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성립 여부(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한 행위’의 부당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등) [대법 2020두54074]
<판결요지>
국내 일반항공(승객이나 화물운송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중소형 항공기)의 위험을 인수하는 국내 보험사들(이하 ‘원수보험사’)은 자신들이 인수한 위험을 재보험사에 다시 인수시키는 방법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데, 원고는 보험회사들의 위험을 다시 인수하는 국내 재보험사임. 원고는 원수보험사들이 국내 일반항공 보험과 관련하여 원고와 재보험계약을 특약재보험 형태로 체결할 경우 원수보험사들이 재보험을 통해 분산하고자 하는 위험의 전량을 원고에게 출재하도록 하였고, 이를 위해 국내 원수보험사들이 원수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가 제공하는 요율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원수보험사들이 국내 일반항공 보험과 관련하여 원고와 특약재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이상 다른 보험사들과는 특약재보험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하는 형태의 계약 조건을 두었음. 그 결과 원수보험사들은 여러 재보험사와 특약재보험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없고, 오로지 원고하고만 거래하게 되었음.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도록 하였다고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 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그 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사안임. 원심은, 위와 같은 거래의 일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가 원수보험사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원수보험사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공정거래법이 정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는 반드시 해당 조건이 강요된 경우만 아니라 거래상대방과의 합의에 의하여 설정된 경우도 포함된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5.6.5. 선고 2020두54074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두54074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의 소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공정거래위원회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0.10.15. 선고 2019누41159 판결
• 판결선고 / 2025.06.05.
<주 문>
원심판결의 원심판시 별지 1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중 제1의 나항, 제3항, 제5의 나항 기재 시정명령, 제6항 기재 시정명령 중 재재보험(원고의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관련 해외출재특약 포함)에 관한 부분 및 제7항 기재 과징금납부명령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원고의 지위와 시장에 관하여
1) 원고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12.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제1호에 의한 사업자로서 재보험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2) 기업성 보험이란 가계성 일반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일반손해보험을 말한다(보험업감독규정 제1-2조제20호). 항공기의 물적 손해 및 항공기의 소유, 관리,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 위험을 담보하는 기업성 보험인 항공보험은 ‘기단항공보험’과 ‘일반항공보험’으로 구분된다. 기단항공이란 대형 항공사에 소속되어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대형 항공기를 말하고, 일반항공이란 주로 헬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와 고정익 항공기 중 승객이나 화물운송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중소형 항공기를 말한다.
3) 항공보험은 피보험가액이 매우 높아서 그 위험을 인수한 보험사(이를 이하 ‘원수보험사’라고 하고, 원수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는 계약을 ‘원수보험계약’이라고 한다)는 자신이 인수한 위험 중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만 보유하고, 이를 초과하는 위험은 재보험사에 전가하기 위해 재보험계약을 체결한다[이와 같이 위험의 일부를 전가하는 것을 ‘출재(出再)’라고 하고, 재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는 것을 ‘수재(受再)’라고 한다].
4) 재보험 거래는 크게 ‘특약재보험’과 ‘임의재보험’으로 분류된다. 특약재보험은 재보험사에 출재하는 계약의 범위를 사전에 정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통상 1년) 그 범위에 속하는 원수보험계약 전부에 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된 재보험 계약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보험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와 대비되는 임의재보험이란, 원수보험사가 체결한 개별 원수보험계약 별로 재보험계약이 체결되는 방식이다.
특약재보험은 하나의 원수보험사가 복수의 재보험사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원수보험사가 인수한 위험을 여러 재보험사에 출재하는 것이 위험분산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수보험사가 자신이 출재하고자 하는 위험을 여러 재보험사에 나누어 출재하는 과정을 이른바 ‘재보험 플레이싱(placing)’이라고 한다.
