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등기 임원이라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23구합59193]
【서울행정법원 2024.7.11. 선고 2023구합59193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5919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A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 변론종결 / 2024.04.25.
• 판결선고 / 2024.07.1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2.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A 주식회사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2.1.25. 설립되어 상시 약 4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전자제품 및 부품 제조업, 반도체소자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 자동차, UB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는 LED 칩(chip)을 연구개발, 생산, 판매하는 종합 LED 법인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0.4.26. 원고에 EPI 개발 업무 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채용되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2016.4.1. EPI 개발 그룹 총괄책임자인 임원으로 임용된 이후에는 매년 임용계약서 또는 임원위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급여에 대해서는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 감사팀은 ‘참가인이 다수의 국책과제에 자신의 이름을 등재하면서 명확한 기준 없이 기여도를 높게 산정하고, 연구수당을 많이 받아 간다.’라는 내용의 제보를 접수하였고, 이에 원고 감사팀 상무 D가 2022.5.13. 참가인을 상대로 ‘국책과제 수행에 대한 연구수당 배분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였으며, 그 후 원고는 참가인에게 자택대기명령을 하였다가, 2022.5.20. 참가인에게 ‘위촉계약 제11조제1항에 규정된 계약 해지 사유 발생 및 보안서약서상의 3대 투명성 의무 위반사항 확인’을 이유로 위촉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지 통보’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22.8.18. 이 사건 해지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10.18.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E).
마. 원고는 2022.11.23.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2.12.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2.8. ‘참가인은 비등기 임원으로서 형식상·명목상 임원으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며,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종료할 만한 해고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해고 절차에 있어서도 하자가 있어, 이 사건 해지 통보는 부당해고이다.’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23.3.7.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9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이 참가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임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지 통보는 위촉계약의 해지로서 정당하다.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참가인의 부서나 직급의 변경은 상호합의에 따른 것일 뿐이지, 참가인의 업무가 원고에 의하여 정해졌다는 것은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다. 원고는 참가인에게 회사의 경영 및 담당 업무집행의 일부 권한을 위임하였고, 참가인이 임용계약서 내지 임원위촉계약서의 하단에 서명함으로써 이를 승낙하였다. 나아가 참가인은 2020.1.1. ‘2016.4.1. 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2016.3.31. 자로 기존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였다’는 사직원을 작성하였는데,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필 서명을 마쳤는바, 시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된 법률관계는 존중되어야 한다.
2) 참가인은 원고로부터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임원으로서 경영권한 및 업무집행권을 가진 자이다. 참가인이 그 전결권한의 범위 내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마치면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타인의 승인을 요하지 않고 대표이사의 결정과 동등한 효력을 가졌으며, 특히 참가인은 일부 등기임원보다도 넓은 범위의 전결권한을 부여받았는바, 2020.1.경부터 2022.5.경까지 사이에 참가인이 최종승인권자로서 운영, 관리하였던 예산 및 비용이 약 286억 원에 이르고, 임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최종승인권자로서 행한 전자결재는 약 1,200여건에 이른다.
3) 참가인은 임원회의와 섹터장회의에 참여하여 회사의 경영상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핵심 임원이다. 원고는 이사회만으로 중요한 경영 판단 전부를 신속히 결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이사회와 성격이 유사한 섹터장회의를 운영하였는바, 여기에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단 6명의 섹터장만 참여할 수 있어서, 회사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회의체 중 하나이자 총괄임원 회의체에 해당하였다. 실제 섹터장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을 살펴보더라도 중요한 경영 사항에 관한 정보 교류, 논의 및 의사결정이 이루어졌고, 회사 중요 임원의 권한범위에 관한 규정이라든가 전사 비상경영의 설정 및 해제에 관한 조건을 논의하기도 하였으며, 섹터장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진행하였는바, 이러한 섹터장회의에 참여하여 경영상 권한 내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근로자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지위와 역할이다.
