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노동조합 관련

원청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23구합55658·56231]

고콜 2025. 7. 30. 13:06

【서울행정법원 2025.7.25. 선고 2023구합55658·5623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55658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2023구합56231(병합)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 / □□오션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조선해양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 / 전국금속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25.03.07.

• 판결선고 / 2025.07.25.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12.30. 원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와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 사이의 중앙2022부노139 ○○조선해양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 중 노동조합 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의제에 관한 부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행위 중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의 2023구합55658 사건에 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의 2023구합56231(병합) 사건에 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가. 2023구합55658 사건에 대하여는 80%는 원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가, 20%는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이 각 부담하고,

나. 2023구합56231(병합) 사건에 대하여는 20%는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이, 80%는 피고 및 원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 2023구합55658: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12.30. 원고[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 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와 피고 보조참가인[2023구합56231(병합) 사건의 원고, 이하 ‘참가인 조합’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22부노139 ○○조선해양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원고 회사가 참가인 조합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 및 향후 참가인 조합이 노동안전 등 원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내하청 협력사와 함께 성실히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부분을 취소한다.

○ 2023구합56231(병합):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12.30. 참가인 조합과 원고 회사 사이의 중앙2022부노139 ○○조선해양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원고 회사가 참가인 조합의 2022.4.22.자 교섭요구에 대해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사실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 회사는 2000.10.23. 설립되어 상시 약 9,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조선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원고 회사의 변경 전 사명은 ‘○○조선해양 주식회사’이고 2023.5.23. ‘□□오션 주식회사’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이하 변경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 회사’라 한다).

나. 참가인 조합은 2001.2.8.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참가인 조합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는 원고 회사와 후행도장, 탑재, 발판, 조립, 선행의장 등 선박 제조 공정과 관련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한 22개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약 4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참가인 조합의 원고 회사 지회에는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 약 4,7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이하 지회를 특별히 구분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각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라 한다).

다. 참가인 조합은 2022.4.22. 원고 회사에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 노동안전, ⑤ 취업방해 금지’의 5가지 의제(이하 기재 순서에 따라 ‘제○ 의제’라 하고,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의제’라 한다)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라 한다).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각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라. 참가인 조합은 2022.4.29.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고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제1항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2.6.23.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경남2022부노14).

마. 참가인 조합은 2022.7.27. 초심판정을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2.8.5.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12.30. ‘원고 회사는 사내 협력업체를 매개로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에서 사내 협력업체와 함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행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향후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이 원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사내하청 협력사와 함께 성실히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참가인 조합의 재심신청을 일부 인용하였다(중앙2022부노139,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8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인정사실

 

가. 조선업의 특징과 선박 제조공정

1) 원고 회사는 선박 건조 및 해양플랜트 제작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조선업체 중 하나로서,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소는 4,900,000㎡ 규모의 야드(yard)에 1,000,000톤급의 도크(dock), 900톤의 골리앗 트레인, 3,600m의 의장안벽 등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다(이하 원고 회사의 선박 건조가 이루어지는 ○○조선소를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2) 조선업종은 대표적인 수주 산업으로 선주가 건조할 선박의 사양을 사전에 정해 놓고 여러 조선사에 납기와 가격을 의뢰하며, 선주와 조선사 사이에 최종적으로 합의가 되면 선박건조 계약이 체결된다. 선박 제조공정은 수많은 재료를 조립하여 제품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설계기간을 포함하여 제조에 1~3년 정도가 소요된다. 선박 제조공정은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표 생략>

3) 조선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1대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매우 긴 시간과 대량의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경기변동에 따른 수주 증감의 편차가 커 대형 조선업체는 하청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조선업은 선주의 개별적인 주문에 따라 설계 단계부터 착수되며, 그에 기초한 생산 전 과정은 대규모의 고정설비와 특수 장비,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복잡한 공정을 수반하는데, 각 공정은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수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선행 공정의 결과물을 전제로 후속 공정이 유기적·연속적으로 결합되어 수행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은 공정들은 모두 동일한 장소인 조선소 내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조선업에서 외부 노동력의 활용은 대부분 사내하청의 형태로 운영된다.

 

나.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 운영 현황

1) 2023.12.1. 기준으로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131개, 하청업체에 소속되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선박 건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는 16,771명이다(갑 제4호증).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사내정식협력사’, ‘사내임시협력사’, ‘사내상주사외협력사’ 등으로 구분되고, 그 중 사내정식협력사의 비중이 가장 높다(위 131개의 하청업체 중 102개 업체가 사내정식협력사에 해당한다. 사내정식협력사 중 설계 업무에 종사하는 업체도 있으나 대부분은 가공, 조립, 탑재, 선행의장 등 생산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당시 참가인 조합에 소속된 원고 회사의 하청업체는 아래와 같고, 이들 하청업체는 모두 ‘사내정식협력사’에 해당한다. <표 생략>

2) 원고 회사 생산직 인원은 조선업 경기의 부침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원고 소속 직원보다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의 비중이 더 높고, 사내하청업체는 대부분 다른 조선업체로부터는 도급을 받지 않고 원고 회사와 전속적인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로 설계 이후부터 시운전 이전 단계까지 직접적인 생산공정에 관여하고 있다.

