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공무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거나 공무원이 공무직 근로자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피고가 가족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가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23.9.21. 선고 2016다255941 판결】

 

• 대법원 판결

• 사 건 / 2016다255941 임금

• 원고, 상고인 / 별지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 피고, 피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8.31. 선고 2016나2030683 판결

• 판결선고 / 2023.09.21.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원심판결의 별지1 원고목록 중 “146. 원심 공동원고 146”의 주소 “(주소 1 생략)”을 “(주소 2 생략)”으로 경정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들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로서 피고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방국토관리청 산하 해당 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도로보수원 또는 과적차량 단속 등의 업무를 하는 과적단속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도로보수원과 과적단속원을 통틀어 ‘국도관리원’이라 한다).

나. 원고들은, ① 피고가 원고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운전직 공무원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이하 ‘이 사건 공무원’이라 한다)들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 직급보조비, 성과상여금, 가족수당(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수당’이라 한다)을 원고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의 이 사건 각 수당 상당액(직급보조비와 가족수당 상당액은 2014년 1월부터)의 지급을 청구하고, ② 원고들이 도로 현장으로 나가 근무한 것이 출장에 해당함을 전제로 선택적으로 출장여비 자체의 지급 또는 위와 같은 차별적 처우에 따른 출장여비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다.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2.  출장여비 지급 청구에 대하여(제2 상고이유)

 

원심은, 원고들이 도로 현장에 가서 도로를 보수하고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는 통상적인 업무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임시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출장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그러한 업무를 출장으로 보아 출장여비를 지급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확립되었다거나 피고가 그러한 업무를 출장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출장여비 지급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출장 근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제1 상고이유)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소속 국토관리사무소 사무실로 출근하여 안전교육 및 당일 작업지시를 받은 후 공용차량을 타고 소속 국토관리사무소의 관할지역 내 도로의 해당 현장으로 이동하거나 순회하면서, 훼손된 도로노면 및 시설물 정비, 낙하물 제거 등의 도로 유지·보수 작업(도로보수원)과 과적차량 단속 업무(과적단속원)를 수행한 후, 소속 국토관리사무소 사무실로 복귀하여 당일의 작업일지를 작성하고 퇴근하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도로보수원과 과적단속원은 상호 순환근무를 하기도 하였다.

2) 국토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운전직 공무원은 도로보수원이 도로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거나 작업을 마치고 복귀할 때 공용차량을 운전하고 도로보수원의 작업 중 현장에서 신호 유도 등 안전 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도로보수 작업 자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3) 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소속 국토관리사무소의 운영 상황에 따라 내근직과 외근직으로 구별되어 운영되거나 순환근무를 하였는데, 내근직은 국토관리사무소 사무실에서 행정사무를 수행하였고, 외근직은 현장에서 과적차량 단속 업무를 총괄·감독하는 조장이나 반장으로서 과적단속원과 함께 차량 유도 및 계측, 적발보고서 작성, 과적 단속차량 운전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과적단속원의 경우, 대부분은 현장에서 단속 업무를 담당하였으나, 일부 국토관리사무소의 경우 과적단속원에게 내근직으로 공무원의 행정보조 업무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4) 이 사건 공무원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 등의 지시에 따라 도로보수 및 과적차량 단속 업무 이외에 국토교통부에 속한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담당 업무가 도로보수 및 과적차량 단속과 관련 없는 업무로 변경될 수 있다. 반면 원고들과 같은 국도관리원들은 도로 유지·보수 및 과적차량 단속 업무만을 위하여 채용된 사람들로서 업무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

5) 국도관리원의 채용과 근로조건은 국토교통부 훈령인 「국도관리원 관리규정」(2013.8.1. 개정되기 전 훈령의 명칭은 「도로관리 무기계약근로자 관리규정」이다)에서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 제25조는 국도관리원의 봉급 및 수당을 「경상적사업비 집행지침」 등 매년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위 지침에 따라 원고들에게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기본급(정액제) 외에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감독자수당,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위험수당, 초과근무비,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였다.

6) 원고들이 가입한 국토교통부 국토관리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2012년부터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피고 측과 매년 임금협약을 체결하여 왔는데, 2012년과 2013년 각 임금협약 체결을 통해 국도관리원의 기본급 액수를 정하면서 정근수당을 포함시켰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정액제인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기본급은 국토교통부 본부 사무보조원(무기계약직) 호봉표(사무보조원의 경우 정근수당, 정근수당가산금, 직급보조비가 기본급에 포함되어 지급되고, 가족수당은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다)와 동일하게 적용하되, 최고 호봉을 20호봉으로 제한하며, 수당으로 급식보조비, 명절휴가비, 위험수당, 초과근무비,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호봉제 도입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13.12.19. 그와 같은 내용으로 호봉제를 시행하기로 피고와 합의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피고는 기존에 지급하던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감독자수당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7) 이 사건 공무원들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기본급(호봉제) 외에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무원수당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를 지급 받았고, 출장을 나갈 경우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출장여비를 지급 받았다. 한편 이 사건 공무원들은 피고가 2013년까지 국도관리원에게 지급한 위험수당, 조장이나 반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 지급한 감독자수당을 지급 받지 않았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균등한 처우 원칙’ 또는 ‘차별적 처우 금지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제114조제1호에서 그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복수의 근로자들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등 처우를 금지하여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을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구현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차별적 처우는 복수의 근로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그럼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서로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 대한 처우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대상자인 공무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이 반드시 선천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회적 지위에 국한된다거나 그 지위에 변동가능성이 없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그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공무원은 노무의 대가로 얻는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한다는 점에서 근로자로서의 성격을 가지지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성, 공정성, 성실성, 중립성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와는 다른 특별한 근무관계에 있다(헌법재판소 2017.8.31. 선고 2016헌마404 결정 참조). 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근무관계는 사법상 근로계약으로 형성되는 관계가 아니라 임용주체의 행정처분인 임명행위로 인하여 설정되는 공법상 신분관계이다.

일반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취업규칙이 정한 복무규율에 따라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 등을 부담하는 것과 달리,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규정에 따라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비롯하여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 청렴의 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헌법과 법령이 정한 다양한 의무를 부담하고, 근무시간 외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정치운동이 금지되고 집단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국가공무원법 제56조 내지 제66조, 지방공무원법 제48조 내지 제58조). 이처럼 공무원은 업무 내·외적으로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높은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다.

2) 근무조건의 결정방식

가) 공무원의 보수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이른바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국가공무원법 제46조제5항, 지방공무원법 제44조제4항). 이는 공무원이 헌법 제7조에 정한 직업공무원 제도에 기하여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가지므로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그 근무조건을 결정하도록 함이 타당할 뿐 아니라, 공무원의 보수 등은 국가예산에서 지급되는 것이므로 헌법 제54조에 따라 예산안 심의·확정 권한을 가진 국회로 하여금 예산상의 고려가 함께 반영된 법률로써 공무원의 근무조건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8.25. 선고 2013두14610 판결, 대법원 2018.2.28. 선고 2017두64606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공무원의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 및 그 직무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직업공무원 제도를 보장하고 이와 관련한 주권자의 권익을 공공복리의 목적 아래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같은 조제2항에서 공무원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12.26. 선고 2005헌마971 등 결정 참조).

이에 따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은 법령·조례·예산 및 하위규정과 다른 내용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에 대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제10조제1항), 공무원에 대하여 일체의 쟁의행위도 금지하고 있다(제11조). 이러한 규정들로 인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경우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행사를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다) 이와 달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을 통해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그 근로계약 및 단체협약이 정한 바에 따라 처우가 결정되므로, 노동3권의 행사에 있어서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 사건에서도 국도관리원들은 이 사건 공무원들과는 달리 보수에 관해서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실제로 단체협약을 통해 호봉제를 도입하는 등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왔다.

