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해고, 징계 등

묵시적으로 부정한 인사청탁을 하였다는 징계사유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징계처분이 징계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부당징계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24구합79354]

고콜 2025. 6. 27. 14:58

【서울행정법원 2025.6.5. 선고 2024구합79354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79354 징계처분취소

• 원 고 / F

• 피 고 / 국가정보원장

• 변론종결 / 2025.05.01.

• 판결선고 / 2025.06.05.

 

<주 문>

1. 피고가 2023.12.27. 원고에 대하여 한 감봉 3월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징계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1.*.**. 국가안전기획부(1999.1.21. 국가정보원으로 명칭 변경, 이하 명칭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국정원’이라 한다) 직원으로 임용된 후 2021.*.**. 특정직 *급으로 승진하였다.

나. 피고는 2023.12.27. 원고가 부정한 인사 청탁을 하였다는 아래 징계사유(이하 각 항별로 ‘제1징계사유’, ‘제2징계사유’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로 원고에 대하여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C 전(前) G의원(이하 ‘C 전 의원’이라 한다)을 통해 A 전(前) 국정원장(이하 ‘A 전 원장’이라 한다) 대상으로 본인의 승진을 부정청탁
- 정기인사를 앞두고 A 전 원장과 친분이 깊던 C 전 의원에게 연락하여 본인 승진을 조력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
- 전 비서실장을 통해 ‘C 전 의원이 A 전 원장에게 문자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 이를 중단할 것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등 C 전 의원이 실제 A 전 원장에게 본인 승진을 부탁했다는 사실도 인지
- 더불어 인사 청탁 여부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현출
 D 전(前) H 부사장(이하 ‘D 전 부사장’이라 한다)에게 동향 후배 직원의 승진을 알선·청탁
- 승진인사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1.1.18. D 전 부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A 전 원장을 잘 알고 있는 완도 출신 회장님과 식사 중인데, 너 얘기를 해 주겠다”며 청탁 제의하였으나 그 제안을 거절
- 대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 특정4급 직원을 추천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 6~13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징계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6.11.24. 선고 2015두5475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3~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징계사유로 지적된 ‘원고의 인사 청탁’의 유무에 관하여 막연한 의심을 넘어 이를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다.

1) 제1징계사유로 지적된 인사 청탁의 정확한 시점, 발언 또는 행위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도 비위행위의 구체적인 일시, 내용조차 전혀 특정하지 못한 채 막연히 원고와 C 전 의원과의 관계, A 전 원장의 비서실장이 작성한 “인사관련 종합(14명)”, “3급 승진 인사(案)” 문건(이하 통틀어 ‘이 사건 문건’이라 한다)의 기재 및 제반 정황에 근거하여 원고가 승진에 앞서 C 전 의원을 통해 A 전 원장에게 ‘묵시적’인 인사 청탁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명시적인 인사 청탁만이 아니라 묵시적인 인사 청탁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에 따른 부정청탁이 될 수 있고, 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정청탁의 특성상 그 정확한 시점이나 행위 태양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피고가 제1징계사유로 지적한 원고의 비위행위는 대략적인 시점에 관하여 월, 일은 물론 연도조차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고, 피고는 원고의 행위가 일반적인 친분관계에서 비롯되는 인사치레를 넘어 승진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취지가 내포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을 분명하게 지목하지도 못하였다.

