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3.10.19. 선고 2022구합7033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70339 부당경고 및 부당분리조치 구제 재심판정 취소의 소

• 원 고 / A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변론종결 / 2023.05.11.

• 판결선고 / 2023.10.19.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5.10. 원고와 B 유한회사 사이의 C 부당경고 및 부당분리조치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등

 

가. 당사자들의 지위 등

1) B 유한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는 2016.11.28.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상시 20,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D의 물류 관련 시설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2017.5.28.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2018.1.1.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였으며, E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에서 L3 직급으로 상·하차 공정의 캡틴[이 사건 센터의 근로자들은 상품분류, 적재 검수, 차량 유도 작업 등을 직접 수행하는 현장사원(L1), 인원 배치, 현장 및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는 현장관리직에 해당하는 캡틴(L2, L3), 안전, 자산 및 설비관리와 교육 등을 수행하는 매니저(L4, L5)로 나뉜다]으로 근무하던 자이고, F은 L1 직급으로 원고와 같은 상·하차 공정에서 근무하던 자이다.

3) F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일부 근로자들은 2021년 초 경 이 사건 회사에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하여 위 근로자들은 ‘G이라는 명칭의 H 밴드(이하 ‘G 밴드’라고 한다)를 개설하여 운영하며, 노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근로자들의 가입을 허용하였고, 원고 역시 위 G 밴드에 가입하였다.

4) 2021.6.6. I노동조합 J지회가 설립되었다.

 

나. 원고의 F에 대한 발언

1) 원고는 2021.2.11. F에게 ‘왜 다른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밴드에서 봤는데 G 활동도 하고 있고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싶어하던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1’이라 한다)을 하였다.

2) F은 2021.2.12.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G 밴드에 게시하였다. <그림 생략>

3) 원고는 2021.2.13. F에게 ‘이 사건 회사 관련된 글은 어떤 것을 올려도 상관없지만 왜 관리자 전체를 욕하는 표현을 쓰느냐. 앞으로 원고와 관련된 글을 쓰려면 원고의 이름 석 자를 써서 올리고 안 쓸 거면 글을 쓰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2’라 하고, 이 사건 발언1과 합쳐 ‘이 사건 각 발언’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에 대한 징계 절차 등

1) F은 2021.2.24. 이 사건 회사에, 원고와 L 캡틴이 ① 퇴직 사원 선물비용을 강제 갹출하고, ② G 밴드 가입과 관련하여 협박을 하였으며, ③ 사실관계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는 신고를 하였다(갑 제4호증 참조).

2) 이 사건 회사는 2021.3.9.부터 2021.3.26.까지 자체 조사를 실시한 후, 위와 같은 신고 내용 중 ①에 대하여는 사회통념을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②에 대하여는 온라인상의 인격권을 보장받고자 한 것이며, ③에 대하여는 업무적으로 정당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갑 제5호증 참조), 2021.4.1. 위 자체 조사 결과를 F에게 통보하였다.

3) 이에 F은 2021.5.13.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인천북부지청(이하 ‘인천북부지청’이라고 한다)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는 신고를 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각 발언을 통하여 F의 노조 관련 활동에 대해 조롱하고 협박함
 원고가 F의 의사에 반하여 선호 업무에서 배제시킴으로써 부적절하게 인력 배치함
 원고가 구두경고로 충분한 F의 행위에 대하여 L 캡틴 등으로 하여금 부당한 사실관계확인서 징구하도록 지시함
 L 캡틴이 차량유도 업무 수행 중인 F에게 방한용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밖에 서 있도록 지시함

4) 인천북부지청은 위 신고에 따라 조사를 거쳐, 2021.10.29. 이 사건 회사에 ‘원고가 F에게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업무지적을 한 질책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므로, 원고 징계, 피해근로자보호 등의 적절한 조치를 포함한 개선지도 내용을 이행하고 2021.11.15.까지 인천북부지청에 보고하라. 위 개선지도 내용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을 시, 차기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선지도를 하였다(갑 제6호증 참조).

5) 이 사건 회사는 2021.11.15.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서면경고처분(이하 ‘이 사건 서면경고’라 한다)을 하였다.

<징계처분 결정 통지서>
대상자 : 원고
주요징계근거 : 취업규칙 제67조제9호
상세사유 : 원고가 2021.2.11.과 2.13.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에게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업무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
당사는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징계결과 2021.11.15. ‘서면경고’로 결정, 이에 징계처분 통지서를 발부함.

6) 또한 이 사건 회사는 2021.11. 말경부터 이 사건 센터의 상·하차 작업공간을 A구역과 B구역으로 나눈 후, F의 근무배치에 따라 원고의 작업공간을 조정함으로써 F과 원고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분리조치’라고 한다).

7)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분리조치 이전에는 상시 오후조(18:00 ~ 다음 날 04:00)로 근무를 하였는데, 이 사건 분리조치 이후에는 주·야간 분리근무를 하게 되었다.

 

라. 원고의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

1) 원고는 2021.12.7. 이 사건 서면경고와 분리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위 위원회는 2022.2.7. 이 사건 서면경고와 관련하여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그 양정도 적정하며, 이 사건 분리조치는 구제명령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M).

