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자체와 그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및 섬망증상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으로 업무와 추가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서울행법 2023구단56807]
【서울행정법원 2025.5.16. 선고 2023구단56807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3구단56807 추가상병불승인처분 취소 및 최초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
• 원 고 / 망 A의 소송수계인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3.28.
• 판결선고 / 2025.05.16.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가 2022.12.27. 망 A에 대하여 한 추가상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 피고가 2023.1.2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예비적 청구: 주문 제2항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인의 제1차 상병 및 자해행위
1) 故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2022.3.8. 조경작업 도중 왼쪽 눈을 나뭇가지에 긁혀 왼쪽 눈에 대하여 진균에 의한 각막염(H16.8), 각막궤양(H16.0), 진균에 의한 내안구염(H44.0)을 진단받았고(이하 망인이 입은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고 하고, 그에 따라 발생한 망인의 부상을 “제1차 상병”이라고 한다), 제1차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승인되어 요양급여를 지급받았다.
2) 망인은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아도 왼쪽 눈의 시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2.9.7. 자택에서 조경용 가위로 스스로 목을 긋는 자해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해 심부열상(T14.1), 기타 음성장애(R49.8), 상세불명의 편마비(G81.9), 상세불명의 뇌경색증(I63.9)을 진단받았다(이하 망인의 자해행위의 결과 발생한 망인의 상병을 “이 사건 쟁점상병”이라고 한다).
나. 원고의 요양급여 청구 및 피고의 불승인, 반려처분
1) 원고는 이 사건 쟁점상병중 “심부열상”에 대하여 추가상병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2022.12.27. 심부열상은 제1차 상병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상병 요양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이하 이를 “이 사건 불승인처분”이라고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쟁점상병이 추가상병이 아니고 별도의 업무상 재해인 것으로 보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3.1.25. 이 사건 쟁점상병은 별도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 제1차 상병에 따른 추가상병신청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반려하였다(이하 이를 “이 사건 반려처분”이라고 한다).
다. 망인의 사망
망인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24.10.12. 사망하였고, 그 배우자인 원고가 소송수계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 이 사건 반려처분의 위법
이 사건 쟁점상병은 추가상병이 아니고 별도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원고의 요양급여청구에 대하여 추가상병신청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도 않고 이 사건 반려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망인의 자해행위 및 이 사건 쟁점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그 점에서도 위 반려처분은 위법하다.
나. 예비적 청구 – 이 사건 불승인처분의 위법
설령 이 사건 쟁점상병이 추가상병신청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망인은 제1차 상병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제1차 상병 또는 치료약물의 영향으로 인하여 발생한 우울증 및 섬망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이 사건 자해행위를 하였으므로, 망인에게 발생한 심부열상은 제1차 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의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3. 주위적 청구: 이 사건 반려처분의 위법 여부
위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쟁점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49조제2호의 추가상병심사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망인의 신청내용만으로 이러한 사정이 확인될 뿐 아니라, 망인은 이 사건 쟁점상병에 관하여 추가상병신청을 하였다가 2022.12.27. 피고로부터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받은 직후 이것이 제1차 상병과는 별도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어 요양급여청구를 하였던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반려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제1차 상병을 입었고, 제1차 상병과 그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우울증 등의 영향으로 자해행위를 하기에 이르러 이 사건 쟁점상병이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이다. 이는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제1차 상병이 원인이 되어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였음(산재보험법 제49조제2호)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기존 승인된 상병과의 관계에서 추가상병 신청에 해당한다.