4) 원고는 참가인의 근무시간이나 휴가사용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감독한 사실이 없다. 가령 원고의 비등기 임원들 중에는 100일 이상 결근한 자도 여러 명이 있었으나,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결근하거나 출·퇴근을 하였다. 원고는 매출액이 약 4,887억, 임직원 수가 약 430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인데, 그 대표이사가 개별적으로 임원의 휴가, 조퇴, 외출을 보고받아 승인한다는 것은 실체관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5) 참가인은 업무 수행 시에도 원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임원위촉계약은 실질적으로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수임인인 참가인은 위임인인 원고에 대한 보고의무가 인정되는바,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보고행위는 회사 내부 조직관계상 수임사무 처리현황의 보고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것으로서 위임사무에 대한 관리조치를 취한 것뿐이며, 업무 처리의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사후적인 보고에 불과하다. 나아가 임원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업무를 투명하게 처리하여야 함은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의 내용이자 신뢰관계의 기초일 뿐이지, 참가인의 업무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
6) 참가인은 성과급, 임금, 취업규칙 적용 여부 등의 점에서 일반 직원들과는 명확하게 구별될 정도의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 참가인이 처음으로 원고의 임원으로 위촉되었을 당시 비등기 임원의 숫자는 11명에 불과하였고, 일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9,297,000원에 불과하였는데, 참가인은 일반 직원의 3배에 이른 연봉에다가 차량 및 차량지원금까지 지급받았다. 게다가 일반 직원들은 연봉의 최대 15%까지만 성과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참가인은 임원으로서 원고의 영업실적에 따라 최대 50%까지 성과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었으며, 반대로 경영사항을 논의, 결정하는 점을 감안해 회사의 영업실적과 임원의 업무실적을 연계하여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성과금이 –10%가 될 수도 있었다. 한편, 참가인이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였던 사실은 근로자 지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나. 인정사실
1) 원고가 참가인과 사이에 체결한 임용계약서 내지 임원위촉계약서, 연봉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각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2) 참가인은 2020.1.1. “본인은 2016.4.1.부, 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2016.3.31.부로 회사와의 기존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본 사직원을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원을 작성하였다.
3) 참가인은 2020.3.31. 아래와 같은 내용의 ‘보안 및 3대 투명성 준수 서약서(임원)’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아래 생략>
4) 참가인은 2010.4.26.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하였고, 이후 원고의 신고에 따라 2022.5.21.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하였다.
5) 원고의 2020.1.2.자 ‘2020 전결규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6) 원고의 임원급여 지급규정 및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6, 7, 10호증, 을가 제3, 4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참가인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11 내지 23호증, 을나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들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F, G의 각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원고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업무의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1) 원고는 참가인의 업무능력을 높게 평가하여 2016.4.1.자로 EPI 개발그룹의 총괄책임자인 임원으로 승진하는 인사발령을 하면서, 동시에 참가인을 비등기 임원으로 임용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자유롭게 실적을 올리는 한편,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하여 준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임원 승진 및 임용 이후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기존에 담당하였던 EPI 개발업무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자료는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고, 단지 원고의 사업인 LED 칩 제조공정 중 EPI공정과 FAB공정을 EPI 개발그룹으로 통합하는 과정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인사발령일 뿐이어서, 참가인은 임원이 된 이후에도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계속하여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는 2020.7.경 참가인을 블루칩(VB) 개발 총괄담당 임원으로 위촉하였다가, 2021.9.경 재차 참가인의 부서 및 직급을 EPI 제조센터장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는바, 이처럼 각 임원으로서의 임기(2020.1.1.부터 2020.12.31.까지) 내지 위촉기간(2021.1.1.부터 2021.12.31.까지) 도중인데도 불구하고 업무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변경되는 것은 전형적인 전보발령의 양태인데, 달리 원고가 참가인과 협의를 거쳤다거나 상호 합의에 따라 참가인의 업무를 변경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참가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실상 원고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다른 한편 원고의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참가인이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2)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임원위촉계약에 ‘위임’이라는 명시적인 기재가 있기는 하지만, 개별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전형적인 위임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데다가, 참가인이 임원으로 승진한 후 약 3년 9개월가량이 지나서야 뒤늦게 기존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는 취지의 사직원을 제출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임원의 지위와 관련된 계약서, 서약서 등을 작성한 것은 기본적으로 원고의 일방적인 지시 내지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와 같은 임용계약서 내지 임원위촉계약서의 형식적인 기재만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관계가 위임계약관계라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 여부
(1) 원고 전결규정상 대표이사 전결항목 중 ‘인사’ 항목에는 ‘임원에 대한 인사’가 규정되어 있는바, 기본적으로 원고는 참가인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출근 및 휴가 등을 등록하는 전산시스템이나 임원 단기 MBO 평가제도와 같이 임원들에 대한 인사관리 내지 업무관리 체제도 갖추어져 있었음이 인정된다.
(2) 원고가 참가인을 포함한 임원에 대하여 일반 근로자와 같은 구체적인 징계제도를 두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제재로서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면 이 역시 근로자성을 인정할 만한 요소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실제로 원고와 참가인이 작성한 임용계약서 내지 임원위촉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의 ‘본 계약, 정관을 포함한 회사의 규정과 임원 복무규정 및 관련 법령의 중대한 위반’, ‘기타 회사가 임원과의 본 계약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정하였는바, 이러한 계약조항은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고 권한을 규정한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아니하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만한 하나의 정황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게다가 원고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규칙·복무(인사)규정 등을 따로 정하였는지 혹은 일반 직원들과 구분하여 임원들에게는 취업규칙·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정하였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쉽게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도 없다.
