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성희롱, 괴롭힘, 여성, 미성년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업무와 전혀 무관한 발언과 행위를 여러 차례 한 것은 신체적·언어적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법 2021나74978]

고콜 2025. 3. 27. 14:09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1.11. 선고 2021나74978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3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74978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B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8.27. 선고 2018가단5252208 판결

• 환송전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9.18. 선고 2019나54179 판결

• 환송판결 / 대법원 2021.11.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 변론종결 / 2022.10.19.

• 판결선고 / 2023.01.11.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10.15.부터 2023.1.11.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그 중 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5.10.15.부터, 2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2.27.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2014.3.경부터 E 후원회(이하 ‘후원회’라 한다)의 계약직 직원으로 후원회에서 지원할 어린이 환자의 선정과 지원 범위 등의 업무를 맡아 왔고, 피고는 I병원(이하 ‘I병원’이라 한다) 소아성형외과 협진 외래교수로 매주 1회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치과의사로서 2010.경부터 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후원회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후원회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였다.

나. 2015.10.15. 자선골프행사 진행

1) 피고는 I병원 설립 3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2015.10.15. 이천시 K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골프장’이라 한다)에서 자선골프행사를 진행하였다. 당시 원고는 피고와 함께 위 자선골프행사의 진행을 도왔는데, 원고와 피고는 2015.10.15. 오후 이 사건 골프장 VIP룸에서 함께 머무른 적이 있다.

2) 피고는 위 자선골프행사가 마무리되자 이 사건 골프장에서 불러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피고의 승용차 조수석 뒷좌석에 탑승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옆좌석에 앉았다. 이후 원고는 같은 날 20:50경 위 승용차가 피고 자택 인근의 서울 송파구 방이역 부근에 도착하자 위 승용차에서 하차하였다.

다. 행사 이후의 상황

1) 원고는 승용차에 내린 직후인 2015.10.15. 20:58경 후원회 사무국장인 F에게 “드릴 말씀이 매우 많아서 내일 뵙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는 문자를 보냈고, 다음날인 2015.10.16. 오전에 F을 찾아가 ‘전날 위 VIP룸 및 행사 종료 후 피고의 승용차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을 비롯하여 그동안 피고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같은 날 오후에는 F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피고로부터 입었다는 피해 내용을 정리한 표(갑 제20호증의 2, 이하 ’피해내용 정리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F에게 전송하였다.

2) 피고는 2015.10.21.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2015.10.23.경 후원회 이사 및 외래교수직을 사임하였다.

라. 원고의 형사고소 및 이후 진행 경과

1) 원고는 2015.10.27.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그 고소장에는 피고의 범죄사실이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일부는 생략하여 기재함).2)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원고가 고소한 범죄사실 중 2015.10.15. 서울로 복귀할 당시 승용차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추행에 대하여는 기소하지 아니하였고, 아래와 같이 2014.8.22.자 추행과 2015.10.15. 이 사건 골프장 VIP룸에서 이루어진 추행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9562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로 피고를 기소하였다.3) 제1심법원은 2017.5.12.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원고를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이 법원 2017노1753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8.1.19.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후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위 무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제1심 및 항소심 판결을 ‘관련 형사사건 판결’이라 한다).

4)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 판결 확정 이후 원고를 무고, 모해위증,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하였고, 위 형사 항소심에서 피해자(원고) 대리 업무를 수행한 이은의 변호사를 모해위증,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위 형사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후원회 사무국장 F을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2020.10.15. 원고, 이은의 및 F에게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2018년 형제108183호). 이후 피고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하였으나 2020.12.16. 항고가 기각되었다(2020고불항제12857호)

[인정근거] 갑 제3, 4, 5, 6, 30, 39, 40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3 내지 6, 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피고는 아래와 같이 원고에 대하여 신체적 및 언어적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가하고 원고 등을 무고하여 2차 가해를 가하였으며, 이는 모두 원고에 대한 위법한 가해행위이므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원고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금전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원고와 피고의 신분, 나이,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할 때 그 위자료는 가. 내지 바.항에 관하여 30,000,000원, 사.항에 관하여 2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가. 외래진료실에서의 신체적 성희롱

피고는 2015.4.3.부터 2015.10. 말까지 사이에 I병원에 외래진료의 업무를 하러온 날 종종 원고를 진료실로 불러 바퀴가 달린 환자진료의자에 앉도록 한 후 당겨 가까이 앉도록 하거나 원고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

