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새로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중압감 내지 불안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현과 악화정도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이 자살 시도 직전에는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으며, 망인에게 자살 선택의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생긴 우울증이 악화되어, 망인이 자살을 시도할 무렵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나머지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망인의 꼼꼼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제72016.4.7. 선고 2015구합50092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6.03.24.

 

<주 문>

1. 피고가 2014.4.2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남편 B(이하 망인이라 한다)1991.1.7. ○○기업진흥공단(이하 이 사건 공단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그 산하 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하여 오다가 2012.1.1. 신설된 C지부로 발령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 망인은 2013.5.18. 원고 등과 함께 거주하던 서울 양천구 소재 아파트(이하 아파트라 한다) 옥상에서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 원고는 2013.11.26.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장의비 지급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4.4.21. 원고에게 망인은 주로 개인적인 취약성에 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14.11.10.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1 내지 7, 5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정신적 억제력을 상실한 채 자살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에, 업무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또는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나이,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의 주변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5262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1 내지 54호증, 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포함)의 각 기재,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 2012C지부 발령

망인은 2012.1.1. 이 사건 공단 C지부의 산업1팀 부장으로 발령받아 자금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망인은 이 사건 공단 입사 후 그 당시까지 자금지원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산업3팀의 다른 팀원들 중에도 1년 이상 자금지원업무를 담당해 본 사람은 없었다.

이 사건 공단은 공단에서 지원하는 자금의 유형을 13개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로 매년 자금 지원에 관한 목표 수치를 정해 두었다. 그런데 위 산업1팀에서는 2012년 연초부터 운전자금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배분하여 20123월 초경 이미 일부 자금 유형에 관하여 해당 연도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망인은 그 무렵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 무렵 동료나 후배들에게 자주 미안하다고 하고, 원고에게도 회사에서 큰 잘못을 저질러 부서원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말하며 자책하였다.

그러던 중 망인은 2012.3.17. 새벽에 자택에서 혼자 통곡하듯이 소리내어 울다가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원고에게 회사 일 처리가 잘못되었다. 복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원고의 권유로 같은 날 오전 자택 부근에 있는 정신건강 의학과(이하 정신과라 한다) 병원인 D의원에 내원하였다.

망인은, 위 병원 주치의에게, “일이 집중되지 않고, 멍하니 있게 된다. 회사일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하는데 잘 안되고, 2주 전부터 자살하고 싶다. 1월초 C지부로 발령나면서 일찍 출근하고 9시에 퇴근하는데, 일 처리를 하나 잘못하였고, 책임감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 새벽 3시에 깨서 한숨만 쉬고, 술을 더 마시게 된다”(2012.3.17.), “생각이 많아지고, 누워서 답답하다. 책임져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근은 했다”(2012.3.19.)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였다.

망인은 그 무렵 자택 부근에 있는 E의원에도 내원하여, 2012.3.22. 심리검사 결과 심한 우울상태, 중증도의 무망감 우울증등으로 판정받았고, 위 병원 주치의에게, “1월경 새로운 업무부서에서 일을 도맡아 하면서 밤낮없이 힘들게 살았다. 최근 업무상 실책이 발생하여 걱정되고 불안이 심해졌으며, 이 때문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불안에 시달리다가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겨서 내원하였다.”(2012.3.22.), “주말에 또 업무하겠다고 공단에 나가서 일하다가 갑자기 죽고 싶다고 집에 전화하였다.”(2012.3.27.), “좋은 생각이 거의 없다. 업무 집중이 안 되면서 심란하기만 하고, 사람 만나는 것이 버겁고 귀찮다.”(2012.3. 31.)고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우울증세가 심각하다고 보고 2012.4.C지부장 F(이하 지부장이라 한다)을 면담하여 망인의 업무량을 줄이고, 스트레스 유발요인이 적은 중소기업연수원(이하 연수원이라 한다)으로 전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지부장은 2012.5.경 망인의 업무량을 경감시켰고, 공단 인사팀에도 망인을 20126월 정기인사에 연수원으로 전보하여 달라는 원고의 뜻을 전달하였으나, 망인은 위 정기인사 당시 연수원으로 전보되지 못하고, C지부 내 검사인으로 발령받았다.