3)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와 1년 단위로 ‘공사하도급 기본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을나 제15호증, 이하 ‘이 사건 기본계약’이라 한다). <다음 생략>

4) 원고와 사내하청업체는 이 사건 기본계약의 부대계약으로 ‘공사하도급 기본거래계약 부속협약’을 체결하였는데(을나 제16호증, 이하 ‘이 사건 부속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부속협약에서는 이 사건 부속협약서의 내용이 이 사건 기본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고, 이 사건 기본계약서와 부속협약서의 각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불일치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부속협약서가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부속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5)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는 이 사건 기본계약과 이 사건 부속협약 외에 개별작업에 관하여 액티비티(Activity) 또는 워크오더(Work Order, W/O) 단위로 수급업무 내용, 시수, 작업기간 등의 구체적인 거래조건이 기재된 외주 시공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외주 시공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원고 회사가 구축한 ‘통합생산시스템’상 ‘상세작업 내역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고, 외주 시공계약이 체결되면 원고 회사가 통합생산시스템을 통하여 사내하청업체에 작업지시서를 전달하며, 사내하청업체는 통합생산시스템에 작업착수 및 완료 정보, 공정률을 입력할 수 있다.

6)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는 외주 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공사에 적용될 단가에 관한 별도의 단가계약을 체결하는데, 적용단가는 시수를 기준으로 책정되고, 공사대금의 계산은 사내하청업체가 수행한 작업물량에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물량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단가계약에 의하지 않고 별도의 정산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원고 회사는 외주 시공계약 및 단가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에게 월별 기성분에 대한 대금을 지급한다.

 

다. 원고 회사의 전산시스템 운영

1) 원고 회사는 ‘SAP’로 불리는 생산관리시스템을 사용하여 원고 회사 및 사내하청업체가 수행 중인 액티비티의 내역, 공정의 시작일과 종료일, 기준 시수, 공정률 등의 정보를 열람 및 관리한다.

2) 원고 회사는 SAP 외에도 ‘통합생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사내하청업체는 원고 회사가 구축한 ‘협력회사 도급업무시스템’을 통하여 ‘통합생산시스템’에 접근한 후 작업착수 및 작업완료 정보와 공정률을 기입한다.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가 통합생산시스템에 기입한 정보를 바탕으로 워크오더 단위의 작업 정보 및 공정률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위 정보를 월 단위의 기성 대금 지급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통합생산시스템’에서는 사내하청업체 직원의 출퇴근 시간, 사내하청업체별 일일실투입 인력을 조회할 수 있다.

3)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에 원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장비와 공구를 대여해주고 있는데, 사내하청업체에서 장비 및 공구를 수령하면 원고 회사의 담당 직원이 해당 수불 이력을 생산지원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장비 및 공구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4) 이외에도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사업장 내 도크 및 안벽의 선박위치 조회, 지게차, 크레인 등의 중장비 신청, 위생설비 및 냉난방 장비에 대한 수리신청, 잉여 방치자재의 수거요청 등의 보조업무 수행을 위한 ‘모바일 생산업무 시스템’,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보건상 위험요인 조회 및 신고, 안전작업 허가 신청 조회, 재해 상담 등을 위한 ‘모바일 HSE(Health, Safety, Environmen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라. 참가인 조합과 사내하청업체 사이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경위

1) 참가인 조합은 2021.5.3.부터 2022.4.19.까지 참가인 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22개의 원고 회사 사내하청업체들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단일화 절차를 거쳐 모든 교섭단위에서 참가인 조합이 유일한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2) 참가인 조합은 위 22개 사내하청업체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체결을 목적으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6차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고, 위 위원회는 각 조정신청에 대하여 조정중지를 결정하였으며, 참가인 조합은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위 22개사 사내하청업체 중 21개사를 대상으로 쟁의권을 확보하여 2022.6.2.부터 쟁의행위를 개시하였다.

3) 참가인 조합은 2022.7.22. 위 사내하청업체들을 대표하는 3개 사내하청업체와 잠정합의 사항을 도출하고 각 사내하청업체들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아래 생략>

 

마. 참가인 조합의 원고 회사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 및 원고 회사의 거부

1) 참가인 조합은 2022.1.18., 2022.1.27., 2022.2.25. 3차례에 걸쳐 원고 회사에 “원고 회사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00명이 참가인 조합에 가입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조합원과 형식적으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으나,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원고 회사가 갖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노동조합 활동 보장, 노동안전’의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2) 참가인 조합의 위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2022.1.20. ‘참가인조합에 소속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그들과 고용관계에 있는 사내하청업체들 뿐이며,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뿐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는 아무런 근로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이후 참가인 조합의 2022.1.27.자 단체교섭 요구 및 2022.2.25.자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아니하였다.

3) 참가인 조합은 2022.4.22. 다시 원고 회사에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하였으나,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은 채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시하지 아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9 내지 11, 22, 47 내지 53호증, 을나 제1, 2, 14 내지 18, 56 내지 61, 114, 120, 121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 회사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하는데,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가입한 참가인 조합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재심판정 중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부분 및 향후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본 부분은 위법하다.

2) 참가인 조합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는 근로자와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이를 공고하고 참가인 조합과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재심판정 중 이와 달리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공고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부분은 위법하다.

