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기준(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근로계약이 없어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서울행법 2022구합69230]
【서울행정법원 2025.7.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69230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제철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금속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25.04.25.
• 판결선고 / 2025.07.25.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3.2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1부노268 △△제철 주식회사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이하 ‘원고 회사’라고도 한다)는 1964.10.10. 설립되어 상시 약 11,3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제조업(제철, 제강, 압연, 주조, 단조, 강관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 회사는 당진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포항공장, 순천공장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이라 한다)은 2001.2.8.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참가인 조합의 충남지부 △△제철비정규직지회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40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약 3,7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참가인 조합의 충남지부 △△제철지회에는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 중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약 4,3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이하 지회를 특별히 구분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각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라 한다).
다. 참가인 조합은 2021.7.9. 원고 회사에 ‘△△제철 비정규직지회 2021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 요구안 제출 및 단체교섭 요청건’이라는 제목의 공문 발송을 통해 ‘① 산업안전보건, ② 차별시정, ③ 직접고용 원칙 및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④ 자회사 채용 중단’의 4가지 의제(이하 참가인 조합이 요구한 4가지 의제 중 산업안전보건 의제를 ‘이 사건 의제’라 한다)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라 한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참가인 조합이 요구한 4가지 의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라. 참가인 조합이 2021.9.16.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제1항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1.11.11. ‘원고 회사와 참가인조합 하청 지회 소속 근로자들 간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원고 회사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충남2021부노46).
마. 참가인 조합은 2021.12.14. 초심판정을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1.12.2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3.24.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한 4가지 교섭의제 중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므로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원고 회사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 조합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다(중앙2021부노268,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인정사실
가.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 회사가 운영하는 제철소 중 최대 규모의 제철소로, 약 992만㎡의 부지에 일일 1만 톤 이상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3기의 고로(高爐)를 비롯하여 제강, 연주, 압연, 후처리 등을 위한 다수의 설비를 갖추고 있고, 연간 약 1,600만 톤의 다양한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주요 제품은 ① 건설, 철도레일, 철탑, 조선, 굴삭기 등에 사용되는 철근 및 H형강, ② 자동차, 교량, 선박·자동차 외판 등에 활용되는 강관, 열연 및 냉연코일, 후판, ③ 자동차·선박 엔진 및 풍력발전 설비 등에 사용되는 특수강 봉재, 선재, 단강, 롤 등이 있다. 위 제품들의 생산을 위한 공정은 크게 고로 공정과 전기로(電氣爐) 공정으로 구분된다.
다. 고로 공정은 제선공정, 제강공정, 연주공정, 압연공정으로 구분된다. 제선공정은 원료를 가공한 후 이를 고로에 투입하여 용해시킴으로써 쇳물을 제조하는 과정이고, 제강공정은 탈황, 전로, 2차정련 등의 세부 공정을 거쳐 쇳물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하여 용강(溶鋼)을 제조하는 과정이며, 연주공정은 제강공정에서 생산된 용강을 연속 주조하여 고체 상태의 반제품인 슬라브(slab)를 생산하는 과정이고, 압연공정은 연주공정에서 생산된 슬라브를 다양한 방식으로 압연하여 최종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전기로 공정은 제강공정, 연주공정, 압연공정으로 구분되며, 전체적인 공정의 흐름은 고로공정과 유사하다.
라. 이 사건 사업장의 철강제품 생산은 철광석에서 시작하여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 공정을 한 장소에서 일관되게 처리하는 일관제철공법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사업장의 제조 공정은 원료 투입 단계부터 제선, 제강, 연주, 압연을 거쳐 최종제품이 출하되기까지 수직 계열화되어 있으며, 각 공정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수행되는 특성을 갖는다.