() 2013년 상황

망인의 우울증세는 2012.5.경 업무량이 경감되면서 다소 호전되었으나, 증상 자체가 중단되지는 아니한 채 지속되다가 망인이 20131월 정기인사에서 연수원 발령을 받지 못하고, 이 사건 공단에서 73천만 원의 자금 지원을 하였던 주식회사 ○○비가 2012.12.경 자금을 상환하지 아니한 채 공장을 폐쇄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고 업무량이 다시 증가하자 또다시 공단 동료와 선후배들이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되었다.

망인은 2013.4.1. 자금지원 요청을 한 주식회사 ○○에이치(이하 ○○에이치라 한다)에 대하여 2013.4.25. 자금지원 예정통보를 하였는데, 위 예정통보는 자금지원 여부에 관하여 여러 차례 상반된 입장 표명을 반복하다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에이치는 이 사건 공단의 조기경보시스템에 예비경보업체로 지정되어 있어 이를 해제하지 아니하고서는 자금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망인은 위 예정통보 직후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었다.

망인은 위 예비경보업체 지정을 해제하여 자신이 통보하였던 대로 ○○에이치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이 사건 공단에서는 2013.4.30. 위 지정을 해제하고, 2013.5.3. 자금지원을 하였으나, 망인은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업무 혼선이 빚어졌다고 생각하고, ○○에이치의 경영자에게 여러 차례 휴대전화와 이메일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고, 그 이후에도 자신이 예비경보업체로 지정되어 있던 업체에 자금지원 예정통보를 한 것이 공단의 내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그리하여 자신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닌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망인은 그 무렵 지부장에게 연수원 전보를 요청하고, 종전 상사였던 G에게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였으며, 원고에게도 “F 지부장님이 나를 꼴도 보기 싫어할 것 같다고 말하였다.

망인은 그 무렵부터 사무실에서 자주 책상에 머리를 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동료들에게 공단의 자금지원업무 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인 도·소매업 구분법을 새삼스럽게 물어 보거나 자신이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는 퇴직금액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우울증세가 다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2013.5.6. 지부장에게 망인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조언해달라고 부탁하였고, 망인은 같은 날 지부장과 원고의 건의에 따라 2013.5.7.부터 2013.5.10.까지 4일간 연차휴가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망인은 퇴근 후 자택으로 돌아와 침대에 엎드린 채로 원고에게 지부장이 여러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나가라는 것 아니고 휴가가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휴가를 가게 되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개쪽팔렸다.”라고 말하였다.

망인은 휴가기간 중 자신의 업무 처리가 이 사건 공단 내규에 위반되어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택 컴퓨터에서 이 사건 공단의 인사규정을 다운로드 받아 검토하고, ‘업무상 배임’, ‘법원 판결 채무상속등의 검색어로 관련 자료를 검색하기도 하였다.

E의원 주치의는 2013.5.8. 원고와 망인에게 3차 의료기관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해 보라고 의뢰서를 발급해 주었고, 같은 날 위 세브란스병원 의사는 망인에게 1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였으나, 망인은 입원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여 외래 진료만을 받겠다고 하였다.

한편 이 사건 공단은 망인의 연차휴가 마지막날인 2013.5.10.부터 같은 달 11.까지 이틀간 CI(Corporate Identity) 선포식과 2013 화합한마당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망인은 연차휴가 중에도 위 행사에 출석하지 못하면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사실이 동료 직원들에게 모두 알려져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며 C지부장을 비롯하여 동료, 선후배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행사 출석 여부에 관한 의견을 구하다가 결국 행사 당일인 2013.5.10. 오전 행사에 출석하기 위하여 정장까지 차려 입었으나, 원고가 망인에게 이미 공단에 불참자로 통보되어 있다고 말하며 만류하자 행사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접었다. 그러나 망인은 원고에게 회사에서 찍히게 되었다고 말하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망인은 연차 휴가 종료 후 2013.5.13. 다시 출근하였는데, 자신이 업무 과오로 형사 또는 징계책임을 지게 되지 않을까 계속 노심초사하였다. 망인은 2013.5.14. 사무실에서 자기 명의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고, 퇴근 후 원고에게 일 처리를 잘못하여 재산이 압류당할 수 있다고 말하고, “내가 죽는 게 나을까? 감옥에 가는 게 나을까?”라고 묻기도 하였다.

