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 2023.8.23. 선고 (창원)2023노167 판결】

 

•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형사부 판결

• 사 건 / (창원)2023노167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나. 업무상과실치사

                                            다.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 피고인 / 1.가.나.다. A

                 2.가.다. B

• 항소인 / 쌍방

• 검사 / 김동욱(기소), 손세희(공판)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4.26. 선고 2022고합95 판결

• 판결선고 / 2023.08.23.

 

<주 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1년, 피고인 B 주식회사: 벌금 1억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법리오해(피고인 A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A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상호간 상상적 경합범으로 보았다. 그러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한다)에서 요구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되는 안전·보건 조치의무 및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 정하는 행위자의 주의의무와 성격 및 내용이 다르고,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고의범에 해당하는 반면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과실범이며, 서로 보호법익 내지 입법목적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별개의 행위로서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는 모두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고, 위 두 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주의의무는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과되는 것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각각의 의무위반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위 두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마찬가지로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 역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A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간 상상적 경합범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형법 제40조). 여기에서 1개의 행위라 함은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7.9.21. 선고 2017도11687 판결 등 참조).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에서 정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같은 법 제62조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53조제1항제3호, 같은 법 제64조제1항에 따라 관계수급인인 C의 근로자들이 도급인인 B의 야외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할 의무 및 형법 제268조에 따른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함과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제9호에서 정하는 경영책임자등으로서 같은 법 제4조제1항, 제5조에 따라 B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인 B의 야외작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의무가 있었고, 제3자인 C에 업무의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하는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위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 범죄사실은 피고인 A이 위와 같은 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2022.3.16. 18:20경 C 소속 근로자 피해자 D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으로,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하여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볼 수 있다.

②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위 각 법의 보호법익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또는 종사자의 안전을 유지·증진하거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여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와도 같다.

 

나. 쌍방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항소심에서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 A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와 피고인 B의 규모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다.

가) 유리한 정상

○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

○ 피해자에게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다.

○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유족과 원만히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 이 사건 이후 피고인들은 관계 당국의 시정명령을 모두 이행하고 과태료를 자진납부하였으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관리감독자, 도급·용역·위탁업체에 대한 안전보건 평가기준을 마련하였다.

나) 불리한 정상

○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이는 근로자 등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문제로서 예방의 필요성이 크다.

○ 이러한 중대재해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최근에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졌다. 즉, 안전사고의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등을 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2021.1.26.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2022.1.27. 시행된 것이다.

○ 피고인 A은 2007년경부터 현재까지 계속하여 분할 전 B 및 그로부터 분할 설립된 B의 경영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재직해 왔고, 2010.6.9. 분할 전 B 사업장에 대하여 실시된 검찰청-고용노동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되어 2011년에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피고인 A은 2020.12.21.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이 지금의 B 사업장에 대하여 실시한 사고 예방 감독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되어 2021.3.경 벌금형 처벌을 받았고, 이후 2021.5.24. B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2021.5.27.경 실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정기 감독에서 또 다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되어 2021.11.경 벌금형 처벌을 받았을 뿐 아니라, 2021.5.에 발생한 위 사망사고로 인해 2021.10.25.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공소제기 되어 형사재판을 받아 왔다(위 형사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A은 2022.5.10. 이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항소하였고, 2023.2.9.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2023.2.1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 사정이 이러하다면, B 사업장에서 위와 같이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위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A은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2022.1.27.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22.3.16. 재차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 이에 대하여 피고인 A과 피고인 B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추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준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종 평가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에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자신들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하였음을 정상참작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날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시행유예기간이 있었던 점, 더구나 B 사업장의 경우 위 시행유예기간 중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관계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긴절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당심의 판단

이 사건 사고는 2021.5.24. B 사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 채 1년도 되기 전에 다시 발생한 사망 사고이다. 피고인 B의 근로자 수가 340명이고(증거기록 제1권 제156, 268면) C의 근로자 수가 4명이라는 점(증거기록 제1권 제38, 142면)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사망 사고에 사고 당사자의 과실 또는 불운이 개입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 10개월 만에 2명의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은 이례적이다.

C은 2014년경부터 B의 관계수급인으로서 제강 및 압연 현장에 쓰는 물품의 수리 및 조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업장 소재지를 피고인 B과 같은 E에 둘 정도로 B 사업장 내에서 대다수의 작업을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1권 제47면). 그럼에도 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 ‘C 작업에 대한 원청의 관리감독 권한은 없다고 생각하며, 하청의 책임 하에 작업이 이루어지고 피고인 B은 납품받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었다. C은 단순 납품업체라서 처음에는 피고인 B의 권한 밖이라 생각했다. 피고인 B은 C에 단순하게 답품을 받기 때문에 작업계획서를 확인하거나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고 난 공장이 B 사업장 안에 있기는 하지만 B 공장과 별도로 떨어져 있고 업무도 별개로 하고 있으며 수리나 보수 작업을 한 번 맡기고 나면 그 작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 (중략)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이 좀 모호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162~ 163, 228, 268면). 이러한 피고인 A의 모습은, 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어 2020.1.16.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폐단을 근절하기 위하여 같은 법 제63조에서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함을 명시하였음에도, 위 법 시행 이후로 2년이 경과한 이 사건 무렵까지 그 취지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이는 이 사건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 이후 ‘협력업체 안전관리지침서’를 작성하고 있고(증 제4호증), 안전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였으며(증 제5호증),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받고 개선조치를 완료하였다는 등(증 제7호증) 당심에서 추가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과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들과 검사가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나머지 양형요소들은 이미 원심이 그 형을 정하는 데 충분히 참작한 것으로 보이고, 이 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제외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된 바 없어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따라서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서삼희(재판장) 강영희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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