 

나.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제3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 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취지 참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업 경영의 유연화가 촉진되면서 고용 구조 또한 정규직 중심에서 기업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노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비정형 형태로 분화되었다. 또한 플랫폼 시장이 확장되면서 노동의 중개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 노동력의 제공과 사용에 있어 공간적·시간적 경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형태의 고용도 생겨났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하나의 노무제공이 둘 이상의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었는데,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는 단일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근로관계와는 달리 여러 주체가 노동력의 이용 및 통제에 관여하게 되고, 이러한 특성 상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노동력을 제공받는 자 중에는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지배력과 결정권을 행사하면서도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아니한 사용자가 있을 수 있다.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단결하여 대표자를 통해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고, 단체교섭권의 행사가 의미를 가지려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와 교섭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용자를 형식적인 계약 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제외한다면, 기업의 필요에 의하여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형성한 근로자들은 구조적인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2) 특히 대규모의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이 요구되고 공정이 세분화 되어 있는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들 분야에서는 원청이 생산공정의 효율성, 인건비 절감, 고용 유연화 등의 이유로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작업지시나 감독은 원청의 관리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하청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을 위한 제작 공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 사이에서도 원청 소속인지 하청 소속인지에 따라 근로조건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하청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특히 사내하청의 경우 자체 사무실 없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하청업체는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전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하청업체 근로자는 하청업체와의 단체교섭만으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간과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3)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2020.9.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때 비로소 그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작업배치, 업무방식의 기준 설정, 유해·위험요소의 관리, 임금 수준이나 근로시간 등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근로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하청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에서는 하청 근로자들이 하청 사업주와 단체교섭을 하여도 근로조건의 실제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체교섭권이 헌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떠한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 즉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일정한 지배력 또는 결정권을 갖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합이 원청에 대하여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4) 우리나라는 2021.4.20.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 중 하나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을 비준하였고, 위 협약들은 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법규범으로서 수용되었다. ILO 제98호 협약 제4조는 ‘고용조건을 단체협약의 방법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 간의 자율적 교섭을 위한 기구의 충분한 발전과 활용을 장려·촉진하기 위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체협약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ILO 협약은 산하 주요 감독기구의 해석과 권고를 통하여 구체화되는데, ILO 감독기구들은 단체교섭권이 근로계약이라는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고, 비전형적인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게도 집단적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권고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CFA)는 우리나라 하청 근로자들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이 문제된 사안에서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 목적의 인정을 주장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관련 노동조합과 하청 및 하청근로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 사이의 단체교섭은 항상 가능하여야 한다’고 하여, 원청에 하청 근로자들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권고를 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ILO 사무국은 정책보고서에서 ‘사내하청, 플랫폼 노동과 같이 사용자가 분산된 비전형적 고용구조에 있어서 단체교섭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중요한 수단에 해당하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체계 구축에 있어서도 단체교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ILO는 하청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고,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어 형식적 근로계약관계의 유무에 국한되지 않고 기능적·실질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ILO의 해석과 권고를 통하여 구체화된 이러한 국제노동기준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 제87호, 제98호와 관련된 것으로, 우리 헌법상 노동3권의 해석에도 직접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국제노동기준의 준수라는 측면에서도 그 지위를 긍정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5) 노동조합법 제1조는 입법 목적에 관하여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는 ‘사용자’의 개념에 관하여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제3호는 ‘사용자단체’에 관하여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며, 제29조와 제30조에서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에 단체교섭에 응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 및 이를 통한 노동관계의 조정과 노동쟁의 예방·해결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 점, ‘사용자’ 개념을 정의함에 있어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 점,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점 등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6)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규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로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사용자에게 강제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법은 집단적 노사관계를 전제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과 교섭,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형성·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입법 목적이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와는 달리 해석될 수 있고, 근로기준법과 대비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는 단지 개별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과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1조 후단은 노동쟁의의 예방·해결 및 이를 통한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 도모가 노동조합법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노동조합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이러한 목표는 노사 간의 다양한 요구와 긴장을 제도적으로 흡수하고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사내하청과 같이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의 근로계약관계 부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당사자 지위에서 배제된다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집단적 요구는 노동조합법이 예정한 제도적인 체계 내에서 해소될 수 없게 되고, 풀리지 못한 노사간의 긴장은 비제도적 방식으로 분출될 우려도 있는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적법한 행사를 통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 실현을 위하여,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청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향유하는 원청에 대하여도 그 권한에 상응하는 집단적 노사관계 상의 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7) 노동조합법 제81조는 근로자의 단결권과 관련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 단체행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과 행위, 단체교섭 거부와 같은 단체교섭권 침해 행위 등을 모두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내지 제8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는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에서 발생한 위법을 처벌·시정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하여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12.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그 행위의 주체가 개별 근로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단정할 수는 없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 사내하청 구조를 통하여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부정한다면 하청 근로자는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실질적 지배·결정 권한이 없는 하청 사업체와의 교섭을 통해 간접적으로 원청에 근로자의 요구조건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청이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더라도 구제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어 비전형적인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노사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제도적인 수단을 통하여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조합법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를 마련한 취지에 어긋난다.

8) 우리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법 제81조제1항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참조)’고 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의 경우 근로계약관계의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구제명령 이행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가 된다고 판시한바 있다. ①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각 호의 구체적인 부당노동행위 별로 사용자 개념을 달리 파악하지 않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도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하여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므로,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는 모두 동일한 사용자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 ②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용자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다고 본다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와 달리 볼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③ 구제의 필요성에 있어서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는 점, ④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 사용자 개념을 동일하게 파악하는 것이 노동조합법 조문과 체계의 정합성에 부합하는 점, ⑤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9.12.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의 사용자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 단체교섭 거부·해태 행위(제3호)와 지배·개입 행위(제4호)를 달리 판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적용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사용자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9) 아래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규정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이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단체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용자단체는 근로자와 개별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집합적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 것인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근로계약 관계의 유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나) 노동조합법 제33조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과의 상호관계에서 우선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단체협약의 대상을 근로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에 한정하고 있지 않고, 같은 조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이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집단적 규범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 노동조합법 제36조제1항은 ‘하나의 지역에 있어서 종업하는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행정관청은 당해 단체협약의 당사자의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그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당해 지역에서 종업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제3의 사용자 및 근로자에게도 지역적 구속력 제도를 통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확장·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단체협약과 단체교섭이 반드시 근로계약관계의 범위 내에서만 작동한다고 할 수 없다.