나. 골프장 VIP룸에서의 신체적 성희롱

피고는 2015.10.15. 자선골프행사 중 이 사건 골프장 VIP룸 안에서 나뭇가지로 원고의 엉덩이를 여러 차례 찔렀고, 이어 원고를 끌어안고 원고의 얼굴을 당겨 피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으며, 소파에 앉아 원고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세워놓고 엉덩이를 잡아당겨 원고의 허리부위를 만지고, 원고의 뒤로 다가가 원고의 양쪽 옆구리를 여러 차례 주무르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

다. 골프장 VIP룸에서의 언어적 성희롱

피고는 위 VIP룸 안에서 원고에게 “너 많이 컸다, 이제 내 말 안 듣냐”, “너는 피부가 하얗다, 몸매가 빼빼 말랐었는데 요즘은 살이 찐다”, “다리가 가늘고 새하얗다, 화이트닝크림을 바르느냐, 잔털을 셰이빙하느냐”, “너 요즘 남자친구가 생겼냐, 왜 이렇게 살이 쪘냐,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정신은 딴 데 팔려있지”라고 말하는 등 언어적 성희롱을 하였다.

라. 골프장 VIP룸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피고는 위 VIP룸 안에서 원고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며 원고로 하여금 원고를 때릴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를 구해오도록 하고, 원고가 구해온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부러진 나뭇가지로 원고의 엉덩이를 폭행하였으며, 원고의 어깨를 밀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하였다.

마. 원고를 상습적으로 모욕한 직장 내 괴롭힘

피고는 2015.4.3.경부터 2015.10.14.경까지 사이에 후원회 사무실 등에서 상습적으로 원고를 모욕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하였다.

바. 승용차 안에서의 신체적 성희롱

피고는 2015.10.15. 저녁 위 자선골프행사를 마치고 귀경하는 승용차 안에서 원고를 질책하면서 오른쪽 귓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이어 빈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하여 원고의 가슴 부위를 찌르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

사. 원고 등을 증거변조 및 변조증거행사 등으로 무고한 2차 가해

피고는 원고, 형사사건에서 증언한 후원회 사무국장이나 전직 직원, 형사 항소심에서 선임된 피해자 변호사 등을 증거를 변조하여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행사했다는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하였다. 이는 무고이자 원고에 대한 법절차를 악용한 2차 가해로서 위법한 불법행위이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21.9.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참조). 또 이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

 

나.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 2, 10, 12, 14, 15, 16, 19, 20 내지 27, 36 내지 38호증, 을 제2, 6 내지 13, 15, 16, 17, 19 내지 24, 27, 28호증의 각 전부 또는 일부 기재, 당심의 원고본인신문 일부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자선골프행사의 진행을 위하여 2015.10.15. 08:00경 서울 송파구에 있는 피고 자택 앞으로 가 피고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소인 이 사건 골프장으로 이동하였다. 피고는 위 승용차 안에서 원고에게 2015.10.1. 개최된 후원회 자선만찬행사의 업무 처리 방식을 질책하면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골프장에 도착하여 골프장 지배인 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위 지배인에게 “골프장 내에 싸리나무가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하였다.

3) 피고는 자선골프행사 진행을 위하여 클럽하우스 내 VIP룸을 제공받았는데, 원고와 피고는 10:00경 VIP룸 캐비넷에 짐을 두었고, 이후 원고는 12:00경까지 운동을 마친 참석자를 상대로 후원약정서를 배부하는 등의 일을 하였다. 원고는 약정서 배부 등을 위해 간간히 VIP룸을 드나들었는데, 원고와 피고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지배인이 가끔 들린 것 외에는 VIP룸 안에 원고와 피고 둘만 있는 상황이었다.