3) 공무원 보수의 성격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공무원 제도의 유지를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각 수당 중 직급보조비는 지급 대상자인 공무원의 직급에 따른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제 비용을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지급되는 수당이고(헌법재판소 2015.6.25. 선고 2012헌마494 결정 등 참조), 성과상여금은 실적과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공무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켜 업무수행능력의 지속적 향상을 유도하고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대법원 2017.2.9. 선고 2013다205778 판결 참조). 가족수당 역시 공무원의 처우개선 및 생활비 보조를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각 수당은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거나 공무원의 생활 보장 등 정책적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

4)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다는 제한을 받고(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이를 벗어난 전직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요구된다(대법원 1997.7.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참조).

반면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공무원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법령의 제한 내에서 인사권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고, 인사권자가 한 전보인사는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반하여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6다16215 판결 참조). 이 사건 공무원들 역시 국토교통부 소속 국가공무원으로서 국토교통부장관의 전보인사에 따라 근무장소를 이동하거나 도로보수 및 과적차량 단속과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보직을 맡아 수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반면, 국도관리원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무장소(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보수 및 과적차량 단속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채용권자가 가지는 인사권의 폭이 좁다.

공무원의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종류(일반직, 연구직, 경찰·소방직 등), 계급 또는 직무등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공무원이 특정 시기에 담당하는 보직이나 업무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 원고들이 문제 삼는 이 사건 각 수당을 포함하여 공무원수당규정이 정한 수당 중 대부분은 국가공무원 일반에게 공통적으로 지급되는 것이지, 이 사건 공무원들이나 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공무원의 보수체계는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를 기초로 설정된 것이 아니므로 특별한 법률의 규정이 없는 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지위 및 근로조건 결정 방법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같은 처우가 보장되어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한편 원고들은 근로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공무원 채용 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됨으로써 업무 및 보수에서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고, 거기에 어떠한 법률적, 제도적 장애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 소결

1)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 지위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및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의 경우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 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각종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점, 공무원의 근무조건은 법령의 규율에 따라 정해지고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점, 전보인사에 따른 공무원 보직 및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다.

2) 이 사건의 판단

위와 같이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거나 이 사건 공무원들이 원고들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이상,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그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원고들에 대한 차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차별에서의 비교대상자와 합리적 이유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며,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에 명백한 오기가 있으므로 이를 직권으로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원고들이 가지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이하 ‘공무직 근로자’라 한다)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들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원고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기 어렵다. 요약하면,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및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부정한 다수의견의 이유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나.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1) 비교대상성 판단의 의의

가)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균등대우원칙을 선언한다. 이는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원칙이다(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하 ‘해당 근로자’라 한다)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하 ‘비교 근로자’라 한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 그런데 해당 근로자와 비교 근로자 사이에 같거나 다른 측면이 혼재하는 경우 어느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인가, 또한 이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층위에서 비교할 것인가에 따라 이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지, 즉 비교대상성이 인정되는지가 결정된다. 이 점에서 비교대상성 판단은 접근 방법에 따라 유동적인 모습을 띤다.

나) 또한 차별로 문제되는 처우의 내용에 따라 비교대상성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직무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에 관한 차별적 처우 판단에서는 비교대상성이 넓어질 수 있지만, 직무 내용이나 가치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수당에 관한 차별적 처우 판단에서는 비교대상성이 좁아질 수도 있다. 이러한 수당들이 한꺼번에 문제되면 비교대상성 충족 여부가 문제되는 수당별로 달리 판단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비교대상성 판단은 차별적 처우 내용에 따라 상대적인 모습을 띤다.

다) 비교대상성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명시된 요건이 아니라 차별적 처우 판단의 논리적 전제에 불과하다. 그런데 비교대상성 판단은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그 판단 단계에서 판단 주체의 재량이 대폭 개입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비교대상성이 부정되면 해당 근로자는 차별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실체 판단을 받아보지 못하게 된다. 반면 비교대상성 판단에 고려되는 상당수의 요소는 최종적인 차별적 처우 판단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그러므로 비교대상성의 문턱을 너무 높여 최종적인 차별적 처우 판단의 길을 좁히기보다는 아래에서 살펴볼 비교대상성의 원칙적 판단 기준을 충족하는 한 가급적 너그럽게 이들을 비교의 저울에 올려 최종적인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하는 쪽이 타당하다.

2) 비교대상성의 원칙적 판단 기준

가) 비교대상성은 유동적이고 상대적 개념이므로 획일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차별적 처우 여부를 결정하려면 선결적으로 비교대상성 판단을 거쳐야 하므로 비교의 원칙으로 삼을 판단 기준은 요구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이러한 판단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해석을 통해 이를 정립하여야 한다.

나)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은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자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규정한다.

대법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 외에도 정규직 근로자인 공무원도 포함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1두5391 판결 참조). 결국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가 공존하는 경우, 기간제근로자-무기계약직 근로자, 기간제근로자-정규직 근로자의 차별금지는 기간제법이 규율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간제법에서 정하지 않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정규직 근로자의 차별금지는 규율 공백 상태에 두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다)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근로조건에서도 그와 같거나 그에 준하는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이는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 또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이 지향하는 바와 공통된 정신이다. 또한 이는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23조제2항이 천명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서 알 수 있듯이 보편성을 가지는 정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간제법 제8조제1항에서 제시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라는 비교대상성 판단 기준은 근로기준법 제6조 아래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공무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인 공무원 간의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 이때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들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10.25. 선고 2011두7045 판결 참조).

3)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은 이 사건 공무원들과 같은 사업장에서 과적단속원 또는 도로보수원으로서 근무하였다. 우선 과적단속원과 과적단속직 공무원은 과적을 이유로 한 운행제한을 위한 조사, 측정, 조치 및 관련 행정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도로법 제77조제4항, 도로법 시행규칙 제40조의2 제2항).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과적단속원은 뇌물죄(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되기도 한다(도로법 제109조제1호). 한편 도로보수원과 운전직 공무원의 경우 전자는 도로 유지·보수 업무, 후자는 현장으로의 이동 및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그 업무가 다르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도로 관리 업무를 구성하므로, 위와 같은 차이점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 내에서의 세부적 역할 분담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도로보수원이 운전직 공무원을 대신하여 운전을 담당하는 등 그 역할 간 상호대체성도 있다. 또한 이 사건 각 수당 중 가족수당처럼 업무관련성보다는 복리후생적 성격이 강한 수당에 있어서는 양자 간에 다소간 업무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별적 처우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해 줄 필요성도 크다. 앞서 밝혔듯이 비교대상성의 문턱을 너무 높이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무원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국도관리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사회적 신분 해당성

1) 사회적 신분의 의의

가)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엇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는 차별에 취약한 근로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 조항의 목적 및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회 현실 등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이외의 것으로서 사회 제도나 문화, 관행 등으로 인하여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근로조건 결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정형화·고착화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진 계속적 지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지위는 반드시 영구적이거나 장기간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 계속될 수 있는 속성의 것이면 충분하다. 또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분을 구성하는 지위는 다른 사회적 지위와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신분은 주로 인종, 생물학적 성별, 봉건적 계급 등 선천적으로 부여된 사회적 지위에 기초하여 인정되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하고 평등원칙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사회적 신분은 후천적 지위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후천적 지위에는 변호사, 공무원 또는 법인 임원과 같이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는 지위도 포함된다(헌법재판소 1990.9.3. 선고 89헌마120 등 결정, 헌법재판소 1992.4.28. 선고 90헌바27 등 결정, 대법원 1997.2.25. 선고 96추21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근로관계상 지위의 획득이나 상실에 근로계약을 매개로 한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지위가 사회적 신분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계약과 신분은 양립할 수 있다.

