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35년 동안 페인트 생산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폐암 진단. 업무상재해 인정 [서울행법 2024구단78460]

고콜 2026. 1. 6. 15:37

【서울행정법원 2025.11.26. 선고 2024구단78460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7846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10.15.

• 판결선고 / 2025.11.26.

 

<주 문>

1. 피고가 2024.10.8.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생, 남성)는 19**.*.*.경부터 20**.*.*.경까지 약 35년 1개월 동안 주식회사 B C팀에서 페인트 생산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원고는 19**.*.*.경부터 20**.*.*.경까지는 위 회사의 D 공장에서 근무하였고, 20**.*.*.경부터 20**.*.*.경까지는 위 회사의 E 공장에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1.6.14.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 상세불명의 쪽’(폐암,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2023.10.30. 피고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4.3.13. 원고에게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24.10.2. 다시 피고에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아래와 같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근거로 하여 원고가 수행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4.10.8.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원고가 장기간 근무하였고 다량은 아니지만 발암 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점, 알려지지 않은 발암물질이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이 있다.
 그러나 페인트 제조의 폐암 유발 요인은 주로 탈크 등의 충전제에서의 결정형 유리규산과 안료에서의 6가크롬인데 원고는 해당 물질을 다루는 공정이 아닌 수지와 용제를 한 점, 원고의 업무에서는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낮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오랜 기간 페인트 생산 업무를 수행하면서 6가크롬, 결정형 유리규산 등을 포함한 여러 유해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제1항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대학교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6가크롬 및 결정형 유리규산 등에 노출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폐암은 기관지, 세기관지, 폐포 등의 폐조직에 발생하는 암으로, 흡연이 주요 원인이고, 석면, 크롬과 같은 직업적 노출, 방사성 물질, 대기오염도 그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제34조제3항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 제4호의 바.는 ‘콜타르 찌꺼기(coal tar pitch, 10년 이상 노출된 경우에 해당한다), 라돈-222 또는 그 붕괴물질(지하 등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장소에서 노출된 경우에 해당한다), 카드뮴 또는 그 화합물, 베릴륨 또는 그 화학물, 6가크롬 또는 그 화합물 및 결정형 유리규산에 노출되어 발생한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13호는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는 1986.4.1.경부터 이 사건 상병의 진단 무렵까지 약 35년 동안 페인트 수지 생산을 위한 원료 배합, 여과 및 포장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35년의 기간 중 33년 동안 D 공장에서 근무하였는데, D공장은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배기장치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환기, 집진 장치의 성능 또한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페인트 제조는 수지, 안료, 용제 등 주원료를 정해진 비율로 혼합하고 생상과 질감을 위해 안료와 합성수지를 배합하며, 물질을 연마, 절단하고 작업성, 내구성 등을 높이기 위하여 첨가제를 넣고 혼합물을 숙성시켜 완성되는데, 안료는 6가크롬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고, 가열, 용해, 연마 등의 과정에서의 결정형 유리규산 등이 다량 발생하여 페인트 제조 공정의 근로자들은 위와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되게 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결정형 유리규산은 탈크 등의 충전제에서 검출되고 6가크롬은 안료에서 검출되는데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해당 물질의 취급과는 무관한 수지와 용제 작업으로 작업환경측정결과 원고의 노출 정도가 낮아 이를 이 사건 상병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유해물질을 직접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가 그러한 유해물질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근무한 이상 6가크롬, 유리규산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원고가 수행한 수지와 용제 등 업무 과정에서도 여러 유기화합물이나 분진 등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유해물질의 노출량은 측정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르게 산출될 수 있고, 피고의 작업환경측정은 원고가 과거 33년 동안 근무한 D공장의 환경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2019~2020년도 E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과거 근무한 작업환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어렵다. 나아가 설령 피고가 추정한 노출값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러한 노출 수준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35년 동안의 누적 노출량이나 다수의 유해물질의 복합적 영향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내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은 원고에게 1일 1갑, 30갑년의 흡연력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호흡기내과)는 ‘① 6가크롬, 결정형 유리규산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물질이고, 두 물질 모두 주로 호흡기를 표적 중기로 하고 있다. 복합노출은 단일 노출에 비해 폐암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높이며, 만성기관지염과 폐기능 저하를 가속화시킨다. ② 노출 수준이 낮다는 사정은 위험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참고 요소는 될 수 있으나, 장기간, 복합적, 누적적 노출의 효과를 상쇄할 정도의 절대적 기준은 되지 못한다. ③ 여러 발암 물질에 장기간, 복합적 및 누적적으로 노출되었고, 30갑년의 흡연력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요인이 결합하여 상승적으로 이 사건 상병의 발생 위험을 더욱 크게 증가시켰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의학적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이와 동일한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라) 그렇다면 원고의 작업환경에서의 여러 유해물질의 노출이 원고의 흡연력과 함께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원고에게 흡연력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다른 요인이 존재하였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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