4) 피고는 같은 날 오후경 VIP룸 안에 커튼을 친 후 원고와 피고 둘만 있는 사이에, 원고에게 “싸리나무 왜 안 가져오냐”라고 거듭 이야기하였고, 이에 원고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나뭇가지를 들고 와 VIP룸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이후 “3대만 맞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후 원고가 수치심과 자괴감에 고개를 숙여 울음을 터뜨리자 피고는 원고가 고개를 더 이상 숙이지 못하도록 원고의 어깨를 피고의 손으로 막으면서 피고의 얼굴을 원고 얼굴에 가까이 하여 얼굴을 보다가 “너 웃는 거냐, 쇼하는 거냐, 우는 것 아니지”라고 말하고 어깨에 대고 있던 손으로 원고의 옆구리를 밀쳤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게 ‘살이 쪘다’, ‘사귀는 사람이 있냐’, ‘화장품이나 주근깨 제거제를 사용하냐’는 등의 업무상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거나 온천물이 나오니 목욕을 하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다. 원고의 VIP룸에서의 신체적 및 언어적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주장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후원회 직원인 원고는 후원회 이사로서 각종 행사를 기획·주도해 오던 피고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지위에 있었는데, 피고가 원고에게 2015.10.15. 자선골프행사가 열리는 이 사건 골프장으로 출발하면서부터 2015.10.1. 개최된 후원회 자선만찬행사와 관련한 질책을 하면서 회초리로 맞아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나뭇가지를 가져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였고, 이러한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원고는 어쩔 수 없이 “3대만 맞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수치심과 자괴감에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이며, 이후 계속하여 피고는 자신의 얼굴을 원고의 얼굴 가까이 하거나 원고의 어깨에 손을 대거나 손으로 원고의 옆구리를 밀치는 등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가하기도 하였으며, 여성인 원고에게 목욕을 하라고 하거나, 남자친구 유무, 원고의 피부와 피부 관련 제품 사용 여부, 원고의 외모(살이 쪘다) 등 업무와 전혀 무관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였으므로, 이러한 피고의 VIP룸에서의 일련의 행위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에 해당하여 신체적 및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아울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2) 이에 더하여 원고는, 피고가 VIP룸에서 나뭇가지로 원고의 엉덩이를 수회 찌르고 원고가 엉덩이 맞을 자세를 취하자 원고를 끌어안고 원고가 몸을 뒤로 빼자 양손으로 원고의 엉덩이를 잡아당기고 원고를 피고의 다리 사이에 세워놓고 원고의 허리 부위를 만졌으며 또한 원고의 양쪽 옆구리를 수회 주무르는 등의 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3의 나.항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원고가 피해 발생 24시간 이내에 작성한 피해내용 정리표에 위와 같은 피해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이후 원고는 수사기관이나 형사 법정에 출석하여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후원회 사무국장 F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015.10.16. 원고로부터 피해내용 정리표를 받은 이후 ‘매우 심각한 수준의 사안’, ‘sexual harassment’, ‘불미스러운 상황’,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하고 가해자의 피해자 접촉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등으로 말하기도 하였던 점, ③ 피고가 F 등의 요구에 자필서명 사과문 작성, 후원회 이사 사임 등을 하였고, 이후 C병원장의 뜻임을 전달받고 외래교수직도 사임하였던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해 발생 24시간 이내에 작성한 피해내용 정리표에서부터 위와 같은 이 사건 골프장 VIP룸에서의 추행과 귀경 승용차 안에서의 추행을 함께 주장하였는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승용차 안에서의 추행 사실(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에 대한 원고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가 I병원장 N, 후원회 사무국장 F과 대화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였다거나 원고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한 것만으로 원고 주장과 같은 추행 사실 전부를 인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③ 원고는 자선골프행사 전날부터 피고의 부적절한 언행을 미리 경계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F 등으로부터 증거를 남겨 놓으라는 조언을 듣고 휴대용 볼펜 형태의 녹음기를 준비하였음에도 녹음을 하지 않았던 점(당시 원고는 피고와 함께 있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또한 점심 무렵 당하였다는 행동 등으로 인해 더욱 녹음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와 헤어지기 전까지 그와 같은 조치는 취해진 바 없다), ④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추행 사실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취지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원고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위와 같은 추행 사실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 내용이 과장되거나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나아가 피고의 위와 같은 VIP룸 안에서 신체적 및 언어적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고와 피고의 지위, 나이, 위에서 인정된 신체적 및 언어적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의 내용과 정도,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와 그 이후에 전개된 상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5.10.1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3.1.11.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그 밖의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

