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인 피고보조참가인 1(이하 ‘참가인 본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위하여 국내에서 원고 1명을 근로자로 사용하여 사업활동을 영위하면서 원고를 계열회사인 외국법인인의 한국영업소인인 피고보조참가인 2에 소속시켜 급여 및 세무처리를 하였는데, 원고가 해고된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지방노동위원회가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재심판정의 취소를 청구함. 원심은,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에 국내 근로자 수에 외국 근로자 수까지 합산한 결과 참가인 본사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참가인 본사가 국내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1명에 불과한 이상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본사가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10.25. 선고 2023두46074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3두46074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상고인 / A
• 피고, 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 1. B, 2. C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6.8. 선고 2022누44493 판결
• 판결선고 / 2024.10.2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의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1. 준거법의 결정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본사’라 한다) 사이의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하여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이 아닌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관계에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원심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제근로관계에서의 준거법 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국제근로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기준 및 상시 사용 근로자 수 산정방법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고(제1항),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여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달리 규율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로서, 이는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미국에 본사를 둔 법인인 참가인 본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위하여 국내에서 원고 1명을 근로자로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 본사가 국내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1명에 불과한 이상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 본사가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이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에 국내 근로자 수에 외국 근로자 수까지 합산한 결과 참가인 본사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국제근로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기준 및 상시 사용 근로자 수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경환(재판장) 노태악 신숙희 노경필(주심)
【서울고등법원 2023.6.8. 선고 2022누44493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4449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1. B, 2. C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5.12. 선고 2021구합52815 판결
• 변론종결 / 2023.04.06.
• 판결선고 / 2023.06.08.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12.1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의 D 부당해고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 B(이하 ‘참가인 본사’라 한다)은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 아이오와 주에 본사를 두고 석유 및 가스 관련 기계 최적화 서비스 등 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이다. 피고보조참가인 C(이하 ‘참가인 C’라 한다)는 미국 워싱턴 주에 본사를 두고 비파괴 검사장비 판매 등의 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으로서, 대한민국에서의 영업을 위하여 대전 유성구 E, F호에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영업소를 두고 있다.
나. 원고는 2018.3.26. 참가인 본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2018.5.1.경부터 서울 강남구 G, H호에 있는 참가인 C의 서울 사무실에서 신규 프로젝트에 관한 어카운트 매니저(Greenfield Account Manager)로 근무하던 사람이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다. 참가인 본사는 2020.3.25.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만료 통지서를 보냈다(이하 ‘이 사건 기간만료통지’라 한다). <다음 생략>
라. 원고는 2020.6.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보조참가인들을 상대로 이 사건 기간만료통지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8.5.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본사인데, 위 참가인은 국내에 사업장이 없고 근로자에 대한 인사노무관리를 외국에서 직접 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바, 이 사건은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제1항제6호에서 정한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이나 사실상 실현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9.17.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2020.12.17.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는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3호증, 을나 제4,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C이고, 참가인 C는 대한민국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에는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설령 원고의 사용자를 참가인 본사라고 보더라도, 원고와 참가인 본사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으로 합의하였고, ‘참가인 C 중 원고의 근로관계에 관한 부분’ 및 ‘참가인 본사’는 전체로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여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 사용 요건을 충족하는바, 결국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결론은 같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하여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피고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본사이고, 원고와 참가인 본사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준거법을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으로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에는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사업 내지 사업장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바, 결국 이 사건에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등은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하여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판단
가. 인정사실
갑 제2 내지 6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내지 13, 19, 20, 23 내지 25, 30, 31, 3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2018.3.22. 참가인 본사의 인사담당자 I(I, 이하 ‘I’라 한다)로부터 고용조건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된 이메일(이하 위 이메일 중 고용조건에 관한 부분을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과 비밀유지계약서(Confidentiality, Intellectual Property, Non-competition and Non-solicitation Agreement, 이하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라 한다)를 송부받았다. I는 원고에게 “우리의 제안을 수락하고자 할 경우,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와 이 편지의 사본에 모두 서명하여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였고, 원고는 2018.3.26. 이 사건 근로계약서 및 비밀유지계약서에 모두 서명한 다음 이를 I에게 이메일로 송부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 및 비밀유지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을나 제2호증). <아래 생략>
2) 원고는 2018.4.9. 사용자 명의가 참가인 C로 작성된 근로계약서(이하 ‘참가인 C 명의의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받았는데, 위 근로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재직기간을 24개월로 정하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갑 제2호증의2). <다음 생략>
3) 원고는 참가인 C 명의의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2018.4.10. I에게 아래와 같이 정규직 근로자(Full Time and Regular)의 지위에 있다는 점을 추가하고, 재직기간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 계약서를 수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I는 2018.4.11. 원고에게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을가 제1호증). <아래 생략>
4) I는 2018.4.28. 원고에게 ‘참가인 C 명의의 근로계약서는 대한민국에 있는 참가인 C의 모든 근로자와 사이에 작성되는 것으로서 위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하므로 계약서 내용의 수정은 불가능하며, 재직기간을 24개월로 정하는 내용의 문구는 참가인 C가 사용하는 표준적인 문구일 뿐이어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2년 후 종료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을가 제1호증).
