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공무원/해고, 징계 등

대기발령기간 중 희망퇴직 예정일 도래 시 퇴직 효과 발생여부(원칙적 소극) [서울고법 2022나2001631]

고콜 2022. 12. 5. 15:35

<판결요지>

[1] 희망퇴직 내지 명예퇴직제도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들의 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으므로, 사용자가 이를 심사하여 승인함으로써 비로소 효력이 발생함. 회사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른 지원 중 하나인 교육비 지원을 한 사실 등에 비추어 묵시적 승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함.

[2] 명예퇴직 승인 후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이를 철회할 수 없으나, 명예퇴직예정일 도래 전에 근로자에게 중대한 비위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로서는 그 승인을 철회할 수 있음. 퇴직예정일 도래 전에 대기발령을 한 경우, 그 기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지 않는 한 퇴직예정일이 도래하여도 퇴직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사용자는 그 기간 중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할 수 있음.

[3]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함. 원고들에게 인정된 ‘재직 중 보험설계사(FP) 조직 유출’만으로도 징계면직사유에 해당함.


【서울고등법원 2022.9.16. 서울고법 2022나2001631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2001631 약정금

• 원고, 항소인 / 1. A, 2. B

• 피고, 피항소인 / C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11.26. 선고 2020가합102960 판결

• 변론종결 / 2022.08.26.

• 판결선고 / 2022.09.16.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1)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 A에게 264,775,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11.1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B에게 238,825,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10.1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2019.12.30.자 징계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 A에게 59,816,549원 및 이에 대하여 2020.7.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과, 2021.1.20.부터 원고 A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4,757,1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B에게 42,193,2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7.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과, 2021.1.20.부터 원고 B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3,678,4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및 당사자의 주장 요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판결 2면 아래에서 3행부터 9면 마지막 행까지의 해당 부분 기재와 동일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퇴직신청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

1) 희망퇴직 내지 명예퇴직제도의 경우,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즉시 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살피건대,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근로자는 이 사건 퇴직제도에 관한 퇴직신청서를 작성하여 소속 부서장에게 제출’하고 ‘소속 부서장은 본부장 또는 지역본부장을 경유하여 이를 인사팀에게 송부’하도록 되어 있으며, 퇴직신청서 상단에는 ‘인사팀 담당자 등의 결재’란이 표기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다가 위 1)항 기재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피고가 이를 심사하여 승인함으로써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각 퇴직신청만으로 즉시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른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각 퇴직신청의 승인 여부

갑 제2호증, 을 제23,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른 지원내용에는 i) 일시보상금 및 기타지원금(복지포인트, 개인연금지원, 자녀학자금 또는 자기개발지원금, 은퇴설계지원), ⅱ) 자기개발교육지원이 있고, 여기서 자기개발교육지원의 내용은 퇴직예정일 전까지 근로자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기간을 부여하고 월 30만 원한도 내에서 교육비를 지원하는 내용인 사실, ② 원고 A의 경우 2019.9.19.부터 2019.11.15.까지 K어학원에서 중급영어회화 강의를, 원고 B의 경우 2019.9.3.부터 2019.10.16.까지 L학원에서 주택관리사 강의를 수강하겠다는 내용의 각 사외위탁교육 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피고로부터 교육비 지원을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자기개발교육지원 역시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른 지원내용의 하나인 점, ㉯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퇴직신청 이후 피고로부터 자기개발교육지원을 받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대하여 적어도 묵시적 승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자기개발교육지원의 경우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부여되는 시혜적 제도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관한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피고의 퇴직신청 승인 의사표시의 철회 여부

1) 철회 가능 여부

가) 관련 법리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있은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으며, 이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예정일이 도래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되고 사용자는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다만 위와 같은 명예퇴직 합의 이후 명예퇴직예정일 도래 이전에 근로자에게 근로관계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의 중대한 비위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로서는 명예퇴직의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대법원 2002.8.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앞서 인용한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퇴직제도는 근로자가 정년에 도래하기 전 퇴직하는 대신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받는 내용으로서 그 실질이 ‘명예퇴직’ 제도와 유사하다. 따라서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 후 퇴직예정일이 도래하기 전에 근로자의 중대한 비위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가 명예퇴직의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는 위 법리는, 이 사건 퇴직제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징계처분 당시 이미 원고들의 퇴직예정일이 도과하였으므로 피고는 승인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다툰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9, 23,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의 퇴직예정일은 피고의 2019.10.14.자 대기발령 조치에 따라 연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기발령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유지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없어 이를 무효라고 보아야 하나(대법원 2013.5.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는 그 기간이 2개월 남짓으로서, 피고의 인사복무규정 제65조에 정한 원칙적인 최장 대기발령기간인 90일 이내인 데다가 비위행위 조사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이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① 원고 A의 퇴직예정일은 2019.11.16., 원고 B의 퇴직예정일은 2019.10.16.이었는데, 피고는 원고들의 각 퇴직예정일이 도래하기 전인 2019.10.14. 원고들에 대하여 ‘징계절차에 회부하며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였다.

