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채용 내정단계에서의 회사 측 접종의무 통지에 따른 예방접종은 사용자의 지배 범위에 포섭하여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다 [서울행법 2024구단60773]

고콜 2025. 6. 20. 15:02

<판결요지>

채용 내정 단계에서 회사 측의 접종의무 통지에 따라 예방접종을 한 후 뇌전증 중첩증 및 자가면역성 뇌염을 진단받은 사안에서, 해당 예방접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가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한 업무 준비행위로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5.5.14. 선고 2024구단60773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60773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4.09.

• 판결선고 / 2025.05.14.

 

<주 문>

1. 피고가 2024.2.2.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생 남성)는 2021.*.**.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휴대폰 필름 개발 업무를 수행한 사람으로,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2021.2.8. 의료법인 C의료재단 D병원에서 ① B형간염(유전자재조합), ② 디프테리아, 파상풍(Td), ③ A형간염 예방접종(이하 ‘이 사건 접종’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21.2.17.경부터 발열 등이 시작된 후 2021.2.23.경 경련을 일으켜 119구급대를 통해 D병원에 입원하였고, 같은 날 E병원으로 전원하여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원고는 뇌전증 중첩증 및 자가면역성 뇌염(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한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은 의약품부작용 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2023.8.18. 원고에게 진료비 20,000,000원 및 장해일시보상금 90, 476,100원의 피해구제 급여를 지급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23.11.경 이 사건 회사의 지시에 따른 이 사건 접종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의 존재와 이 사건 접종과 이 사건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나,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4.2.2.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의의견은 아래와 같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갑 제7호증)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살펴보면 의학영상, 의무기록 등 의학자료상 신청 상병이 확인된다는 의학적 소견이다.
 다음으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살펴보면, 제출된 자료상 원고는 2023년 8월 의약품부작용 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부터 피해구제 급여 지급 결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어 원고가 접종한 백신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는 하나, 고용조건에 따라 이 사건 접종을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보험가입자 측은 백신접종을 권고하였을 뿐 접종여부에 따라 제재를 가하거나 접종기록을 받은바 없다고 주장하여 이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출된 녹취록, 채용공고문 등을 고려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고용조건인지, 백신접종에 대한 사업주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아니하며, 원고가 수행한 업무내용을 고려할 때 바이러스에의 노출 위험이 높은 직종으로서 해당 백신접종을 통해 보호가 가능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1.2.6. 이 사건 회사로부터 채용 합격 통보를 받고 채용 내정 상태에서 이 사건 회사의 지시에 따라 2021.2.8. 이 사건 접종을 한 후 2021.2.15.부터 근무를 시작하다가 2021.2.23. 경련 증상으로 쓰러졌다. 원고는 업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접종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이므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고, 최소한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은 출퇴근 사고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및 쟁점의 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이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재해가 업무수행중의 재해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업무수행성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정규의 근무시간 외의 행동은 그것이 업무를 위한 준비작업 또는 본래의 업무의 마무리 등으로 업무에 통상 부수하거나 업무의 성질상 당연히 부수하는 것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업무수행으로 보지 아니하나(대법원 2006.10.13. 선고 2006두7669 판결 등 참조),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4.12.24. 선고 2004두654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상병의 존재와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쟁점은, 채용 내정단계에서의 원고의 이 사건 접종을 사용자의 지배 범위에 포섭하여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2, 16, 17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접종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인 원고가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한 업무 준비행위로서 업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원고는 2021.2.1. 이 사건 회사의 채용공고에 지원하여, 2021.2.3. 면접을 보고, 2021.2.6.경 이 사건 회사로부터 채용 합격 통보를 받았다.

산재보험법 제5조제2호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임금의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다(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 및 제4호). 근로계약은 기본적으로 낙성·불요식의 계약이고 채용내정이란 본채용 전에 채용할 자를 미리 결정하는 것으로,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모집공고 등에 대해 근로자가 응모 내지 응시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이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행하는 채용내정 통지 및 합격자 통보 등은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서 이에 따라 채용내정자와 사용자 사이에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대법원 2000.11.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대법원 2002.12.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접종 당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채용 내정자로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2)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위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94조는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2호에서 그 중 하나로 ‘예방접종’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는 보험가입자 의견서 및 확인서에서 ‘2021년 2월 당시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직원들의 건강이 크게 염려되던 시기로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접시 성인예방접종표를 기준으로 예방접종을 권한바 있으나 이를 강제한바 없습니다’라고 밝혔고,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였던 F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접종에 관하여 보통 면접을 보고 면접에 통과하면 제출할 서류를 말하면서 전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고로부터 면접을 하면서 접종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회사 측의 면접 등에서의 위와 같은 권고 내지 지시가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권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감염병 예방 조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회사는 면접뿐만 아니라 면접 이후에도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직원들에게 접종에 대한 안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입사를 앞둔 채용 내정자나 직원으로서는 입사와 지속적인 근무를 위하여 회사가 요구하는 요건을 모두 갖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고 백신에 대하여 이상반응이 있었던 과거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것을 예상할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 측의 접종의무 통지에는 그 형식이 권고였는지 지시였는지를 불문하고 상당한 구속력과 강제성이 수반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제37조제1항제3호), 현장실습생이나 학생연구자의 경우 근로자에 관한 정의 규정인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법을 적용할 때에는 그 사업에 사용되는 근로자로 보아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23조, 제123조의2). 판례도 실질적인 근로가 개시되지 않아 사업주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시간에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1996.10.11. 선고 96누9034 판결 등). 여기에 산업재해로부터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할 현실적·규범적 필요성,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기능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지배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이 사건 회사는 직원 4~5명 정도의 소규모 회사이고, 원고는 이 사건 회사로부터 채용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 후 담당하게 될 업무와 관련된 설계 기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등 입사를 위한 준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21.2.6.경 합격통보 이후 2021.2.15. 첫 출근을 앞두고 있었고 2021.2.11.부터 같은 달 14.까지는 설 연휴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첫 출근 이전에 회사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고자 2021.2.8. 세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였던 것으로, 이 사건 접종은 업무 준비행위의 연속선상에 있었고 접종 시기 및 방식 등에 비추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접종에 대한 상당한 의무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단된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접종을 원고의 사적 행위이나 자의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접종의 결과 경련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원고에게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재해 예방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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