10)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나 계약의 형식은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 놓여 있는지 여부, 그리고 노동3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외연이 확대되어 현실의 다양한 노무제공형태를 포섭하게 된다면, 그 상대방인 사용자 개념 또한 이에 상응하여 확대되어야 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대는 근로자의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사용자 개념의 해석도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노무제공의 주체와 상대방 사이에 반드시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할 필요는 없으며, 사용종속관계라는 실질을 중심으로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근로조건의 형성에 개입하는 자 또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11)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하청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를 이유로 원청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원청 노동조합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원청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 원청과 단체교섭이 가능하다고 보게 되면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넘어서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되어 현행 노동조합법에 위반되는 등으로 현행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하여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의 유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동일한 교섭단위 내에서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게 과도한 교섭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절차적 장치로 보아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근로자 측의 조직 형태가 복수인 경우 사용자 측의 대응 가능성과 교섭 효율성을 고려한 절차 규정이지, 단체교섭권 자체를 제한하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이유로 하여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자와의 교섭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단체교섭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같은 조제2항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교섭단위의 분리와 통합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부분에 관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사업을 기준으로 하는 교섭단위의 설정에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청의 사업을 기준으로 기존 교섭단위 외에 교섭단위가 확대될 수 있으나,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복수의 사용자와 실질적인 노무제공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구조적 실태를 반영하여 보다 탄력적이고 현실적인 교섭단위 설정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바, 교섭단위의 확장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단체교섭권 자체의 실현을 저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를 파악할 경우 원청이 복수의 하청 노동조합과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는 다면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여 경영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원청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를 이유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대상으로 어떠한 교섭의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 요컨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이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법률로 정하지 않고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으로 남겨둘 수도 있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2002.12.18. 선고 2002헌바12 결정 참조),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사용자 개념의 해석이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등의 관련 규정들에 의해 온전히 포섭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12) 원고 회사는, 단체교섭 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관계에 강행적·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범적인 효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데,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당사자 사이의 단체협약은 위와 같은 규범적인 효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원청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합과는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33조는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에 우선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반드시 개별 근로계약의 법률상 당사자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조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미친다고 명시하여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단체협약의 형식적 당사자성이 아니라, 그 내용과 현실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 체결의 상대방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위치에 있고, 단체협약의 내용이 해당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러한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체결권과는 별도로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권리로서 노동관계 당사자들이 근로조건 등에 대해 자율적인 교섭과 협의를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단체교섭 중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사실행위로서 단체교섭 자체를 목표로 하는 단체교섭도 있을 수 있는데(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를 위하여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문제되기 이전에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통하여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이 봉쇄된 상태에서는 하청업체와 형식적 교섭만 이루어질 것이고, 단체교섭의 의사소통 기능은 이러한 형식적인 교섭만으로는 충분히 수행될 수 없다.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의 여부는 근로자에게 실질적 교섭의 기회가 보장된 이후의 문제일 뿐,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13)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노동조합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중심으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파악하게 되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확장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교섭당사자 지위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등으로 법적안정성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은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가 불명확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질적 지배력’의 범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는 법률의 해석 전반에 수반되는 문제이고,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한 실적질 지배력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노동법 영역에서는 사용자성, 근로자성, 파견근로의 적법 여부, 위장도급 판단 등 다수의 핵심 개념이 형식적 기준이 아닌 ‘실질’에 기초하여 판단되고, 선례가 집적되어 가면서 사안별 판단 기준과 해석의 틀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판단 기준인 ‘실질적 지배력’ 또한 구체적 사안에 관한 판단 사례가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개념이 구체화되고 법리가 정립될 수 있다. 노동3권은 단지 선언적으로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이를 위하여 권리의 본질에 상응하는 책임의 주체를 실질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초기의 상황에서 일시적인 현장의 혼란은 선례의 집적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으며, 오히려 일시적인 혼란을 이유로 기본권 실현을 제한하는 해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결과를 고착화할 수 있다. 나아가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것인바(대법원 2020.8.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가진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고, 그 구체적 해석 기준을 선례의 집적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14) 원고 회사는,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 개념을 파악할 경우, 도급인(원청)의 기업활동의 자유, 수급인(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게 되므로, 이러한 해석은 규범조화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체교섭 의무는 본질적으로 교섭의 창구를 열어 두는 의무로 교섭 과정에서의 성실한 협의의무를 의미할 뿐, 단체교섭을 한 원청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며, 하청과의 특정 계약을 강제하거나 계약 내용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청에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기업활동의 자유, 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반면 하청 근로자 입장에서는 원청과의 근로계약관계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면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결정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노동3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청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원청과 단체교섭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상정하기 어려운 반면, 원청은 단지 교섭에 응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자유권 침해의 정도는 최소한에 그친다. 또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는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되므로, 하청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청이 직접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하여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더라도, 이를 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규범조화적 해석의 측면에 있어서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15) 원고 회사는, 근로3권의 사회권적 성격상 단체교섭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는 입법자가 입법을 통하여 정할 영역에 해당하고, 법원이 입법자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 해석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노동3권은 자유권적 성격과 사회권적 성격을 겸유하는 기본권이고,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에 입법·행정·사법 전반에 걸쳐 실현의무를 부과하는 기본권으로 그 성격상 일정한 입법 형성의 여지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3권이 헌법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이상 법원은 최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충적 해석을 통한 법형성을 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은 사회적 기본권임과 동시에 근로자에게 직접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형해화를 막기 위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단체교섭권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개념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본질로 하는 사법권의 내용을 초과하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는 ‘사용자’의 개념을 특정한 범위로 한정하지 않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에서도 ‘사용자’를 정의하면서 반드시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규정한 바는 없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도 사용자의 범위를 고정된 것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 현실과 관계 속에서 유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념으로 설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사용자의 범위를 현실의 고용 구조에 맞게 해석·적용할 수 있고, 이는 입법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입법·행정·사법 간 상호 침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을 통한 헌법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법부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법률 규정의 체계적·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의미를 확정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만약 해석을 통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하청 근로자는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자에게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헌법상 권리 보장의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법원의 헌법 수호의무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단체교섭권의 구체적인 실현 방식에 있어 입법자의 입법 형성권은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으나, 노동조합법의 문언 자체에서 ‘사용자’의 개념을 한정적인 것으로 두고 있지 않은 이상, 법원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를 사용자에 포함시키는 해석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6)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관계를 매개로 한 2자 간의 대항관계를 전제로 관련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데,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사용자 개념을 파악하게 되면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이는 우리 법체계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공동사용자’ 개념 또는 ‘중첩적 사용관계’ 개념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법원은 2022.5.26. 선고 2021다210621 판결에서 공동 사용자 개념을 부정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20나2012033)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개별 근로관계에서 특정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단체법적 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한 선례라고 보기 어렵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공동사용자’ 개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명시적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에서 공동사용자 개념이 부정된 주요한 이유는, 복수의 사업주에게 동일한 근로자에 대한 고용 책임을 모두 지게 할 경우 개별적 근로계약 관계에서 법적 안정성과 책임 귀속의 명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이는 개별적인 고용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단체교섭 의무, 부당노동행위 책임 등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법적인 의무의 주체를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른 것이므로(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개념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기존의 법 해석이나 대법원 판례 법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다. 원고 회사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하여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관계, 사내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앞서 본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18, 19, 54 내지 56, 59, 64 내지 73, 106, 107, 109호증, 을나 제19 내지 29, 37 내지 49, 51 내지 54, 66, 71 내지 77, 82 내지 86, 90, 91, 95, 96, 98 내지 102, 130 내지 136, 147, 148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원고 회사 사내협력회사 협의회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제1, 2, 4 의제에 대하여 이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나, 제3, 5 의제에 대하여는 그러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 회사는 제1, 2, 4 의제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주장은 제3, 5 의제에 대한 부분은 이유 있으나, 제1, 2, 4 의제에 대한 부분은 이유 없다.

