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구 공무원연금법 제61조제1항에서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제22017.08.23. 선고 201742675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A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4.14. 선고 2016724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공무원연금법(2015.6.22. 법률 제133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1조제1항에서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한 사람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6.11. 선고 20113289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1994.11.11. 경상북도 지방소방사로 임용되어 포항소방서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주로 경상북도 소방학교(이하, ‘이 사건 소방학교라 한다)에서 C으로 근무하였고, 의성소방서로 전보된 지 1년만인 2014.7.4. 이 사건 소방학교 D으로 복귀하였다.

. D3인이 주간(09:00~18:00), 야간(18:00~익일 09:00), 당번(09:00~익일 09:00), 비번(휴식)3교대로 복무하는 특수한 근무형태이고, 망인은 D으로서 담당 교과목 강의와 교안 작성, 교육생 생활지도, 생활관 순찰 및 생활용품 수급업무 이외에 지역 내 노인과 어린이들에 대한 소방안전교육도 병행하였다. 2014.7.부터 2014.12.까지 6개월간 망인의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58시간이고, 휴일근무 시간은 25시간이다.

. 망인은 교육 준비를 위하여 늦은 시간까지 교육용 공기호흡기를 모두 채워놓는 등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이었고, 망인의 동료들은 망인이 책임감과 업무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맡겨진 일은 반드시 해내며, 타인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진술하였다.

. 망인은 2015.1.19. 이 사건 소방학교의 E분야 전임교수로 전보되었는데, 그 담당 업무는 교수능력발전 및 교수기법 관련 업무(담당 교과목에 대한 새로운 지식 및 교수기법 습득), 현장활동실무 및 화재실무 교육 업무, 전국소방학교 교수연구대회 관련 업무(예행강의 준비, 강의교재 출판, 관련 자료 제공 등 지원), 담당 과목 교재집필 및 교안작성 업무 등이다. 그 중 화재실습 교육은 반복과 숙달이 필요하여 이론강의식 수업보다 배정시간이 많은데, 이 사건 소방학교는 2014년에는 1회만 운영하던 신임교육 과정을 2015년에는 2회로 늘리면서 원고에게 540시간의 강의시간을 배정하였다.

. 이에 망인은 동료에게 C이 아닌 교수로서 수업을 진행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토로하였고, 전보 이틀만인 2015.1.21. 원고에게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 후, 다음 날 자신의 승용차에서 착화탄으로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발견되어 미수에 그쳤다.

. 이후 망인은 병가를 내고 2015.2.10.까지 F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과 등에서 우울증 상담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상담치료 당시 주치의에게 과도한 업무량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였고 인사이동 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호소하였다. 결국 망인은 2015.2.14. 12:05경 자택에서 운동기구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 한편, 망인은 자살 시도 이전에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별다른 가정문제나 건강상 문제도 없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망인은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맡겨진 일은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2014.7.4. 이 사건 소방학교에 부임하여 3교대로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초과근무를 요하는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복귀 6개월 만에 E분야 전임교수로 전보되고 배정된 강의시간 또한 급격히 증가하여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망인이 전임교수로 전보된 직후 자살을 시도한 점에 비추어 보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그 무렵 이미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발현된 우울증세는 이후 상담 및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업무 복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과중한 업무 및 그와 관련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우울증이 유발되었고, 이러한 우울증은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하여 더욱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망인이 1차 자살시도 후 병가 중에 다시 자살에 이른 경위 및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등까지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망인의 우울증이 유발되고 심화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상태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병하고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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