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선거관리규정에 입후보 자격을 신설하는 내용의 중앙위원회 결의는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해당 결의에 대한 시정명령은 정당하다 [서울행법 2023구합75355]
【서울행정법원 2024.9.13. 선고 2023구합75355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75355 노동조합 규약결의처분의 시정명령 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고용노동부장관
• 변론종결 / 2024.07.12.
• 판결선고 / 2024.09.1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3.5.25. 원고에 대하여 한 노동조합 규약·결의·처분의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8.3.26. 전국의 공무원 및 공무원이었던 사람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산하에 21개 본부와 252개 지부가 있고 조합원 수는 약 150,000명이며, 가입한 상급단체는 B(이하 ‘C’라 한다)이다.
나. 원고는 2021.9.2.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하여 「선거관리규정」 제22조제1항제2호(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를 신설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를 하였다. 신설된 이 사건 규정의 내용은 아래 밑줄 친 부분과 같다.
제22조(자격상실) ① 다음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입후보자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 1. 조합의 규약, 규정에 위배되는 공약을 하는 경우 2. 조합 및 C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3. 입후보자가 제출한 등록서류 심사결과 관계 규정에 저촉되는 경우 즉시 시정 또는 보완을 명하고 명한 날로부터 2일 이내에 시정 또는 보완하지 않을 경우 4.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규약 및 선거관련 규정에 따라 자격상실을 의결한 경우 |
다. 고용노동부는 2023.2.13. “이 사건 결의는 노동관계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고,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신설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5조, 제11조, 제22조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규약 및 결의처분 시정명령 의결요청을 하였다.
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4.24. ‘이 사건 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에 위반되고,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5조, 제11조, 제22조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 의결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23.5.25.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 한다) 제17조제2항,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결의 및 이 사건 규정을 적법하게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 결의가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규약’의 제정 또는 변경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총회의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고,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통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결의에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는 “규약의 제정과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제2항 단서는 규약의 제정·변경에 관한 사항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여 그 의결 요건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이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조합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이다(대법원 1995.8.29. 자 95마645 결정 참조). 이러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규약’은 형식적으로 그 명칭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약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사항이나 조합 운영의 기본적인 내용을 정한 것이면 실질적으로는 ‘규약’에 해당하고, 그 규정의 제정과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 조합민주주의의 실현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규정이 ‘규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3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① 노동조합법 제11조제8호는 노동조합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표자와 임원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23조제1항 본문은 “노동조합의 임원 자격은 규약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임원이 되기 위한 피선거권에 관한 내용은 원칙적으로 규약에 규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규정은 “조합 및 C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에는 대표자 입후보자의 자격이 상실되도록 하는 규정인바, 특정한 공약 내용을 이유로 하여 입후보자의 자격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규정 자체는 입후보자의 자격을 사후에 상실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공약의 내용을 검열하여 특정한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에는 조합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의 기본적 내용이 되는 임원이 되기 위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인바, 임원의 자격 및 피선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③ 원고의 규약은 제7조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임원의 자격 및 피선거권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원고의 규약상 임원의 자격 또는 피선거권의 제한에 관한 내용을 원고의 내부규정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도 보이지 않는다.
④ 이 사건 규정은 형식적으로는 「선거관리규정」에 불과하나 실질적으로는 임원의 자격 및 피선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고 있는바, 이는 임원의 자격 및 피선거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원고의 규약과 배치되는 내용이고, 원고의 규약의 위임을 받지도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실질적으로는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소결론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이 사건 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에 규정된 “규약의 제정과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서 총회의 의결사항이고, 같은 조제2항에 따라 특별결의를 요한다. 그럼에도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단지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규정이 노동조합법 제5조, 제11조, 제22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해당하므로, 공무원노조법 제17조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의 시정명령 대상이 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규정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1) 노동조합법 제5조 위반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규정은 ‘조합 및 C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탈퇴 공약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조직형태 변경’ 또는 ‘집단탈퇴’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고, 노동조합법 제5조가 보호하는 근로자의 단결권 보호 범위에 소극적 단결권, 즉 탈퇴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5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판단
노동조합법 제5조제1항 본문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근로자에게는 단체의 조직·가입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근로자단체 또는 노동조합을 조직·해산할 것인지, 노동조합을 조직할 경우에 위와 같은 여러 조직형태 중 어떠한 조직형태를 갖출 것인지, 그리고 그 조직형태를 유지 또는 변경할 것인지 등의 선택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다(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자가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도 대외적으로 자주적이고 대내적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연합단체에 가입하거나 소속된 연합단체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설립과 존속의 요건으로 상위연합단체에의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1누6726 판결).
한편,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로서 그 내부의 운영에 있어 조합규약 등에 의한 자치가 보장되므로 노동조합이 조합규약에 근거하여 자체적으로 만든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은 조합규약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자치적 법규범으로서 소속조합원에 대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자치적 법규범의 제정에 있어서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며 또한 그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는 등의 제한이 따르는 터이므로 그 제한에 위반된 자치적 법규범의 규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2.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근로자는 노동조합의 조직·해산에 관한 단결선택권이 있고, 근로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역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연합단체에 가입하거나 소속된 연합단체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단결선택권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이 사건 규정은 ‘원고 및 C를 탈퇴한 후에 다른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다른 연합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공약으로 하는 조합원의 입후보자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이는 노동조합법 제5조제1항 본문에 따라 보호되는 노동조합의 단결선택권을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법 제5조에 위반된다.