2) 고용형태에 따른 근로자의 지위와 사회적 신분

가) 근로기준법 제6조는 고용형태를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된 1953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차별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기간제법 제8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21조와 같이 기간제근로자 내지 파견근로자와 같은 특정한 고용형태에 기한 차별금지 조항들이 마련되었다.

나)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도 고용형태에 기한 지위이다. 입법적 차원에서는 기간제법이나 파견법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신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금지를 규율하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근로기준법 제6조를 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의 차별금지 조항들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율 범위 바깥에 있는 새로운 차별금지 사유를 설정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고용형태의 등장에 따른 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에 추상적으로만 규정된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개별 법률 조항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신분’의 해석에도 환류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대적 의미 부여를 통해 그 개념이 차별금지 표지로서 우리 사회에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은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 및 과적차량 단속 업무라는 공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기하여 채용된 공무직 근로자들이다. 이러한 공무직 근로자의 지위는 상당한 기간 계속되는 속성의 것이고, 공무원이나 기간제근로자 등 다른 지위와도 명확하게 구별된다. 공무직 근로자는 그들이 제공하는 근로 내용이나 가치와는 무관하게 그 지위 자체 때문에 대체로 공무원보다 불리한 근로조건 아래에서 공무를 수행한다. 이들이 이러한 근로조건을 인식하면서도 자발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지위를 취득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직 근로자라는 특정한 고용형태에 수반되는 근로조건의 전체적 틀은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간제법 시행 및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 법령과 정책에 따라 형성된 측면이 있다. 이들이 공무직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이들의 의사나 능력으로 그러한 근로조건 체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공무직 근로자의 신분적 특징에 따른 차별 논란은 그 지위가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계속적 차별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이처럼 특정한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의 위험성에 대응하여 설정된 표지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가지는 공무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

 

라. 차별적 처우 판단

1) 차별적 처우의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6조가 지향하는 평등은 절대적·형식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실질적 평등이므로, 여기에서의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1두2132 판결, 위 대법원 2015두46321 판결 참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과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급부의 실제 목적, 채용조건 및 기준, 고용형태의 속성, 업무의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노동의 강도·양과 질,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12.1. 선고 2014두43288 판결, 위 대법원 2015두46321 판결 참조).

2) 비교대상 공무원의 특수성 고려

공무직 근로자를 비교대상 공무원과 달리 처우하는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로서 위법한지를 판단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임용주체의 행정처분인 임명행위로 형성되는 공법적 관계의 특성이 강하지만, 공무직 근로자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근로계약에 따라 형성되는 사법적 관계의 특성이 강하다.

둘째, 공무원의 채용 방법, 자격 또는 근로조건은 법령(국가공무원법 제26조, 제28조, 제33조, 제46조, 제47조 등)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공무직 근로자의 채용방법, 자격 또는 근로조건은 근로계약 내지 취업규칙, 단체협약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셋째, 공무원은 공무직 근로자와 달리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3권 등 기본권이 제한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무거운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는 대신, 이러한 신분적 특성에 상응하여 보수체계가 결정되고,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안정적 지위도 부여된다.

넷째, 공무원의 근로조건, 특히 보수체계는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 또는 국회가 심의·확정하는 예산에 따라 결정되고, 공무직 근로자의 근로조건도 일단 단체협약에 의하여 정해지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국회가 심의·확정하는 예산의 제약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이들의 보수체계 결정은 노사가 변경하기 어려운 외부적 환경 아래 이루어지는 데다가, 유한한 예산 범위 내에서 법령에 따른 공무원의 보수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공무직 근로자의 보수조건을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 공무직 근로자의 보수조건을 공무원과 일치시키거나 이를 향상하는 데는 일정한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 차별적 처우와 단체협약

가) 차별적 처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려면 그 차별적 처우의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차별적 처우로 문제되는 행위가 사용자의 일방적 행위가 아니라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합의의 결과라면 그 위법성을 판단할 때 그 단체협약의 존재도 고려해야 한다. 단체협약도 근로기준법 제6조를 비롯한 강행규정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면 그 효력이 부정되므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점만으로 차별적 처우가 곧바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비교 근로자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하다는 점만으로 차별적 처우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은 극히 추상적이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여 무효인지는 단체교섭의 진행과정, 노사의 역학관계, 차별적 처우로 주장되는 사항의 특성, 해당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해당 근로자가 비교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입는 불이익의 크기와 성격, 관련 법령이나 관행 등 단체협약을 둘러싼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단체협약은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 간 협약 자치의 결과물로서(대법원 2020.8.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노사 간 법률관계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노사 간의 분쟁을 줄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노사가 비교 근로자의 근로조건도 염두에 둔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한 단체협약을 통해 지급 대상 수당의 종류와 규모를 정하였고, 사용자가 그 합의에 따라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러한 미지급 행위를 곧바로 불법행위라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를 불법행위라고 평가하려면,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가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그 수당을 지급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노동조합의 합리적 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하였거나, 그 수당의 지급 목적과 필요성 및 해당 근로자와 비교 근로자의 관계에 비추어 이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는 등 그 수당의 미지급행위가 단체협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전체 법질서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인정할 만한 별도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

4) 이 사건의 경우

가) 이 사건 공무원과 국도관리원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공무원은 좀더 엄격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채용되고, 수행 업무에 관하여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의무나 책임을 지는 한편,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 때문에 근로관계에 관한 기본권 행사에도 제약이 있다. 공무원은 공무직 근로자와 달리 다른 보직으로 전보될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이 사건 공무원이 언제나 국도관리원과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과 공무직 근로자는 각각 다른 법적, 사회적 배경에 기초하여 다른 시기에 탄생한 지위이고 그 보수체계를 결정하는 근거가 다르다. 따라서 양자의 보수체계를 구성하는 항목이 달라 수당체계도 똑같을 수 없다. 실제로 공무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 항목이 있는 반면, 국도관리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 항목도 있었다. 예컨대 국도관리원에게는 이 사건 공무원들에게 지급되지 않는 위험수당이 지급되고, 2013년까지는 조장이나 반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 감독자수당도 지급되었다.

나) 이 사건 각 수당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 외에 안정적인 직업공무원 제도의 유지를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다. 정근수당은 공무원의 성실한 근무에 대한 보상과 격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부가적 급여이다(헌법재판소 2022.3.31. 선고 2020헌마211 결정 참조). 성과상여금은 실적과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공무원들의 근무 의욕을 고취시켜 업무수행능력의 지속적 향상을 유도하고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수당이다(위 대법원 2013다205778 판결 참조). 직급보조비는 지급 대상자인 공무원의 직급에 따른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각종 비용을 보전해 주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위 헌법재판소 2012헌마494 결정 참조). 가족수당은 복리후생적 성격이 강한 수당이나, 안정적인 직업공무원 제도 유지라는 차원에서 공무원의 처우 개선 및 생활비 보조를 위하여 도입된 수당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사건 각 수당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과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

