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보험법에서 규정한 선순위 유족도 사망한 경우 상속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 [서울행법 2024구단53102]
<판결요지>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산해보험법에서 규정한 선순위 유족도 사망한 경우 상속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
【서울행정법원 2024.10.16. 선고 2024구단53102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4구단53102 미지급보험급여및위로금일부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2. B, 3. C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8.28.
• 판결선고 / 2024.10.16.
<주 문>
1. 피고가 2023.11.15. 원고들에 대하여 한 미지급 보험급여 및 위로금 일부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D(2018.5.27. 사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망 E(2000.4.22. 사망)와 혼인한 후 자녀들로 망 F(2023.6.20. 사망)와 원고들을 두고 있었다.
나. 망인은 2003.1.14. 진폐 병형 제1형(1/1), 심폐기능 경도장해(F1)를 진단받아 장해등급 제7급으로 결정되었고, 2008.3.10. 진폐병형 제1형(1/2), 합병증 기관지확장증(ec), 폐기종(em)을 진단받아 요양이 결정되었으나 요양 중이던 2018.5.27. 진폐증이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망 E는 망인의 사망 전 폐기능 검사를 근거로 망인이 장해등급 제3급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보험급여 및 위로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2.10. 망인의 장해등급은 제7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선행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망 E는 2000.4.22. 사망하였다.
라. 2022.5.2. 망 E 명의로 이 사건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서울행정법원 2022구단***** 소가 제기되었고, 2023.8.21. 망 E가 위 소 제기 전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들과 망 F의 상속인들(망 F의 배우자 G, 자녀 H, I, J)이 망 E를 소송수계하였다.
위 법원은 2023.9.6. ‘망인이 사망하기 전 심폐기능이 중증도 장해(F2)로 악화되었으므로 진폐 장해등급은 제3급으로 상향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선행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하 ‘선행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은 선행판결에 따라 피고에게 망인의 상향된 장해등급 제3급에 대한 2017.6.1. ~ 2018.5.31.까지의 미지급 보험급여 및 위로금 차액(이하 ‘미지급 보험급여 등’이라 한다)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11.15. ‘망인의 사망 당시 생존해있던 망 E가 미지급 보험급여 등의 수급권자가 되고, 미지급 보험급여 등의 수급권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65조제3항이 배제됨에 따라 망 E의 사망으로 인하여 위 수급권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미지급 보험급여 등을 부지급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망 E가 사망하였더라도 민법의 상속에 관한 법리에 따라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은 망 E의 상속인들인 원고에게 상속되었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은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수급권자가 되는 유족의 순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장해급여의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 결정에 관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을 준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바, 이는 수급권자인 유족이 또다시 사망한 경우에는 더 이상 산재보험수급권이 승계되지 않도록 입법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망인 사망 이후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였던 유족의 사망으로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은 원고들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멸하였다.
나. 판단
앞서 든 각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후순위 유족에게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다시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 규정에 따라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 E의 사망으로 망인의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이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주로 보험가입자(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에 따른 산재보험수급권은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로서 사회적 기본권과 재산권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장해급여제도는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가 아니고, 사업자가 근로자 및 사용자 자신을 위하여 근로자의 평균임금에 상응하게 일정 비율로 납입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불의의 업무상 재해에 대비하여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재해 이전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손해배상 내지 손실보상적 급부인 점에 그 본질이 있는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이 갖는 두 가지 성격 중 사회보장적 급부로서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9.5.28. 선고 2005헌바20, 22, 2009헌바30(병합)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산재보험수급권은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강한 장해급여이고, 망인 및 그 배우자인 망 E가 사망할 당시 이미 장해급여 지급요건도 충족되어 있었다면 그 장해급여 수급권은 금전채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대법원 2001.7.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규정 체계, 산재보험법 제81조 문언 등에 비추어 보아 산재보험법 제81조가 정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유족이 독자적 권리로서 그 수급권 자체를 새롭게 취득하는 성격의 권리가 아니고, 유족이 그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수급권자로부터 승계하는 성격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사망 당시 선순위 유족이었던 배우자 망 E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 등 수급권은 오로지 근로자의 일신에만 전속하는 권리가 아니라 승계의 대상이 되는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공무원연금법 제33조, 군인연금법 제12조,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 제38조는 각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급여를 받을 유족이 없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의 금액을 유족이 아닌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이 없을 때에는 그 사망한 사람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여 상속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으나, 산재보험법령 자체에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 결정에 관한 규정으로, 위 조항이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이라 보기는 어렵다).
또한 산재보험법 제58조제1호는 장해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의 소멸사유로 ‘사망’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4조제1항제1호에서도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의 상실사유로 ‘사망’을 규정하고 있으나, 산재보험법령 자체에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소멸사유로 ‘수급권자의 사망’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입법자가 직접 근거 법률에서 특별한 규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법원이 일반법을 제쳐 두고 다른 규정을 우선 적용하여 권리관계에 변동을 가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20.9.24. 선고 2020두3169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그 상속을 제한하거나 수급권을 소멸시키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일반법인 민법에 따라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은 상속의 대상이 되어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결정에 관하여 유족간 수급권 순위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 제2항, 제4항은 준용하면서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한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유족급여(유족보상일시금, 유족연금 차액일시금) 등에 있어 그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관한 규정으로, 근로자의 유족은 근로자 사망 시점에 직접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유족급여의 수급권을 취득하게 되고(대법원 2006.2.23. 선고 2005두11845 판결 참조), 제65조제3항은 위와 같은 유족급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수급권의 귀속 내지 이전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지급 보험급여는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산재보험법에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에게 승계하도록 하는 것으로, 유족 고유의 권리로 인정되는 유족급여와는 그 목적이나 취지, 법적 성격을 달리한다. 따라서 유족급여와 취지나 성격을 달리하는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 결정에 있어서 제65조제3항을 준용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일률적으로 수급권이 소멸하고 피고와의 법률관계가 종료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④ 미지급 보험급여는 본래 원수급권자 생전에 지급되었어야 할 것으로, 원수급권자가 미지급 보험급여를 수령하지 못함으로써 사망 당시 선순위 유족이 생활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측면이 크므로 그 생활보장을 위해 그로 인한 수급권을 선순위 유족에게 승계되도록 한 것으로 보이고,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기존 생활보장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여 발생한 채무는 상속인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을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⑤ 결국 망인이 2018.5.27. 사망할 당시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인 망 E가 산재보험법 제81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제1항에 따라 선순위 유족으로서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장해급여 등의 수급권을 승계하였고, 망 E가 사망함으로써 원고들이 민법에 따라 망 E의 미지급 보험급여 등 수급권을 상속하였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