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온라인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가 교육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주식회사와 체결한 출판물 이용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는데도 회사의 교재를 이용하여 제작한 동영상 강의를 계속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유료로 제공해 오다가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동영상 강의는 내용이 회사 교재와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수정·증감 또는 변경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회사 교재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고, 회사가 동영상 강의를 수강생들에게 유료로 제공한 행위는 저작권법 제28조에서 정한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저작권법 제35조의3에서 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회사는 회사에 복제권 및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의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서울중앙지법 2015.2.12. 선고 2012가합541175 판결 : 항소 [채무부존재확인]

원 고 / ○○스터디 주식회사

피 고 /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5.1.27.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의 별지 1 목록 기재 각 동영상 강의 콘텐츠가 별지 2 목록 기재 각 교재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 원고는 온라인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원고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이하 원고 홈페이지라 한다) 이용자들에게 수능, 내신 관련 동영상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피고는 교과서, 평가문제집 등 교육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회사이다.

. 피고는 별지 2 목록 기재 각 교재(이하 통틀어 피고 교재라 한다)의 저자들로부터 피고 교재에 대한 출판권 및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양도받은 다음, 2011.2.17. 원고와 사이에 피고 교재를 원고의 동영상 강의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에 관한 출판물 이용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음 생략>

.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원고는 피고 교재를 이용하여 2011.2.14.경부터 2011.11.19.경까지 사이에 별지 1 목록 기재 각 동영상 강의(이하 통틀어 이 사건 동영상 강의라 한다)를 제작하고 이를 원고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유료로 제공하였다.

. 이 사건 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됨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재계약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이용료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2012.5.2.경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었는데, 원고는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후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원고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제공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 피고 교재가 이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동영상 강의는 강의를 진행하는 해당 강사의 독창적인 교수법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피고 교재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은 독자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

.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교재를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제28조가 정하고 있는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는 행위또는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 교재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동영상 강의가 피고 교재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3. 판단

 

. 이 사건 동영상 강의가 피고 교재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은 독자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원저작물을 기초로 새로운 창작성이 더하여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 또는 변경이 가하여진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그 저작물은 원저작물에 대한 2차적저작물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저작물을 기초로 한 저작물이 원저작물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 저작물이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그 표현상의 창작성을 이용하였으나 그에 가하여진 수정·증감 또는 변경이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서 원저작물의 표현상의 창작성을 감득(感得)할 수 없어 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2) 이 사건의 경우

위의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이 법원의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대한 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내용은 피고 교재와의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수정·증감 또는 변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동영상 강의는 피고 교재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 수강생들이 각종 시험에 대비하여 손쉽게 지문의 내용을 이해·암기하거나 출제 가능한 문제의 풀이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강사 나름의 요령과 방식에 따라 지문 이외의 설명을 부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위 설명 부분의 경우 강사 나름의 독창적인 표현방법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동영상 강의는 기본적으로 피고 교재를 토대로 한 것으로서, 강사가 피고 교재의 일부 지문 및 문제 등을 그대로 낭독하거나 판서하면서 강의가 진행된다.

해당 강사의 창작적인 표현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국어 교과의 특성상 교과서 또는 문제집의 지문 자체가 중요한 내용이 되고, 여기에다가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목적, 수강생의 연령 등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과 진행 방식은 피고 교재의 기본적인 구성과 체계, 지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서 피고 교재로부터 인용되는 부분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과정에 대한 강의로서의 실질적인 가치를 가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 대한 속기록을 기준으로, 각 강의에서 피고 교재와 유사한 음절 수를 해당 강의에 포함된 전체 음절 수로 나눈 값을 토대로 산정한 이 사건 동영상 강의와 피고 교재의 유사율은 14.17%(= 유사 음절 수 합계 141,594÷ 전체 음절 수 998,580× 100, 소수점 둘째 자리 미만 버림)에 이르는바, 위의 유사한 음절이 모두 피고 교재만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위 유사한 음절 부분은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서 피고 교재를 그대로 또는 본질적인 변형 없이 사용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제공이 저작권법 제28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교육을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11.25. 선고 972227 판결 등 참조). 또한 위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8.7.10. 선고 973483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위의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수강생들에게 유료로 제공한 행위가 저작권법 제28조에서 정하고 있는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피고 교재를 이용하여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제작한 행위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의 교육 목적에 기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는 온라인 강의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수강생들로부터 가입비, 수강료를 받고 유료로 제공하고 있어 그 이용의 근본적인 성격은 상업적·영리적이라 할 것이므로, 그 자유이용이 허락되는 범위는 상당히 좁아진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서는 피고 교재의 내용을 상당 부분 그대로 발췌하여 낭독하거나 판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용하고 있고, 피고 교재의 거의 전 부분을 강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국어 교과의 특성상 교과서 또는 문제집의 지문 등 내용 자체가 강의에 있어서 중요한 의의와 역할을 갖게 된다.

위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서 피고 교재로부터 인용되는 부분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과정에 대한 강의로서의 실질적인 가치를 가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피인용 부분인 피고 교재의 지문, 문제 등이 해당 강사의 강의를 위한 단순한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로서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에 그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 동영상 강의는 피고 교재의 표현을 주된 요소로 하여 이에 해당 강사의 설명이 그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며 더하여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수요 대체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동영상 강의는 원고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되어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수강생들에게 제공되고,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지역적으로 국한되지도 아니하며, 수강생들이 반복적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도의 계속성과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바, 이 사건 동영상 강의가 영리적·상업적으로 이용됨에 따라 피고 교재의 저작권자들이 온라인 강의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잠재적 가치가 상당히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제공이 저작권법 제35조의3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저작권법 제35조의3

저작권법 제35조의3,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고, 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영리성 또는 비영리성 등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조항은 저작권법이 2011.12.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다).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제3의 나. 2)항에서 살핀 이 사건 동영상 강의 제공의 목적 및 영리성, 이 사건 동영상 강의와 피고 교재의 종류 및 용도, 이 사건 동영상 강의에서 피고 교재가 인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이 사건 동영상 강의의 제공에 따른 피고 교재의 잠재적 시장 가치 훼손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수강생들에게 유료로 제공한 행위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저작권법 제35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교재를 이용하여 이 사건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여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행위는 피고 교재에 대한 피고의 복제권 및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2차적저작물이 독자적 저작물로 보호되더라도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저작권법 제5조제2항 참조)],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저작권법 제125조 내지 제126조에 따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한편 원고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인정될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원고의 이 사건 동영상 강의 관련 매출액의 0.086%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인세율, 실질적 유사율, 기여도 수치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아울러,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피고가 피고 교재의 이용료에 관하여 계약금을 1,000만 원으로, 러닝개런티를 매출액(1 단과반, 종합반 포함)15%로 각 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부당하게 과다한 이용료를 요구하였음에도 수강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16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을 제7, 12, 15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가 다른 동영상 강의 제공업체들과 사이에 체결한 출판물 이용계약상의 이용료 약정 내용을 비롯하여, 그 밖에 원·피고의 지위, 당시의 동종업계의 거래 관행, 피고가 출판한 다른 교재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출판물 이용계약의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위와 같은 이용료 약정은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3) 따라서 원고가 피고 교재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계약에 정한 이용료 상당액에 이른다고 할 것이다(다만, 채권자인 피고가 손해배상액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고 있지는 않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우용(재판장) 이우용 황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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