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별정우체국 집배원이 국가 산하 G우체국으로 파견명령을 받아 G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중 사망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을 과로사 등 업무상 재해로 판정함. 국가는 자신의 사업장인 G우체국에 망인을 파견 받아 지휘·명령하며 13년간 계속하여 국가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도록 하였으므로, 망인을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 국가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망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이러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의 책임을 50%로 인정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5.12. 선고 2022나11684·11691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11684, 2022나11691(병합) 손해배상(산)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 1. A, 2. B, 3. C

•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 4. D

• 피고, 피항소인: 1. E

•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 2. 대한민국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28. 선고 2018가단5189423, 2020가단5202923(병합) 판결

• 변론종결 / 2023.04.07.

• 판결선고 / 2023.05.12.

 

<주 문>

1. 이 법원에서 확장 및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에게 26,696,892원, 원고 B, C에게 각 80,577,427원, 원고 D에게 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4.25.부터 2023.5.12.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E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주위적 청구취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에게 75,289,632원, 원고 B, C에게 각 170,418,754원, 원고 D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4.25.부터 2023.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이 법원에서 원고 A는 청구를 감축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청구를 확장하였다(예비적 청구도 같다)].

나. 예비적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75,289,632원, 원고 B, C에게 각 170,418,754원, 원고 D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4.25.부터 2023.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원고 D 제외)

제1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A에게 41,075,347원, 원고 B, C에게 각 69,685,907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4.25.부터 2023.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이 법원에서 위 원고들은 2022.11.22. 청구취지를 확장하면서 항소취지도 확장하였으나, 항소심에서 새로이 청구가 확장된 부분에 대하여는 애당초 항소가 제기될 여지가 없으므로 2022.11.22.자 항소취지 확장은 무의미하다).

나. 피고 대한민국

제1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D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D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4.25.부터 2023.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망 F(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우정사업본부 충청지방우정청 산하 G우체국 소속 별정우체국인 H우체국(I우체국이었으나 2005.3.1. H우체국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이 사건 우체국’이라고 한다)에 1996.1.17. 집배원으로 임용된 이래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2) 피고 E는 2014.1.1. 별정우체국법 제3조의 3(지정의 승계)에 의하여 별정우체국인 이 사건 우체국의 국장으로 임용된 사람이다. 충청지방우정청 산하 G우체국은 2004년경 ‘집배권역 광역화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이 사건 우체국 외 5개 우체국이 G우체국으로 통합되고 집배 업무의 이관, 집배 용품의 사용전환, 각 별정우체국 소속 집배원의 G우체국으로의 파견근무발령 등이 이루어졌는데, 망인 또한 G우체국장의 이 사건 우체국장에 대한 2004.8.2.자 파견 지시(을 제24호증)에 따라 G우체국으로 파견명령을 받아 그 무렵부터 G우체국에서 근무하였다.

3) 원고 A는 망인의 부인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이고, 원고 D는 망인의 어머니이다.

 

나. 망인의 사망 및 사인

1) 망인은 G우체국의 우편물류과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17.4.25.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출근을 하지 않자 직장 동료들이 09:10경 자택을 방문하였고, 직장 동료들과 원고 A가 안방 문을 열어 보니 망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2)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J 작성의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은 내적 원인에 의하여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중등도의 심장동맥경화 및 심비대, 심근세포비후 외에 내부 장기에서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병터를 보지 못하였는바, 급성 심장사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급성 심장사의 원인 질환 중 80% 정도가 관상동맥질환이고, 심비대, 심근질환, 심전도계 장애, 심장판막질환 등 거의 모든 심장 질환이 원인이 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판정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1.31. <망인의 발병 1주일 동안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에 비하여 30퍼센트 이상 증가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나,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2시간 48분이고, 매월 15일 ~ 23일 각종 고지서 집배가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망인의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급성 심장사의 가능성이 높고 심혈관 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심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초래할 만한 업무 가중 부담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만성과로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인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업무상질병판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7호증, 을 제1 내지 29호증의 기재와 영상(가지번호 포함), 제1심증인 K, L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만성적 업무상 과로, 열악한 근무환경, 높은 작업 강도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급성 심장사를 사인으로 사망하였고, 망인의 사용자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근로계약에 따른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우체국의 집배원으로 임용되기는 하였으나 ‘집배권역 광역화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우정사업본부 산하 G우체국으로 파견명령을 받은 이래 G우체국의 우편물류과에서 근무하면서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월급, 경영평가성과금을 지급받는 등 실질적으로 피고 대한민국과 근로계약 관계가 있었는바, 주위적으로 망인의 사용자는 피고 대한민국이고, 만일 피고 대한민국이 망인의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사건 우체국의 국장인 피고 E가 망인의 사용자이나 피고 대한민국은 공동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연대하여 진다.