마.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는 수행하는 수급업무의 성격에 따라 ‘사내협력사’, ‘장비협력사’, ‘미화협력사’로 구분된다.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무렵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는 40개이고 구체적인 현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바. 사내하청업체들은 원고 회사와 ‘협력작업 도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업무 태양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주요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사내협력사는 대부분 동일한 내용인 것으로 보이고, 장비협력사의 경우에도 도급비 산정방식, 계약해지 시 장비의 다른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양도 등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사내협력사와 동일한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협력작업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아래 도급계약서는 원고 회사와 ○○테크 사이에 체결된 것이고, 원고 회사는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테크와의 도급계약서를 제출하면서 다른 도급계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고 진술하였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가 제3 내지 5, 2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회사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하는데,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가입한 참가인 조합의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아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항제3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취지 참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업 경영의 유연화가 촉진되면서 고용 구조 또한 정규직 중심에서 기업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도 노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비정형 형태로 분화되었다. 또한 플랫폼 시장이 확장되면서 노동의 중개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 노동력의 제공과 사용에 있어 공간적·시간적 경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형태의 고용도 생겨났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하나의 노무제공이 둘 이상의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연관되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었는데,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는 단일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근로관계와는 달리 여러 주체가 노동력의 이용 및 통제에 관여하게 되고, 이러한 특성 상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노동력을 제공받는 자 중에는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지배력과 결정권을 행사하면서도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아니한 사용자가 있을 수 있다.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단결하여 대표자를 통해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이고, 단체교섭권의 행사가 의미를 가지려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와 교섭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용자를 형식적인 계약 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제외한다면, 기업의 필요에 의하여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형성한 근로자들은 구조적인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2) 특히 대규모의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이 요구되고 공정이 세분화 되어 있는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들 분야에서는 원청이 생산공정의 효율성, 인건비 절감, 고용 유연화 등의 이유로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작업지시나 감독은 원청의 관리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하청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을 위한 제작 공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 사이에서도 원청 소속인지 하청 소속인지에 따라 근로조건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하청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특히 사내하청의 경우 자체 사무실 없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하청업체는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전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하청업체 근로자는 하청업체와의 단체교섭만으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간과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3)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2020.9.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때 비로소 그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작업배치, 업무방식의 기준 설정, 유해·위험요소의 관리, 임금 수준이나 근로시간 등에 관하여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근로계약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면 하청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에서는 하청 근로자들이 하청 사업주와 단체교섭을 하여도 근로조건의 실제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체교섭권이 헌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떠한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 즉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일정한 지배력 또는 결정권을 갖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합이 원청에 대하여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4) 우리나라는 2021.4.20.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 중 하나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을 비준하였고, 위 협약들은 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법규범으로서 수용되었다. ILO 제98호 협약 제4조는 ‘고용조건을 단체협약의 방법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 간의 자율적 교섭을 위한 기구의 충분한 발전과 활용을 장려·촉진하기 위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단체협약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ILO 협약은 산하 주요 감독기구의 해석과 권고를 통하여 구체화되는데, ILO 감독기구들은 단체교섭권이 근로계약이라는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고, 비전형적인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게도 집단적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권고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CFA)는 우리나라 하청 근로자들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권이 문제된 사안에서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 목적의 인정을 주장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관련 노동조합과 하청 및 하청근로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 사이의 단체교섭은 항상 가능하여야 한다’고 하여, 원청에 하청 근로자들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권고를 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ILO 사무국은 정책보고서에서 ‘사내하청, 플랫폼 노동과 같이 사용자가 분산된 비전형적 고용구조에 있어서 단체교섭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중요한 수단에 해당하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체계 구축에 있어서도 단체교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ILO는 하청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고,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어 형식적 근로계약관계의 유무에 국한되지 않고 기능적·실질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ILO의 해석과 권고를 통하여 구체화된 이러한 국제노동기준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 제87호, 제98호와 관련된 것으로, 우리 헌법상 노동3권의 해석에도 직접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국제노동기준의 준수라는 측면에서도 그 지위를 긍정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5) 노동조합법 제1조는 입법 목적에 관하여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는 ‘사용자’의 개념에 관하여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제3호는 ‘사용자단체’에 관하여 ‘노동관계에 관하여 그 구성원인 사용자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의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며, 제29조와 제30조에서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에 단체교섭에 응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이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 및 이를 통한 노동관계의 조정과 노동쟁의 예방·해결을 입법 목적으로 하는 점, ‘사용자’ 개념을 정의함에 있어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 점,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점 등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6)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규율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률로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사용자에게 강제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법은 집단적 노사관계를 전제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과 교섭, 단체행동을 통해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형성·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입법 목적이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와는 달리 해석될 수 있고, 근로기준법과 대비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는 단지 개별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과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1조 후단은 노동쟁의의 예방·해결 및 이를 통한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 도모가 노동조합법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노동조합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이러한 목표는 노사 간의 다양한 요구와 긴장을 제도적으로 흡수하고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사내하청과 같이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의 근로계약관계 부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당사자 지위에서 배제된다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집단적 요구는 노동조합법이 예정한 제도적인 체계 내에서 해소될 수 없게 되고, 풀리지 못한 노사간의 긴장은 비제도적 방식으로 분출될 우려도 있는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적법한 행사를 통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 실현을 위하여,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청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향유하는 원청에 대하여도 그 권한에 상응하는 집단적 노사관계 상의 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7) 노동조합법 제81조는 근로자의 단결권과 관련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 단체행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과 행위, 단체교섭 거부와 같은 단체교섭권 침해 행위 등을 모두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내지 제8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는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에서 발생한 위법을 처벌·시정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하여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12.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그 행위의 주체가 개별 근로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단정할 수는 없고,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 사내하청 구조를 통하여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부정한다면 하청 근로자는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실질적 지배·결정 권한이 없는 하청 사업체와의 교섭을 통해 간접적으로 원청에 근로자의 요구조건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청이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더라도 구제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어 비전형적인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노사관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제도적인 수단을 통하여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조합법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를 마련한 취지에 어긋난다.
