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7.2.9. 선고 2016고단863 판결】

 

• 대구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16고단863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검 사 / 신지선(기소), 강인선(공판)

• 판결선고 / 2017.02.09.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구 남구 B건물 C호에 있는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5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게임소프트웨어개발업 등을 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간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3.7.8.경부터 2015.1.31.경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연장수당·야간수당 등 임금 2013. 7월 762,967원을 포함한 임금 합계 17,458,977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3명의 임금 합계 37,766,987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14.6.26. 선고 2014도4092 판결 등)

 

나.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통하여 다음의 내용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이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위 업체에서 담당한 구체적인 업무를 보면 E는 모바일 기획, F는 PC개발, G은 모바일 서버개발로 단순노무와 달리 이들 근로자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어 근로시간의 산정이 용이하지 않다. 이런 사정으로 포괄임금의 형태로 급여를 정하는 것이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다.

(2) 근로계약서에는 총 연봉금액과 월정급여가 표시되어 있고, 그 바로 밑에 “월급여는 기본급과 시간외 수당(연장, 휴일, 야간수당), 기타수당 등 법정 제 수당이 포함된 포괄금액임”이라 표시되어 있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쉽게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동안 피고인에게 야간수당 등 시간외 수당을 요구한 사실이 없는데 이는 위 근로자들도 근로계약서를 통하여 포괄임금으로 급여가 정하여 진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처럼 포괄임금의 형태로 급여를 정하는 과정에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을 상대로 강압을 가하였다는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을 상대로 하여 포괄임금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그런 정도의 불편함만을 이유로 하여 포괄임금으로 약정한 근로계약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근로자들이 야근 등의 연장근로를 자주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경영자의 질책이나 강요 또는 지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게임소프트웨어의 개발이라는 업무의 성격에서 당연히 귀결된 측면이 있다.

(5) 실제 근로자들의 업무량은 별개로 하고 가정적인 판단이기는 하나 업무량이 단시간 내에 충분히 이행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 여유시간에 대하여는 근로자들이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으로 자신의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 금지 당하거나 제지당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6) 지문인식시스템으로 직원들의 사무실 출입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연장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입장이나, 지문인식시스템은 애초 직원들의 출퇴근관리가 아닌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된 것이고, 또 이 사건 근로자들의 업무 성격상 이들에 대한 출퇴근 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지문인식시스템은 2012년 이후에야 도입되어 그 이전에는 출근시간을 확인할 아무런 장비나 수단이 없었다.

(7)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무시간 외에도 과다한 업무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이에 대한 피고인의 반론도 충분히 경청할 만하고,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반론을 배척하기가 여의치 않아 포괄임금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의심 없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은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아 포괄임금제의 형태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만하고, 또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근로자들도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고 수용하였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과 반대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공소의 제기는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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