5) 참가인 본사와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하고, 참가인 C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사람은 원고가 유일하였다.
6) 참가인 C는 매월 원고에게 급여 및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였고, 이후 참가인 본사로부터 원고에게 지급한 급여 및 복리후생비, 사무실 제공비용 등을 지급받았다.
7) 원고는 참가인 본사의 회사명이 기재된 명함과 이메일 서명을 사용하였고, 위 명함에는 참가인 본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도메인의 이메일(이메일 1 생략)과 참가인 본사의 홈페이지가 기재되어 있다(을나 제3호증).
8) 원고는 참가인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규 프로젝트 수주 업무를 수행하였고, 기존 업무는 참가인 본사 소속의 J(J, 이하 ‘J’이라 한다)에게, 주요 업무나 신규 업무는 참가인 본사 소속의 L(L, 이하 ‘L’라 한다)에게 보고하였으며 이들로부터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원고가 참가인 C 소속 직원으로부터 업무에 대한 지시나 감독 및 평가를 받은 사실은 없다(을가 제3호증).
9) J과 L는 2019.7.3. 원고에게 이메일로 원고의 업무성과가 기준에 미달하였고, 그 개선을 위한 업무능력 성과개선계획(Performance Improvement Plan, 이하 ‘PIP’라 한다)을 실행할 것이며, 업무성과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징계 등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을나 제19호증). 이에 원고는 2019.8.5.부터 2019.8.9.까지 J에게 원고가 PIP 참여자로 선정된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위 계획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참가인 본사의 위와 같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으로 참가인 본사 관리자들과 원고에 대한 PIP 참여 지시가 정당한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하였다(을나 제25호증).
10) 참가인 C의 명의로 2019.9.9.경 근로관계 종료 합의서(Separation Agreement)가 작성되었고, 2019.10.21.자로 “원고에 대한 2019.9.6.자 대기발령 처분을 종료하고, 2019.10.23.자로 복직을 명한다“는 내용의 대기발령 종료 및 복직통보서(Notice of Cancellation of Administrative Leave and Reinstatement)가 작성되었다. 위 대기발령 종료 및 복직통보서 제4항에서는 ”기타 복직의 처리와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I(이메일 2 생략)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4, 5호증).