망인은 2013.5.16. 자신이 작성한 기업 관련 서류에 기업평가표를 반드시 편철할 필요가 없는데도 기업평가표를 일일이 출력하여 편철하지 아니하면 전산으로 그 내역이 확인되어 공단에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하루종일 공단내 문서고에서 기업평가표를 편철하였다.

() 자살 직전의 상황

망인은 2013.5.17. 원고와 첫째 딸과 함께 전북 남원에 있는 처갓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2013.5.17. 오전 충북 옥천에 있는 망인의 어머니 집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한 뒤 같은 날 16시경 자택으로 출발하였다.

망인은 충북 옥천에서 서울에 있는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 비가 내리는데도 차량의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여 원고가 와이퍼를 작동시키게 하는 등 집중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고, 원고에게 상속포기 방법을 알려준 것 이외에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망인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택으로 올라 온 뒤 원고에게 힘없이 자동차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 뒤 원고가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하였다.

() 그 밖의 사정들

망인은 H생으로 원고와 사이에 2명의 자녀를 두었다. 망인과 원고 모두 아무런 채무가 없었고, 망인의 부모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고, 부친이 정년퇴직 후 교직원 연금을 수령하는 등 안정적인 소득원도 있었다.

망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2003.7.~2013.6.)에 따르면, 망인은 2012.3.17. D병원에 내원하기 전까지 정신과 질병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없었다.

망인은 C지부로 부임하기 전까지 공단 내에서 꼼꼼한 업무 처리로 ‘B검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고, 직장 동료 선후배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또한 망인은 지역 사회에 있는 I초등학교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활발히 운동하고, 술자리에도 종종 참석하였으며, 이 사건 공단 내 배드민턴 동호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 망인은 2012.1.1. 신설된 C지부의 산업1팀으로 부임하여 자금지원업무를 처음 담당하게 되었는데, 팀원들도 대부분 자금지원업무 경험이 없었던 터라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의 망인이 업무 과정에서 상당한 중압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자금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된 시점부터 약 2개월이 지난 20123월 초경부터 급격히 우울증세를 나타냈고, 그 무렵 원고의 권유로 병원에 내원하여 중증의 우울증 에피소드로 진단받은 뒤 주로 E의원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과 상담 치료를 계속 받아 왔다.

) 망인은 2012.1.1. C지부에 발령받기 전까지는 사교적인 성격으로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였고,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우울증 등 정신과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또한 망인은 원고, 두 자녀와 함께 오랜 기간 화목하게 생활하여 왔고, 망인의 다른 가족관계나 재산관계 등 개인적인 신상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망인의 큰 형과 누나가 조현병 환자이기는 하나, 망인은 우울증 발병 당시 46세였는바, ‘조현병가족력으로 인하여 40대 후반에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업무환경의 변경 및 그로 인한 업무 수행의 어려움에 따라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우울증이 생겼다고 봄이 타당하다.

) 그리고 망인은 ○○에이치 자금지원 문제가 불거진 2013.4.경부터 동료들이 걱정할 만큼 우울증세가 다시 심각해졌고, 2013.5. 초경부터는 공단 내에서 자금지원업무 담당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인 도소매업 구분법을 물어 보고, 동료들로부터 걱정 말라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에이치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업무에 있어 내규 위반으로 징계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하루종일 공단 내 문서고에서 기업평가표를 출력하거나 원고에게 상속포기 방법을 확인해 두라고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으며, 그 무렵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고, 자살 당일에는 비가 오는데도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의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아니하는 등 정상적인 판단력이 크게 떨어 진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망인이 받은 정신적인 고통과 그로 인하여 발생·악화된 우울증은 매우 심각한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 이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중압감 내지 불안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현과 악화정도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이 자살 시도 직전에는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으며, 망인에게 자살 선택의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생긴 우울증이 악화되어, 망인이 자살을 시도할 무렵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나머지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인다.

)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망인의 꼼꼼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진료기록 감정의의 감정의견, 원고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 및 원고의 의뢰에 따른 3개 의료기관(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대목동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도 모두 이에 부합한다.

(4) 소결론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만(재판장) 강효인 송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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