다) 이 사건 각 수당의 미지급은 피고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체로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정근수당의 경우 2012년 및 2013년에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체결한 각 임금협약에서 국도관리원의 기본급에 반영되어 별도 수당으로는 지급되지 않았다. 가족수당과 직급보조비는 본래 국도관리원에게 지급되어 오다가 2014년부터는 지급되지 않았는데, 이는 국도관리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호봉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하면서 수당체계를 일부 조정한 결과이다. 한편 위 호봉제 도입방안에 따른 지급 대상 수당 유형에 성과상여금이 빠져 있었는데, 이 사건 노동조합이 찬반투표를 거쳐 그 방안에 따른 단체협약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하면, 성과상여금이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노사 양측의 상호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호봉제 도입 과정에서 국도관리원들의 보수체계 향상을 위해 약 37.6억 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 편성되었고, 그 결과 다수 국도관리원들의 급여가 상승하는 등 국도관리원들의 전체적인 근로조건은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라) 이러한 단체협약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만한 별도의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즉 이러한 단체협약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각 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요청하였는데 피고가 우월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이를 부당하게 거절하였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공무원과 국도관리원의 지위상 차이점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경위,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 목적 등을 고려할 때 단체협약의 해당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는 등의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마) 위와 같이 이 사건 공무원과 국도관리원의 지위상 차이, 이들의 보수체계를 결정하는 근거의 차이와 이로 인한 보수체계의 차이, 국도관리원의 보수체계 변천 과정,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위와 그 내용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므로 이를 위법한 차별적 처우라고 할 수 없다. 출장여비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도로 현장에 가서 도로를 보수하고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출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므로, 원고들에게 출장여비 항목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마. 결론

이상과 같이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입장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가. 제1 상고이유에 관한 다수의견의 요지는,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그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없으므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 상고이유에 관한 다수의견의 논거와 일부 결론에 찬성할 수 없으므로, 반대의견의 취지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을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하기로 한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교대상 근로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을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 판단의 전제가 되는 비교대상 근로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미와 관련 법률과의 체계적 해석, 공평의 관념 등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고 선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공무원은 같은 사업장에서 본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직 근로자인 원고들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둘째, 근로기준법 제6조가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사회적 신분은 선천적으로 출생에 의하여 고정되는 지위에 국한되지 않고, 후천적으로 획득하여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를 포함한다. 원고들의 공무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번 취득하면 장기간 점하게 되는 성격을 지니는 점과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 중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1)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의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헌법 제11조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규정이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 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이고, 평등권은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로서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법재판소 1989.1.25. 선고 88헌가7 결정 등 참조). 헌법상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에 반하지 않으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불평등한 대우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1994.2.24. 선고 92헌바43 결정 등 참조).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 의하여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인 근로조건에 대한 차등 처우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도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와 근로관계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입법목적을 기초로 근로조건의 차등 처우가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은 생계유지의 수단이자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장이므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차별 없이 자신의 근로에 상응하는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 근로 영역에서 평등원칙을 실현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데에 필요한 전제 조건이 되고,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존재 의의이자 이를 해석·적용하는 기본 원리이다.

2) 비교대상 근로자의 상정 및 인정 기준

가) 근로기준법 제6조는 명시적으로 비교대상 근로자를 상정하거나 그 기준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므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와 비교 근로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위 대법원 2013다1051 판결 참조). 헌법상 평등원칙 및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원리를 근로기준법상 차별 판단에 적용한 위 법리에 따르면, 비교대상 근로자의 상정은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적 처우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개념적 전제가 된다. 이때 해당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는 근로자를 어떤 기준에 의하여 상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미와 관련 법률의 규정 내용, 체계 등에 비추어 합당한 기준을 도출하여야 함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바, 비교대상 근로자의 상정이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이라는 중심적 판단을 위한 개념적 전제에 불과하고, 그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하는 경우 지극히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함에도 비교조차 허용하지 않게 되는 등 자칫 근로기준법 제6조의 존재 의의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비교대상 근로자 판단을 할 때에는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가 다루고 있는 근로관계의 요체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 등 보수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차별 대상 영역으로 임금 등 보수를 주장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비교 근로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 것인지 여부는 ‘본질적으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같은 노동인지는 해당 근로자와 비교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을 비교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그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같거나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점은 특정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개별 법률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제8조제1항), 단시간근로자의 경우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를(제8조제2항) 각 비교대상 근로자로 정하고, 근로기준법은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제18조제1항) 같은 종류이거나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지 여부를 비교 기준으로 함을 더욱 분명히 하면서 시간비례적 균등대우원칙을 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제8조제1항) 임금 차별의 판단기준으로 동일 가치 노동을 명시하고, 임금 외에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금품의 지급 또는 자금의 융자 등 복리후생에서도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으며(제9조), 파견법은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제21조제1항)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정한다. 그 밖에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명문으로 근로관계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들은 근로관계의 영역에서 차별 판단의 전제로 비교대상 근로자를 선정하는 데에 업무의 내용이나 노동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대법원도 이미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의 문언상으로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보고, 무기계약직에 대하여 동일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같은 종류의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9.12.24. 선고 2015다254873 판결). 이러한 사정에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보편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노동법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까지를 감안하면, 근로기준법 제6조 및 위 개별 법률들에 의한 차별 판단의 전제를 통일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고, 두 근로자 집단이 사업장에서 하는 업무의 태양, 업무에 들어가는 노력의 정도가 같거나 유사하다면 비교대상성을 인정하는 것이 공통된 기준이며, 이를 충족하는 경우 처우에 차이를 둔 합리적 이유에 관한 심사에 나아가야 한다.

3) 이 사건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가) 다수의견은 비교대상 근로자의 인정 기준에 관하여는 침묵한 채 직업공무원제나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 등을 들어 단지 공무원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 근로자에서 배제된다고 할 뿐이어서, 그 결론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논거가 미흡하고 대법원 선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다. 한편 다수보충의견에서는 비교대상성은 일률적으로 파악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내용이나 성격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에 수반되는 신분적 제약이나 책임, 의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비교대상성과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혼동한 것으로서, 업무에 수반되는 신분적 제약이나 책임, 의무 등은 차별적 처우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 고려요소가 될 수 있을지언정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는 타당한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차별적 처우 영역에 따라 비교대상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의견이 업무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들어 비교대상성을 상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합당한 예측가능한 차별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나) 근로기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도 적용되고(제12조),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공무원 관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가기관과 공무원 간의 공법상 근무관계에도 적용되므로(대법원 2019.10.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 근로자에서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차별금지 조항(제8조제1항)이 비교대상 근로자로 들고 있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는 공무원도 포함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공무원이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위 대법원 2011두5391 판결 참조).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공무원을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위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이른바 공직사회에 공무원뿐 아니라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 다양한 고용상 지위를 지닌 근로자가 존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직장 혹은 부서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나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근로자는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하여 자의적 차별의 금지를 주장할 수 있으나,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은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의 내용 및 그 체계적 해석, 선례의 취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고,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 해소에도 역행하게 될 우려가 있다.

다) 공무직 근로자들이 공무원과 달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에 법률적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은 다수의견이 적시한 바와 같지만, 공무직 근로자들이 정부기관 등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에는 현실적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국가 예산의 제약을 받으며, 이러한 제약은 국가기관 내부에 실질적 구속력을 가지는 행정규칙으로 확고히 정해져 있음은 이 사건 사실관계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국도관리원의 채용과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국도관리원 관리규정」(2013.8.1. 이전에는 「도로관리 무기계약근로자 관리규정」)은 국도관리원의 봉급 및 수당을 「경상적사업비 집행지침」 등 매년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국도관리원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지방국토관리청장은 예산상의 제약 하에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직 근로자들이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에 법률적 장애가 없다는 형식적인 사정을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독일은 노동법상 균등대우원칙이 판례로 형성된 반면, 우리나라는 성문법인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비현업 공무원(일반직 공무원)에게 노동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일본 국가공무원법 부칙 제16조), 미국 법제는 사회적 신분을 차별금지의 사유로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법제의 차이를 고려하면, 외국 몇몇 국가의 예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라) 한편 비교 근로자의 업무가 해당 근로자의 업무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업무의 범위나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11두2132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다수의견에서 인정하고 있는 이 사건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별개의견이 상세히 검토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무직 근로자인 원고들과 이 사건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상호대체가 이루어지는 등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무원들은 공무직 근로자인 원고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마) 부연하자면, 다수의견은 공무원이 ‘그 근로자’의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이때 ‘그 근로자’의 의미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의 사실관계, 쟁점, 다수의견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때 ‘그 근로자’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로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를 말하는 것이고, 차별금지 사유와 관련해서도 고용상 지위를 이유로 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간제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주장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다수의견의 논거에 의하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남녀의 성을 이유로 혹은 국적이나 신앙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때에도 비교 근로자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차별 판단을 구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 공무직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원고들의 공무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른바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2007년 기간제법의 시행과 그 시행에 즈음하여 실시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결과로 등장하였다. 기간제법이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면서 간주 시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자, 국가와 공공기관들은 기간제근로자들을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은 시키면서도(용역근로자도 함께 전환한 기관도 있다) 예산 등을 이유로 이들이 비정규직이었을 때보다 조금 향상되었을 뿐 공무원이나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서는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을 적용하였다. ‘무기계약직’이란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줄인 말에 불과한데도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여 임금 수준이나 복지에서 매우 낮은 처우를 받는 근로자 집단을 지칭하는 의미로 인식되었고, 그 근로조건의 격차가 줄어들지 못한 채 고착화되고 있다.