따라서 ① 주위적으로 피고 대한민국이, ② 예비적으로는 피고들이 공동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대한민국과 망인의 관계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4.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

한편,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그 자신도 직접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고, 파견사업주는 이를 전제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파견근로자 역시 사용사업주가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근로자파견관계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 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2) 피고 대한민국과 망인의 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들과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충청지방우정청 산하 G우체국은 2004년경 ‘집배권역 광역화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이 사건 우체국 외 5개 우체국이 G우체국으로 통합되고 집배 업무의 이관, 집배용품의 사용전환, 각 별정우체국 소속 집배원의 G우체국으로의 파견근무를 발령하였다. 망인 또한 이에 따라 G우체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G우체국에서는 우정직 집배원과 별정우체국 집배원이 구분 없이 동일한 장소에서 혼재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② 망인의 소속은 이 사건 우체국이지만, 사망 당시 실제로 G우체국 우편물류과에서 근무하였고, 실질적으로 망인을 비롯한 그곳 별정우체국 직원은 해당 물류과장으로 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 등을 받았다. 망인이 2015.9.10. 상급자와 다툼이 있었을 때에도 이 사건 우체국장이 아닌 G우체국장으로부터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한 경고를 받았다.

③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 제3조는 <관할 지방우정청장은 우정사업본부장이 정한 정원의 범위에서 채용 예정인원을 결정하고, 그 채용 예정인원 3배수의 범위 내에서 우정사업본부장이 정한 채용 지침에 따라 공개경쟁시험의 방법으로 채용후보자를 선발하여야 한다. 국장은 이에 따라 선발된 채용후보자 중에서 직원을 채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11조의 3은 <총괄우체국장은 별정우체국직원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진대상자를 결정하여 이를 해당 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국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원의 범위에서 제1항에 따라 승진대상자로 결정된 직원을 승진임용한 후 그 결과를 총괄우체국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규칙 제11조의 6은 <총괄우체국장은 같은 직위에서의 장기근무로 인한 침체를 방지하고 창의적인 업무수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별정우체국의 직원을 전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규칙 제36조제1항은 <국장 또는 직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우정청장 또는 총괄우체국장이 지방우정청에 설치된 별정우체국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별정우체국 집배원의 경우 관할 지방우정청장 내지 총괄 우체국장이 채용, 승진, 전보 등의 인사권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반면 별정우체국은 위 ‘집배권역 광역화 추진계획’ 이후 집배 업무 관련 물적 시설을 별도로 마련해 두지 않고, 주로 우편 접수 및 금융 창구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으며, 총괄 우체국 및 관할 지방우정청장의 관리를 받고 있다.

3) 위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자신의 사업장인 G우체국에 망인을 파견 받아 지휘·명령하며 13년간 계속하여 오로지 피고 대한민국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도록 하였다. 피고 E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제5호의 ‘근로자파견계약’ 관계 등이 존재하지 않아 망인과 피고들에 대하여 파견법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 및 G우체국장의 이 사건 우체국장에 대한 2004.8.2.자 파견 지시에 따라 망인이 위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을 위해 근무한 이상,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를 위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에 관한 위 법리는 망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피고 대한민국과 망인 사이에 고용계약에 따른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나. 책임의 인정

