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서 출선공 등으로 근무. 장기간 상당한 정도의 유해분진에 노출. 업무와 만성폐쇄성폐질환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서울행법 2024구단79623]
【서울행정법원 2025.9.24. 선고 2024구단79623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79623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8.27.
• 판결선고 / 2025.09.24.
<주 문>
1. 피고가 2024.2.2.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생)는 19**.*.*.부터 20**.*.**.까지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약 28년 8개월 동안 재직하며 출선 작업 등을 수행한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0.6.20. C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COPD),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0.10.16.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4.2.2.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진단 기준에 근접하는 경미한 상태로 확인되고, 작업 공정 및 작업환경측정결과상 직업적인 호흡성 분진 및 가스의 누적노출량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원고는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흡연을 하였고 흡연은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28년 8개월 동안 출선공 또는 출선반 반장으로 근무하면서 산화철 분진 등 유해분진에 상당량 노출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대법원 2023.4.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 5, 10호증, 을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E대학교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상병은 유해한 입자나 가스의 흡입에 의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이로 인해 점차 기류 제한이 진행되어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고, 최근에는 흡연 이외에도 여러 숙주 요인들과 환경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 사건 상병을 발생시킨다고 추정하고 있다. 숙주 요인으로는 유전자, 기도 과민반응 등이 관련되며, 환경 요인으로는 흡연 외에도 직업성 분진과 화학물질, 실내 외 대기오염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직업성 분진(석탄분진 등)과 화학약품(증기, 자극물질, 연기 등)도 지속적으로 강하게 노출될 때 이 사건 상병을 일으킬 수 있다.
나) 피고는 직업환경연구원을 통하여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를 하였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작업 공정 및 작업환경측정결과상 직업적인 호흡성 분진 및 가스의 누적 노출량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피고는 이러한 심의 결과 등에 기초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① 원고는 19**.*.*.부터 20**.*.**.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28년 8개월 동안 출선공 또는 출선반장으로서 출선 작업[고로의 용융물(슬래그 + 용선)을 빼내는 작업으로, 사전 준비 → 출선구 개공 → 출선 → 용융물 배출 → 출선구 폐쇄 → 탕로 폐쇄 → 찌꺼기 제거 순으로 작업이 진행된다]을 수행하였고, 출선구 개공 직후 고열의 용융물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 및 탕도를 통해 흘러가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금속 흄과 고로 가스가 발생하므로, 원고가 출선 작업 과정에서 금속 흄 등 상당한 수준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 1년 후 탕로에 덮개가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작업환경연구원이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회신서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고로의 개공구 주변에 덮개가 설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선이 시작되는 순간에는 상당 수준의 금속 흄과 가스가 공기 중으로 발생할 수 있고, 탕로 상부에 덮개가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탕로가 완전히 밀폐된 형태가 아니므로 고열의 용융물에서 발생하는 금속 흄 등이 틈새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는 점, ③ 작업환경연구원은 이 사건 사업장 D에서 2010년에 실시한 작업환경측정결과 중 FINEX 출선 작업자의 산화철 분진 노출 수준 산술평균인 1.14mg/㎥(노출 기준: 5mg/㎥)에 기초하여 원고의 산화철 분진 노출 수준이 낮았다고 보았는데, 고로 공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집진기 용량 높임 등 시설개선이 이루어진 점(갑 제10호증 제321면 참조), 제철소의 연도별 유해물질 노출 수준은 대체로 2000년대 초중반경부터 급격하게 낮아지기 시작한 점(갑 제10호증 제299~301면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위 작업환경측정결과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시기(19**년부터 20**년까지)의 노출 수준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반장의 직책을 맡을 때에도 반원들과 출선반을 구성하여 출선 작업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하며 금속 흄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점, ⑤ 이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호흡기내과, 이하 ‘이 사건 감정의’라 한다)도 ‘최소 18년간은 고농도의 금속 흄과 유해물질 노출이 의심된다. 노출된 기간 이후의 환경조사서를 근거로 원고의 유해물질 노출이 적었다고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견해를 밝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장기간 상당한 정도의 금속 흄 등의 유해분진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추단된다.
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 3] 제3호 사.목은 ‘장기간·고농도의 석탄·암석 분진, 카드뮴분진 등에 노출되어 발생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마련한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 지침’은 ① 석탄·암석 분진, 흄, 가스, 증기 등에 20년 이상 노출되어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② 위 석탄 등에 노출된 기간이 20년 미만이더라도 지하 공간이나 밀폐된 공간 등에서 작업을 수행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장기간·고농도로 석탄·암석 분진, 카드뮴 흄 등에 노출된 것으로 인정하되, 천식의 악화나 기관지확장증 등 폐쇄성 폐환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기류 제한은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지침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금속 흄 등의 업무상 유해물질에 노출된 약 28년 8개월이라는 기간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기간으로 볼 수 있다.
라) 한편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고는 2019년 건강검진 문진에서 총 20년간 일 20개비씩 흡연을 하였다고 밝혔고, 2021년 건강검진 문진에서 총 25년간 일 20개비씩 흡연을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요인이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원고의 흡연력이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주된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환경, 유해물질 노출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상 유해물질 노출력이 흡연력에 겹쳐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사건 감정의도 ‘원고는 이 사건 상병 2단계로 중등도의 폐기능 감소가 관찰되고, 흡연력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20~25갑년의 흡연력은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진행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로 이 사건 상병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으로 생각되고, 이외 직업적 유해물질 노출이 일부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주거나 흡연과 맞물려 질환 악화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 사건 상병은 60세 이상에서 호발하나, 원고는 2013년에 기관지염 기록이 있는 상태로 64세경부터 증상이 발현되고 이후 2021년에서야 폐기능 저하가 확인되었는데, 이 사건 상병은 폐기능 검사를 하여야 진단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진단이 늦었다고 하여 이 사건 상병이 직업성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 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9.7.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