될 수도 있으므로, 위 관리인이 원고에 대하여 채권포기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의 설정만으로는 원고에게 그 가액 상당의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소득처분은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신고하거나 결정 또는 경정함에 있어서 익금에 대하여 그 귀속자와 소득의 종류를 확정하는 세법상의 절차로서 익금산입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설령 원심의 판단대로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이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을 포기함으로써 원고에게 그 가액 상당의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다 하더라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그 가액을 소외 주식회사의 익금에 산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한 이 사건 소득처분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소외 주식회사의 관리인이 이 사건 가지급금 채권을 대손처리한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그 가액 상당의 채무면제이익이 귀속되었다고 단정하고, 나아가 그 가액을 소외 주식회사의 익금에 산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 관한 아무런 설시도 없이 이 사건 소득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득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피고는 법인세법 기본통칙 4-0…6이 이 사건 소득처분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듯하나, 위 기본통칙은 법원이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이 있는 법규가 아니므로 그 자체가 이 사건 소득처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아울러 밝혀 둔다(대법원 2007.2.8. 선고 2005두5611 판결 등 참조)].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