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관리인이 업무와 관련하여 거센 항의 전화를 수차례 받은 직후 대동맥박리로 쓰러진 것은 업무상 재해 [서울행법 2023구단64105]
<판결요지>
건물 관리인이 업무와 관련하여 거센 항의 전화를 수차례 받은 직후 대동맥박리로 쓰러진 사안에서, 재해자에게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선천전 요인 및 다른 특이소견이 없고, 항의 전화로 발생한 스트레스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여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11.13. 선고 2023구단64105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3구단64105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9.25.
• 판결선고 / 2024.11.13.
<주 문>
1. 피고가 2021.9.6.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19**.*.**.생) 2004.4.경부터 ○○시 소재 B빌딩에서 관리소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던 중 2014.8.경부터는 위 소재 C빌딩에서도 관리소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함
○ 원고는 2개 건물의 관리소장으로, 각 건물의 관리비 수납, 입주자 민원 및 공과금처리, 시설물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함
○ 원고 2021.11.3. 고교 동창모임을 위해 ○○에서 1박 2일 휴가(이하 ‘이 사건 휴가’라 한다)를 보내던 중 2021.11.3. 21:00경부터 2021.11.4. 02:00경까지 C빌딩 입주자들로부터 C빌딩 지하 펌프 문제로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민원전화를 여러 차례 받음
○ 원고 2021.11.4. 04:56경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같은 날 D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대동맥박리, 뇌경색증, 편마비, 삼킴곤란, 방광의신경근육기능장애, 호흡곤란, 기관절개상태(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음
○ 원고 이 사건 휴가 중 받은 민원전화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최초요양급여신청을 함
○ 피고 2021.9.6.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펌프 고장으로 인한 입주민과의 통화 등 업무는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나, 건물 관리 경력을 고려할 때 상병의 원인이 될 정도의 업무 스트레스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원고가 단기 및 만성 과로에 해당하지 않는 점, 원고의 연령·가족력 등의 비직업적인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개인요인에 의한 자연경과적 진행 또는 악화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 내림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휴가 도중 C빌딩 입주자들로부터 민원전화를 받으면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욕설을 들었고, 이와 같은 업무와 관련하여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악화하였다고 주장함
나. 인정 사실
- 원고 2021.11.3. 14:00경 ○○ 소재 식당에서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E로 이동해 약 2시간 정도 산책을 함
- 이후 원고를 포함한 9명이 ○○ 소재 F 근처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고 21:00경 펜션으로 이동함
- 원고는 펜션에 도착한 직후부터 다음 표의 기재와 같이 C빌딩 지하 펌프에서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입주자들의 민원전화(특히 G의 경우 투숙객을 받지 못하는 등 운영에 큰 차질 발생) 등을 받기 시작함. 원고는 2021.11.3. 밤부터 C빌딩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반복하였으나 친구들의 만류로 가지 못했고, 2021.11.4. 02:02경 G 주인과 10분 43초간 통화를 마친 후 친구들에게 상대방이 화를 내고 욕을 했다는 말을 함. 원고는 위 통화를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가 누워 있다가 04:56경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쓰러짐. <표 생략>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이 사건 상병 중 뇌경색증은 대동맥박리에 의한 파생 상병에 해당하고, 편마비, 삼킴곤란, 방광의신경근육기능장애, 호흡곤란, 기관절개상태는 뇌경색증의 후유증에 해당하는바,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대동맥박리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임.
앞서 인정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약 7시간 전부터 C빌딩 지하 펌프 문제로 I 운영자로부터 전화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 ○○에 있어서 ○○ 소재 C빌딩으로 곧장 갈 수 없었고, C빌딩 전체 운영자인 H와도 전화연락이 되지 않아 원고로서는 위 문제를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어 난처하고 불안한 입장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위 문제로 걱정을 하자 함께 여행 중이던 친구들 중 일부로부터 왜 휴가 중에 업무연락을 받느냐는 핀잔을 들어 2021.11.4. 21:41경부터는 제대로 전화도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던 점, 원고는 다음 날 새벽인 2021.11.4. 01:50경 I 운영자와 두 차례 통화를 한 후 같은 날 02:02경 G 운영자와 약 10분가량 한 차례 통화를 하였는데, 이 때 G 운영자로부터 모텔 운영 마비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받으면서 욕설을 듣는 등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이 발생한 경우[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의 위임을 받은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 중 제1항의 가. 1)]에 해당함.
여기에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의 ‘원고에게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선천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의학적 소견 및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흉부외과)의 ‘원고의 대동맥박리는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가족력 등 선천적 원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촬영된 CT 등에 의하면, 원고의 대동맥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이전 동맥경화와 석회화 진행 등으로 이미 약해진 상태로 보이는데, 그 상황에서 민원전화 등으로 발생한 스트레스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면서 대동맥박리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최소한 원고가 받은 위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음[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원고가 받은 민원전화보다는 ○○까지의 장거리 운전 및 산행,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등으로 인해 원고의 혈압이나 심장에 더 많은 부담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고 회신하였으나, 당시 원고가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았고 금연한지 15년, 연 10회 소주 2잔 정도로 음주를 하던 상황에서, 차로 ○○에서부터 약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해 친구들과 E를 산책하고 저녁식사를 한 것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여 대동맥박리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원고가 당시 혈압이나 심장에 무리가 갈 정도의 신체활동 등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 위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도 평소와 같은 업무를 하는 상황이라면 민원전화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기도 함].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함.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