1) 원고 회사는 설계와 조립, 의장의 일부를 담당하고, 사내하청업체는 조립, 의장, 도장, 발판 등을 담당하는데,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공종 담당 비중은 직접생산공종의 경우 25:75(원고 회사 : 사내하청업체)로 사내하청업체의 비중이 훨씬 높고, 전체 공종으로 보더라도 35:65(원고 회사 : 사내하청업체)로 여전히 사내하청업체의 비중이 원고 회사의 2배에 가깝다(을나 제114호증 23쪽). 이 사건 사업장은 공정의 효율과 작업 순서 등을 고려하여 각 설비가 배치되어 있고, 전체가 하나의 생산라인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생산 공종에 있어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비추어 사내하청업체들이 담당하는 각 수급업무 역시 원고 회사의 전체적인 제조 공정 내에서 유기적으로 조직되고 통합된 일부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와 같이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생산 분야 공종 의존 비율이 높은 원고 회사의 인력 구조상 선박생산 경쟁력은 사내하청업체의 능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대책과 개선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왔다.

가) 원고 회사는 2015년경 ‘사내생산협력사 운영효율 향상 TFT’를 구성하여 협력사 관리와 인력 운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협력사 대형화, 확정 도급 계약, 인센티브 제도, 인력구조 개편, 조직 구조 개선, 인력육성 체계 개선’ 등 조직과 인사, 급여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사내하청업체 경쟁력 제고 방안을 수립하기도 하였다(을나 제27호증).

나) 원고 회사는 2016년에도 2015년과 유사한 ‘협력사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면서, 숙련공 유지를 위하여 격려금, 학자금 등의 복지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을나 제25호증).

다) 원고 회사의 2017년 ‘협력사지원담당 경영계획’에 의하면 협력사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 항목으로 선정하고 세부 활동으로 의장 공종 재직자 검증 통합운영 및 전 공종 검증 확대, 의장 공종 입사 전 검증 의무화 등 협력사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기량 검증과 등급 관리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을나 제26호증).

라) 이 사건 기본계약 제24조는 사내하청업체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제조·임가공의 수행 또는 관리에 관한 상당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자’를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부속협약 제47조는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의 근로자에 대한 작업능력 평가 결과를 요구하거나 사내하청업체의 기량 시험을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 원고 회사는 선행의장 그룹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 중 퇴사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그 분석에 따르면, 퇴사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는 ① 경쟁 조선업체와의 일당 격차가 상당한 점, ② 선행의장 공정이 원고 회사의 전체 제조 공정 중에서도 특히 고강도 작업에 해당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 회사는 선행의장 파트에 대한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며, 이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숙련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을나 제21, 22호증).