나. 원고의 사용자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4.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비록 원고가 참가인 C의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참가인 C로부터 임금 등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C가 아니라 참가인 본사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참가인 본사는 한국 내 건설회사 등을 상대로 석유 및 가스 관련 기계 등을 판매하는 회사이고, 참가인 C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상대로 비파괴 검사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로서, 서로 그 영업의 내용과 성질을 전혀 달리하고, 실제로 법인격도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바, 비록 참가인들이 미국에 본사를 둔 M의 관계 회사들이기는 하나, 참가인들은 엄연히 별개의 사업체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참가인 본사와 참가인 C는 사실상 위 M의 사업부서로서 이른바 ‘매트릭스’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그와 같이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원고는 애당초 참가인 본사와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하였고, 실제로 2018.3.26. 참가인 본사의 인사담당자 I로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송부받아 이에 서명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후 원고가 참가인 C 명의의 근로계약서를 송부받은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C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참가인 C로부터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받게 될 것임은 이미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내용인 점, 원고는 위 계약서의 내용에 관하여 참가인 본사의 I에게 이의를 제기하였을 뿐 참가인 C 측과 협의한 바 없는 점, 원고가 끝내 위 계약서에 서명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C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원고는 참가인 본사의 직원인 J 또는 L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이들로부터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았을 뿐, 참가인 C를 위하여는 아무런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참가인 C 측으로부터 업무에 관한 그 어떤 지시나 감독 및 평가를 받지 않았다. 실제로 이 사건 PIP와 관련하여서도 원고는 J, I 등 참가인 본사의 관리자들과 논의하였을 뿐, 참가인 C는 이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와 참가인 C 사이에 업무상 지휘·감독관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참가인 본사가 아닌 참가인 C로부터 근로관계 종료 합의서와 대기발령 종료 및 복직통보서를 받은 점을 들어 원고의 사용자는 참가인 C라고 주장하나, 위 대기발령 종료 및 복직통보서에 ‘복직의 처리와 관련된 사항은 I에게 문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인사명령은 참가인 본사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단지 그것이 참가인 C를 통하여 원고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④ 원고가 참가인 C로부터 급여 등을 지급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와 참가인 본사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 대한 급여 및 복리후생비 지급, 세금 관련 업무, 4대 보험 업무 등을 한국 내 영업소가 개설되어 있는 참가인 C를 통하여 처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참가인 C는 참가인 본사와 사이에 원고에 대한 급여의 지급 등 본래 참가인 본사가 하였어야 할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 관련된 제반 비용을 매월 참가인 본사로부터 지급받았다. 즉 참가인 C가 원고에게 급여 등을 지급한 것은 참가인 본사가 원고에게 지급할 급여를 편의상 한국에 영업소를 둔 참가인 C를 통하여 지급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급여 및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한 자는 참가인 본사이다.
⑤ 한편 원고가 사용하였던 이메일 주소나 명함 등에도 참가인 본사의 사명이 기재되어 있을 뿐 참가인 C와 관련한 표시는 없다. 비록 원고의 명함에 참가인 C의 서울사무실 주소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의 물리적 근무장소를 표시한 것일 뿐 이를 들어 원고가 참가인 C 소속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
1) 관련 규정 및 법리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적자인 원고가 미국 아이오와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법인인 참가인 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던 중 발생한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국제사법이 정한 바에 따라 준거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구 국제사법(2022.1.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은 계약의 준거법에 관하여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하되(제25조제1항 전문),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제25조제1항 후문), 만일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되(제26조제1항), 다만 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제26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는 특칙을 두고 있다(제28조제2항).
한편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7.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 본사 사이에 준거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라 할 것이다.