5) 보험업감독규정 제7-73조제2항 본문에 의하면, 원수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요율을 정할 때에는 과거 경험통계 또는 객관성 있는 국내외 통계자료 등을 기초로 하거나 보험요율 산출기관이 제공하는 참조순보험요율을 참고하여 이를 산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통계를 기반으로 산출된 보험요율을 ‘통계요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부 항공보험 등의 기업성 보험은 원수보험사가 보험요율을 산출할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통계요율을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보험업감독규정 제7-73조제2항 단서 제1호는 기업성 보험의 경우 통계요율 이외의 방법으로 보험요율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수보험사가 통계요율 이외의 방법으로 보험요율을 정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그 원수보험의 위험 중 일부를 인수할 재보험사로부터 그 원수보험에 적용될 보험요율을 제공받는 것이다(위와 같이 재보험사로부터 제공받는 보험요율을 ‘협의요율’이라고 하고, 원수보험사가 재보험사로부터 협의요율을 제공받는 행위를 ‘구득’이라고 한다).
6) 우리나라는 과거에 항공보험에서 관계 법령이나 행정기관의 관여에 기반한 이른바 ‘국내우선출재제도’와 ‘보험요율구득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국내우선출재제도란 국내 손해보험사가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출재하고자 할 때 이를 국내 보험사에 우선 출재하도록 한 제도이다. 보험요율구득제도란 항공보험과 같은 특수한 기업성 보험에 대하여는 원수보험사로 하여금 반드시 재보험사인 원고로부터 보험요율을 구득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원고는 1962년 제정된 구 대한손해재보험공사법(1977.12.31. 법률 제3043호로 폐지)에 의하여 손해보험의 재보험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고(당시 명칭은 ‘○○손해재보험공사’였다), 1978년 민영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전업 재보험사로는 원고가 유일하다. 국내우선출재제도와 보험요율구득제도를 통해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재보험시장에서 원고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었다.
항공보험에서 국내우선출재제도와 보험요율구득제도는 1993년 4월경 폐지되었으나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재보험시장에서 원고가 차지하는 수재액의 비중은 90%가량으로 여전히 매우 높다. 원고는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재보험계약 대부분을 체결한 후 인수한 위험 중 일부를 다시 국내 원수보험사들과 해외 재보험사들에게 재재보험계약의 형태로 재출재함으로써 스스로 부담하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나. 피고가 처분대상으로 삼은 원고의 행위
1) 원고는 1999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매년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을 특약재보험의 형태로 출재하려는 국내 원수보험사들과 ‘항공보험 재보험 및 재재보험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특약 제1조, 제3조는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을 인수하는 국내 원수보험사가 원고와 특약재보험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그 원수보험사가 1년간 체결하는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전건(全件)에 대하여, 원수보험사가 보유하고자 하는 자사보유액을 초과하는 위험의 전량(全量)을 원고에게 출재하도록 하고 있다(이하 위험 전량의 출재에 관한 조항을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이라고 한다).
3) 이 사건 특약 제2조는 원고와 이 사건 특약을 체결한 원수보험사가 이 사건 특약 적용 대상인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그 보험요율에 관하여 원고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이라고 한다).
4) 이 사건 특약 제4조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특약을 통해 수재한 위험 중 일부를 위 조항에 동의한 국내 원수보험사들 사이에 사전에 정해진 비율에 따라 재재보험계약의 형태로 재출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이를 이하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이라고 한다).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에 따라 원고로부터 재재보험계약을 통해 위험을 재인수하는 국내 원수보험사는, 해당 재재보험계약의 원수보험사와는 다른 국내 원수보험사이다.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에 동의한 국내 원수보험사들은, 원고가 이 사건 특약을 통해 수재한 위험 중 일부를 다시 재재보험특약 형태로 수재함으로써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5) 원고는 이 사건 특약을 통해 인수한 위험 중 스스로 부담하고자 하는 위험을 초과하는 부분 중 일부를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에 따라 국내 원수보험사에 재출재한 다음 그 나머지를 해외 재보험사에 재출재하는 형태로 위험을 분산한다. 원고는 이를 위해 1990년부터 해외 재보험사들을 협력사로 구성하여 이들과 재재보험특약을 체결하고 있다(이와 같이 원고가 해외 재보험사들과 협력사 방식으로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에 관한 재재보험특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이하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라고 한다).