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1) 취업·고용형태의 다양화에 수반하여 오늘날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은 종래의 직접적·구체적인 것에서 간접적·포괄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바, 구체적인 노무 공급의 시간, 장소, 내용, 태양 등에 관해서는 노무공급자의 일정한 자율에 맡기고 포괄적인 의미의 지휘감독을 행하는 경우가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비록 근로자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근로자로서는 여전히 사용자의 지휘·감독과 통제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수 없어서 그 사용종속관계를 부정하기 어렵고, 이는 원고와 그 소속 임원 사이의 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2) 원고는, 참가인이 2020년경부터 회사의 주력 제품인 WICOP Chip의 개발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근무하였고, WICOP 기술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구성하는 핵심기술이자 중대한 영업비밀로 평가받는다고 주장하는바, 그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참가인의 업무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
(3) 원고 전결규정은 “대표이사가 알아야 할 경영상 중요 사항은 반드시 대표이사에게 사전 보고 必 - 클레임, 채권제각을 통한 대손 : 1천만원 초과시 메일 등 서면 보고, - 기타 : 금액의 경중은 현업에서 판단하여 보고”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밖에 재무, 인사, 투자, 자산 처분 등과 관련하여 대표이사 전결항목을 상당히 폭넓게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대표이사가 알아야 할 경영상 중요사항’은 그 내용 자체가 명확하다고는 볼 수 없어 설령 전결권한이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의 것인지 쉽게 확정하여 독자적으로 전결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실제로도 원고 대표이사는 참가인에게 수시로 연락해 제품의 성능, 품질과 관련된 사항을 질의하거나 업무상 지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참가인이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한 전문 부분을 총괄하는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독립적으로 업무를 집행하였다기보다, 상무라는 비등기임원으로서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원고 회사의 일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특히 원고 대표이사가 참가인에게 제품의 생산 및 품질관리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절차, 수단,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문적 지식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업무 자체의 특성 내지 상대적 자율성에 기인한 것이지 참가인이 근로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4)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상법 제382조제1항, 제409조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 사이에 있어서 그 업무수행권한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참가인과 같은 비등기임원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원고와 참가인이 작성한 임원위촉계약서가 2020년 무렵부터 개정되어 “경영 및 업무집행의 일부 권한을 위임”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였고, 또한 원고 전결규정이 ‘전결’에 관해 “특정 업무에 대하여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최종 승인권자가 결재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라고 정의하기는 하였으나, 다른 한편, 임원위촉계약서가 “경영권한 및 의무 그리고 책임의 범위는 별도로 합의한다.”라고 정하였음에도 그러한 별도 합의의 존재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위 전결규정은 어디까지나 “회사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당 직책에 따른 필요한 전결권한을 부여”(전결규정 중 ‘1. 의의’ 부분)한 것에 불과하여, 설령 등기임원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조직 및 직책에 따라 전결권한이 결정될 뿐이지, 원고의 경영목적상 필요 내지 해당 직책수행자가 특정한 업무 부문에 관하여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와는 그다지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고 보이는바, 결국 참가인이 원고 전결규정상 가장 높은 등급을 부여받아 일부 등기임원보다도 광범위한 전결권한을 행사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참가인을 실질적인 경영자 내지 등기임원에 준하는 권한과 처우가 인정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 나아가 원고가 중요한 의사결정 내지 경영상 판단을 위해 수시로 임원회의 또는 섹터장 회의와 같은 회의체를 운영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으나, 원고가 제출한 회의록 등을 살펴보더라도 거기에서 경영사항에 대한 정보 교류 및 논의를 넘어 사실상 최종적인 의사결정까지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참가인은 의사결정의 기초가 될 만한 자료를 취합, 정리하여 참여자들에게 발표, 전달하고, 추가적인 지시를 받아 담당 업무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보일 뿐이어서, 단순히 섹터장 회의 등에 참석한 사실만으로는 참가인이 원고의 경영상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부족하다.
라) 사용자가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1) 원고가 제출한 임원 출근 및 휴가 데이터 취합 기록이나 참가인이 제출한 근태·휴가공지 등을 살펴보면(을나 제1호증의 1, 2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휴가기간, 우선순위 등의 기준을 공지함과 아울러 시행일정, 공지된 내용 위반시 제재 내용, 휴가사용 전 근태등록 의무 등의 사항을 명시하면서 특정기한까지 휴가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상당히 느슨한 정도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을 포함한 임원들의 근태를 일정 부분 관리하거나 관여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2) 게다가 원고가 임원들의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직접적으로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가령 탄력적 시간제를 채택하거나 근무형태가 주로 출장 근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그러한 업무의 특성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는 유연하게 결정될 여지도 있으므로, 단지 참가인이 근무시간의 결정이나 휴가의 사용 등에 있어서 엄격한 구속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근로자성 판단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없다.
