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영양사가 24년간 조리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발암물질인 조리 흄, 조리기름 흄에 직접 노출. 폐암의 발병 또는 악화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서울행법 2024구단72042]

고콜 2025. 8. 18. 17:03

【서울행정법원 2025.7.16. 선고 2024구단72042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72042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5.21.

• 판결선고 / 2025.07.16.

 

<주 문>

1. 피고가 2023.12.12.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 생, 여성)는 다음 표 기재와 같이 1997.3.10.부터 영양사로 근무해 왔다. <표 생략>

나. 원고는 2023.3.17.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신생물, 오른쪽’ 진단을 받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3.12.12. 원고가 영양사로서 직접 조리업무를 하지 않고 관리 등을 하였을 것으로 보여 유해물질인 조리 흄(cooking fume)에 대한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8, 1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B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인정사실

갑 제9, 10, 13, 14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는 1일 평균 8시간, 1주 평균 5일 근무하며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조리하였다. 원고의 구체적인 직무 내용, 작업환경, 조리방법은 다음과 같다.

 구체적 직무
- 주 업무는 식단 작성, 위생관리, 식품 재료 선정 및 검수, 식품 조리 지도 및 검식, 배식 관리 및 급식 지도, 급식실 종사자 지도·감독, 급식소 안전관리 및 급식 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업무임.
 작업환경
- 1식 메뉴 중 조림, 볶음, 튀김 중 한 가지는 들어감.
- 과거에는 전처리실, 세척실, 조리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음. 또한 방진, 방충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창문을 열면 먼지와 벌레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음.
- 보통 영양사실과 조리실은 붙어 있음(공간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으나 영양사실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 조리실의 유해인자들이 영양사실로 들어올 수 있음).
 조리방법
- 튀김 요리 시 중심 온도가 75도 이상(어패류는 85도 이상)이 되어야 하며, 나올 때마다 찍어서 확인.
- 볶음 요리 시 열을 가하는 작업들은 모두 동일하게 중심온도가 75도 이상(어패류는 85도 이상) 되어야 하여 체크.
- 주로 사용하는 조리법은 볶음이고, 튀김을 주 2회 이상 하지 말라는 교육청의 지시가 내려온 상태임. 해당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는 튀김을 주로 했으며, 기름으로는 콩기름(C학교부터는 카놀라유)을 사용. C학교의 경우 한 번 조리 시 1통(18리터)을 사용.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조리하였음.

2) 원고가 근무한 학교의 조리 종사자 인원, 연간 평균 식사인원, 환기시설 개선공사 시점 등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 한편 L학교의 연간 튀김건수는 80건, 볶음건수는 210건, 조림건수는 60건, 구이건수는 100건이고, C학교의 연간 튀김건수는 70건, 볶음 건수는 50건, 조림건수는 32건, 구이건수는 30건이다. <표 생략>

3) L학교의 사무분장표에는 영양사인 원고가 조리사의 업무대행자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I학교장, J초·중학교장, K학교장, L학교장, C학교장은 ‘원고가 근무할 당시 조리인력이 부족하거나 조리실무사가 조리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영양사인 원고가 상당 시간 조리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원고는 직접 조리를 하지 않을 때에도 영양사실에서 창문을 연 채 조리실 상황을 점검하였다.’는 내용의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K학교에서 원고와 함께 근무한 M, N, L학교에서 원고와 함께 근무한 O도 같은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며, 그 외에 E학교에서도 조리인력이 부족할 경우 영양사가 조리업무를 함께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위 각 의견서·사실확인서에 기재된 원고의 조리업무 수행 시간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4) 피고 측이 원고가 근무했던 학교들을 방문하여 재직 중인 영양사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리인원 부족 등의 사유로 영양사가 조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고, 최근 환기시설을 개선한 학교도 환기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5) 원고는 흡연을 한 사실이 없다. 원고의 가족 중에 폐암을 앓았던 사람도 없다(다만 원고의 부친이 위암을 앓았던 사실은 있다).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의 B병원장·P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면,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폐암 환자의 약 10~15%는 흡연·직업적 원인과 같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폐암 환자의 약 25%는 비흡연자이다.’라는 소견을 밝힌 사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이 사건 상병은 폐암(선암)으로 비흡연자나 여성에게도 흔히 발생하고, 환경적 요인이나 직업적 유해물질 노출 없이도 발병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힌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와 같은 비흡연자 여성에게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위 인정사실, 갑 제6, 10,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B병원장·P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약 24년간 조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이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조리 흄·조리기름 흄(cooking oil fume)과 같은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조리 흄이나 조리기름 흄은 음식물을 고온의 기름으로 튀길 때 발생하는 연기, 기름 입자, 가스와 같은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말하고, 여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 포름알데하이드,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의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고온의 튀김 요리 중 발생하는 조리 흄은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고, 연구 결과 조리기름 흄에 노출될 경우 폐암의 위험이 증가하고 특히 튀김, 볶음, 굽기 등의 조리 방법이 다른 조리 방법에 비해 폐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조리 흄 노출 정도는 조리시간(하루 몇 시간씩 몇 년간 조리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조리환경(밀폐된 공간에서 조리했는지, 환기시설이 적절한지), 조리방식(고온의 기름에서 튀김·볶음 조리를 하였는지), 노출방식(직접 조리하였는지, 간접적으로 노출되었는지)에 의해 결정되고, 노출 정도가 높을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원고의 조리시간·조리환경·조리방식·노출방식을 종합해 보면, 원고는 조리 흄·조리기름 흄에 상당히 높은 정도로 노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조리사·조리실무사가 아닌 영양사로, 주 업무는 조리업무가 아니라 식단 작성, 위생 관리, 식품 재료 선정 및 검수, 배식 관리 및 급식 지도 등이다. 그러나 ① 원고가 근무하였던 일부 학교의 장들과 원고와 함께 근무하였던 사람들이 ‘조리인력 부족 또는 조리실무사의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원고가 조리업무를 상당 시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밝힌 점, ② 특히 그중 일부는 원고가 하루 최소 2~4시간 동안 직접 조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진술한 점, ③ 실제로 원고가 근무하였던 학교들의 조리사·조리실무사 인원과 연간 평균 식사인원을 비교해보면 조리사·조리실무사 1인당 조리해야 할 양이 상당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조리인력 부족으로 원고가 조리업무를 병행하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점, ④ L학교의 사무분장표에도 원고가 조리사의 업무대행자로 지정되어 있는 점, ⑤ 피고 조사 당시 재직 중이던 영양사들도 조리인력이 부족할 경우 조리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E학교에서도 조리인력이 부족할 경우 영양사가 조리업무를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영양사의 주 업무 외에 조리업무도 하루 최소 2~4시간 동안 수행하였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원고는 이와 같은 조리업무를 약 24년[1997.3.10.부터 이 사건 상병 진단일(2023.3.17.)까지. 휴직기간 제외]간 수행하였다.