2) 근로기준법 제6조가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사회적 신분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천적으로 출생에 의하여 고정되는 사회적 지위에 국한되지 않고, 후천적으로 획득하여 장기간 지속되는 지위를 포함하며, 그 지위에 변동가능성이 없을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사용자의 동의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고,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쉽게 회피할 수 없다. 생계의 위협을 무릅쓰고 직장을 포기하거나 부당한 차별을 수용하는 선택의 자유가 있을 뿐이므로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한번 취득하면 장기간 점하게 되는 성격을 가진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란 시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등장 배경과 사회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공무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3) 다수의견은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나 아래와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사회적 신분은 비교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등과 같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는 이유 내지 사유가 되는 것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근로자가 가지는 속성이므로, 비교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주장하는 여성 근로자가 비교대상자로 어떤 근로자를 주장하든지 간에 위 여성근로자의 ‘여성’이라는 속성이 달라지거나 상대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나)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을 비교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를 일관하면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 근로자들은 그에 대응하여 ‘비공무원인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 사회적 신분을 가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을 이유로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면서 공무원과 신분에서 큰 차이가 나는 공무직 근로자의 지위를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일관성 있는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 한편 비교대상성과 관련하여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사실관계, 쟁점, 다수의견이 원고들의 공무직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비교대상자가 아닌 사건에서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수의견의 취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라.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해당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위 대법원 2011두2132 판결, 위 대법원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가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과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 권한과 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1두7045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이를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임금에서 비교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차별 시정을 신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가 불리한 처우라고 주장하는 임금의 세부 항목별로 비교 근로자와 비교하여 불리한 처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되, 다만 기간제근로자와 비교 근로자의 임금이 서로 다른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기간제근로자가 특정 항목은 비교 근로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은 대신 다른 특정 항목은 유리한 대우를 받은 경우 등과 같이 항목별로 비교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적정하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상호 관련된 항목들을 범주별로 구분하고 각각의 범주별로 기간제근로자가 받은 임금 액수와 비교 근로자가 받은 임금 액수를 비교하여 기간제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며, 그 때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도 범주별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9.26. 선고 2016두47857 판결 참조).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할 때 비교범주를 설정하는 위 선례 법리는 원고들과 같은 공무직 근로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임을 이유로 임금에서 비교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원용될 수 있다.

2) 비교대상인 공무원의 특수성 및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사정이 불리한 처우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되어야 함은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의 취지는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있으므로,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비교대상 공무원의 신분적 요소가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관련된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참작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근로조건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6조는 강행규정이므로, 해당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인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차별적 처우가 합리성을 획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별개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불리한 근로조건이 단체협약에 의하여 정하여진 경우에도 단체교섭의 경위, 해당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불리한 처우의 성격과 정도, 관련 법령이나 관행 등 단체협약을 둘러싼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근로조건의 차등이 차별금지사유에 의한 것인지 혹은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불리한 처우를 인식하고 이를 대체하는 다른 급부를 받기로 명시적, 묵시적 합의를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때에는 불리한 처우의 합리성을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에는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 당사자들의 책임과 권한, 그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 예산 및 정책적 제약이 있는지 여부 등도 포함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과 같이 정부기관을 교섭 및 협약 당사자로 하는 경우 고려될 중요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과 같은 공무직 근로자들이 정부기관 등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국가 예산의 제약을 받고, 이러한 제약은 국가기관 내부에 실질적 구속력을 가지는 행정규칙으로 정해져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음에도, 별개의견이 이 사건 각 수당의 미지급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은 별개의견이 제시한 위 판단 법리에 불구하고 결국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할 때 단체협약의 체결 자체에 과도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서 동의하기 어렵다.

3)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공무원과 달리 위험수당을 지급 받았고 초과근무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 받는 등의 사정이 있으므로 기본급 및 각종 수당을 범주별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별도의 범주에 속하는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의 미지급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가족수당은 공무원수당규정 제10조제1항에 따라 부양가족이 있는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으로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 권한과 책임, 근무기간, 제공한 근로의 질이나 양 등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복지 차원의 급부로서, 국도관리원의 기본급에 대응하는 공무원의 급여 항목인 봉급, 정근수당, 직급보조비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나 직급과 관계없이 오로지 배우자나 자녀 등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고, 둘째 자녀부터는 특별히 가산된 금액을 지급하는 등 저출산 극복 및 출산 장려의 목적도 반영되어 있는데, 이러한 정책적 목적이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고,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나 직급, 업무와 무관하게 부양가족의 존재와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국도관리원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과 보수체계가 다르다거나 권한이나 책임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리한 처우로서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가 2013년까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하여 오다가 2014년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호봉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가족수당을 지급 항목에서 제외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014년 단체협약으로 호봉제를 도입하고 수당을 조정함으로써 국도관리원의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다소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불리한 처우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국도관리원의 호봉에 따른 급여 수준은 여전히 이 사건 공무원들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최대 호봉도 20호봉으로 제한되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4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가족수당을 지급 받지 않는 것이 불리한 처우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대체하는 다른 급부를 받기로 하는 명시적, 묵시적 합의를 하여 그 불리함이 보전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된 것이 2014년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하여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공무원에 대한 성과상여금은 공무원수당규정 제7조의2에 따라 공무원 중 근무성적, 업무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성과급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차등 지급된다. 성과상여금은 공무원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킬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도입된 급여 항목인데, 공무원 외에 국가가 사용하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성과상여금의 정책적 목적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원고들에 대한 성과상여금을 공무원과 같은 등급이나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원고들에게 업무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은 불리한 처우로서 합리적 이유가 없고, 국도관리원의 보수체계가 매년 단체협약으로 결정되어 왔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마. 소결

요컨대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공무원과는 달리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심판결 중 원고들의 가족수당 및 성과상여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불평등과 차별의 누적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에 고립과 단절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고용상 지위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하여 개별 법률에서 차별금지 조항을 마련하는 등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의 차별에 관하여는 개별 법률이 없어 근로기준법 제6조에 기대어 다수의 소송이 법원에 제기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상 지위에 기한 차별적 처우 문제 역시 입법적 조치를 통하여 범주를 명확히 하고 차별 판단의 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차별적 처우의 원인과 성격, 정도, 동원 가능한 사회경제적 자원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시행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입법적, 정책적 조치가 있기 전이라도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정당한 해석에 기하여 불합리한 차별이 분명한 개별 사안에서 그것이 위법행위임을 선언하는 것은 법원에 맡겨진 임무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성, 청렴성, 중립성을 요구 받으면서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성실히 공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는 점, 근무조건이 법령으로 정해지는 점 및 공적 필요에 의한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이를 반영한 보수체계 등 다수의견이 근거로 설시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을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추가로 논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반대의견은 결론 부분에서 불평등과 차별, 사회의 고립과 단절,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임금이라는 근로조건에만 주목하여 비교대상성을 판단하려는 반대의견의 접근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반대의견은 이 사건의 쟁점이 계층 간, 직역 간, 고용형태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 내지 차별 현상에 관한 사회학적 평가 및 원인 분석과 그 해소 방안 마련 등 비법률적이고 정책적인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범위의 확인과 포섭이라는 법률의 해석에 관한 것임을 간과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아래에서는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사항들 중 다수의견의 취지가 오해되지 않도록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한하여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기로 한다.