1)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앞서 살핀 사실 및 갑 제6, 7, 8, 10, 11, 14 내지 28, 35 내지 45호증의 기재, 제1심증인 K, L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망인은 주 5일제 근무자로, 정하여진 근로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휴게시간 1시간 포함)이었으나, 실제로는 오전 6시 무렵에 출근하였고, 퇴근시간은 오후 8시 정도로 10시간을 넘게 근로한 날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주로 근무하였다. 망인의 휴게 시간은 점심시간 45분 정도가 전부였으며, 우편물이 많을 경우 점심시간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또한 망인의 사망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2시간 48분이라고 인정하였다. 특히 망인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무렵 업무가 많아지는 시기에 사망하였는데, 책자형 선거공보물 배달 이전 다른 업무들을 모두 마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그 무렵 업무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② G우체국 집배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유로 부적절한 자세로 소포우편물을 분류하여야 하였는바, 이에 따라 망인은 상시 근골격계 질환을 알아 왔다. 특히 망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손가락 1개가 없어 다른 집배원들보다 우편물의 하중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주변 동료 집배원들은 망인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자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③ 망인은 2015.9.경 이와 같은 근무환경, 집배원 결원 문제 등의 어려움을 상급자에게 호소하는 과정에서 다툼을 일으켜, G우체국장으로부터 2015.11.6.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 이후 망인은 M에서 근무하다가 N면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집배 업무의 특성상 새로운 지역에 가면 세대주 및 길을 새로이 파악하여야 하는 관계로 업무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아지는데, 2016년 말까지 N면 O리를 담당하다가 사망 직전인 2017년 초에는 N면 P리를 담당하였는바, 이로 하여 망인의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G우체국은 2016.4.부터 2017.3.까지 기준으로 월 평균 초과 근로시간이 64.4시간으로 충청지방우체국 중 초과 근로하는 집배원이 가장 많은 우체국이다. 집배원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1.부터 2017.12.까지의 집배원 출퇴근시간 자료 등을 토대로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G우체국 소속 집배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3,002시간으로 전국 총괄우체국 중 12위, 상위 5% 이내이고, 충청지방우정청 산하 우체국으로서는 근로시간이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망인 사망 전 1년 동안 집배원들의 일 평균 배달 물량에 관한 통계에 의하면, 주로 서울과 부산, 경인청 등이 상위를 점하고 있어 G우체국의 업무가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 등 지역적 특색으로 도농복합지역의 우체국에 대하여 배달 거리가 짧은 것이 일반적이므로, 집배원들이 일 평균 배달 물량 통계만으로 각 우체국 소속 집배원들의 업무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⑤ G우체국 집배원의 경우 이른 새벽에 출근하여 택배 우편물을 수구분하고, 당일의 배달 업무를 모두 마치고 우체국으로 복귀하여 늦은 저녁시간까지 일반 우편물의 수구분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집배원 중 1인이 병가 내지 연가를 사용하면 나머지 집배원이 그 일을 나누어서 하여야 하므로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데, G우체국에서는 결원이 생기더라도 인원이 보충되지 않은 적이 많다. 이에 따라 우체국 차원의 연가사용 독려에도 집배원들 사이에서는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⑥ 피고들은 망인이 사망하기 전부터 집배원들에게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여 왔다고 주장하나, 과중한 업무 부담의 경감 없이 이루어지는 안전·보건 교육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⑦ 망인의 사망 이전 G우체국 산하 Q우체국 소속 집배원 R은 2017.2.6. 급성심근경색증을 사인으로 사망하였다. Q우체국에서는 R이 사망하기 불과 한 달 전에 다른 집배원이 심근경색으로 장기 병가를 신청하여 요양을 하던 중이었다.

3) 위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의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망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급성 심장사에 이르게 하였다. 나아가 피고 대한민국은 위와 같은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책임의 제한

망인의 업무 내용과 사망 원인, 망인으로서도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도모하였어야 하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라. 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하고,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한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은 것은 배척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7, 57호증, 을 제1 내지 29, 5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각 가지번호 포함), 제1심법원의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현저한 사실, 경험칙, 변론 전체의 취지

1) 일실수입

가) 인적사항: 1970. ○○. ○○.생 남자, 사고 당시 46세 6개월 4일

나) 소득 및 가동기간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직 공무원에게 매년 초에 정해지는 「일반직 우정직군 공무원 등의 봉급표」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고, 별정직 집배원에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에 따라 동일한 급수의 우정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봉급 월액 및 각종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한다.

망인은 사망 당시 ‘집배 8급 20호봉’으로 월 평균임금은 4,128,312원(= 기본급 2,888,100원 + 수당 1,240,212원)이었는데, 매년 초에 정해진 「일반직 우정직군 공무원 등의 봉급표」에 따라 망인의 정년퇴직 예정일인 2030.12.31.까지의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그 후 가동종료일까지는 보통인부의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여 망인의 일실수입을 계산하면 별지 계산표와 같이 461,852,065원이다(소득의 1/3 생계비 공제).