마)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1)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자와 사업자 사이의 구별을 위한 것이므로 특정 노무공급자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사업자성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는바,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문성과 경제적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다른 사업자와도 거래할 수 있고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사업 운영에서 비롯되는 위험도 인수하고 있는지 여부도 고려되어야 한다.
(2) 그런데 참가인이 스스로 비품·원자재 등을 소유하였다거나 제3자를 독자적으로 고용하고 그 업무를 임의로 타인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찾기 어려운바, 참가인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바)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1) 업무수행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가 당해 기업에서 비슷한 수준의 정규사원에 비하여 현저히 높게 산정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업무수행자는 독자적인 사업자의 성격이 강하고 근로자성은 희박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참가인이 2010년경 원고에 채용된 이래 그 연봉은 매년 200만 원 내지 1,200만 원 정도 인상된 것으로 보이고, 직전 연도 대비 인상률을 보더라도 최소 4.2%, 최대 20%에 이르는바, 2016년경 임원으로 임용되면서 급여가 1,800만 원가량 상승한 것만으로는 참가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며,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 참가인이 임원이 되면서 받게 된 보수가 임원이 되기 전 보수에 비하여 현저히 높게 산정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특히 참가인과 비슷한 수준의 연차 혹은 직책에서 근무하는 자가 아니라, 단순히 일반 직원들 전체의 평균 연봉과 비교한 결과만을 기초로 참가인이 현저하게 우대한 보수를 받았다고 하거나 차량 및 차량유지비 지급 내역만을 들어 차별화된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오히려 원고 임원급여 지급규정에 의하면, 임원에 대한 급여는 매년 연봉제로 계산하되, 이를 13분의 1로 나누어 매월 10일에 각 100%, 구정과 추석에 각 50%씩 고정적으로 지급하고, 해임 및 사망 등 기타의 사유로 중도에 퇴임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 개인사유로 휴직한 기간 등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는바, 이는 제공된 근로의 양에 따른 대가관계의 비례성이 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서 그 급여를 임금으로 볼 수 있다.
(3) 더욱이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경영평가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10.12. 선고 2015두3615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급여 외에 영업실적에 따라 연봉의 –10% 내지 50% 범위에서 책정되는 성과금을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그 성과금 형태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에 비해 지급 여부나 지급률이 반드시 유리하다고만 볼 수도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이를 참가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요소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4) 한편, 원고는 재직 임원에 대하여 적용하는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고, 위 규정에 의하면 근속년수는 선임일로부터 퇴임일까지 총 근속한 월수를 12로 나누어 계산하도록 되어 있어서 임원으로 임용되기 이전의 근무기간은 포함하지 아니하는데, 그럼에도 참가인은 원고로부터 2010.4.26.부터 2016.3.31.까지의 기간에 관한 퇴직금을 따로 정산하여 지급받지도 아니하였다.
사)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임용계약서 내지 임원위촉계약서에는, ‘임원이 재임기간 및 회사를 퇴직한 때로부터 2년간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 또는 그 계열회사에 취업하거나 임직원으로 근무할 수 없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도 동종 또는 유사한 영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어, 참가인의 겸직 및 경업을 일정 부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다가, 참가인의 근무조건 등에 비추어 볼 때 현실적으로도 2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동시에 근로를 제공하거나 다른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바, 참가인의 업무는 전속성이 있어서 원고와 사이에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데에 충분히 참작할 만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바, 참가인은 원고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하였을 당시부터 임원으로 임용되었다가 이 사건 해지 통보를 받을 때까지 계속하여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에도 가입되어 있었으며, 이후 실업급여를 수급하기까지 하였다.
라. 이 사건 해지 통보의 정당성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11.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참가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만 그 효력이 있다. 이 사건 해지 통보는 근로자인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인 원고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이어서 그 법적 성질은 해고와 다름이 없는데, 그럼에도 원고는 단순히 감사팀 상무 D가 참가인을 상대로 ‘국책과제 수행에 대한 연구수당 배분 문제’를 조사하였을 뿐, 원고 제출 증거들만으로 참가인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다거나 해고절차를 준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나아가 ‘위촉계약 제11조제1항에 규정된 계약 해지 사유 발생 및 보안서약서상의 3대 투명성 의무 위반사항 확인’이라는 추상적인 사유만을 들어 곧바로 이 사건 해지통보를 함으로써 참가인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게 하였다. 결국 이 사건 해지 통보는 절차적으로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므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종료할 만한 해고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해지 통보는 무효이다.
마. 소결론
이 사건 해지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는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원(재판장) 김준영 류지선
※ 서울고등법원 2025.9.12. 선고 2024누54975 판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