②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 중 하나인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산해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나목). 기존 업무상 부상에 관하여 요양을 받고 있지 않았다면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청구는 최초 요양급여청구로 볼 수 있겠지만, 기존 업무상 부상에 관하여 이미 요양을 받고 있었다면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청구는 추가상병신청(산재보험법 제49조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관련 규정의 체계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③ 이 사안에서는 제1차 상병과 이 사건 쟁점상병 사이에 망인의 ‘자해행위’가 개입되어 있기는 하다. 산재보험법령에 의하면 자해행위는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상태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되어 있고(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 시행령 제36조) 망인 역시 이러한 사정에 해당함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쟁점상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인데, 망인의 청구내용에 따르면 제1차 상병 이후 망인의 책임 있는 원인행위가 별도로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제1차 상병으로 인하여 이 사건 쟁점상병이 발생한 것에 준하여 평가할 수 있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쟁점상병을 추가상병이 아니라 최초상병으로서 심사하여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수 있고 제1차 상병 외에 망인의 개인적 상황이나 심리적 소인, 업무 자체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함께 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피고는 추가상병신청에 따른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제1차 상병 외에 근로자의 개인적 상황이나 건강상태, 심리적 소인, 업무 자체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가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고(특히 근로자의 정신적 이상상태에 따른 자해행위 등이 개입되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운영규정」에 의할 때 ‘추가상병’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쟁점상병을 산재보험법 제49조에 의한 ‘추가상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4. 예비적 청구: 이 사건 불승인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5.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또한 그와 같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근로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21.10.14. 선고 2021두3427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의 증거들, 갑 제3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B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제1차 상병 자체와 그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및 섬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과 통제력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자해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 단서, 시행령 제36조제2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쟁점상병은 제1차 상병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어 추가상병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심부열상에 대하여 제1차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① 망인(19**.**.**.생)은 이 사건 사고 당시 71세로서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일상생활과 수목작업 등 업무에 종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 이후 증상이 심각해지자 망인은 2022.3.24. C병원에 입원하여 제1차 상병(왼쪽 눈 진균에 의한 각막염, 각막궤양, 진균에 의한 내안구염) 진단하에 수술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수술 이후 6개월 가까이 병원진료와 약물복용 등 치료를 계속하였음에도 왼쪽 눈의 시력이 회복되지 않고 실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이 당시 가족들에게 하였던 발언내용, 망인의 문답서 작성내용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평생 배우자 등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가족들을 부양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상실감과 좌절감,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폐가 될 것이라는 죄책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격에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망인에게는 2022.7. 말경부터 소화불량, 식욕저하, 수면장애, 우울감 호소 등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2022.8.경부터는 두통 외에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을 잘 못하게 되는 증상까지 나타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망인은 자해행위 전날인 2022.9.6. 신경과에서 MRI 촬영 등 뇌신경검사를 받기도 하였다.
③ 진료기록 감정의는 ‘망인의 진료기록상 내과전문의도 우울증을 의심하여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사후적으로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의 충족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당시 망인에게는 주로 신경과적 이상 또는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 달 사이에 급격히 발생한 수면장애, 언어장애, 정신혼미, 이상행동 등을 종합했을 때 망인에게는 섬망의 가능성을 유력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섬망은 의식과 지남력의 기복을 주된 특징으로 하고, 인지기능 전반의 장애와 정신병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하며 특히 수술 후 또는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고령 자체가 섬망을 쉽게 일으키는 위험인자가 될 수 있고, 고령자가 골절, 외상 등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 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망인은 안과질환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조이렉스정을 처방받았고 8월 초부터 수면제인 졸피람을 처방받았는데 두 가지 약물 모두 섬망을 잘 유발하는 약물이다. 섬망의 증상으로는 수면장애, 환시, 지남력 저하, 집중력 저하, 사고장애(비논리적인 사고, 피해망상, 의심 등), 정신운동장애(과다각성이나 초조, 과민성 그리고 그 반대인 각성저하, 혼동, 진정 등) 등이 있고,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여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돌발행동을 보일 수 있다. 망인은 2022.7.23. 내과진료 당시부터 시력저하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불면, 식욕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으므로 우울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8월 초부터 나타난 언어이상, 이상행동은 섬망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자해행위가 시력저하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의 증상으로 인한 것인지, 섬망상태에서의 이상행동으로 인한 영향인지의 판단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④ 위의 감정의의 의견을 종합하면, 망인이 2022.8.경 이후 보인 이상증상, 특히 수면장애, 언어장애, 정신혼미 등 증상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격 및 치료약물의 영향이 중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섬망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시력상실 우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여기에 섬망이 발생하여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자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돌발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제1차 상병에 따른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하여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 사건 자해행위에 이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⑤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망인에게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 인지기능장애·충동조절장애 등 신경과 관련 질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 이후 망인에게 우울증 및 섬망증상이 급격하게 발생하였던 점, 이 사건 사고와 제1차 상병 및 그 치료약물이 우울증 및 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유력한 원인이 될 수 있는 반면 망인에게서 해당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는 않는 점까지를 함께 종합하면, 망인이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및 섬망은 모두 이 사건 사고 및 제1차 상병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유발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5.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