나) 원고가 1997.3.10.부터 2006.8.31.까지 근무하였던 학교들은 모두 원고가 근무를 마친 이후 환기시설 개선공사를 하였는데, 개선공사를 한 이후에도 여전히 환기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원고가 근무할 당시에는 환기시설이 상당히 열악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E학교의 경우 개선 전에는 환기시설이 빈약하였고, G학교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어 환기가 어려웠으며, G학교·I학교에는 공기청정기·공조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가 2006년 이후 근무한 학교의 경우에도 환기시설 점검 결과 성능이 불량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일부 시설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므로, 원고가 근무할 당시 환기시설이 제대로 기능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방진·방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창문을 열 경우 먼지와 벌레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원고로서는 창문을 여는 방법으로 환기를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조리업무를 수행하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다) 원고는 콩기름 또는 카놀라유를 이용하여 튀김·볶음 조리를 하였고, 중심온도가 75도 또는 85도 이상이 되도록 조리하여야 했으므로, 고온의 기름을 이용하여 튀김·볶음 조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식 메뉴 중 튀김·볶음·조림 중 한 가지는 반드시 들어갔던 점, 원고가 주로 사용한 조리법은 볶음이고 교육청의 지시가 있기 전에는 튀김 조리를 주로 하였던 점, L학교와 C학교의 연간 튀김건수가 80건·70건, 연간 볶음건수가 210건·50건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근무기간에 매우 많은 양의 튀김·볶음을 조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위 가)항에서 본 대로 원고는 조리업무를 직접 수행하였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유행하기 전에는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조리를 하였으므로, 조리 흄 등의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과거에는 전처리실·세척실·조리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영양사실과 조리실이 공간적으로 분리된 경우에도 열린 창문을 통해 조리실의 유해물질이 영양사실로 들어 올 수 있는 구조였는데, 원고는 직접 조리업무를 하지 않는 때에는 영양사실에서 창문을 연 채 조리실의 상황을 점검하였으므로, 원고는 조리실에서 발생한 조리 흄 등에 간접적으로도 노출되었다고 판단된다.

3) 폐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흡연, 유전적 요인(가족 중 폐암 병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 증가) 등이 있는데, 원고는 흡연한 사실이 없고, 원고의 가족 중 폐암을 앓은 사람도 없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 받기 전에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원고가 잠복결핵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모두 잠복결핵과 폐암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4)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위원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1. 조리시간(매일 약 2시간) 동안 조리실에서 직접·간접적으로 조리 흄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 확인됨.
2. 원고는 영양사로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이 적다고 판단되나, 근무기간이 길어서 누적 노출을 고려하면 기존 인정 사례에 준하는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됨.

5)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영양사라도 조리사와 동일하게 튀김·볶음 등의 조리업무에 장기간 관여했다면 조리 흄에 노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환기가 잘 되지 않은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와 함께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조리업무를 거의 매일 장기간 수행하였다면 조리 흄 노출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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