1) 진료실에서의 신체적 성희롱

살피건대, 갑 제17, 19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2015.4.3.경부터 2015.10.경까지 사이에 I병원에 외래 진료 업무를 하러 온 날 종종 원고를 진료실로 불러 가까이 앉도록 하거나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는 등으로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1, 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5.10.14. 후원회 직원 O과 주고받은 사내 메신저 대화에서도 O이 “예전에 P 교수님 계실 때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로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원고는 “없었음 그 이후로 만날 일이 없음. 동캠때도 따로 안만났고 최근에 H샘이랑 샘이랑 치과간거 말고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따로 불러서 외래로.. 말할 때 여기 앉으라고 했을 때 제가 의자를 빼서 멀리 앉았거든요. 아 여기 앉아라고 하지만 제가 멀리 앉아도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었어요”라고 답하였던 사실, 원고는 2017.4.11. 관련 형사사건 제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증인(원고)은 피고인(피고)로부터 추행을 당하고 나서 피고인이 추행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잖아요. 피고인을 만나는 것을 꺼려했을 것으로 보여지고, 특히 좀 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다음에 피고인을 업무상으로 만나면서 변화된 그런 사정들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 이후에 계속 저를 외래진료실로 부르는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갈 때에도, 그날 이후로 사실은 치마를 한 번도 입지 않았고, 외래진료실 문이 양쪽 앞뒤로 있는데 항상 열어놓고 들어가고 하면 꼭 그 사람은 문을 닫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제가 O이랑 같이 갔습니다. 저를 불렀을 때, 그랬더니 ‘왜 같이 왔느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같이 갔을 때는 ‘앉아라’ 이런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고, 꼭 저를 혼자 외래진료실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고 하면 이런 간이의자를 놓고 앉히고 가까이 앉게 하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계속 이렇게 의자를 뒤로 빼서 피하거나 아니면 업무 외에 남 욕을 한다든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일어나서 가겠다는 체스처를 취하고 했습니다.”라고 답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귀경 승용차 안에서의 신체적 성희롱

살피건대, 갑 제3, 8, 19, 20, 21, 23, 2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2015.10.15. 저녁 자선골프행사를 마치고 귀경하는 승용차 안에서 원고의 오른쪽 귓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이어 빈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하여 원고의 가슴 부위를 찌르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5, 6,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5.12.3. 서울혜화경찰서 경찰수사관은 피고의 변호인으로부터 피고 승용차 블랙박스 원본 SD 카드를 제출받았는데, 그 SD 카드에는 상시 녹화 영상은 없고, 이벤트(차량 충격시 촬영) 영상만 있었으며, 피고가 원고에게 “니가 왜 혼이 나야 하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확인되고, 피고가 폭언을 한 부분, 원고가 피고로부터 생수병에 찍히면서 소리를 지르는 부분 등은 녹음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② 위 귀경 승용차를 운전하였던 대리기사는 경찰수사관에게 “중요한 손님이라고 들어 운전에 열중하느라 대화 내용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고, 여자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내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고, 이어 검찰수사관과의 대화에서도 “당시 운전에 집중하여 손님들과의 대화는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에 대화 내용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고, 플라스틱 찌그러지는듯한 소리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던 점, ③ 원고는 수사기관에서는 생수병에 찍히면서 소리를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관련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피해를 당하면서도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이 부분 피해 사실에 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 내용이 과장되거나 허위사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상습적으로 모욕한 직장 내 괴롭힘

살피건대, 갑 제14, 17, 19, 21, 23, 25, 2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2015.4.3.경부터 2015.10.14.경까지 후원회 사무실 등에서 상습적으로 원고를 모욕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피고의 모욕적 발언의 일시,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원고 등을 증거변조 및 변조증거행사 등으로 무고한 2차 가해

살피건대,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 원고를 무고, 모해위증,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하였고, 형사 항소심 피해자 변호사 이은의를 모해위증,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F을 증거변조, 변조증거사용 혐의로 고소한 사실,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2020.10.15. 원고, 이은의, F에게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이에 피고가 항고하였으나 항고가 기각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갑 제7, 8, 18, 30, 33, 42, 43호증, 을 제25, 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피고가 원고를 무고로 고소한 점, 피고의 위 고소에 대하여 원고 역시 피고를 무고 등으로 다시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2019.6.26. 피고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한 점, 형사 항소심에 제출된 녹취록에 일부 문구가 제외되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 등을 무고하여 원고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인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우현(재판장) 이창열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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