2)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각 사내하청업체들이 원고 회사로부터 수급받은 주요 제조 공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들의 업무가 원고 회사의 생산 공정 전체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원고 회사 사업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외형상 독립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행 업무의 실질적 내용과 조직 내 배치에 따라 원고 회사의 사업 내 조직의 일원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을나 제20호증).

3) 이 사건 부속협약서 제25조 내지 제27조에서는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원고 회사의 평가 권한과 그 절차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 부속협약서 별지 1-1에서는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실제로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종합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왔고(을나 제66호증), 이 사건 부속협약서 별지 1-1은 그 평가결과를 기준으로 S(최우수)에서 D(경고)까지 사내하청업체의 등급을 분류한 후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의 사후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사내하청업체들은 단순한 외부 도급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원고 회사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통제를 받는 피평가자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원고 회사 사업 운영 체계내에 포섭되어 있는 종속적·통합적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4) 사내하청업체가 도급받은 업무가 하청업체 자체의 전문성을 결여한 채 소속 근로자의 노무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고, 사내하청업체에 원청이 아닌 다른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거나 병존적으로 별개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할 능력이 없으며, 원청과의 도급계약이 해지될 경우 기업의 존속이 불투명해지는 등 하청이 원청에 경제적으로 사실상 종속되어 있다면, 하청은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결정한 사항에 대하여 거부하기 어렵게 된다. 피고의 현장조사에서 사내하청 협력사는 ① 수급업무 수행의 핵심적인 장비들을 원청으로부터 사용 대차 형식으로 제공받고, 원청이 당해 장비들에 대한 유지·보수·교체 등을 담당하며, ② 통상 소액의 임료를 지급하고 원청으로부터 임차한 사무실에 5명 내외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③ 거의 모든 사내하청 협력사들은 다른 도급인과 별건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원청의 선박 건조에 관한 수급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바(을나 제114호증 6쪽),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들(특히 참가인 조합에 소속된 직접 생산 공종에 관여하는 사내하청업체)은 대부분 규모의 영세성, 조선업종의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원고 회사와 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사실상 종속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사내하청업체는 원고 회사에 비하여 거래상 열위의 지위에 있고, 업무에 관련한 장비와 시설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여 사내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은 한정적이다.

6)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하기도 하였는데, 업무 지시의 내용은 작업 상태에 관한 지적, 청소 및 정리정돈 상태에 관한 지적, 근무질서 캠페인 지시, 특근율 저조에 대한 지적, 주말 근무 지시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고, 이러한 업무 지시가 복수의 사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반복적이고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7) 제1, 2 의제(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아래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제1, 2의제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가 정한 성과급 총액의 범위 내에서 각 업체별로 배정된 금액을 교부받고, 교부받은 금액을 소속 근로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여 왔는데, 근속연수에 따른 차등 외에는 근로자에 대한 개별 평가는 고려하지 않고 전체 사내하청근로자들에게 동일한 비율로 배분하였다(을나 제114호증 8쪽). 원고 회사가 성과급 총액을 결정하고 이를 각 사내하청업체에 교부하면 사내하청업체가 다시 그 소속 근로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는 원고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었던 2017년 및 2018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나) 원고 회사는 ‘2020년 노사상생 지원금 지급 기준’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물량/직시급/외국인 제외’ 등을 설정하였고, 사내하청업체의 평가등급별로 지급액을 차등 배분한 후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성과급액을 달리 정하였다(을나 제84호증). 사내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가 정한 위 기준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다)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사이의 종전 노사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성과급 등 처우에 관한 사항이 장기간에 걸쳐 노사 간 교섭 및 합의의 대상이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원고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는 2005년에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상여금 지급에 관하여 ‘사내협력사 상여금 100% 인상’으로 합의하였고, 2013년에는 사내협력사 처우개선 방안으로 성과급을 근속연차에 따라 차등하여 지급하되 5년차 이상의 경우 최대 95%까지 지급하기로 정하였으며, 2016년 및 2017년에는 ‘사내협력사의 경쟁력 확보 및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위원회 구성’에 관하여 합의하였다. 특히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는 2019년 단체교섭에서 ‘2019년 종합경영평가 확정 승인 후 원고 회사 성과보상금 지급 시 협력사 노동자는 별도 지급 기준에 따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하였는데(을나 제85호증 16쪽), 위와 같은 단체협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자, 당시 약 2,000여 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원고 회사를 상대로 항의시위를 하였고, 원고 회사는 ‘성과급 지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약속하기도 하였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성과급 지급에 관하여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미이행에 대하여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사내하청업체가 아니라 원고 회사에 대하여 항의를 한 것은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 성과급의 액수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성과급 등 주요 근로조건은 오랜 기간 동안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사이의 교섭 및 합의를 통하여 결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건의 적용을 받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그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원고 회사와 교섭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라)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들은 성과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고 회사로부터 학자금 총액을 교부받은 후 이를 다시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학자금 명목으로 지급하여 왔다(을나 제114호증 8쪽). 특히 학자금을 개별 근로자에게 지급함에 있어서는 대상자의 근속연수 등 수급 자격 요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고 회사 내 사내하청업체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사내협력사 협의회가 수요를 취합한 후 원고 회사에 그 총액에 해당하는 금원 지급을 요청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을나 제82호증).

마)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들의 인력 현황, 작업 능률 등을 검토하고, 이에 기초하여 사내하청업체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사내하청업체의 경영 상황과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고 결과적으로 사내하청업체에서 숙련된 근로자가 이탈하는 것을 큰 문제로 여기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한 ‘2016년 협력사 안정화 대책(안)’에 따르면, 자녀 학자금 지원을 포함한 ‘복지제도 운영 지속’이 고기량 사내하청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시되어 있다(을나 제25호증 8쪽). 이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자녀 학자금 지급이 단순한 복리후생 차원을 넘어, 원고 회사의 생산 안정화라는 경영상 목적에 따라 기획·결정된 조치였으며, 이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어 왔음을 뒷받침한다.

