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때에 한하여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이 상당인과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제52016.11.10. 선고 2015구합6801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6.10.1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5.1.2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남편인 망 조○○(1947.2.25.,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2009.9.1.부터 안산시 ○○○○동 소재 ◈◈특강에서 근무하던 중 2014.3.13. 그라인딩 기계를 청소하다가 오른손이 롤러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를 당하여 우측 상완부의 심한 탈피성 압궤손상, 우측 전완부의 탈피성 압궤손상, 우측 수부 및 손목부의 탈피성 압궤손상, 우측 전완부 척골 구상돌기의 골절, 우측 전완부 내측 측부인대 및 관절낭 파열, 우측 전완부 근육파열, 우측 제2중수골 골절 및 수근골 탈구의 상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입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 승인을 받았다.

. 망인은 이 사건 재해를 입은 후 안산시 ○○구 소재 ○○병원, 서울 영등포구 소재 ●●●●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았는데, 2014.10.4. ●●●●병원의 창고 천장 나무기둥에 줄을 설치한 후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5.1.21. ‘망인이 이 사건 재해 또는 상병과 관련하여 정신과적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그 외에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근거 또한 없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피고에게 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2015.4.20. 심사 청구가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인정사실

1) 망인의 요양 및 치료 내역

) 망인은 2014.3.14. 이 사건 재해를 입고 의사로부터 사고부위 염증 발생 가능성 및 심한 피부 탈장갑 손상으로 피부괴사 가능성이 있고, 신경의 심한 압궤 및 견인 손상으로 향후 예우가 매우 불량하며, 팔꿈치 인대가 모두 파열되어 불안정하고, 수근골도 너무 심하게 분쇄되어 향후 예후가 나쁘다는 진단을 받았다.

) 망인은 ○○병원에서 2014.3.14. 우측 팔꿈치 변연절제술, 팔꿈치 측부인대 봉합술, 척골신경유리술 및 수근골 고정술을, 2014.4.9. 우측 팔꿈치에 피부 광범위 변연절제술을, 2014.4.21. 우측 아래팔에 피부이식술을, 2015.5.12. 체내고정용 금속제거술을 각 받았고, 2014.6.5. ◑◑으로 전원되었다.

) 망인은 2014.9.16. ◑◑에서 오른쪽 손목의 굽히기가 20, 팔꿈치 뒤로 보게 돌리기가 50도에 그치고 손가락 감각이 50% 감소되었다는 등의 진단을 받았다.

) 망인은 이 사건 재해를 입은 후 치료 과정에서 상병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여 중증 또는 중증도의 동통에 사용되는 가바페닌, 페니마돌, 트리돌 등을 복용하거나 투여받았고, 불면증에도 시달려 스틸녹스를 복용하였는데 특히 사망하기 2개월 전인 2014.8.경 이후부터 그 빈도가 잦아졌다.

) 망인이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기 전 정신과적 병력으로 진료나 치료받은 기록은 없다.

2) 이 사건 재해 발생 이후 자살 무렵까지 망인의 언행 등

) 망인은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수술 이후 통증이 완화되지 아니하고 심해지자 ○○병원 주치의에게 통증을 호소하였다.

) 망인은 예전과 달리 이 사건 재해 발생 이후로 가족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을 종종 하였고, 성격도 예민해졌다.

) 망인은 ◑◑에 입원한 후 간호사에게 처음보다 통증이 많이 완화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고, 한편으로 주변사람들에게는 팔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3) 의학적 소견

) 피고의 자문의사회의 심의 소견

망인이 정신과적 이상으로 치료받은 기왕력이 없고 정신적 이상 상태가 자살을 유발하였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1) 정형외과 의사 감정의

망인이 호소한 통증은 1~10단계 중 8~9단계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망인의 운동능력의 감소, 감각 소실 및 저림증 등의 후유증이 심하였고,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고 악화될 경우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우울증에도 걸릴 수 있다. 망인은 불면증, 통증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가바페닌을 복용하고 페니마돌 등을 투여받았는데, 가바페닌의 약품설명서에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로 이 약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자살 충동 또는 행동을 보이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페니마돌은 비마약성 진통제로서 약품설명서에서 드물게 중추신경계 이상 반응으로 우울감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망인의 전반적인 상태 및 향후 진료 예후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사망 직전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자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2) 정신의학과 의사 감정의

망인은 지속적인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 우측 상완의 통증 및 저림 등으로 상당히 힘들어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나, 간호기록지에는 불면증 외에 우울증 관련 증상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망인은 통증 완화를 위해 가바페닌을 복용하고 비마약성 진통제인 페니마돌 등을 자주 투여받았는데, 가바페닌은 졸림 등이 흔한 부작용이나 치료용량 범주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한 부작용이 호소된 바 없고, 페니마돌 역시 하루 한 번 주사하였기 때문에 권장용량을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된 부작용이 호소되거나 관찰된 적이 없어 위 약물들의 두드러진 부작용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망인의 경우 장기복용한 약물 또는 그 부작용보다는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 심한 통증에 의한 고통과 절망감이 자살의 주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망인이 자살할 무렵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 판 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에 관하여는 이를 원칙적으로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다만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여 사망에 이른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근로자가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여 사망에 이른 경우, 근로자가 그 밖에 업무상의 사 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여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때에 한하여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이 상당인과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 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12.14. 선고 939392 판결, 대법원 2010.8.19. 선고 20108553 판결 등의 취지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재해 이후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 등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과 통증을 느꼈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도 받았던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그런데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복용하거나 투여받은 약물이 우울증 및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망인의 복용량이 치료용량 내지 권장용량 범위 내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망인이 특별히 약물의 부작용을 호소한 바가 없다. 그리고 망인이 자살할 무렵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의심케 할 만한 비정상적인 언행을 하였다거나 정신과적 증상과 관련하여 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나타난 정신의학과 의사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도 망인이 자살할 무렵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망인이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석규(재판장) 김유정 김대원

 

반응형

'근로자, 공무원 > 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기업과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산재보험요율표상 사업종류에 알맞은 각각의 보험요율에 의한 다른 산재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하는지 [부산지법 2005구단1859]  (0) 2017.02.06
우측 수부 장무지·장단지 파열 등의 상병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장해급여지급처분은 정당 [울산지법 2015구합1230]  (0) 2017.01.24
은행원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회식에서 과음한 다음날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 업무상 재해 [서울행법 2015구합63395]  (0) 2017.01.19
다발성 골수종으로 사망한 소방공무원 공무상요양 인정 사건 [서울행법 2015구단56604]  (0) 2017.01.16
도급회사의 직원이 근무 중 상해를 입은 경우 원수급회사가 아닌 도급회사가 사업주로서의 보험가입자 [울산지법 2015구합1490]  (0) 2016.12.13
35년 간 화재진압 현장에서 근무한 소방관에게 발생한 급성백혈병(혈액암)은 업무상재해 [서울행법 2014구단58016]  (0) 2016.11.17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한 공장에 대한 관리책임을 부담하고 공정 일부를 도급 준 회사에도 산재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전주지법 2015가단1555]  (0) 2016.11.17
환경미화원이 청소 작업을 하던 중 당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치매증상으로 집을 나가 헤매다 동사한 것은 업무상재해 [서울행법 2015구합8534]  (0) 201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