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의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다수의 보험계약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대법원 제32015.02.12. 선고 201473237 판결 [보험금반환청구 및 보험계약무효확인]

원고, 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 / A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4.9.24. 선고 2012556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912115 판결 등 참조). 특히 보험 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추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하여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보험계약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취득의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4.30. 선고 201369170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하여 다수의 보험회사와 사이에 11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및 입원치료 등을 이유로 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위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가입한 11개의 보험에 따른 월 보험료가 통상의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다 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피고에게 위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지급할 경제적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 질병의 증상을 다소 과장하여 입원하거나 적정 입원기간을 넘어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사후의 사정만 가지고 당초의 보험계약이 반사회 질서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07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부산 북구 B에 있는 C에 거주하면서 무속인들이 굿을 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 보수로 월 150만 원 내지 200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수입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없고, 설령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정기적이었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보험료를 납입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재산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월 453,530원을 초과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한 11건의 보험료가 피고에게 과다하지 아니한 금액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한다.

2) 피고는 2009.7.13.부터 2010.7.13.까지 약 1년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하여 11건의 동종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2010.7.13.에는 하루에 2개의 보험회사와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이와 같이 단기간 내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나아가 11건의 보험계약 중 2건만이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해 체결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피고의 적극적인 자의에 의하여 체결되었다.

3) 피고는 위 마지막 보험계약 체결 직후인 2010.8.13.에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2010.8.24.부터 23일 동안 입원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그때부터 약 2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리하여 2010.8.24.부터 2012.9.26.까지의 입원횟수가 11, 입원기간이 총 229, 이러한 입원으로 지급받은 보험금이 합계 141,336,022원에 이르는 바, 피고의 입원병명, 치료내역 등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입원횟수와 입원기간은 상당히 잦고 길며 지급받은 보험금은 지나치게 과다하다.

4) 한편 피고는 비례보상, 중복보상에 관해 알고 있으면서 비례보상되는 의료실비 항목에 관하여는 1건의 보험만 가입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 등 나머지에 있어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입원기간 중의 일당 등 중복보상되는 항목이 집중적으로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피고가 가입한 위 각 보험은 그 대부분이 저축성 보험의 성격보다 보장성 보험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정기적인 수입밖에 없었던 피고가 이와 같이 보장성 보험에 다수 가입하는 데에 대한 상당한 이유는 더욱 찾을 수 없다.

5) 나아가 피고는 2010.2.8. 원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이미 7건의 동종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는데, 의료실비 항목과 관련된 1건의 보험 외에는 그 가입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 위와 같은 피고의 재산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다수의 보험계약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