2)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5.10.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0, 13,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 요지

원고가 F에 대한 지위와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는 F의 근무태만과 관련하여 직장 내 질서 유지 차원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여, 이 사건 발언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거나 F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분리조치로 인하여 원고의 근로조건에 제약이 발생하였고,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분리조치 역시 인사상 불이익으로 노동위원회의 구제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이 사건 서면경고 관련 판단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참가인 취업규칙 제74조 역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와 동일한 내용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서면경고의 징계사유인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이 사건 각 발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원고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것이어야 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여 그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 할 것이다.

2) 원고가 L3 직급으로 상·하차 공정의 현장관리자에 해당하였던 반면 F은 L1 직급으로 그 소속 근로자였던 점, 원고 스스로도 ‘자신이 좋게 평가하여 F이 2년차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F이 원고의 피평가대상자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제4호증 제1쪽 참조)에 비추어 보면, 일응 원고가 F과의 관계에 있어 지위의 우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한 이 사건 발언1은 원고가 자신의 관리 영역에 속한 F의 근무태도에 대하여 지적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와 같은 지위의 우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 9, 11, 12, 14 내지 17, 21호증의 각 기재, 증인 N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이 사건 각 발언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였으며, F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렇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서면경고는 위법하다.

가) F의 동료 직원들이 각 작성하여 제출한 진술서 내지 탄원서들(갑 제9, 11호증)의 기재 등에 의하면, F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인하여 동료직원들 사이에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원고는 현장관리자로서 근무질서 유지 차원에서 F의 근무태도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필요를 느껴, 동료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F에게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1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가 이 사건 발언1 과정에서 G 활동 및 조끼 등 자칫 노동조합 활동과 연관될 수 있는 언급을 한 것은 다소 부적절하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한편 ①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이 일회적이고, 내용상으로도 F에게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라는 것일 뿐, 더 나아가 다른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발언1 이전에 원고가 F에 대하여 노동조합 설립 활동 관련 언급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 또한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한 직급이었으며, G 밴드에 가입한 구성원이었고, 원고의 직급과 정년에 가까운 나이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사용자 측 입장을 대변하여 노동조합 설립 운동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특별한 이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그렇다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모범적 근로태도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F의 업무외 과외활동이 지나치다는 자신의 생각을 언급한 것으로도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발언1은 F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조롱할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F의 근무태도를 지적하기 위하여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이 사건 발언2는 F이 밴드에 게시한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원고가 자신의 입장을 F에게 밝히는 과정에서, 관리자 전체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지 말고, 문제제기의 필요가 있다면 원고의 이름을 명확히 하여 제기하라는 취지의 발언에 불과한바,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은 업무수행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발언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보일뿐더러, F이 작성한 게시글에 거론된 당사자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 개진으로 보이므로, 이를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 주장과 같이 위 발언을 사측의 관리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작성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 또한 없다.