 

가. 사회적 신분과 비교대상성의 관계

1)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사회적 신분 해당성, 비교 근로자의 비교대상성을 두루 살펴 두 요건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에 더 나아가 불리한 처우의 합리성 유무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가 있음은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2) 다수의견 역시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삼아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공무직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공무원과의 비교대상성을 모두 살펴본 후, 두 요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이를 전제로 하는 비교대상성은 일률적으로 이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에 주목하여, 구체적인 근로 영역과 개별 사안에서 당사자가 누구와 비교하여 어떠한 처우를 차별이라고 주장하는지를 살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와 그 비교대상성을 합리적으로 해석,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과 적용이 자칫 추상적인 담론이나 일반화의 오류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무원의 신분에 수반되는 대국민적 책임과 의무, 근무조건의 결정방식과 보수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가 전체 근로조건의 하나인 임금이라는 근로조건에서만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해당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만연히 공무원을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공무직 근로자인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에서만 유사성이 있는 특정 공무원과 비교하여 보수에서 차별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도 그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비교대상성 모두 인정될 수 없다.

3) 다수의견은 사회적 신분을 그 실체가 없는 상대적 개념으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차별이 문제되는 구체적 영역과 상황에서 사회적 신분이 가지는 차별금지의 사유 내지 표지로서의 기능을 고려하여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한편, 그 비교대상성도 아울러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신분 해당성에 관한 다수의견에 일관성이 없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옳지 않다. 이와 달리 사회적 신분의 개념을 절대적이고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이 유사하기만 하면 그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근로조건의 차이를 사회적 신분에 기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는 것은, 근로의 내용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성격이 혼합된 사회 각 영역에서 제공되는 업무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도외시하고 오직 근로조건의 측면에만 주목함으로써 끝없는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이를 전제로 하는 비교대상성은 일률적으로 파악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근로기준법 본연의 목적과 가치를 토대로 구체적인 근로 영역과 사안에서 두 근로자 집단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관련되는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의 및 비교대상성의 판단

1) 반대의견에서 들고 있는 개별 법률의 차별금지 규정은 각 법률의 적용대상자들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받는 것을 전제로 이를 중첩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 해당 법률의 각 제정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된 규정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된 1953년 당시부터 존재하였던 규정이고, 위 개별 법률들은 그 이후 시대적, 사회적 필요에 따라 제정되어 각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여 왔다. 이처럼 근로기준법과 개별 법률의 입법시기와 연혁에 비추어 보아도 근로기준법 제6조가 개별 법률로는 규율하지 못하는 근로관계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포괄적·보충적 의미의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개별 법률이 각 특정 영역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취지가 근로기준법 제6조를 해석하는 데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2) 근로기준법 제6조는 복수의 근로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그들 사이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규정이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업무의 내용이나 성격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에 수반되는 신분적 제약이나 책임, 의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공무원의 신분 및 그 제공하는 근로가 가지는 다양한 성격 중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제공의 성격에만 주목하고 있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지위에서 여러 법률상 의무와 신분상 제약 하에 근로를 제공한다는 본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비공무원인 근로자와 공무원 사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6조와 같은 일반적 균등대우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공무원을 일반 근로자에 대한 비교집단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공무원을 주로 임금노동자로서 파악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대의견의 입장이 세계적 흐름 내지 보편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

3) 근로기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제12조). 그러나 국가·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범위와 국면이 전혀 다르다. 즉 국가·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일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등에 따른 적용 제외 대상이 아닌 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지만,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등 다른 법령의 정함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법령이 우선 적용되고 다른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기준법의 개별 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와 국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무원의 경우에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고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선례들(대법원 1996.4.23. 선고 94다446 판결, 대법원 1998.8.21. 선고 98두9714 판결 등)은 모두 공무원과 그가 소속된 국가·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의 특정한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사례들이다. 이는 공무원이 소속기관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의 특정한 조항의 적용대상이 되어 권리보호 내지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수직적·종속적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법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공무원이 일반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차별적 처우와 관련한 비교집단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수평적·독립적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에 관한 법적 판단이므로 논의 국면이 전혀 다르다. 특히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등 다른 법령에서 주요 근무조건인 임용, 승진, 보수, 훈련, 근무성적의 평정, 복무, 신분보장, 징계 등 사항을 정하였기에 이와 관련된 근로기준법의 개별 조항은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근로기준법이 직접 적용되는 범위가 일반 근로자와 비교될 수 없다. 그럼에도 공무원이 근로기준법의 특정 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일반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집단에 공무원을 원칙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위와 같은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4)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 대국민적 책임, 의무, 정치적 중립성, 청렴성 등 공무원이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존중하고, 그에 상응하여 엄중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여 공적 영역의 가치를 민간 영역과 조화롭게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지,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고착화하거나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견은 공무직 근로자와 공무원을 오직 보수의 측면에서 바라보아 그 지급되는 수당 항목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의 합리적 차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선례와의 관련성

1) 근로관계에서 균등대우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있음에도 기간제법은 2006년 제정 시부터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노동위원회가 차별적 처우에 관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그 당시 노동시장의 구조 하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의 특성으로 인하여 근로조건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기간제근로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달리 기간제근로자는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종료하므로 고용이 불안정한 지위에 있고, 짧은 계약기간 동안 노동조합을 구성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기간제근로자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협상력이 없어, 열악한 근로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개별 법률인 기간제법의 입법취지가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이라는 차별금지 사유를 들어 일반적 균등대우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할 때 동일하게 고려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이 그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1두5391 판결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문제된 사건에서 위와 같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의 차별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 공무원도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이나 책임 등 다수의견에서 설시한 사정들에 비추어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위 대법원 판결의 입장에 향후 재검토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위 대법원 판결이 기간제법을 적용하는 국면이 아닌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는 일반적 차별 사안에까지 널리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며, 그와 같이 해석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선례에 저촉된다는 지적 역시 옳지 않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가.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다수의견은 직업공무원 제도가 가지는 고유의 가치와 특성에 초점을 두고 이 사건에서 국도관리원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고 있다. 직업공무원 제도가 공공영역의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인 공무원의 정체성과 특질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둥이기는 하지만 그에 의하여 설정된 공무원의 지위가 절대적이거나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므로, 비공무원인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공무원과 사이에 직업공무원 제도라는 넘어갈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평가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를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다른 가치인 인간의 존엄, 평등권, 근로의 권리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한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직업공무원 제도가 처음 탄생하여 공무원만이 국가작용을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국가의 활동영역이 늘어나고 복지 및 생존배려의 영역이 다양하게 확장되면서 공무원만으로는 국가작용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전통적인 공무원 관계를 변형하여 공무원 외의 비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공무직’의 영역이다. 현재 ‘공무직’ 근로자들이 다양한 공공영역에서 공무원들과 함께 섞여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사건의 국도관리원 역시 이러한 ‘공무직’ 근로자이다. 국가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인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일반 근로자도 아닌 중간적 존재이다. 직업공무원 제도의 영역도 아니고 민간영역도 아닌 그 중간의 회색지대에서 이들의 근로가 이루어지고 근로조건이 정해진다. 근로의 내용상 공무원이나 공무직 근로자나 다 같이 공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둘 다 마찬가지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중간의 회색지대에 놓인 ‘공무직’ 근로자들은 근로조건의 측면에서는 직업공무원 제도의 장점도, 민간영역의 장점도 모두 누리지 못한 채, 두 영역의 단점만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공직사회의 이원적 구조는 전통적인 직업공무원 제도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므로 직업공무원 제도의 본질과 목적에만 천착해서는 현실의 제도 운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직업공무원 제도와 함께 헌법이 보장하는 다른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연한 시각으로 근로기준법 제6조를 해석함으로써, 공공영역 종사자 사이의 균형 잡힌 권리 보장과 업무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별개의견에서 논증하는 바와 같이 비교대상성은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고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에서 비교대상성의 문턱을 너무 높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무직 근로자가 공무원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거나 유사한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령이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설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양자 사이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는 것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적 상황을 무시한 채 직업공무원 제도를 경직되게 운용함으로써 회색지대에서 소외되는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오늘날 노동의 유연화 경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기간제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불안정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확연히 다른 차별적 처우에 놓인 현실이야말로 근로기준법 제6조가 구제하고자 하는 대상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견이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한 것은 옳지 않고, 별개의견이 무기계약직인 공무직 근로자를 고용형태에 기한 지위의 하나로서 파악하고,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구체화한 것에 해당하는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의 차별금지 조항들의 취지와 내용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에 환류되어야 한다고 본 것은 타당하다.

