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2019.7.16. 선고 2019누3233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 판결

• 사 건 / 2019누32339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항소인 / 1. A ~ 5. E

• 피고, 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8.12.20. 선고 2017구합82796 판결

• 변론종결 / 2019.05.14.

• 판결선고 / 2019.07.16.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가 2017.7.25. 원고 B에게 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및 원고들에게 한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중 제10쪽 제24행의 “가능성이 있다”를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정확히 추정할 수 없다”로, 제11쪽 마지막행의 “이 법원”을 “제1심법원”으로, 제12쪽 제1행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이 법원의 P병원장과 H(주)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 각 고치는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피고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고, 제1심 및 당심에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그 취소를 명한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영(재판장) 박선준 한소영

 


 

【서울행정법원 2018.12.20. 선고 2017구합8279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7구합82796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 5. E

• 피 고 / 근로복지 공단

• 변론종결 / 2018.11.29.

• 판결선고 / 2018.12.20.

 

<주 문>

1. 피고가 2017.7.25. 원고 B에게 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및 원고들에게 한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원고들은 소장에서 청구취지 제1항을 ‘피고가 2017.7.25.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기재하였다. 그런데 제3회 변론기일에서 원고들의 대리인은 유족급여 수급권이 없는 자들로서 장제실행자에 불과한 원고 A, C, D, E는 장의비 부지급 처분 부분만을 다투는 취지임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청구 취지 제1항을 주문 제1항과 같이 선해하기로 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모인 망 F(G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7.3.27. H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양시 일산서구 I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7.4.13. 12:15경 이 사건 아파트 J동 계단에서 청소 중 쓰러진 상태로 주민에게 발견되었는데, 심폐소생술 후 119구급대에 의하여 K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다. 망인 사망 당시 망인과 생계를 같이 하던 자녀로서 유족급여의 수급권을 가지는 원고 B과 위 원고를 포함하여 망인의 장제를 함께 실행한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2017.6.1.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17.7.25. ‘망인은 소와 회사에 2017.3.27. 입사하면서 사고발생 시점까지 동료 1명과 같이 3개동, 각 6층, 총 165세대의 아파트 내 복도와 계단(계단 모서리 신주작업 포함) 등의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음이 확인되나, 발병 전 수행한 업무내용에서 망인의 사인을 유발시킬 정도의 부담요인(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 돌발 상황, 급격한 업무량의 증가, 과로 및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확인되지 않고, 소견상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있지만 업무부담 및 스트레스 요인이 확인되지 않아 업무 와 관련이 적은 개인질환의 자연경과적 악화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어 사망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B에게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원고들에게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각하였다(이하 위 각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 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7, 10 내지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아파트의 청소업무, 특히 망인이 사망 당일 수행한 신주작업은 노동 강도가 매우 무거운 업무에 해당하여, 고령의 노인에게는 신체적으로 과중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망인은 심혈관계통의 기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와 같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른 것인바,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인인 허혈성 심장질환은 망인의 업무 중 하나인 신주작업이 유인이 되어 발병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업무환경

가) 망인은 원고 B과 함께 파주시 L에 거주하였다. 망인의 거주지에서 이 사건 아파트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편도 약 1시간 23분 정도가 소요된다. 망인은 동료직원인 M에게 ‘(출퇴근 거리가) 다니려면 멀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나) 망인은 소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2012.4.2.부터 2012.11.2.까지, 2013.3.4.부터 2013.11.29.까지, 2015.3.9.부터 2015.11.29.까지 파주시청에서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 내지는 거리환경지킴이 사업에 참여하여 미화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다) 이 사건 아파트는 3개동, 각 6층, 총 165세대이며 엘리베이터가 없다. 망인과 M는 청소구역을 나누어 담당하였는데, 망인은 이 사건 아파트 중 J동(60세대, 3개 출구 및 계단)의 1개 출구 및 계단과 N동(51세대, 3개 출구 및 계단) 전체를 담당하였다. 청소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빗자루와 물마포를 이용한 복도 및 계단의 바닥청소, 걸레를 이용한 창틀 및 난간 청소, 신주작업(계단 내려오는 모서리에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노란색 요철모양으로 된 금속 부분, 즉 신주를 닦는 작업), 쓰레기장 청소 등이다. 이 사건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망인과 M는 지하에 있는 청소도구함에서 청소도구를 꺼내어 청소도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일상적으로 청소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물걸레로 복도와 계단을 닦고 걸레로 창문을 닦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것이고, 때때로 신주를 닦는 작업을 한다. 신주작업은 약품(규조토)을 숟가락으로 떠서 신주 위에 묻힌 뒤 야자솔로 광이 날 때까지 문지르고 젖은 걸레로 닦은 후 다시 마른 걸레로 닦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신주작업을 수행하는 빈도에 관하여 소외 회사는 연 4회 정도라고 진술하였던 반면, 증인 M는 그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고 작업자가 보기에 더럽다 싶으면 알아서 닦는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라) 증인 M는 신주작업의 업무강도에 관하여 ‘청소업무 중 신주작업이 제일 어려운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 사건 아파트 특성상 신주가 많이 더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망인에게도 신주작업이 여기서 최고로 힘든 일이니까 힘들게 하지 말고 본인이 알아서 조금씩, 조금씩 하라고 말했다’, ‘신주가 더러운 정도에 따라 솔로 닦는 횟수가 다른데, 덜 더러우면 10번 할 것을 9번 하면 되고, 많이 더러우면 더 해야 된다. 하다가 손으로 문질러 보고 빛이 안 나면 몇 번 더 하고 걸레로 닦기 시작한다’, ‘하다보면 무릎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팔이 아프면 목도 아프다, 그런 증세를 느끼면 본인이 좀 쉬었다 해야 한다’, ‘(증인은 신주작업 후) 팔이 아프면 찜도 받고 약도 먹고 그랬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또한 증인 M는 망인이 평소 청소업무에 대하여 ‘일이 굉장히 힘들다’라고 해서 자신도 ‘무척 힘들어요, 힘들면 못해요, 너무 힘들면 하지 말아요’라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2) 망인의 업무시간