라) 직장 내 괴롭힘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그 행위로 인해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의 취지 참조. 위 판결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제2호 등에서 정한 성희롱의 성립요건에 관한 것이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가 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 있어서의 신체적·정신적 고통 판단 여부에 있어서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언1이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반노동조합적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에, 이 사건 발언2의 경위, F이 이 사건 발언1이 있은 다음 날 G 밴드에 게시한 글의 내용, F이 당초 원고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내용들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에 인천북부지청 역시 이 사건 각 발언을 제외한 F의 나머지 신고 내용에 대하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 그 이후 F의 일련의 대응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각 발언이 F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간의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수준에 이를 정도의 발언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해 달리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한편 이 사건 회사는 당초 자체 조사를 통하여 이 사건 각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인천북부지청의 개선지도에 따라 이 사건 서면경고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인천북부지청의 개선지도 내용을 보더라도 이 사건 각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구체적 이유 내지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라. 이 사건 분리조치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분리조치가 구제신청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고”라고, 제28조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함으로써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신청 대상을 해고와 기타 징벌로 이루어진 부당해고등이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징벌은 해고와 같이 근로자의 행동상 사유에 의한 제재를 말하는 것으로 그 정도의 점에서 해고보다 낮은 단계의 제재인데, 일반적으로 불이익한 제재를 뜻하고 그 불이익에는 경제적 불이익, 정신적 또는 생활상 불이익 등이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이 예시한 징벌의 종류는 휴직, 정직, 전직, 감봉이 있고, 그 밖에 일반적인 징벌로 이루어지는 것으로는 전출, 전적, 휴직자의 복직거부, 직위 해제, 강등, 견책, 경고, 승무정지, 대기발령, 시말서 제출 등이 있다. 그리고 사용자에 의한 인사권 행사 중 근로관계의 유지를 전제로 기업 내 또는 기업 간에 근로계약상 본질적 내용인 근로 내용·장소, 근로제공·근로계약의 상대방 등이 상당한 기간 변경됨으로써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인사이동 역시 그 근거,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을 종합한 정당한 이유 여부에 따라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한 인사이동 자체가 무효이므로 근로자는 이에 따를 의무가 없으며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근로기준법 제28조 이하에서 정한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과 같이 사용자의 징계권 내지 인사권의 행사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보다 좀 더 신속·간이하고 경제적이며 탄력적인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0두54852 판결 참조). 따라서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의 개방적, 예시적 규정 형식 및 관련 해석, 그리고 권리구제 강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제28조의 도입 취지 등을 종합할 때, 근로자가 사용자의 인사권의 행사로 인하여 신분상 또는 경제적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인사권의 행사가 반드시 형식적인 징벌이나 제재로써 이루어진 처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동위원회로서는 그와 같은 인사권 행사의 동기, 목적, 그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의 존부,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성 등을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그 구제가능성 및 인사권 행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분리조치는 정당한 이유 없는 인사조치로서 불이익한 제재에 해당하므로 구제명령의 대상에 해당한다.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사용자로 하여금 지체 없이 그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분리조치가 위 규정에 따라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이는 기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인사이동 조치의 일환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그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2)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은 설령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발생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함으로써 필요한 조치를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하나의 조치를 단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근무장소의 변경은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고려해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예시하고 있는 징계와는 달리 반드시 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는 아니며,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행위자에 대한 기타 근로조건은 유지하게 하면서 당장 같이 있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고려해 임시적으로 혹은 최종적으로 분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장소적 분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행위자에게 기타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는 불이익한 징벌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무장소의 분리가 구제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그 분리가 단순히 장소적 변경에 불과할 뿐 기타 불이익이 전혀 없는 경우여야 할 것이므로, 단지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근무장소의 분리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근무장소의 분리가 무조건 구제명령의 대상이 되는 기타 징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3)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한 징계에 관하여는 행위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반면 그와 함께 이루어진 근무장소의 변경 기타 조치에 관하여는 신분상, 경제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민사소송 등 다른 우회적 구제수단에 의할 수밖에 없어 징계 등과 함께 직접적으로 신속히 다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부당하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두20977 판결을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한 기타 징벌이란 사용자가 제재로서 가하는 불이익한 처벌만을 의미하고 모든 불이익 처분이 구제명령의 대상인 징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단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불과하여 별다른 법리를 설시한 판결이 아닐뿐더러 그 하급심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을 한정적 열거 규정으로 엄격히 보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호봉승급보류처분이 일종의 특별상여로서 이를 제한하였다 하더라도 특별한 불이익 내지 제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직접적 근거로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서 본 법리 해석상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열거적, 예시적 규정으로 봄이 권리구제 측면에서 합당하고, 구제 대상인 기타 징벌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그 실질적 불이익 여부에 따른 제재적 성격이 있는지, 쟁송수단 등을 고려하여 이를 법적으로 다툴 구제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인바,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라는 이유만으로 구제신청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만일 그와 같이 획일적으로 볼 경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서 요구하는 조치에 징계도 포함되어 있어 그에 따라 이루어진 징계는 일응 정당한 것이어서 마찬가지로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 징계의 성격 상 그와 같은 해석이 무리임은 자명하다.

(4) 결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서 요구하는 조치는 예시적인 것으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일 뿐 그에 따른 조치가 모두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루어진 조치의 정당성 여부는 불이익 여부를 따져 다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분리조치 역시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사실상의 불이익이 없는 것이라면 모르되 실질적 불이익이 있다면 이는 기타 징벌에 해당하여 구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것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이루어진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원고가 이 사건 분리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정적 오후 근무조로 근무를 하다가 주간·오후 교대근무를 하게 됨으로써 근무시간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였으며, 그로 인해 야간 근무 수당 등 연간 수백만 원의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근무장소, 근무시간, 급여 등 근로조건의 현격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원고에게 사실상 경제적, 생활적, 정신적 불이익을 모두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다른 근무조건 등의 변화 없이 분쟁 당사자 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단순 근무장소 변경 정도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분리조치는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근무장소 변경에 해당하므로 그것이 비록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타 징벌의 범주에 포함되어 구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분리조치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발언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분리조치는 그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실질적 불이익 조치라고 할 것이어서 부당하다.

 

마. 소결론

이 사건 각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서면경고 및 이 사건 분리조치는 부당하고, 이와 판단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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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동창이 패러글라이딩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만나자고 한 것은 언어적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서울행법 2022구합70537]  (0) 2024.04.11
근로자와의 직장생활에 관한 면담 도중 성희롱적 발언을 한 상사의 행위는 사무집행행위로 상사와 그 사용자는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2016가단5266494]  (0) 2024.02.26
지휘·감독권 행사가 부하직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사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를 넘어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96423·5296430]  (0) 2024.02.26
직장 내 괴롭힘에는 명백히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뿐만 아니라, 외견상으로 업무 범위 내의 행위로 보이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 [대전고법 2021나13620]  (0) 2024.02.26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의 조사에 관한 비밀누설 금지의무의 범위 [법제처 23-0706]  (0) 2023.11.22
성폭력행위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임의사직으로 처리한 것은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서울중앙지법 2022나45458]  (0) 2023.11.22
직장 내 괴롭힘 등이 감내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단의 한 경우에까지 이르러야 불법행위로 인정된다 [광주지법 2020가단506023]  (0) 20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