다만 이 사건의 쟁점 및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에 한정되므로 다수의견이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 그 자체, 즉 기간제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 등 고용형태에 따른 지위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이나 상호 간의 비교대상성에 대해서까지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공무원 외 영역에 대하여는 판단이 없는 것이다.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근로기준법 제6조 관련 차별적 처우가 쟁점인 소송들은 다양한 고용형태와 업무영역에서 발생한 분쟁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는 사기업 내지 공공기관의 정규직 근로자와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차별적 처우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사안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비교대상성이나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은 달리 판단될 수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나.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별개의견은 이 사건 각 수당의 미지급이 단체협약에 따른 결과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태도에는 노사 간에 이루어진 단체협약의 효력 판단과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판단을 동일시하는 오류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대한 판단에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조건이 정해진 경위와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함은 당연하지만, 그 합의가 적법, 유효하고 거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였다는 등의 사유가 없다고 하여 바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단체협약에 의하여 정해진 근로조건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함께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근로자와의 비교 등을 통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별도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조건으로서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작업장에 25℃의 실내온도가 적정한 경우, 정규직 근로자가 25℃의 실내온도가 유지되는 작업장에서 일할 때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근로자나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30℃가 넘는 실내온도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보자. 후자가 실내온도를 적어도 28℃를 넘지는 않게 하여 달라고 요구하였고 작업장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단체협상을 통하여 이를 29℃로 유지하기로 합의를 하였다면, 적정 실내온도 25℃와 29℃의 차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는 유효한 단체협약을 통하여 합의된 근로조건이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 차별이 주는 개인적, 사회적 고통의 크기는 이를 직접 경험한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주관적 편차가 매우 크게 발생한다.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입장은 아무래도 적정 실내온도 25℃에 가까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시각일 것이다.

단체교섭을 통해 도출된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단체협약 체결 무렵 국도관리원들은 호봉제가 아닌 정액제 임금체계 아래서 근로연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물가 수준에 연동된 공무원의 임금인상률 정도만을 적용 받고 있었다. 그 밖의 수당 등의 조건에서도 그다지 유리한 내용은 없었다. 당시 다른 부처에 소속되어 일하는 공무직 근로자들의 호봉제 실시 상황과 함께 같은 국토교통부 소속의 본부 무기계약직 사무보조원들이 호봉제를 실시하고 있었던 점 등이 고려되어 위 사무보조원들의 호봉제와 거의 같은 내용과 수준으로 국도관리원의 호봉제가 채택되었다. 위 사무보조원에게는 가족수당이 지급 되지 않고 있었는데 그에 맞추어 국도관리원에게 호봉제가 적용되면서 기존의 가족수당이 삭제되었다. 성과상여금은 위 사무보조원이나 국도관리원 모두에게 그 이전부터 지급되지 않던 것이었고 단체협약에서 별다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경과를 볼 때 매우 열악한 급여 조건에 처해 있던 국도관리원들이 같은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급여 조건을 만들어 내는 데 제일 시급한 호봉제를 획득하고자, 이미 호봉제에 편입되어 있던 위 사무보조원과 마찬가지로 가족수당이 삭제되는 것에 적극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약의 형식이기는 하나 부당한 차별을 조금이라도 시정해 나가려는 그들의 제한된 선택을 온전히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시각에서 노동법 쟁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국도관리원들이 국가라는 거대한 힘과의 단체교섭에서 ‘정액제 급여’라는 큰 차별을 시정하고자 ‘가족수당의 삭제’라는 작은 차별의 추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차별의 개별적이고 상대적인 상황’을 외면하면 안 된다. 계약자유 원칙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사실상 부인하는 것으로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법적 시각에서 볼 때는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주어진 열악한 근로조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한 원고들이, 사용자인 국가가 제시한 제한된 개선안의 범위 내에서 한정된 선택을 한 다음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에 대하여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라고 말할 수 있다. 국도관리원들이 호봉제를 얻기 위하여 가족수당을 포기한 단체협약의 구체적 과정과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의 지급 취지, 그 지급으로 예상되는 예산상의 추가 부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의 미지급이 단체협약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들어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별개의견이 공무직 근로자와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한 불리한 처우가 존재한다고 본 다음 그러한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들은 국가공무원 제도의 다양한 특수성들이다. 결국 별개의견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는 중요 근거로 국가공무원 제도의 특수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별개의견이 비교대상성과 사회적 신분에 관한 쟁점에서 내놓은 아름답고 치밀한 논증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결론에서 계약자유의 원칙과 국가공무원 제도의 공고한 틀 안에 머무름으로써 노동법적 인식의 빈곤함을 드러낸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가족수당의 경우 2014년도 미지급분을, 성과상여금의 경우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의 미지급분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고 있다. 원고들은 위 단체협약 체결 직후인 2014.6.1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각 수당의 미지급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후 기간에 대한 미지급분이 손해배상 청구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 이후로 차별이 시정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들이 소송과정에서 청구취지를 더 확장하는 데에 부담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고는 2014년 이후로 지금까지도 원고들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고용형태를 바탕으로 한 차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제도도 개선되어 가고 있으며,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차이도 점점 줄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출생률 등을 비롯한 사회적 지표와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한 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설령 별개의견의 주장대로 당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국가공무원 제도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청구하는 2014년까지의 가족수당 및 성과상여금 미지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더라도, 그 후로 많은 것이 달라진 현재의 시점에서도 피고가 여전히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릴 수도 있지 않은가.