8) 우리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법 제81조제1항제4호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참조)’고 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의 경우 근로계약관계의 유무와 상관없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구제명령 이행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가 된다고 판시한바 있다. ①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각 호의 구체적인 부당노동행위 별로 사용자 개념을 달리 파악하지 않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도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하여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므로,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는 모두 동일한 사용자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 ②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용자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다고 본다면,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와 달리 볼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③ 구제의 필요성에 있어서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는 점, ④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있어 사용자 개념을 동일하게 파악하는 것이 노동조합법 조문과 체계의 정합성에 부합하는 점, ⑤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9.12.24. 선고 2007두20089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의 사용자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 단체교섭 거부·해태 행위(제3호)와 지배·개입 행위(제4호)를 달리 판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적용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사용자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9) 아래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규정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이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단체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용자단체는 근로자와 개별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집합적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 것인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 상대방은 근로계약 관계의 유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나) 노동조합법 제33조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과의 상호관계에서 우선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단체협약의 대상을 근로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에 한정하고 있지 않고, 같은 조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이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단체협약이 근로계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집단적 규범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 노동조합법 제36조제1항은 ‘하나의 지역에 있어서 종업하는 동종의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행정관청은 당해 단체협약의 당사자의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그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당해 지역에서 종업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제3의 사용자 및 근로자에게도 지역적 구속력 제도를 통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확장·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단체협약과 단체교섭이 반드시 근로계약관계의 범위 내에서만 작동한다고 할 수 없다.
10)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6.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나 계약의 형식은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 놓여 있는지 여부, 그리고 노동3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외연이 확대되어 현실의 다양한 노무제공형태를 포섭하게 된다면, 그 상대방인 사용자 개념 또한 이에 상응하여 확대되어야 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대는 근로자의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사용자 개념의 해석도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노무제공의 주체와 상대방 사이에 반드시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할 필요는 없으며, 사용종속관계라는 실질을 중심으로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근로조건의 형성에 개입하는 자 또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11)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하청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를 이유로 원청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원청 노동조합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원청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 원청과 단체교섭이 가능하다고 보게 되면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넘어서 교섭단위를 설정하는 것이 되어 현행 노동조합법에 위반되는 등으로 현행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하여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의 유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노동조합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동일한 교섭단위 내에서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에게 과도한 교섭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절차적 장치로 보아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근로자 측의 조직 형태가 복수인 경우 사용자 측의 대응 가능성과 교섭 효율성을 고려한 절차 규정이지, 단체교섭권 자체를 제한하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이유로 하여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자와의 교섭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단체교섭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같은 조제2항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교섭단위의 분리와 통합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부분에 관하여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사업을 기준으로 하는 교섭단위의 설정에 있어서는 노동조합법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청의 사업을 기준으로 기존 교섭단위 외에 교섭단위가 확대될 수 있으나, 다면적 노무제공관계를 통하여 복수의 사용자와 실질적인 노무제공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구조적 실태를 반영하여 보다 탄력적이고 현실적인 교섭단위 설정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바, 교섭단위의 확장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단체교섭권 자체의 실현을 저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를 파악할 경우 원청이 복수의 하청 노동조합과 개별적으로 교섭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는 다면적 고용관계를 형성하여 경영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원청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를 이유로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대상으로 어떠한 교섭의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 요컨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이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법률로 정하지 않고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으로 남겨둘 수도 있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2002.12.18. 