2) 피고가 들고 있는 제1징계사유 관련 핵심적인 증거는 이 사건 문건이다. 이 사건 문건 중 ‘인사관련 종합’ 문건의 원고 관련 부분에 C 전 의원의 이름과 함께 ‘문자 발송 자제 조치’라는 기재가 되어 있고, 원고 역시 비서실장으로부터 ‘C 전 의원이 A 전 원장에게 자꾸 문자를 보내 불편해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전달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은 C 전 의원이 A 전 원장에게 원고와 관련하여 연락을 하였음을 뒷받침할 뿐이지, 그러한 연락이 원고의 인사 청탁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것까지 분명하게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와 C 전 의원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쌓아온 친분 때문에 C 전 의원이 원고의 인사 청탁이 없었음에도 A 전 원장에게 원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가 하였다는 인사 청탁의 시점, 내용 등을 대략적으로라도 특정할 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위 문건 기재와 같이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간접적인 정황만을 근거로 부정한 인사 청탁이라는 중대한 비위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친분관계에 기초한 막연한 의심만을 근거로 대상자에게 지나치게 큰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문건의 ‘희망 보직 조치’ 부분에 ‘현 보직 유지 후 다음 승진 추진’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고, 원고가 실제로 A 전 원장 부임 이후 이루어진 2020.9.경 승진인사에서는 제외되었다가 2021.2.26. 실시된 인사에서 승진한 사실 역시 원고의 인사 청탁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나, 위 ‘희망 보직 조치’ 부분의 기재가 정말로 원고의 희망사항이었는지조차 분명하게 알 수 없다. 오히려 원고가 정말로 C 전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하여 A 전 원장에게 인사청탁을 할 요량이었다면, 굳이 최초 승진인사에서는 유임을 희망하고 다음 인사에 승진을 원하였을 특별한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

3) 그 외에 피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도 원고의 인사 청탁 사실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렵다. 원고가 내부 조사 과정에서 “솔직히 말씀드려 제가 안부 인사를 하면 저를 신경 써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은 하긴 했습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묵시적인 인사 청탁을 하였음을 자인하는 취지라기보다는 A 전 원장과 잘 알고 있는 C 전 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인사 청탁 사실을 부정하는 원고의 답변이 거짓이라고 나온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도 그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과 마찬가지로 C 전 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인사에 이익이 될 수 있겠다는 내면의 기대를 한 점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고가 승진 이후인 2021.9.경 C 전 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한 것 역시,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진 것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승진이라는 개인적인 경사를 맞이한 원고가 일정한 기간 이상 친분관계를 유지한 C 전 의원에게 일상적인 감사의 표시를 하였을 뿐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이처럼 피고가 제1징계사유의 근거로 들고 있는 정황들이 모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어 ‘부정한 인사 청탁사실의 존재’라는 하나의 방향만을 지목하고 있지 않은데도, 그 간접 정황들만을 추려모아 통상적인 교유행위에 수반되는 원고 내심의 어떠한 기대를 넘어 구체적인 인사청탁이 묵시적으로라도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은 형사절차에서는 물론 징계절차에서도 쉽게 허용될 수 없다.

4) 제2징계사유에 관하여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원고도 D 전 부사장이 갑작스레 먼저 전화를 걸어와 원고 관련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나, 원고는 그러한 청탁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 상황에서 원고가 다른 후배(E)를 언급한 것은 실제로 해당 후배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인사 청탁을 해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부정청탁에 관한 D 전 부사장의 권유를 상대방의 심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완곡하게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이거나, 단순히 오랜 기간 승진 문제로 고생한 후배를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막연한 당부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D 전 부사장은 전화 통화 이후 원고로부터 E를 잘 챙겨달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약 2시간 후 원고에게 부탁받은 ‘E’ 후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K’랑 함께 부탁했네”라는 답장을 하였는데, 이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발언이 E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 청탁의 수준에 이르는 것이었다고 볼 수 없음이 분명하다.

5) 위와 같이 피고가 들고 있는 근거들은 모두 이 사건 징계사유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간접적인 정황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피고는 비위행위의 존재를 증명할 만한 다른 자료들, 예컨대 이 사건 징계사유와 관련된 A, C, D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사나 사실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국정원장이 교체된 직후 전 원장 재임 시절에 작성된 문건의 일부 기재만을 기초로 원고에 대한 2차례의 진술조사 및 휴대전화포렌식,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징계사건에 관한 피고 내부 조사 권한의 한계 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이 불충분하고 단편적인 근거에만 의존하여 청탁금지법상 금지된 중대한 비위행위인 부정한 인사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한 이 사건 징계처분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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