양보하여 2014년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호봉제의 도입 대신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은 당시의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불리한 처우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사정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경과하면서 많은 상황이 변화된 현재까지 이어져 온 같은 처우에 차별의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원고들이 2015년부터의 이 사건 각 수당 미지급분을 청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처우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판단하는 이상 현재까지의 경과나 현재의 가치상황과 방향성도 고려하여 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 마무리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근로기준법 제6조 관련 국가공무원 제도와 공무직 근로자의 지위와 현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제도인 국가공무원 제도를 보호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국가공무원 제도의 특수성을 내세워 공무원과 같은 공간에서 같거나 유사한 내용의 공무를 함께 수행하는 공무직 근로자에 대하여 비교대상성을 부인하고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전개하는 것을 보노라면, 헌법 제7조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한 것을, 공무원의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지위의 우월성을 명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위 조항은 공무원의 국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것일 뿐 이를 근거로 공무원의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비교대상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국가공무원 제도를 비롯하여 어떤 제도이든 그 순기능과 함께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 제도 안에서 보호받는 사람과 그 밖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역기능이 발현되는 지점이 일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냉정히 인정하여야 한다. 이를 인정하고 역기능을 시정하려 노력할 때 본래 순기능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 역기능의 존재를 모른 체 하며 순기능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제도가 유발하는 차별과 소외를 합리화하고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오히려 제도의 본래적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법원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과 적용에서 국가공무원 제도와 공무직 근로자의 차별적 처우를 바라볼 때도 그러하다. 이 사건에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과 가족수당 등의 미지급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것이 국가공무원 제도라는 소중한 울타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부정하고 국가공무원 제도를 비교 불가능의 경직된 것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사회를 지켜주던 울타리를 차별과 소외의 벽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 사건에서 국가공무원 제도의 가치와 특수성을 이유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과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부인하는 것은 차별과 소외의 벽에 돌을 더 얹는 것이다. 거기서 돌 몇 개를 빼낸다고 해서 소중한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는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 사이의 작은 차별이라도 시정하려는 절실함으로 높은 담의 돌 몇 개를 빼낸 자리는 오히려 돌담 너머를 바라보고 양쪽이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창문이 될 수도 있다.

공공영역이나 민간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노동의 유연화가 기업활동과 경제적 효율성에 필요하다는 명제가 맞다면, 노동의 유연화로 초래되는 근로조건의 차이가 인간의 존엄성이나 평등의 원칙, 근로의 권리 등을 해치지 않는 수인 가능한 범위에 머물 수 있도록 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여야 한다. 노동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면 그 만큼의 정도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과 적용에서 공무원과 공무직 근로자 사이에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의 판단에서도 유연화가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9.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일터에서 매월 월급을 받을 때마다 떠올릴 수밖에 없는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고자 법원의 문을 두드린 원고(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들의 처지와 노동법과 법원의 역할을 상기하며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반대의견을 보충한다.

 

가. 근대 시민법이 상정하는 인간상(人間像)은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추상적인 개인이다. 시민법은 이성과 자유의지에 따라 체결된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사적자치원칙을 기본적인 명제로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인간은 계층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로 언제나 이성과 자유의지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그에 근거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다. 사적자치 원칙을 예외 없이 관철할 경우에는 구조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불평등과 불공정을 심화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노동법이 상정하는 인간상은 자본이나 생산수단 등의 소유 여부에 따른 불평등한 사회구조 때문에 종속적인 지위에서 노동을 제공해야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와 그러한 노동자를 사용하는 우월한 지위의 사용자로 구분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이다. 노동법에서는 불평등한 지위의 개인이 체결한 계약에 절대적인 구속력을 인정할 경우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 유지가 위협 받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가 강행규정의 입법을 통해 사적자치 원칙을 수정한다. 노동법에 의한 사적자치 원칙의 수정은 시민사회의 공동체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노동법적 쟁점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인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개개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처지와 인식,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해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서 차별 받고 있다. 이들이 매일매일 체험하고 느끼는 좌절감, 울분과 분노를 사상(捨象)시켜서는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시정방안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인 원고들이 노동현장에서 늘상 체험하고 있는 구체적인 차별 상황과 그로 인한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나. 반대의견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국도관리원과 비교대상 공무원인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은 구체적으로 담당하는 업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무기계약직 근로자’, ‘공무원’이라는 다른 신분을 가진다는 차이만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과 일상적으로 비교하면서 차별로 인한 좌절과 절망을 느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가족수당은 부양가족이 있기만 하면 실제 제공하는 근로(업무)의 내용 및 성격과 무관하게 모든 국가공무원에게 지급되고, 출산 장려의 목적이 그 지급액에 반영되어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조를 이루어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에게는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국도관리원의 가족을 있지만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다. 국도관리원들로서는 공무원의 가족만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자신들의 가족은 인간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들은 국가가 출산 장려를 요청하는 사회구성원 또는 국민의 지위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국도관리원에게 가족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 또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이 성실히 업무에 임하여 상당한 성과와 실적을 올리기를 기대하면서도 공무원과 달리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근로자에게 직장은 단순한 돈벌이의 장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자아를 성취하는 장이기도 하다. 근로자가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해서 실적을 올린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고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는 것은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국도관리원을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도관리원으로 하여금 열심히 근무하여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인정을 받음으로써 긍지와 보람을 느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구성원에서 배제되었다는 소외감을 가지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까지 잃게 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법원으로서는 소수 근로자가 받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법리를 제시하여야 한다. 법원이 고민이 부족하거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또는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는 능력이 부족하여 부정의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방치한다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제1의 사명으로 하는 법원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법리를 제시한다면 사회는 이를 수용하여 적절한 방안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대처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원고들의 청구를 단순하게 배척하면서 아무런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정책 입안자들은 차별을 시정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지 못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다수의견은 소수자의 권익보호라는 법원의 사명을 방기하여,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였다. 법원이 차별을 시정하고자 법원의 문을 두드린 무기계약직 국도관리원들을 외면하여 그들에게 좌절감과 울분과 분노를 재차 안겨준 것은 아닌가.

 

라. 높이에 차이가 있는 벽으로 둘러싸인 물통에 물을 채울 경우 가장 낮은 벽 부분으로 물이 흘러넘칠 것이기 때문에 그 물통으로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낮은 벽 부분의 높이에 의해 결정된다. 그 물통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벽 부분을 높여야 하며, 가장 낮은 부분을 그대로 둔 채 높은 부분을 아무리 더 높게 해보았자 그 물통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하나도 증가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벽 부분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노동법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포용력은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받는 대우와 존중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사회의 포용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의 대우를 개선해야만 하며, 부유하고 강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대우 수준을 높이는 것은 사회의 포용력 수준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취약 계층의 대우 수준은 그대로 둔 채 부유하고 강한 계층의 대우만 향상할 경우 계층 간의 격차를 늘려 상대적 불평등만을 심화시킴으로써 사회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킬 따름이다. 다수결 원리에 의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포용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헌법으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불환과 환불균(不患寡 患不均)”, 즉 ‘절대적 빈곤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 불평등을 걱정하여야 한다’(論語 季氏篇)라고 했고, 또한 “주급불계부(周急不繼富)”, 즉 ‘절박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것이지 부자에게 부를 더 보태 줄 것은 아니다’(論語 雍也篇)라고 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마저 인정하지 않는 보수체계를 사법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2,500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공자의 인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다수의견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非)공무원들로서는 감히 비교대상으로도 삼을 수 없는 공무원이라는 노동법을 초월하는 특권적인 선민 신분(選民 身分)을 새로이 창설하였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에 관하여 설명하면서 내세운 논거들은 모두 공무원관계에 관한 이른바 ‘특별권력관계론’의 견해가 제시하는 논거들과 동일하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공무원관계에 관한 인식은 이미 오래 전에 극복된 ‘특별권력관계론’을 되살린 것으로서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마. 사회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사법적 해결방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법적 해결방안이 최종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하여 유일한 해결방안은 아니다. 입법을 통한 해결방안이나 정부가 정책 마련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있으며, 특히 노동분쟁의 경우에는 산업현장에서 노사합의로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국도관리원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의 지위마저 부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것이다. 비록 이 사건을 통해 사법적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국가가 좋은 사용자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양한 차원에서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보충의견을 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주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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