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가 요청하는 대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행법 2023구합85741]
【서울행정법원 2024.10.11. 선고 2023구합8574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1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85741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 청구
• 원 고 / A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 변론종결 / 2024.07.26.
• 판결선고 / 2024.10.11.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10.1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A 주식회사 차별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원고의 근로자로, 2022.11.29. 원고에게 원고의 임직원들로부터 지속, 반복적인 성희롱을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하였다.
나. 참가인은 2023.4.5. 직장내 성희롱 신고 이후 원고가 참가인에게 참가인이 요구하는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제4항에 따른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였다.
나.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5.30.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보호조치가 적절하게 이행되었다고 보아 참가인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10.13. 참가인의 정신과적 질환 등에 비추어 참가인이 요청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 참가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아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참가인에게 약 1.5개월의 유급휴가(급여 전액 지급)와 6개월의 상병휴직(급여 반액 지급)을 부여하는 등 참가인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요청하는 기간에 급여를 전액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4.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13호증, 을가 제3 내지 8호증, 을나 제1 내지 30, 3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참가인은 2019.7.1. 원고에 입사하여 사무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22.12.6. 원고 계열사인 D 윤리경영팀에 원고 임직원인 E 등 5명에 의해 지속·반복적인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받고 있다는 신고를 하였다.
2) D은 참가인과 관련자들을 조사하여 2022.12.8. ‘품질부문 여직원 성희롱 관련 예비조사 결과’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이관하였고, 원고는 위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2.12.12. ‘성희롱 관련사건 조사결과’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관련자들 중 일부(E, F)에 대해서는 2022.12.23.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따라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로 징계처분이 이루어졌다. <다음 생략>
3) 참가인은 2022.12.2.부터 12.9.까지 재택근무를 하였고, 2022.12.12.과 12.14.은 근무병행유학 유급휴가를, 2022.12.13.은 생리휴가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참가인이 2022.12.14. 원고에게 유급휴가를 요청함에 따라 원고는 2022.12.15.부터 2023.1.31.까지 유급휴가(급여 전액 지급)를 승인하였다.
4) 참가인은 2023.1.27. 원고에게 E, I 등과 참가인을 같은 부서로 발령한 2023.1.20.자 인사발령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위 인사발령의 철회 및 분리조치의 이행과 참가인이 원고의 성희롱 조사에 불복하여 진정한 노동청의 조사 및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3항에 따른 추가적인 유급휴가를 신청하였다. 위 신청 당시 참가인은 원고에게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5) 원고는 2023.1.31. 참가인에게, “인사발령 철회 및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과의 분리 요청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여 2023.2.1.부로 E을 타 부서로 인사이동 조치할 예정이고, 다만 참가인 역시 가해자의 타부문 이동조치가 완료되었으므로 유급휴가를 종료하고 출근해 달라.”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6) 참가인은 유급휴가 요구가 거부되자 2023.2.2. 온라인으로 ‘스트레스에 의한 급성 반응, 사유: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사유로 상병휴직을 신청하였다. 위 휴직 신청 당시 첨부된 진단서는 진단일이 2022.12.3.이고, 요구되는 치료기간에 대해 “2주 이상 휴식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추후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관찰이 필요하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23.2.3.부터 2023.5.2.까지 참가인에게 기본급의 100분의 50을 지급받는 상병휴직을 부여하였다. 참가인은 2023.2.9., 2023.2.17. 원고에게 유급휴가를 계속 요구하였으나, 원고로부터 유급휴가 신청을 반려 당하였다.
7) 참가인은 2023.4.28. 원고에게 2024.5.3.부터 8.3.까지의 유급휴가 신청을 하였고, 당시 참가인이 제출한 2023.4.21.자 J 병원 진단서에는 참가인이 “직장 내 갈등으로 인하여 (중략) 2023년 3월 7일부터 현재까지 본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 및 지지정신치료를 받고 있음. (중략) 약 3개월 이상의 치료 기간이 필요한 상태’라는 소견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23.5.3. 참가인에게 유급휴가 신청은 수용하기 어렵고, 복귀가 어려우면 상병휴직 연장 또는 연차휴가를 사용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그에 따라 참가인은 2023.5.3.부터 2023.8.2.까지 추가로 상병휴직을 사용하였다.
8) 참가인은 2023.7.28. 원고에게 다시 유급휴가를 신청하였으나 그 신청이 반려되었고, 관련 규정에 따라 2023.11.3.까지 무급상병휴직을 사용하였다. 참가인의 2023.7.26.자 K 병원 입원 사실확인서는 참가인이 ‘중등도의 우울병 에피소드’로 2023.7.8.부터 2023.7.26.까지 입원치료를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9) 한편, 참가인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① 원고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조사과정에서 참가인이 주장하는 내용을 고의적으로 축소, 누락하였고, ②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3 내지 5항에 따른 사업주 조치에 대한 불만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23.7.17. 원고가 성희롱 조사 과정에서 조사내용을 고의로 축소·누락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유급휴가 등과 관련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3, 4, 5항에 따른 사업주의 조치 또한 부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원고가 성희롱으로 인정한 행위와 별개로 E, F의 행위가 아래와 같이 추가로 확인되어 원고에 대하여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개선지도하였고, 원고는 2023.8.18. 그 이행 결과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제출하였다. <아래 생략>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성희롱 피해자인 참가인에 대해 그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이 요청하는 대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4항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1)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은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직장내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라고 사업주의 사실확인 조사의무에 대해 규정한다. 또한 같은 법 제14조제3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조사기간 중의 피해자에 대한 임시적 보호조치에 대해 규정한다. 나아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4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사업주의 조사 결과에 따른 피해근로자에 대한 조치의무에 대해 규정한다.
위와 같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4항의 조치의무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그런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4항이 문언상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을 ‘적절한 조치’의 예시로 두고 있는 점, 사용자의 보호의무는 근로자가 근로환경의 악화로 인하여 건강 등을 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작업환경을 제공한다는 근로계약상 부수의무에 해당하고, 그 부수의무의 이행에 있어서는 보호조치의 선택에 관하여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근로자가 특정한 보호조치를 요청하더라도 사업주는 업무상 필요성과 피해근로자의 피해 내용, 건강 상태, 필요한 치료기간 등을 고려하여 그 보호조치의 내용이나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유급휴가 명령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밀접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근로자의 업무를 중단하면서도 급여를 지급하는 분리조치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여타의 조치에 의하여도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가 달성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유급휴가를 선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용자의 조치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원고는 참가인의 직장내 성희롱 신고가 있자마자 참가인의 재택근무를 허락하였고, 2022.12.12. 참가인의 신고 내용 중 일부가 사실임을 확인하면서 2022.12.15. 참가인에 대하여 1.5개월의 유급휴가를 부여하였다. 그 뒤 원고는 참가인의 유급휴가기간 동안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마쳤고, 참가인의 복귀시기에 맞춰 가해자와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분리하였다. 나아가 참가인이 우울증이나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복귀하기 어렵다고 하자 원고는 월급의 50%를 지급하는 상병휴직 6개월과 무급상병휴직 3개월을 승인해 주었는데, 위와 같은 원고의 조치가 피해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김민아 김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