선고 2002헌바12 결정 참조),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사용자 개념의 해석이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등의 관련 규정들에 의해 온전히 포섭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12) 원고 회사는, 단체교섭 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관계에 강행적·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범적인 효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데,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당사자 사이의 단체협약은 위와 같은 규범적인 효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원청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합과는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33조는 단체협약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에 우선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반드시 개별 근로계약의 법률상 당사자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조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미친다고 명시하여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단체협약의 형식적 당사자성이 아니라, 그 내용과 현실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 체결의 상대방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위치에 있고, 단체협약의 내용이 해당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러한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체결권과는 별도로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권리로서 노동관계 당사자들이 근로조건 등에 대해 자율적인 교섭과 협의를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단체교섭 중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목표로 하지 않고 사실행위로서 단체교섭 자체를 목표로 하는 단체교섭도 있을 수 있는데(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를 위하여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문제되기 이전에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통하여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이 봉쇄된 상태에서는 하청업체와 형식적 교섭만 이루어질 것이고, 단체교섭의 의사소통 기능은 이러한 형식적인 교섭만으로는 충분히 수행될 수 없다.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의 여부는 근로자에게 실질적 교섭의 기회가 보장된 이후의 문제일 뿐,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13)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노동조합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중심으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파악하게 되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확장해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교섭당사자 지위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등으로 법적안정성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개념은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가 불명확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질적 지배력’의 범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는 법률의 해석 전반에 수반되는 문제이고,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한 실적질 지배력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노동법 영역에서는 사용자성, 근로자성, 파견근로의 적법 여부, 위장도급 판단 등 다수의 핵심 개념이 형식적 기준이 아닌 ‘실질’에 기초하여 판단되고, 선례가 집적되어 가면서 사안별 판단 기준과 해석의 틀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판단 기준인 ‘실질적 지배력’ 또한 구체적 사안에 관한 판단 사례가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개념이 구체화되고 법리가 정립될 수 있다. 노동3권은 단지 선언적으로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이를 위하여 권리의 본질에 상응하는 책임의 주체를 실질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초기의 상황에서 일시적인 현장의 혼란은 선례의 집적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으며, 오히려 일시적인 혼란을 이유로 기본권 실현을 제한하는 해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결과를 고착화할 수 있다. 나아가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것인바(대법원 2020.8.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가진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고, 그 구체적 해석 기준을 선례의 집적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14) 원고 회사는,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 개념을 파악할 경우, 도급인(원청)의 기업활동의 자유, 수급인(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게 되므로, 이러한 해석은 규범조화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체교섭 의무는 본질적으로 교섭의 창구를 열어 두는 의무로 교섭 과정에서의 성실한 협의의무를 의미할 뿐, 단체교섭을 한 원청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며, 하청과의 특정 계약을 강제하거나 계약 내용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청에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기업활동의 자유, 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반면 하청 근로자 입장에서는 원청과의 근로계약관계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의 기회 자체가 차단된다면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노동3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청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원청과 단체교섭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상정하기 어려운 반면, 원청은 단지 교섭에 응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자유권 침해의 정도는 최소한에 그친다. 또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는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되므로, 하청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청이 직접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하여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더라도, 이를 하청의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규범조화적 해석의 측면에 있어서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15) 원고 회사는, 근로3권의 사회권적 성격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는 입법자가 입법을 통하여 정할 영역에 해당하고, 법원이 입법자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 해석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노동3권은 자유권적 성격과 사회권적 성격을 겸유하는 기본권이고,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에 입법·행정·사법 전반에 걸쳐 실현의무를 부과하는 기본권으로 그 성격상 일정한 입법 형성의 여지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3권이 헌법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이상 법원은 최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충적 해석을 통한 법형성을 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은 사회적 기본권임과 동시에 근로자에게 직접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형해화를 막기 위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단체교섭권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개념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본질로 하는 사법권의 내용을 초과하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는 ‘사용자’의 개념을 특정한 범위로 한정하지 않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에서도 ‘사용자’를 정의하면서 반드시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한다고 