② 원고들이 대기발령 조치 당시 형식상으로는 보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미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라 사실상으로 회사에 출근하여 직무를 수행하지는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피고의 대기발령 조치는 단지 원고들에게 보직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후 진행될 징계절차를 위한 사전적인 조치로서 퇴직예정일에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대기발령 조치가 이루어진 날은 각 원고의 퇴직예정일로부터 불과 2일 또는 1개월 2일 전으로서, 피고로서는 대기발령 이외에 퇴직 효력 발생을 저지할 다른 적정한 방법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 소속 P 상무와 Q 부장이 위 대기발령 조치를 공지할 무렵 원고들에게 ‘비위혐의 조사를 위하여 대기발령이 내려졌고, 그 결과에 따라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따른 퇴직처리 여부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

④ 만약 중대한 비위행위가 발견되어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당초의 퇴직예정일에 그대로 퇴직이 된다고 보게 되면, 징계권자로서는 퇴직예정일이 임박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졸속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하여야 하거나 반대로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채 퇴직에 따른 의무(이 사건의 경우 일시보상금 등 지급)를 부담하게 되는데, 전자의 경우는 추후에 징계절차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징계처분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고, 후자의 경우는 징계권자의 징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되어 어느모로 보나 불합리하다(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된 징계사유인 ‘FP 조직 유출’ 행위는 징계혐의자가 퇴직에 임박한 시점에 저지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중대한 비위행위가 인정될 경우 피고는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대한 승인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들의 비위행위 및 그 중대성 인정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2호증, 갑 제16호증의 3, 갑 제30호증, 을 제11 내지 14, 16, 25 내지 27, 32호증의 각 기재, 갑 제10, 14, 15, 20호증의 각 일부 기재, 당심 증인 H의 일부 증언, 당심 증인 M, N의 각 일부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피고의 영업상 중요 자산에 해당하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들을 동종영업을 하는 경쟁사로 유인하는 행위를 하여 피고의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는 피고의 임직원 윤리행동지침 제6조 사.항에 반하는 것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피고와의 신뢰관계 근간을 깨트리는 행위로서 근로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의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① 원고들은 퇴직예정일을 앞두고 피고의 경쟁사인 D 대리점 개설을 준비하던 중, 2019.9.25.경 피고의 신안산지역단 선부지점 영업팀장인 N, M 및 H(이하 위 3인을 통틀어 지칭할 경우 ‘N 등’이라 한다)를 만났다. 원고 A는 N 등과 친분관계가 없었으나, 퇴직신청 전까지 신안산지역단 선부지점의 지점장이었던 원고 B는 N 등과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해 온 사이였다.

원고 B는 이전에 신안산지역단장 R과 퇴직신청에 관한 상의를 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을 하게 된다면 N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또한 원고 B가 작성하여 원고 A에게 전송한 사업단장 사업계획서(을 제4호증)에는 N 등이 D 이롬사업단의 단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후보자 명단에는 20여 명의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으며, 본부장 검토의견란의 ‘Recruiting Pool 확보현황/ Pool 확보방안’에는 원고 A가 2019.9.30.자로 ‘직전 8월 말까지 지점장으로 점포를 운영해온 선부지점의 팀장 3명과 의기투합하여 사업단 개설을 준비 중이며 상당수의 설계사가 동참을 희망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M는 2015.9.23.경 같은 선부지점 영업팀원 S에게 원고 B의 대리점 오픈 예정 소식을 알리며 ‘보상 관련 내용은 원고 B에게 차후 물어볼 테니 함께 이직하자’고 권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H는 원고들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2019.9.21. 원고 B가 대리점 이적을 제안하였으나 거절하였고, 2019.9.25. 원고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고들이 D로 이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스카우트 금액과 수수료 등 수당 제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들과 M 등의 관계, 원고들이 M 등을 만나게 된 경위 및 만남 전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하여 M 등을 만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들이 적극적으로 M 등에게 D로의 이직을 권유한 것으로 인정된다.