가) 준거법을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으로 하는 합의의 존부
피고는 원고와 참가인 본사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하여 미국 델라웨어 주의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 5.7항(이하 ‘이 사건 준거법 조항’이라 한다)은 ‘본 계약은 델라웨어 주의 법에 따라 규율, 해석 및 시행된다(This Agreement shall be governed by, construed and enforced in accordance with the laws of the State of Delaware)’고 규정함으로써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계약서는 서두에서 “This Confidentiality, Intellectual property, Non-Competition and Non-solicitation Agreement”를 “Agreement”라고 약칭하고 있는바(을나 제2호증, 4쪽), 결국 이 사건 준거법 조항에서 말하는 ‘본 계약(This Agreement)’은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만을 지칭한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과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계약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실제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가 같은 날 동시에 원고에게 송부되고, 이에 원고가 위 각 계약서에 동시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가 서로 명확히 분리되어 있고, 이에 원고는 위 각 계약서들에 각각 별도로 서명한 점,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사실 엄밀한 계약서의 형태가 아니라 이메일에 포함된 고용조건에 관한 내용에 불과한 반면,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은 그 자체로 완결된 체계를 갖춘 독립적 계약서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점,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는 모두 참가인 본사에 의하여 마련된 것이고, 원고에게는 동의할 경우 서명하여 회신할 것이 요구되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과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은 서로 별개의 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③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서 5.2항에서 ‘자유롭게 종료시킬 수 있는 근로계약’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준거법 조항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도 적용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항은 ‘본 계약은 고용관계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고용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하여 원고와 참가인 본사의 근로관계가 구속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일 뿐, 이를 들어 이 사건 준거법 조항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한편 피고는, 참가인 본사가 이 사건 근로관계에 관한 준거법으로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이 아닌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을 선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과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의 내용을 성안한 것은 원고가 아니라 참가인 본사인바, 설령 참가인 본사의 내심의 의도가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상 미국 델라웨어 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명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나아가 원고의 국적과 근무지 및 담당업무, 이 사건 계약의 성립 배경과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그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합리적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준거법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으로 하는 합의의 존부
원고는 원고와 참가인 본사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하여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한국 현지 관행에 따라 법으로 정한 개인 휴가 및 보험혜택이 제공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이는 참가인 본사가 원고에게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수준의 휴가나 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보일 뿐, 더 나아가 준거법 자체를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원고는, 참가인 C 명의의 근로계약서에 유연근무제, 연차, 퇴직금, 보험 등에 관하여 근로기준법(Labor Standards Act, ‘LSA’)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the Guarantee of Worker’s Retirement Benefits Act)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히 해고 통지 등에 관하여 위 근로기준법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노동법(relevant labor laws of Korea)’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위 계약서에 서명한 바 없어 그에 따른 법적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고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
위와 같이 원고와 참가인 본사 사이에 준거법에 관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은 구 국제사법 제28조제2항에 의하여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이 되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이 사건 근로관계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다.
① 당초 원고에게 참가인 본사를 소개한 헤드헌터 N은 원고에게 해당 회사가 ‘대한민국 시장을 담당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에 기반을 둔 영업 매니저’를 찾고 있다고 안내하였다(갑 제13호증).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원고가 대한민국에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고, 실제로 원고는 참가인 본사와의 협의에 따라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참가인 C의 서울 사무실에서 상시 업무를 수행하였다.
라. 이 사건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8조가 적용되는지 여부
1) 관련 규정 및 법리
근로기준법 제23조는 해고 등의 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28조는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11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별표1]에 의하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의 모든 규정이 적용되지만,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규정만이 적용되고, 위 제23조, 제28조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1조가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의 원칙적 적용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제한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영세사업장에게까지 이를 전면적으로 적용할 경우 근로자 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영세사업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한 입법정책적 결정이라 할 것인바(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8헌마310 결정, 헌법재판소 2019.4.11. 선고 2013헌바112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조직은 하나의 사업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10.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2007.10.26. 선고 2005도921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 본사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주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8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① 위에서 본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인지 여부는 경영상 일체로 평가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전제로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될 때의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참가인 본사가 외국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다툼이 없고, 원고가 대한민국에서 참가인 본사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설령 참가인 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원고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참가인 본사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본다면, 참가인 본사와 같이 외국에 소재하는 회사의 경우, 그 본사의 규모가 상당하고,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준거법이 되더라도, 국내에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보호규정의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즉 해당 근로관계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라고 인정되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해석에 관하여 국내 회사와 외국 회사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③ 이에 대하여 참가인 본사는 “외국 회사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현지법인체에 근로자를 파견해, 근로자의 인사 및 노무관리 등을 외국회사에서 직접 관장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근로개선정책과-438, 2014.1.28.)을 들어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규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이란 대한민국 내에 소재하는 것만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법원의 판단을 구속할 수는 없고, 이 사건 근로관계는 참가인 본사가 원고를 고용하여 대한민국에 ‘파견’한 것도 아니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소결론
요컨대, 이 사건 근로관계에 대하여는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된다 할 것인바,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김상철 배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