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양극성 정동장애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아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 사례 [서울행법 2024구단62021]

고콜 2025. 5. 9. 13:44

【서울행정법원 2025.4.9. 선고 2024구단62021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62021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3.12.

• 판결선고 / 2025.04.09.

 

<주 문>

1. 피고가 2023.10.18.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3.2.18.부터 B공사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22.10.5. ‘양극성 정동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고, 2023.2.2. 피고에게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2023.10.1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2016년부터 폭언,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거나 촉발되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1994.*.**.생)는 201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2.18. B공사에 입사하였으며, 입사 후 송변전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원고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상 3년 개근상, 학업우수상 등을 수상하는 등 별다른 문제없이 학업을 마쳤고, 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2017.5. 전까지는 정신과적 문제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3) 원고는 2019.3.18. 병역휴직을 하고 군에 입대하였으나, ‘복무부적합’ 판정에 따라 2019.9.27.경 전역하였다.

4) 원고는 2022.9.7.경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상담창구’에 2016년 및 2017년에 3명의 선임으로부터 폭언, 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신고하였다. 원고가 신고한 위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내용은 ‘2016년 및 2017년에 C 과장, 2017년에 D과장, E 대리에 의하여 괴롭힘이 발생하였다. D 과장은 고졸이라는 이유로 원고를 무시하고, 원고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하였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욕설을 하는 등 모욕하였다. C 과장도 다른 직원들에게 대 놓고 원고에 대한 험담과 모욕적인 언행을 하였고, 원고의 걷는 자세를 비난하는 등 괴롭혔다. 원고는 이러한 괴롭힘 때문에 2017년에 2회 자살을 시도했고, 근무지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변경된 근무지에서 D 과장과 친분이 있는 E 대리가 고졸이라는 이유로 원고를 무시하고, 욕설, 폭언을 하는 등 괴롭혔다. 이후 2022.4.경 동료들로부터 원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고, D 과장이 그러한 소문을 퍼뜨린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5) 위 신고 사건과 관련하여, D, C, E는 ‘원고의 병원 및 심리상담 관련 비용을 지불하기로 하고, 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발방지를 서약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C와 D는 이에 더하여 사과문까지 원고에게 각 작성해 주었고, 이로써 위 사건의 처리가 종결되었다.

6) 원고는 2017.8.2.부터 2017.9.16.까지 9회(9시간), 2019.9.18.부터 2019.10.10.까지 7회(7시간), 2022.8.17.부터 2022.12.19.까지 11회(11시간)에 걸쳐 G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과정에서 원고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불안과 분노감을 주로 호소하였고, 상담 목표는 심리적 안정(자살 사고에서 벗어나기)이었다.

7) 원고는 2022.9.경부터 불면, 분노, 감정조절 어려움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2022.10.5. F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

8) 진료기록 발췌(F병원)

○ 2022.9.8.(초진) 회사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서 2016 ~ 2017년도에 상담을 오래 받았다. 2017년에 자살시도도 한 번 했었다. 군대 가서도 상담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와서 약을 처방해 줬는데 부작용이 있어서 투약을 거부했고, 군 부적합으로 퇴역했다. 이후 다시 회사 다니면서 집단 괴롭힘을 또 당해서 상담을 다시 받고 있고 자꾸 나보고 약을 먹으라고 한다.

○ 2022.9.22. 얼굴에 가면을 쓰고 내원함. 집에서 부모에게 미친년이라고 욕을 하고 인연을 끊자고 하면서 공격적 언행을 보였다고 함. 본인 이름도 가명으로 바꾸었다고 함. 가족이 보기에는 괜찮은 시기와 상태 안 좋은 시기가 2017년 이후로 반복되어 왔다고 함.

○ 2022.10.7. ~ 2022.10.24. 입원치료 시행. 2022.11.11. 재입원.

9) 2022.11.30.자 임상심리평가 보고서 <생략>

10) 원고 주치의 소견(F병원) <생략>

11)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위원 의견(제2023년도 184회차) <생략>

12)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정신건강의학과) 소견 <생략>

13)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소견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 6, 8 내지 16, 1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 법원의 H대학교 I의료원장, J대학교 K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3.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고 추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원고에 대한 진료기록 및 G 심리상담센터 상담일지 내용, D 등의 합의서 작성 경위 등을 종합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원고 주장 내용은 사실로 보인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재해조사 과정에서, 노조 관련자 등이 원고가 괴롭힘을 당한 사실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음을 전제로 원고와 전화통화를 한 내용의 녹취록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나) 원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B공사에 입사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는데, 위 사업장은 초고압 전기 취급 등 위험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상 업무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변전소에서 장기간 2인 1조로 3교대 근무를 수행하는 업무환경에서 원고에게 위와 같은 폭언, 모욕 등의 괴롭힘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원고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2017년에 2차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으며, 자살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심리상담을 받기도 하였다.

다) 원고는 별다른 문제 없이 고등학교 학업을 마치고 위 사업장에 입사하였고, 입사 후 위와 같은 괴롭힘이 있기 전까지는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는 등의 일이 없었다. 또한 이 사건 상병이나 기타 정신질환 관련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도 확인되지 않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외에 다른 외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라)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위원 중 1인은 ‘업무 스트레스가 확인되어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으며, 이 법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는 ‘일반적으로 양극성 정동장애의 경우에 첫 증상으로 우울증 삽화로 시작하여 상당 기간 우울증상이 지속되다가 후에 조증 삽화가 발병하는 경우가 더 많다. 원고의 경우에는 2016년부터 3명의 선임으로부터 폭언, 폭행 및 괴롭힘을 당하는 등의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 우울증상의 발병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이후 상당 기간 우울증상이 지속되어오다가, 2022년에 조증 삽화가 발생하여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는 있다고 평가하며, 업무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미친 기여도는 25%로 평가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마) 이 사건 상병은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심리적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점, 위 감정의 등의 의학적 소견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단독으로 또는 주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주된 발생 원인과 함께 이 사건 상병을 촉발 또는 악화시키는 인자로는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 점 등을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고의 개인적·기질적 소인을 촉발 또는 악화시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바) 한편, 이 법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2016~2017년 이후 괴롭힘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채 2022년에 이 사건 상병이 진단되었고, 적절한 치료가 없는 상황에서 상병으로 인한 사회적 기능 저하가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유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소견을 밝혔고, 피고는 위와 같은 소견에 비추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는 원고 개인의 기질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요인이 잠재된 질병 성향을 촉발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상병의 임상전문의인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경과에 대하여 ‘2016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상의 발병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이후 상당 기간 우울증상이 지속되어 오다가, 2022년에 조증 삽화가 발생하여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이 되었다’고 평가한 점,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를 달리 판단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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