6) 이 사건 특약을 체결한 국내 일부 원수보험사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을 체결할 때 원고로부터 보험요율을 구득하지 않고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보험요율을 구득하여 입찰공고된 보험계약을 낙찰받거나 계약 체결을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6년경부터 해당 국내 원수보험사들에게 이 사건 특약 위반을 이유로 제재조치에 나아갈 수 있다는 취지로 항의하였고, 보험요율을 제공한 해외 재보험사에 대하여도 국내 원수보험사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기도 하였다(원고의 이 같은 행위를 이하 ‘이 사건 방어행위’라고 한다).
다. 피고의 처분의 내용
1) 피고는 관련시장을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으로 보고 원고가 위 관련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을 통해 이른바 ‘특약 체제’를 형성하여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를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배제하였고, 잠재적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에 대한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와 특약 체제 이탈 행위에 대한 이 사건 방어행위를 통해 위 특약 체제의 배타성과 구속력을 강화하였다고 보았다.
3)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여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1.12.28. 대통령령 제322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5조제5항제2호를 위반함과 동시에 원고가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거래함으로써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제1항 별표 1의2 제7항 가목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원심판시 별지 1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고 한다)과 과징금 78억 6,500만 원을 부과하는 명령(이하 ‘이 사건 과징금부과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관련 상품시장에 관하여
원심은, 대형항공사가 운영하는 대형 항공기를 보험대상으로 하는 기단항공보험과 주로 공공기관 등이 운용하는 헬기와 소형 항공기를 보험대상으로 하는 일반항공보험은 그 시장의 특성이 뚜렷이 구분되고,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도 위 두 시장을 별개로 인식하고 있어서 기단항공보험과 일반항공보험 사이에 대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헬기와 소형 항공기의 경우 그 운항 지역에 따라 위험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보험 상품의 특징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가 관련시장을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으로 확정한 것은 타당하고, 원고가 위 관련시장에서 갖는 점유율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해당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았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가 제4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문언상 국내 원수보험사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을 인수할 때 그 보험요율을 사전에 원고와 “협의”할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와 국내 원수보험사들의 행위,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은 국내 원수보험사에 대하여 보험요율을 단순히 원고와 협의할 것을 넘어 원고가 제공하는 보험요율을 구득하고 사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가 제1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로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제5항제2호는 그 행위의 하나로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여기서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조건’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강제적으로 부과된 경우에 한하지 않고 거래상대방과의 합의에 의하여 설정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9.1.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참조). 거래상대방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조건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해당 시장에 대한 진출이 방해됨으로써 경쟁제한적 효과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당 조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일방적·강제적으로 부과된 경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리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제1항 별표 1의2 제7항 가목에서 정한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2006년 이 사건 방어행위가 시작되기 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경우, 국내 원수보험사들이 사무처리의 편의 등을 위하여 원고와 위 각 조항의 체결을 선호하고 있었고, 달리 원고가 그 거래상대방인 국내 원수보험사들에 대하여 위 각 조항의 체결을 강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에서 금지한 이른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에서 정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조건을 일방적·강제적으로 부과하여야 하고, 거래상대방이 해당 조건에 자발적으로 합의한 경우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또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2006년 이 사건 방어행위 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도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피고의 제1, 4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반대로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오히려 2006년 이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과 이 사건 방어행위 또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고의 제2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5. 경쟁제한성에 관하여
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한 행위’의 부당성은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추어 해석하여야 하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나 목적, 즉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질서에 영향을 가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행위가 상품의 가격 상승, 산출량 감소, 혁신 저해, 유력한 경쟁사업자의 수의 감소,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 행위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효과가 나타났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행위 당시에 경쟁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고 또한 그에 대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음을 사실상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증명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행위의 경위 및 동기, 행위의 태양, 관련시장의 특성 또는 유사품 및 인접시장의 존재 여부, 관련시장에서의 가격 및 산출량의 변화 가능성, 혁신 저해 및 다양성 감소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경쟁제한의 효과가 생길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그에 대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서의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는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경우이므로, 통상 그러한 행위 자체에 경쟁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대법원 2019.1.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2006년 이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과 이 사건 방어행위의 경우 원고가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를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인정되고, 그 행위가 지속된 기간이 길며 그로 인한 봉쇄효과도 크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에서 정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로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2006년 이 사건 방어행위 전의 이 사건 요율구득 의무 조항이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하겠으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2006년 이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과 이 사건 방어행위에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가 제3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경쟁제한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6. 원고의 행위를 일체로 판단할 필요성에 관하여