규정한 바는 없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도 사용자의 범위를 고정된 것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 현실과 관계 속에서 유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개념으로 설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사용자의 범위를 현실의 고용 구조에 맞게 해석·적용할 수 있고, 이는 입법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입법·행정·사법 간 상호 침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을 통한 헌법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법부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법률 규정의 체계적·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의미를 확정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만약 해석을 통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하청 근로자는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자에게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헌법상 권리 보장의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법원의 헌법 수호의무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단체교섭권의 구체적인 실현 방식에 있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은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으나, 노동조합법의 문언 자체에서 ‘사용자’의 개념을 한정적인 것으로 두고 있지 않은 이상, 법원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를 사용자에 포함시키는 해석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6) 원고 회사는,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관계를 매개로 한 2자 간의 대항관계를 전제로 관련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데,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사용자 개념을 파악하게 되면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이는 우리 법체계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공동사용자’ 개념 또는 ‘중첩적 사용관계’ 개념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대법원은 2022.5.26. 선고 2021다210621 판결에서 공동 사용자 개념을 부정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20나2012033)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으나, 위 대법원 판결은 개별 근로관계에서 특정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및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단체법적 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한 선례라고 보기 어렵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공동사용자’ 개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명시적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에서 공동사용자 개념이 부정된 주요한 이유는, 복수의 사업주에게 동일한 근로자에 대한 고용 책임을 모두 지게 할 경우 개별적 근로계약 관계에서 법적 안정성과 책임 귀속의 명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이는 개별적인 고용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단체교섭 의무, 부당노동행위 책임 등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법적인 의무의 주체를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른 것이므로(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개념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에 따라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기존의 법 해석이나 대법원 판례 법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다. 원고 회사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앞서 본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12, 17, 18, 25 내지 29, 44, 52 내지 58, 76, 79, 81, 82, 87호증, 을가 제6 내지 19, 23, 24, 29 내지 40호증, 을나 제3 내지 24, 27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 및 형상, 이 법원의 △△제철 ○○제철소 협력사 대표자 협의회, ○○○○스틸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의제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 회사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내려지는 업무지시는 원고 회사로부터 직접 이루어지고, 사내하청업체는 업무의 내용이나 방식에 대하여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 정비 업무의 경우, 원고 회사의 정비사업부가 사전에 정비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전산시스템인 맥시모(Maximo) 프로그램에 작업 내역, 작업 대상, 예정일, 예상 인원 및 소요 시간 등을 입력하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이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작업의뢰서를 수령하게 된다. 작업의뢰서에는 작업 상세 내역, 작업 대상과 유형, 수행 위치, 예정일 등이 기재되어 있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이를 바탕으로 정비 작업을 수행한다(을나 제8호증).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원고 회사 담당자로부터 작업의뢰서를 확인받고, 일일안전작업점검표에 서명을 받은 뒤, 구체적인 작업내용과 주의사항을 전달받는 ‘TBM(Tool Box Meeting)’ 절차를 거친다(을나 제9호증). 정비 작업의 양이 대폭 증가하는 대보수기간 등에는 TBM 절차가 원고 회사 주도로 대규모로 진행되기도 한다.
나) 조업 업무의 경우,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의 내용은 사내하청업체와 원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의해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이 아니라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무전기, 유선전화, 카카오톡 등 메신저, 작업지시서 등을 통한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의 지시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었고,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위 지시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하였다. 조업 업무 중 제품 출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원고 회사 소유의 PDA를 통해 자신이 수행해야 할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전 과정에서 원고 회사의 MES에 의존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출고 제품의 상차에 사용되는 크레인 운전도 주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수행하는데, 이 경우에도 원고 회사의 MES를 통해 조업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와 동일한 작업지시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협업하고, 제품의 적재차량, 위치, 상차 준비사항 등도 모두 MES를 통해 전달받는다. 출고 제품의 하자 여부, 제품 번호, 사양 등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MES와 연동된 PDA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원고 회사에 직접 보고한다(을나 제11내지 16호증).
다) 운송 업무의 경우, 원고 회사에서 어떤 차량이 어느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결정하여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전달하면, 해당 업무 지시 내용이 각 운송 차량에 설치된 PDA를 통하여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전파되고, 운송 업무는 이를 바탕으로 수행된다.
라) 크레인 운전 작업의 경우, 원고 회사에서 구체적인 작업 내용을 결정한 후 이를 크레인에 설치된 단말기, 무전기 또는 작업현황판 등을 통하여 크레인을 운전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작업 의뢰를 하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위와 같이 요청된 내용에 따라 크레인을 운전하면서 운반 작업을 수행한다.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업무의 특성 상 작업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 화면 또는 전광판을 통해 작업 중 주의사항, 추가 작업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을가 제35 내지 38호증).
