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무일 다음날(근무일 사이)의 휴무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가 주되게 고려되어야 한다. 비록 야간에 근무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휴식의 질이 낮아(심리적 긴장감과 육체적 불편함으로 인하여 피로를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 근무일 다음날의 휴무에 갈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격일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일 다음날의 휴무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근로자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를 인정할 여지가 상당하다.

[2]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기초 질병인 이상지질혈증이 동맥경화를 유발 또는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켰고, 그 결과 심근경색증이 발생하여 망인이 상망한 것으로 추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울행정법원 제72017.04.13. 선고 2016구합7279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7.03.23.

 

<주 문>

1. 피고가 2016.7.2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배우자인 망 김●●(이하 망인이라 한다)2014.10.15. 주식회사 동○○○○에 입사하여 대구 ○○○○○○○○에 있는 신○○○○○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파견되어 경비원으로 근무하였다.

. 망인은 2014.12.16. 출근하여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2014.12.17. 08:00경 귀가하였는데 같은 날 08:30경 흉통을 호소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014.12.19. 17:38경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하였다.

.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이하 이 사건 청구라 한다)하였으나, 피고는 2016.7.29. ‘망인의 사망은 업무적 요인보다는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한 기존 질환의 자연경과적 진행에 의한 것으로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원고는 과거 한 차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2015.9.17. 피고로부터 부지급 결정을 받고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6.2.경 기각되었고 그 후 그와 별개로 이 사건 청구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상지질혈증 등 질환으로 이른바 건강상 안전여유(safety margin)가 낮은 상태였던 데다가 격일제 근무로 생체리듬이 깨어져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발생 무렵에는 휴무일에 경비원 신임 교육을 받는 등 업무시간이 갑자기 늘어 그 스트레스가 더욱 심하였다. 망인의 사망은 이러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사실

갑 제2, 4 내지 6, 9, 10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서울병원장,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건강

) 망인은 신장 174cm, 체중 78kg으로 흡연 및 음주를 하지 아니하였다.

) 망인에게 고혈압은 없었으나 2007년경부터 이상지질혈증이 있었고 2009년경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진 상태였다.

2) 망인의 업무

) 이 사건 사업장은 사무동과 공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망인과 다른 경비원 1인이 맞교대로 06:30경 출근하여 다음날 06:30경까지 24시간 근무하고 다음 24시간은 쉬는 격일제 근로형태(이하 격일제 근무라 한다)였다. 망인의 주된 업무는 경비와 주차관리 업무였다.

) 망인은 경비업법에 따른 경비원 신임교육을 이수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2014.12.9.부터 2014.12.17.까지의 기간 중 17시간씩 4회 총 28시간의 경비교육을 이수하여야 하게 되었다.

) 망인은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의 휴무일인 2014.12.9., 같은 달 11., 같은 달 15. 7시간의 경비교육을 이수하였고 이 사건 재해 당일에도 7시간의 경비교육을 이수할 예정이었다.

3) 의학적 소견

급성 심근경색증은 관상 동맥이 혈전이나 혈관의 수축, 역동적 폐쇄, 염증 등의 원인으로 심장 전체 또는 일부로의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들면서 심장 조직에 괴사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에 죽상 경화증이 진행된 경우 관상동맥 안을 흐르던 혈액의 혈소판이 활성화 되고 이로 인하여 급성으로 발생한 혈전에 의해 심장으로의 혈류가 막혀 발생하게 된다. 위험 인자로는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고, 추위 또는 더위에 노출되는 것 또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 판단

1) 관련 법리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된다. 한편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96.9.6. 선고 966103 판결 등 참조).

) 또한, 위 인과관계 판단의 전제로서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무 형태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감시·단속적 업무로 교대제 근무를 하는 경우, 그 중에서도 격일제 근무의 경우에는 그 판단에 있어 업무 자체의 강도나 절대적인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격일제 근무는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격일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는 육체적인 근무 강도 등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피로를 느끼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령이고 기초 질병 또는 기존 질병이 있는 근로자나 격일제 근무를 수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그 피로가 회복되기는 어려우므로 더욱 그러하다.

한편, 근무일 다음날(근무일 사이)의 휴무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가 주 되게 고려되어야 한다. 비록 야간에 근무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휴식의 질이 낮아(심리적 긴장감과 육체적 불편함으로 인하여 피로를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 근무일 다음날의 휴무에 갈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격일제 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일 다음날의 휴무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근로자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를 인정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본다.

2)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서울병원장,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기초 질병인 이상지질혈증이 동맥경화를 유발 또는 자연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켰고, 그 결과 심근경색증이 발생하여 망인이 상망한 것으로 추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망인의 연령(60) 및 건강 상태(이상지질혈증이 심하고 관상동맥 질환이 진행된 것으로 의심되는 등 안전여유가 낮은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이 사건 사업장의 경우 야간 순찰 등의 업무가 없고 경비실 내 침대가 비치되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망인에게는 격일제 근무 자체가 다른 사람에 비해 과중한 업무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사건 재해 당시 망인이 경비원으로서 격일제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망인의 생체리듬이 격일제 근무에 적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 더구나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무렵 근무일 다음날의 휴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망인은 2014.12.8.부터 2014.12.16.까지 9일 동안 한 차례 휴무일을 보장받았을 뿐 나머지 세 차례의 휴무일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근한 뒤 7시간의 경비원 신임교육을 받아야 했고, 이 사건 재해 당일에도 위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비업법에서 경비원 신임교육을 경비업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13), 경비업자가 위 신임교육을 이수하지 아니한 자를 경비원으로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점(18, 31) 등에 비추어 보면, 격일제 근무자에게 휴무일을 이용하여 신임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망인의 업무시간은 발병 전 1주간 78시간, 4주간 1주 평균 61시간, 12주간 1주 평균 59시간이었다. 이는 고용노동부고시(2013-32) 상으로도 심장 질병 관련 과로 기준을 넘거나(1주간 기준 일상 업무시간이 기존 56시간보다 약 40% 정도 늘어난 상태로 위 기준인 30%를 넘음)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4주간 1주 평균 64시간,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이다.

) 망인에게 장기간 심한 이상지질혈증이 있었고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생 1개월 전에는 운동 중 흉통을 느끼기도 하였다고는 하나 일상적인 생활에 장애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 한편, 과로 및 스트레스는 이상지질혈증이 심하고 관상동맥 질환이 진행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심근경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3)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므로, 이 사건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 규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만(재판장) 한지형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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