가) 망인의 업무시간은 통상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09:00부터 16:00까지였고, 점심시간은 12:00부터 13:30까지였으며, 토요일은 격주로 09:00부터 12:00까지 근무하였다. 사망 전 주 토요일인 2017.4.8.에는 M가 근무하고, 망인은 휴무였다.

나) 위와 같은 업무시간을 토대로 계산한 망인 사망일 이전 1주 동안 망인의 업무시간은 27시간 30분이고, 입사일부터 사망일 이전까지의 평균 주당 업무시간은 약 28시간 39분(= 입사 후 총 업무시간 74시간 ÷ 근무기간 2.6주)이다.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에 대한 사망 전 10년 동안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망인은 2007년경부터 이미 고혈압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망인이 특별히 심장질환 등을 이유로 진료를 받은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

나) 원고 D은 변사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과정에서 ‘망인은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었고 뇌출혈로 20년 전에 O 한방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음주는 하지 않지만 담배는 20년 이상 하루에 한 갑 정도씩 피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망인에 대한 과거 건강검진결과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1) 2012.9.21.자 건강검진

○ 혈압 : 130/90㎜Hg

○ 식전혈당 : 105㎎/㎗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314㎎/㎗, HDL-콜레스테롤 32㎎/㎗, LDL-콜레스테롤 235㎎/㎗, 중성지방 231㎎/㎗

○ 소견 및 조치사항 : 신기능 저하가 의심되니 신기능의 확인과 원인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며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고지혈증에 대한 식이조절 및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니 담당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유질한자

○ 문진내역 : 홉연 10년 째, 하루 흡연량 20개비

(2) 2015.3.16.자 건강검진

○ 혈압 : 115/73㎜Hg

○ 공복혈당 : 132㎎/㎗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309㎎/㎗, HDL-콜레스테롤 62㎎/㎗, LDL-콜레스테롤 213㎎/㎗, 중성지방 170㎎/㎗,

○ 소견 및 조치사항 : 흉부방사선검사상 심비대 소견으로 내과진료 요함. 이상지질혈증 의심, 신장질환 의심, 당뇨질환 의심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2차 검진대상), 유질환자(고혈압)

(3) 2016.3.7.자 건강검진

○ 혈압 : 137/79㎜Hg

○ 공복혈당 : 149㎎/㎗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315㎎/㎗, HDL-콜레스테롤 57㎎/㎗, LDL-콜레스테롤 220㎎/㎗, 중성지방 190㎎/㎗

○ 소견 및 조치사항 : 이상지질혈증 의심, 신장질환 의심, 당뇨질환 의심. 고혈압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 요함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2차 검진대상), 유질환자(고혈압)

4) 망인 사망 당일의 정황

망인은 사망 당일 오전,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출근하여 관리사무소에서 M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후 담당구역으로 이동하였다. 망인은 당일 신주작업을 수행하였는데, 쓰러진 채 발견될 당시 5층 계단의 신주작업을 마치고 4층 계단의 반 정도를 마친 상태였다.