2)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하는 업무 지시는 단순히 도급업무의 실행과정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협조 또는 설명 수준을 넘어,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 강도와 작업 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구체적인 지시인 것으로 보인다.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MES 등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가 아니라 도급업무 수행에 필요한 객관적이고 필수적인 정보에 불과하고, 이러한 정보들이 근로자의 안전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전달한 내용은 단순한 객관적 수치나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위 근로자가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의 내용, 작업 방식, 작업수량 등을 결정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점, 작업 도중에도 수시로 MES, 무전기 등을 통한 세부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자의 작업내용과 작업강도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규모와 작업 과정 전반에 내재한 위험성에 비추어 근로자의 안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원고 회사는 아래와 같이 사내하청업체의 인력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였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구체적인 투입과 배치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기도 하였다.
가) 원고 회사는 2015년에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직무별 적정 도급비 산정과 인원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협력작업 직무조사 컨설팅 추진(안)’을 작성하고, 딜로이트 컨설팅을 컨설팅 수행업체로 지정하여 컨설팅을 진행하였다(을가 제17의 5호증).
나) 원고 회사는 대규모 인원의 상시 운용에 따른 운영비 절감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인원효율화 계획을 작성하고, 공정별 인원 배치 현황, 근무 형태 등을 점검하였는데, 사내하청업체가 투입하는 인력 수준의 적정성도 함께 검토하고 전체적인 인원효율화 방안을 작성하였다(을가 제17의 1 내지 4호증).
다)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는 2015.6.16. 임시 노사협의회에서 일부 공정의 교대제 폐지와 인력 감축에 대하여 협의하면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투입과 배치를 함께 논의하였다(을나 제27호증). 원고 회사는, 위 노사협의회에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작업배치가 논의된 것은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이 작업자를 감축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에 따른 것이므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서는 일반적인 작업 범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작업별 구체적인 투입 근로자 수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 원고 회사의 업무 지시 형태에 비추어 어느 공정에 어느 정도 수준의 작업자가 투입될지 여부도 원고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 회사는 크레인, 각종 자재 및 제품을 운송하는 특수 궤도차량, 생산라인을 구성하는 각종 전산장비, 고로 압연에 사용되는 롤 등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생산수단 일체를 소유하고 있다. 생산에 필수적인 대형 설비에 대한 관리처분 권한이 전혀 없는 사내하청업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안전 문제에 관하여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한정적이다.
5) 원고 회사는 안전 기준에 관한 각종 지침 등을 제정하고 주기적인 안전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원고 회사가 제정한 안전 관련 지침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와 안전평가 등이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동일하게 이루어졌다.
가) 원고 회사 안전관리팀이 2017.1.경 작성한 ‘Safety Core Rules 활성화(안)’에는 핵심안전수칙을 위반한 자에게 ‘안전사랑카드’를 발부하고 그 위반 내역을 안전관리팀이 모니터링하며,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직영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을가 제6호증).
나) 원고 회사 정비안전팀이 2017.2.경 작성한 ‘사내협력사 안전활동 점검계획(안)’에는 사내하청업체의 사고현황 분석과 함께 정비안전팀 소속 인원 5명이 점검 주체가 되어 8개 사내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시스템 및 작업현장을 불시에 직접 점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을가 제7호증).
다) 원고 회사 안전환경본부는 2013.2.경 ‘안전평가 기준 개선(안)’을 마련하였는데, 위 개선(안)에는 평가주기, 평가항목별 배점, 세부 평가 항목 등이 기재되어 있고, 이러한 기준에 따른 안전평가 대상에는 회사 직영 부서와 사내하청업체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을가 제8호증).
라)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가 보유 중인 각종 시설, 장비에 관한 작업표준 및 관리기준을 작성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위 표준 등에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사용하는 장비의 운용상 주의점 등 실제 작업 시 안전과 직결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을가 제9 내지 14호증). 한편,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가 체결한 도급계약서에는 사내하청업체가 작업범위별 작업표준을 제정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자체 작업표준서를 만들어 운영 중인 사내하청업체도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장의 규모, 일관제철공법으로 진행되는 제철 공정의 특징 등에 비추어 사내하청업체의 작업 내용은 원고 회사의 전체적인 생산공정과 설비, 품질기준, 안전수칙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사내하청업체가 마련하는 작업표준이 원고 회사의 지침과 운영기준을 벗어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내하청업체가 작업표준을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의제에 대한 원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이 부인된다고 볼 수는 없다.