2) 일실 퇴직금

가) 일실 퇴직연금: 불인정

공무원연금법상의 퇴직연금을 받던 사람이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그 유족이 망인이 퇴직연금을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얻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함과 동시에 유족연금을 지급받게 되었다면, 그 유족은 동일 목적의 급부를 이중으로 취득하게 되므로 그 상속인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망인의 일실퇴직연금액에서 유족연금액을 공제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5.10. 선고 93다57346 판결 등 참고). 퇴직연금 등 퇴직급여금과 유족연금 등 유족급여는 모두 수급권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과 성격을 지닌 급부라고 할 것이므로, 재직 중인 공무원이 사망함으로써 그 유족이 유족급여를 받게 된 경우에는 이중보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를 공제하여 사망한 공무원의 일실 퇴직급여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9.26. 선고 98다50340 판결 등 참고). 이러한 법리는 별정우체국법의 적용을 받는 망인의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갑 제30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퇴직연금일시금은 91,446,040원이고, 원고들이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으로부터 유족연금부가금 22,861,510원을 지급받았고, 유족연금액으로 월 568,720원을 지급받는 사실이 인정된다. 별정우체국법 제25조의 3에 따라 원고들은 위 유족연금부가금과 유족연금에 갈음하는 유족연금일시금을 퇴직연금일시금과 동일한 91,446,040원이라고 주장하고, 피고들은 이에 대하여 별달리 다투지 않는바, 위 법리 및 원고들의 주장에 따라 망인의 일실 퇴직연금에서 위 유족연금일시금을 공제하면 남은 퇴직연금은 없다.

나) 일실 퇴직수당: 1,189,934원

망인은 1996.1.17. 이 사건 우체국에 입사하였고, 망인이 정년에 달하는 연도의 말일은 2030.12.31.이며, 사고 당시 월 수입이 4,128,312원, 퇴직 무렵의 월 수입이 4,969,112원,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이 지급한 망인의 기수령 퇴직수당은 32,986,540원이다.

별정우체국법 제25조의7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망인의 퇴직수당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 생략>

망인의 퇴직수당 합계 57,536,153원을 2017.4.25. 현재 가액으로 환산하면 34,176,474원(= 57,536,153원 × 호프만 수치 0.594)이고, 기수령 퇴직수당 32,986,540원을 공제한 망인의 일실 퇴직수당은 1,189,934원(= 34,176,474원 – 32,986,540원)이다.

3) 장례비: 5,000,000원 (원고 A 지출, 다툼 없음)

4) 공제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함에 따라 발생하는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모두가 그 공동상속인들에게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되고, 근로복지공단이 수급권자에게 지급하는 유족급여는 당해 수급권자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하여 그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와 달리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그 나머지 손해배상채권을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5.21. 선고 2008다13104 판결 등 참고).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3.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망인의 일실수입 중 원고 A의 상속분은 197,936,599원(= 461,852,065원 × 상속지분 3/7)인데, 근로복지공단은 원고 A에게 유족보상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유족보상일시금의 액수가 190,338,499원(= 146,414.23원 × 1,300일분)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를 위 상속분에서 공제하면 원고 A의 일실수입 상속분은 7,598,100원(= 197,936,599원 – 190,338,499원)이 남는다.

나)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의 급여

원고들이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퇴직수당, 유족연금부가금, 유족연금은 앞서 모두 살폈다.

원고들이 별정우체국 연금관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사망조위금의 경우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급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공제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8.4.10. 선고 97다39537 판결 등 참고).

5) 과실상계(책임 제한): 50%

6) 위자료

이 사건 재해의 경위, 망인의 나이 및 과실, 원고들의 관계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40,000,000원, 원고들의 위자료를 각 3,000,000원으로 인정한다.

7) 계산

가) 원고 A

① 일실수입 상속분 7,598,100원 × 책임 제한 50% = 3,799,050원

② 망인의 일실 퇴직수당 1,189,934원 × 책임 제한 50% × 상속지분 3/7 = 254,985원

③ 장례비 5,000,000원 × 책임 제한 50% = 2,500,000원

④ 망인의 위자료 40,000,000원 × 상속지분 3/7 = 17,142,857원

⑤ 고유의 위자료 3,000,000원

⑥ 합계 26,696,892원

나) 원고 B, C

① 망인의 일실수입 461,852,065원 × 책임 제한 50% × 상속지분 2/7 = 65,978,866원

② 망인의 일실 퇴직수당 1,189,934원 × 책임 제한 50% × 상속지분 2/7 = 169,990원

③ 망인의 위자료 40,000,000원 × 상속지분 2/7 = 11,428,571원

④ 고유의 위자료 3,000,000원

⑤ 합계 각 80,577,427원

다) 원고 D: 위자료 3,000,000원

 

마. 소결론

피고 대한민국은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A에게 26,696,892원, 원고 B, C에게 각 80,577,427원, 원고 D에게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재해 발생일인 2017.4.25.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5.12.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므로, 원고들의 예비적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대한민국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한다.

 

판사 석준협(재판장) 노호성 양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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