3) 노동조합법 제11조 위반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것은 단결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를 제약한다고 하여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원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탈퇴를 공약으로 삼는 것은 노동조합 선거의 본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인바,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 치루는 선거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탈퇴 공약을 제한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원리에 대한 침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판단
노동조합법 제11조제8호는 노동조합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표자와 임원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 역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연합단체에 가입하거나 소속된 연합단체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단결선택권이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규정은 단결선택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입후보자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11조에서 규정한 노동조합의 기본적 운영원리인 ‘노동조합 조직의 민주적 운영’에 반한다. 또한 이 사건 규정으로 인하여 원고 및 C로부터 탈퇴하고자 하는 조합원은 입후보자 자격 자체가 제한되고 그에 따라 원고 및 C로부터 탈퇴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수가 없어 사실상 지부·지회의 단결선택권이 완전히 박탈된다고 할 것인바, 이는 지부·지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원칙 또한 저버리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11조에 위반된다.
4) 노동조합법 제22조 위반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노동조합은 임원으로서의 자질 및 자격요건에 대하여 제한을 가할 수 있고, 노동조합 탈퇴를 공약으로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임원으로서 노동조합의 존립에 대한 책임에 반하는 것이므로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22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판단
노동조합법 제22조 본문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노동조합의 문제에 균등하게 참여할 조합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 내 소수자가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선거권 내지를 피선거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위와 같은 권리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원고 및 C로부터 탈퇴하고자 하는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공약의 내용을 검열하여 특정한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에는 임원이 되기 위한 피선거권을 박탈하여 피선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것에 해당하는바, 노동조합의 문제에 균등하게 참여할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22조에 위반된다.
5)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5조, 제11조, 제22조에 위반된다.
다.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87호’ 제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87호’(이하 ‘결사의 자유 협약’이라 한다)는 2021.4.20. 국회의 동의를 받아 비준된 협약으로 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에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결사의 자유 제3조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은 행정관청에 규약의 형식적인 요건뿐만 아니라 실체적 사항과 관련된 내용까지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에 반하고, 헌법 제6조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조항이다. 노동조합법과 결사의 자유 협약 내용이 모순·저촉될 경우 신법 우선의 원칙 내지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결사의 자유 협약이 노동조합법에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하므로, 행정관청인 피고는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에 의하여 실체적 사항과 관련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규약의 실체적 사항에 관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판단
가) 대한민국헌법 제6조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를 국가질서 형성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리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구가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될 수 있는 한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된다(대법원 2023.3.13. 선고 2021도3652 판결 참조).
나) 대한민국은 1991년에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였고, 2021.4.20. 결사의 자유 협약을 국회 동의를 얻어 비준함으로써 2022.4.20.부터 결사의 자유 협약이 발효되었는바, 결사의 자유 협약은 대한민국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고, 개별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질 등에 따라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도 있다.
다)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와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의 내용이 상호모순 또는 저촉되어 충돌 상황이 존재하는지 보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과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 상호 간에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따라서 설령 결사의 자유 협약을 노동조합법에 대한 신법 내지 특별법으로 볼 수 있더라도, 노동조합법 규정과의 충돌로 인한 효력의 우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이 헌법상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대한민국헌법상 근로자의 단결권 등
대한민국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하 ‘단결권 등’이라 한다)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여기에는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만이 아니라 근로자단체 자체의 단결권 보장, 즉 근로자단체의 존속, 유지, 발전, 확장 등을 국가공권력으로부터 보장하고, 근로자단체의 조직 및 의사형성절차에 관하여 규약의 형태로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 등도 포함된다(헌법재판소 1998.2.27. 94헌바13 결정 참조).
그러나 근로자의 단결권 등 역시 헌법 제37조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의 규약에도 한계가 존재하는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권리를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또한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 그와 같은 제한에 위반된 자치적 법규범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2.2.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참조).
(2)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의 의미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제1항은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조제2항은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의 내용이 규약을 작성할 단체의 권리에는 어떠한 제한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고, 노동자 내지 사용자단체가 규약을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공공기관은 이와 같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노동조합법의 목적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등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는바(노동조합법 제1조),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의 내용은 대한민국헌법과 노동조합법의 이념, 내용에 부합한다.
결사의 자유 협약 제8조제1항도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서 근로자 및 사용자 그리고 그 단체는 다른 개인이나 조직된 집단과 마찬가지로 국내법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에 관한 결사의 자유위원회(CFA)의 해석도, ‘규약을 작성할 수 있는 단체의 권리’를 무제한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규약이 국가안전 또는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할 때에는 위와 같은 권리에 제한이 부과될 수 있는 것이고, 국가는 노동조합의 규약이 국내법에 따라 작성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며, 조직구성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단체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에 행정당국이 규약에 관하여 간섭할 수 있다.
(3)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과 결사의 자유 협약 제3조의 충돌 여부
행정청은 대한민국헌법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 등의 기본권 수호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결사의 자유 협약 제11조도 회원국에게 ‘노동자 및 사용자가 단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때로는 노동조합의 규약이 근로자 등의 단결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청은 노동조합에 근로자 등의 단결권 등을 침해하는 위법한 규약에 관한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은 노동관계법령에 위반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행정청이 시정명령을 통하여 노동조합의 규약 내용(물론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한한다)을 통제할 수 있더라도, 이는 행정청의 사전심사가 아닌 사후적인 통제수단이다.
또한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한 과도하거나 자의적 간섭에 해당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조합은 법원에 시정명령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위법한지에 대하여 실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또한 행정청이 시정명령의 근거로 제시하는 노동관계법령, 즉 노동조합의 규약이 위반하였다는 노동관계법령 해당 조항이 헌법 제33조제1항 등에 위반되는 경우, 노동조합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거나 명령·규칙의 위헌·위법성을 주장하여 독립된 사법기관을 통해 해당 조항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이 근로자단체 등이 규약을 작성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이와 같은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간섭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을 위반한 것이고, 이 사건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5조, 제11조, 제22조에 위배되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