마) 원고 회사 주관으로 시행된 교통위반자 캠페인에도 원고 회사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구분없이 참여하였다(을나 제29호증).
6)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대표자의 모임인 ‘△△제철 ○○제철소 협력사 대표자 협의회(이하 ‘△△협’이라 한다)’와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사이의 별도의 노사협의를 통하여 산업안전 의제가 교섭되고 있고, 사내하청업체와 그 소속 근로자들이 각 사업장 별로 별도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업안전에 관한 이 사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산업안전과 관련된 대부분의 조치는 보호구 지급, 위험 설비 개선, 안전시설확충, 작업공간 재배치, TBM 운영방식 등과 같이 원고 회사의 설비와 규정, 예산에 직결된 사항으로서, 사내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거나 집행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협과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가 2023.10.경부터 2024.3.경까지 진행한 교섭 내용을 보면, △△협의 교섭대표는 원고 회사에 결정권이 있다는 취지로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제시안도 마련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다(을나 제3호증). △△협과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사이에 체결된 2022년 단체협약에 산업안전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나, 몇 가지 원론적인 내용을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실제로 수행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방안(작업 중지, 설비 검사, 위험성평가 등)은 원고 회사의 승인이나 지시가 없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내용으로 보인다.
나) 사내하청업체와 그 소속 근로자 사이의 개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 관련 고충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장의 작업 환경과 설비에 대한 통제 권한이 전혀 없는 사내하청업체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거나 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각 사업장 별로 이루어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진행 내용을 보면, 근로자측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사내하청업체측에서는 ‘보안경 착용에 관하여 원고 회사의 규정과 별개로 사내하청업체가 별도의 기준을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을나 제32호증), ‘용변 관련 사항을 크레인 작동을 중지할 부득이한 사항으로 볼 수 있는지 원고 회사 안전보건팀에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을나 제33호증) 등으로 원고 회사의 승인이나 확인이 없으면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그 외 여러 의제에 대해서도 원고 회사의 규정이나 허락이 필요하다는 취지로만 답변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내하청업체 자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실태에 비추어 사내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본래의 기능대로 운영되지 아니하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이고, 결국 소속 근로자의 요구를 수렴한 사내하청업체가 민원 사항을 원고 회사에 전달하면 원고 회사의 승인 여부에 따라 근로자의 고충 사항 처리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 회사가 실질적으로 작업지시, 설비관리, 안전조치 등 산업안전과 관련된 영역 전반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충이나 개선 의견 등을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해야만 하는 구조는 현실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노동3권의 최소한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에도 어긋난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자신의 처우와 관련된 요구를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해당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상대방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고, 이는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 근로자의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한다.
7) 원고 회사는, 원고 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각종 산업안전과 관련한 조치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도급인에게 요구되는 일반적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 회사가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사업장의 설비, 작업내용, 작업방식, 작업일정 등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들의 안전과 관련한 요소를 지배·통제하고 있는 이상,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련 지침을 마련하거나 그 이행을 감독하는 것이 관련 법령에 따른 도급인의 의무 이행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부인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 존부
1)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7두11542 판결 등 참조).
2) 원고 회사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이 사건 의제에 관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위 부분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였는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 회사의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의제에 관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의제에 관하여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이는 정당한 단체교섭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마. 소결론
이와 결론이 같은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각 교섭의제 중 이 사건 의제에 대해서만 원고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았는데, 주문에서는 의제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은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였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3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경우, 교섭의제별로 사용자에게 해당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지 밝히는 것이 타당해 보이나, 당사자들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주문 형식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재심판정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행정소송에 있어서도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에 의하여 민사소송법 제203조가 준용되어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할 수 없는 것이고, 행정소송법 제26조에서 직권심리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나 이는 행정소송에 있어서 원고의 청구범위를 초월하여 그 이상의 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고의 청구범위를 유지하면서 그 범위 내에서 필요에 따라 주장외의 사실에 관하여도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인바(대법원 1987.11.10. 선고 86누491 판결 등 참조), 원고 회사만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를 다투며 그 취소를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이 사건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의제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의 당부는 이 사건의 결론에는 영향을 주지 아니하는 점, 이 사건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의제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에서 주된 쟁점이 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의제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회사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