가.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은 국내 원수보험사로 하여금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위험을 특약재보험계약을 통해 재보험사에 출재하고자 할 때 원수보험사 스스로 부담하고자 하는 위험을 초과한 전량을 오로지 원고에게 출재하도록 함으로써, 원수보험사로 하여금 여러 재보험회사에 위험을 분산하여 출재하는 재보험 플레이싱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 그 결과 국내 원수보험사들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계약에 관하여 오로지 원고하고만 재보험특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은 이를 전제로 국내 원수보험사들로 하여금 원고로부터만 보험요율을 구득할 수 있도록 정하여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계약에서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은 우리나라가 1993년 4월경까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원고에게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던 국내우선출재제도와 협의요율구득제도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원고가 특약 체제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자 하였던 핵심을 구성한다. 한편, 이 사건 방어행위는 원고가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을 위반한 원수보험사 등을 상대로 항의 등을 한 것으로, 특약 체제가 현실에서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담보하려는 행위이다.
나.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은 원고의 특약 체제에 참여하는 원수보험사가 증가할수록 그 원수보험사가 재재보험을 통해 수취할 수 있는 이익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 결과 국내 원수보험사로 하여금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가 제안하는 특약체제로부터 이탈하지 않고 이에 참여하도록 하고, 국내 원수보험사 상호간에는 특약체제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독려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그 결과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또한 원고의 경쟁사업자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재보험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장벽으로 기능한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를 통해 잠재적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들을 협력사로 구성하여 재재보험특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들이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시장에 재보험 사업자로 진출할 유인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는 국내 원수보험사가 원고의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와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의 재보험특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장벽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과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는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원고가 잠재적 경쟁사업자인 해외 재보험사들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자 고안한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과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의 배타적 성격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 이 사건 방어행위는 모두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단일한 의사 아래 이루어진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위 일련의 행위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에서 금지한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들을 종합하여 일체로 검토함이 없이 개개로 나누어서 독립적으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과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가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를 하였을 때 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하였는지 판단하는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제2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7. 파기의 범위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및 이 사건 패널 구성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호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에서 금지하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시정명령 제1의나항 및 제5의 나항 부분(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 관련), 제3항 부분(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관련), 제6항 중 재재보험(원고의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관련 해외출재특약 포함)에 관한 부분(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및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 관련)을 취소하였다.
또한, 원심은 2006년 이 사건 방어행위 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이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피고가 부과한 과징금 또한 다시 산정되어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과징금부과 처분 또한 취소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전량출재의무 조항, 2006년 이 사건 방어행위 전의 이 사건 요율구득의무 조항, 이 사건 재재보험특약 조항 및 이 사건 패널구성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제5항 전단, 제23조제1항제5호 전단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1의 나항, 제3항, 제5의 나항, 제6항 중 재재보험(원고의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관련 해외출재특약 포함)에 관한 부분 및 이 사건 과징금부과 처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4항을 통해 원고에 대하여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원고로부터 순보험요율을 구득하는 경우 이를 제공하는 것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하였다. 원심은 국내 손해보험사가 원고에 대하여 순보험요율의 제공을 요청한 적도 없고, 순보험요율을 제공하는 것이 재보험사의 통상적인 관행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이러한 행위를 시정할 필요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4항도 위법하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의 상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
8. 결론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1의 나항, 제3항, 제5의 나항, 제6항 중 재재보험(원고의 국내운항 일반항공보험 관련 해외출재특약 포함)에 관한 부분 및 이 사건 과징금부과 처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