바)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게 상생 차원에서 경영지원금 명목으로 성과급, 학자금의 재원이 되는 돈을 지급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지급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급여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사내하청업체는 성과급, 학자금을 별도의 재원으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 회사가 수요 조사를 통해 성과급, 학자금의 지급 총액을 결정하여 지급해준 돈으로 소속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을 전액 충당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과 학자금 지급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8) 제3 의제(노동조합 활동 보장)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노동조합의 활동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와 체결한 개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 내부에 일정한 사무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필요할 경우 해당 공간의 일부를 노동조합에 제공하거나, 임대차계약의 변경 또는 추가 계약을 통하여 추가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 조합은 하청업체들과 단체협약을 통하여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하는 사항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고, 그 설치 장소를 하청업체들이 원고 회사로부터 임차한 이 사건 사업장 내부 사무실로 정할 경우에도 하청업체는 원고 회사에 추가적인 임대료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사무실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장 부지 전체를 관리·통제하는 원고 회사의 승낙 여부가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인 합의나 별개의 임대차 계약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원고 회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이에 관한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기본계약서 제27조는 ‘협력사의 요청에 따라 원고 회사는 제조·임가공이 시행되는 현장에 화장실·식당·탈의실 등의 시설을 제공할 수 있고, 비용부담은 별도 협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하청업체 편의시설 제공 요청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으로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필요로 하는 편의시설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중 어떠한 편의시설을 원고 회사에 요청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은 하청업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편의시설의 구체적 필요는 근로형태나 노동조건에 따라 상이하고, 노동조합 사무실 역시 그러한 편의시설 중 하나로서 위 조항에 따라 하청업체가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가인 조합이 하청업체에 노동조합 사무실의 제공을 요구하고, 하청업체가 그러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경우, 수급인은 이를 바탕으로 원고 회사에 사무실 시설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후 원고 회사와 하청업체 사이에서 그 설치 여부나 비용 분담 등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 사건 기본계약서에 따른 통상의 절차로 판단된다.

다)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에 대한 조합 활동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부의 분야에 한정된다. 그런데 원청이 행사하는 ‘실질적 지배력’은 특정 사안에 대하여 개입하거나 특정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이지, 원청이 특정 영역에 있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여 곧바로 하청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서 포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노동조합 사무실의 설치나 사업장 내 출입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독립성과 운영 자율성을 전제로 하여 기본적으로 하청업체와의 교섭 및 협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다. 하청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원청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이 상시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거나 하청 노동조합 임원의 무제한적인 사업장 출입을 허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노동조합 사무실을 반드시 사업장 내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볼 법령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사업장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노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하청 노동조합의 모든 조합 활동이 반드시 원청의 사업장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청 노동조합 사무실의 설치 장소는 하청 노동조합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하청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사무실 제공 및 사업장 출입 문제에 관하여 원청이 사용자로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사이에 조합 활동 보장에 관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는 원고 회사에 조합 인원과 차량의 이 사건 사업장 출입 허가를 요청하였고(을나 제90호증),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의 출입 허가 요청 공문을 수신하면 일정한 제한을 붙여 이를 허가하였다. 원고 회사가 출입 허가 조건으로 붙인 사항이 참가인 조합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고, 원고 회사의 시설관리권의 범위 내에서 정당한 제약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 조합의 원고 회사에 대한 조합 활동은 원고 회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분야에 국한되므로, 기존의 방식에 의한 출입 허가를 넘어 단체협약을 통한 상시적인 노동조합 인원 출입 허용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9) 제4 의제(노동안전)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제4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원고 회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전보건관리규정’(을나 제51호증의 1)을 시행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적용범위에 사내하청업체가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원고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안전사고 조사 및 처리절차’(을나 제51호증의 2), ‘안전작업 승인 절차’(을나 제51호증의 3), ‘사내 교통안전 관리 규칙’(을나 제51호증의 4), ‘안전보건 위험성평가 및 등록관리 절차’(을나 제51호증의 5) 등의 안전 관련 규정은 모두 그 적용범위에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역시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원고 회사가 정한 안전관리 절차 및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나)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는 인원 전체에 대하여 적용되는 안전 관련 규정 외에도, ‘협력회사 안전보건 관리 규칙’(을나 제52호증의 1), ‘협력회사 정기안전보건협의회 운영규칙’(을나 제52호증의 2) 등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별도의 내부 규정을 직접 제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위 규정은 주로 사내하청업체의 안전 관련 교육 시행 의무, 안전 조치 수행 및 감독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 원고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에 ‘안전보건관리규정’의 개정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다(을나 제74호증). 위 공문에는 이러한 사항이 사내하청업체 안전진단 및 내부 실사 시 필수적인 확인 사항으로 강조되어 있다. 즉, 원고 회사는 단순히 도급인으로서의 지위를 넘어, 사내하청업체의 안전·보건 체계 전반에 대해 규율과 지침을 부과하고, 그 이행을 사실상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조선업의 제조 공정은 하도급 구조 하에 원청과 하청의 작업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수행되는 특성을 가지므로,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에게 중대재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소속 여부를 불문하고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전체 인력에 대하여 통합적인 안전관리 및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안전 교육 대상자로 지정한 후 동일한 장소에서 교육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내하청업체의 작업 표준(BMSW) 등을 점검하는 TBM(Tool Box Meeting) 활동에 원고 회사의 관리자가 참석하기도 하였다(을나 제96호증).