5) 망인의 사망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가) 망인에 대한 시체검안서에는 직접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행한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는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P병원 순환기내과 의사 Q은 망인의 사망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0, 12, 17호증, 을 제1, 2, 4 내지 7호증(각 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M의 증언, 이 법원의 P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2.28. 선고 2006두17956 판결 참조).

2) 관련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5항은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3]에 의하면, 근로자가 ①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 ②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③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가 발병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 2017.12.29. 고용노동부 고시 2017-1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위와 같은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란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망인의 사망 원인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급성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발병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에서 본 법리와 법령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이 사망 당일 수행한 신주작업으로 인하여 기존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이 악화되면서 발병하였다고 판단된다.

가) 망인은 고혈압 환자로서 장기간 혈압약을 복용하여 왔고,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한 망인은 장기간 흡연을 해 왔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74세의 고령이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모두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에 해당한다. 또한 망인 사망 후에 이루어진 부검에서는 고도의 심비대가 관찰되었고, 중등도의 동맥경화, 심근내 섬유화와 그로 인한 심근의 위축 등 만성 심장질환의 흔적이 확인되었는바,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에 이미 만성적인 심장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망인이 보유한 다수의 위험인자와 망인의 기존 질환들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나) 다만, 망인은 2017.3.27. 소외 회사에 입사하였고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으로 사망한 2017.4.13.은 근무를 시작한지 불과 보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더욱이 망인이 과거 2015.11.29.까지 파주시청에서 미화업무를 수행한 이후로는 소외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달리 근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점, 망인이 주거지에서 이 사건 아파트까지 출퇴근하는 데만도 편도 1시간 반 가까이 장시간이 소요되었던 점, 이 사건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망인은 지하에서부터 청소도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그로 인한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소외 회사에 입사할 당시 만 74세의 고령이었던 점, 망인은 실제로 동료직원인 M에게 업무가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아파트 청소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망인에게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 특히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날, 발병 직전까지 신주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신주작업은 상시 수행하는 업무가 아니고, 망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한지 보름 정도밖에 지나지 아니하였음을 고려하여 보면, 당시 망인이 신주작업을 처음으로 수행해 보는 것이었거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신주작업은 계단 한 층, 한 층마다 약품(규조토)을 숟가락으로 떠서 신주 위에 묻힌 뒤 야자솔로 수차례 문지르고 젖은 걸레로 닦아낸 후 다시 마른 걸레로 닦는 작업을 반복해야 해서 육체적 노동 강도가 매우 중한 업무에 해당한다. M도 청소업무 중 신주작업이 가장 힘들고, 망인에게도 최고로 힘든 일이니까 힘들게 하지 말고 본인이 알아서 조금씩 쉬면서 하라고 조언하였으며, 자신도 신주작업을 하다보면 무릎, 팔, 목 등이 아픈 증세를 느꼈고 증세 완화를 위해 찜도 받고 약도 먹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더욱이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만 74세라는 망인의 나이 및 앞에서 본 위험인자나 기존 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던 망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본다면, 위와 같은 신주작업은 망인에게 있어서는 이 사건 고시가 규정한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업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라)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망인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고령의 나이 등 다양한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어 육체적 과로 없이도 자연적으로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신주작업과 같이 허리, 어깨, 손목, 무릎을 사용하는 동작을 빠르게 반복하는 경우 혈압과 맥박이 상승하여 심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급격하게 맥박이 올라가는 과격한 신채활동은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켜 허혈성 심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고, 1시간 내에 과도한 육체적 활동이 있었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근경색의 위험이 5.9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급성심근경색의 고위험군인 망인이 맥박의 상당한 상승을 유발하는 신체활동, 즉, 신주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위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은 위험인자 및 기존질환을 보유한 망인이 급작스럽게 과중한 신체활동을 요하는 업무에 노출됨으로써 촉발되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것인데, 그와 같은 의학적 소견은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의가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제출한 것이므로, 달리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마) 망인의 부검의도 ‘이 사건과 같은 내인성 급사는 수면이나 휴식과 같은 안정 시보다는 어떠한 자극이 가하여졌을 때 비교적 잘 일어나고, 이러한 자극은 외부와 내부 모두에서 가해지며 법의학에서는 이를 사인과 대비하여 유인이라 한다. 유인이란 결국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이므로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이러한 유인으로는 과로와 같은 육체적 자극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자극이 모두 해당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는데,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까지 수행한 신주작업은 위에서 언급된 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 위에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은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망인의 기존질환이나 망인이 보유하고 있던 위험인자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까지 신주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 작업이 망인의 연령이나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과중한 신체적 부담을 야기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망인 업무의 하나인 신주작업이 망인의 기존질환 등을 급격하게 악화시켰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야 하고, 그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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