마)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고는 원고 회사의 안전담당팀과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소속 노동안전팀에 동시에 공유되며, 이후 양측은 사고 현장에 직접 출동하여 사고 발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사고 원인 분석(RCA, Root Cause Analysis)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과정을 공동으로 수행한다(을나 제98호증). 이후 원고 회사는 RCA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표준서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 회사 ‘안전사고조사 및 처리절차’(을나 제51호증의 2), ‘사고원인분석 절차’(을나 제130호증) 등에 따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도 원고 회사가 사고 조사 및 사후처리 절차를 수행할 수 있고, 이 경우 원고 회사에 대응하는 근로자 측의 역할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CA에서 조사된 사항과 이를 토대로 한 재발 방지 대책은 이 사건 사업장의 노동안전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특히 생산공정에 있어 원고 회사 근로자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노출 위험이 큰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참가인 조합이 원고 회사가 주재하는 RCA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바)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RCA를 시행하고 있고 사내하청업체 대표와 참가인 조합으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원고 회사의 RCA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가인 조합이 참여할 이유가 없고, 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4 의제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장 내에 있는 설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원고 회사와 이에 종속되어 인력만 제공하는 사내하청업체 사이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차이가 있는 점, 이 사건 사업장의 규모와 선박 제조 공정의 유기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하여 이 사건 사업장 전체를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안전규칙, 작업표준 등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원고 회사만 가능한 영역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내하청업체의 자체적인 RCA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만으로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노동안전 확보에 있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사)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각종 산업안전과 관련한 조치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도급인에게 요구되는 일반적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 회사가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사업장의 설비, 작업내용, 작업방식, 작업일정 등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들의 안전과 관련한 요소를 지배·통제하고 있는 이상,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련 지침을 마련하거나 그 이행을 감독하는 것이 관련 법령에 따른 도급인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부인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0) 제5 의제(취업방해 금지)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가 제5 의제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제5 의제의 내용인 ‘취업 방해 행위 금지’, ‘블랙리스트 작성 금지’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한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은 수범자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 대하여 적용되므로, 그 준수 의무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여부, 단체협약체결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과된다.

나) 참가인 조합이 제5 의제를 통하여 교섭하고자 하는 ‘취업 방해 행위 금지’, ‘블랙리스트 작성 금지’는 그러한 행위의 존재 여부 및 위법성 유무가 법적인 심사의 대상이 되고 위반 행위가 인정될 경우 근로기준법 제107조에 의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단체교섭을 통해 별도로 금지 의무의 존부를 정하거나 합의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더욱이 위 근로기준법 조항의 적용 대상이 ‘누구든지’로 규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행위의 상대방이 ‘사용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러한 행위 자체가 포괄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실질적 지배력의 유무를 따져 단체교섭의 상대방인지 여부를 판단할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참가인 조합이 주장하는 ‘블랙리스트’나 ‘취업 방해 행위’가 실제로 존재하고 참가인 조합 소속의 근로자들이 이에 기한 사내하청업체의 취업 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었다고 볼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 참가인 조합이 주장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나 우려’는 실제로 그러한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불안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다수의 근로자들이 위와 같은 인식 내지 우려를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 회사에 대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발생시킬 정도의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취업 방해 금지’가 근로기준법 제40조에 따라 이미 모든 사람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강행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이상, 설령 그러한 행위가 실제로 일어날 우려나 감시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을 통한 자율적 규율을 통하여 재차 금지 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참가인 조합이 주장하는 전례나 근로자의 인식을 이유로 하여,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의 취업방해 금지에 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 존부

1)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7두11542 판결 등 참조).

2)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불응하였는데, 앞서 3.마.항에서 본 것과 같이 원고 회사가 참가인 조합의 2022.1.18.자 교섭요구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이후 계속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이유도 그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회사는 제1, 2, 4 의제에 관하여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관계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당한 단체교섭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회사는 제3, 5 의제에 관하여는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있어서는 원고 회사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 회사는 제3, 5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제3, 5 의제에 관하여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부정되므로, 단체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4) 따라서 원고 회사가 제1, 2, 4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제3, 5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 단체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고 회사가 독자적으로 교섭당사자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원사업주인 사내하청업체를 매개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단체교섭에 임하게 된다는 점, 당해 교섭과 관련된 교섭단위는 ‘하청사업’이라는 개별 사내하청업체들의 사업 단위로 유지된다는 점, 당해 교섭단위에서 궁극적인 단체협약 체결 주체 또한 원고 회사가 아닌 사내하청업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를 매개로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만을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불완전하고 의존적인 사용자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또한 원고 회사에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어 원고 회사를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보게 된다면, 원고 회사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주체로서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서게 되는 것이지, 근로계약관계가 부존재한다는 이유로 독자적으로는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사내하청업체를 매개로 하여서만 단체교섭에 임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상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근로계약관계설을 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더욱이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원고 회사를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고, 그와 동일한 이유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공고하지 않은 것인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면 같은 이유로 이루어진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미공고 역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다(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거부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작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단체교섭 요구 거부와 단체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로 구분하여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제1, 2, 4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제3, 5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바.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 중,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 중 제3, 5 의제에 관한 부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행위 중 제1, 2, 4 의제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나머지 부분은 적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2023구합55658 사건에 관한 원고 회사의 청구와 2023구합56231(병합) 사건에 관한 참가인 조합의 청구는 각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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