②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감사 과정에서 작성된 H의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 피고 소속 직원들인 J, R, I, O의 각 진술서 등은 믿기 어렵고, H의 당심 증언과 각 사실 확인서, M, N의 각 당심 서면증언 등에 비추어 2019.9.25.자 만남은 원고들의 약속자리에 M 등이 우연히 합석한 것일 뿐, 원고들이 위 M 등에게 D 이적을 권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H의 위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 및 피고 소속 직원들의 각 진술서 등은 신빙성이 있는 반면, 이와 반대되는 내용으로서 원고들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9, 10, 14, 15, 20호증의 각 일부 기재, 당심 증인 H의 일부 증언, 당심 증인 M, N의 각 일부 서면증언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H의 자필 경위서(을 제25호증)와 진술서(을 제11호증)는 2019.9.25.자 만남이 있기 전후의 상황, D로 이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스카우트 금액, D의 수수료 등 수당 제도, 대리점 이적 시 필요한 절차 등 당시 원고들이 M 등에게 하였던 말에 관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H는 이후 이를 번복하여 위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 내용이 허위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 자필 경위서는 H가 직접 수기로 작성․서명한 점, ㉡ 진술서는 담당감사관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정리한 것을 읽어보고 서명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점, ㉢ 위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상 작성일이 2019.10.14.로서 2019.9.25.자 만남으로부터 약 2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인 점(각주 2항에 기재된 바와 같이 진술서에 서명한 날은 작성일로부터 이틀 경과후인 2019.10.16.이라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과 아래에서 인정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 H는 위 진술서에 관하여 ‘진술서 내용을 읽어보았지만 시키는 대로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내용을 다 인지하지 못한 채 서명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보험설계사 업무의 특성상 서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H가 이와 같이 만연히 서명하였다는 것을 선뜻 믿을 수 없다. H는 위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의 작성 경위나 진술번복 경위에 대하여, 각 사실확인서(갑 제9, 15, 20호증)를 통해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으나 담당감사관이 그냥 쓰라고 해서 썼다’, ‘원고 B의 후임 지점장인 J이 시키는 대로 쓰라고 지시하여 평소 들은 내용을 두서없이 적었다’, ‘원고 B와 더 오랫동안 함께 근무하고 싶어 피고의 감사관에게 원고들의 비위행위를 허위로 써주었다’라고 설명하였고, 당심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같은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위 자필 경위서와 진술서가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임을 인식하였다면서도 이를 작성하는 것이 원고들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할 줄 몰랐다거나 위와 같이 작성해야 원고들이 계속해서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H의 진술은 그 자체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은 이미 퇴직을 결심하고 이 사건 각 퇴직신청을 하였기 때문에 설령 이 사건이 문제되지 않더라도 ‘정년’까지 근무할 상황은 아니었던 점, 앞서 본 원고 B와 H의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H가 특별히 원고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며 그들의 퇴직의사까지 막고자 할 동기와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J과 R이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허위로 진술서를 작성하면 원고들이 정년 60세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회유하였다’는 H의 진술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

㉱ 원고들과 M 등이 2019.9.25. 만나게 된 경위에 관하여 M 등은 당심에서 모두 ‘N가 원고 B에게 원고들의 식사 자리에 동석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원고 A가 이를 승낙하였고, 이후 M가 N에게 전화로 합석 여부를 물어보았으며, H는 M로부터 원고 B를 만나러 간다는 연락을 받고 합류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증언 내지 서면증언하였다. 그러나 ㉠ N와 H는 최초에는 위 내용과 달리 원고 B와 M 등 사이에 약속이 있었고, 원고 B의 소개로 그 자리에 원고 A가 참석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각각 ‘원고 B가 저녁식사에 아는 지인이 같이 온다고 하였다’, ‘원고 B로부터 연락을 받아 갔다’고 진술한 점, ㉡ H는 당심에서 ‘최초 진술내용은 허위이고, J 지점장과 R 단장이 시켜서 그렇게 말하였다’고 증언하였으나, J과 R에게 H로 하여금 굳이 원고들과 M 등이 만나게 된 경위부터 허위로 진술하도록 지시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증언이나 서면증언은 믿기 어렵다.

③ 기존에 근무하던 보험회사에서 경쟁사의 새로운 보험대리점 개설을 위하여 이직하는 사람이,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영업 실적이 우수한 보험설계사를 영입하여 함께 이직할 경우 보조금이나 수당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고, 나아가 보험대리점을 개설한 자는 해당 보험대리점의 매출액에 비례하여 본사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이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므로, 원고들에게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들과 함께 이직하려는 동기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보험업은 보험설계사들의 모집 행위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주된 영업방식이므로 피고의 입장에서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영업자산에 해당한다. 이는 D에서 신규 대리점을 개설하려던 원고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⑤ 피고의 임직원 윤리행동지침 중 인력 유출 방지 규정은 보험설계사 등 사내인력을 경쟁사의 보험대리점으로 스카우트하거나 경쟁사 관계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으로 피고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규정이다.

⑥ 원고들이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스카우트 행위를 시도할 당시, 원고들은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라 피고로부터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교육기간을 부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교육비까지 지원받던 상황이었다.

3) 피고의 승인 철회

피고가 2019.10.14. 원고들의 각 퇴직예정일 전에 원고들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고, 원고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 및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후 2019.12.30.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면직으로서, 이 사건 퇴직제도에 따른 퇴직과 양립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대한 승인을 철회하고, 원고들에게 인사위원회 결과를 각 통지함으로써 철회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의 중대한 비위행위를 이유로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대한 승인을 유효하게 철회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징계처분이 이미 퇴직한 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원고들은 이 사건 징계처분 당시 퇴직예정일이 이미 도과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이미 퇴직한 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제2의 다.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퇴직예정일은 피고의 2019.10.14.자 대기발령 조치에 따라 연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재직 중 FP 조직 유출

원고들이 M 등을 상대로, 원고들이 개설하려는 D 대리점으로 스카우트를 시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피고의 취업규정 제20조제1항제1호, 임직원 윤리행동지침 제6조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2) 겸직금지의무 위반

피고의 취업규정 제20조제1항제9호에서 ‘회사의 허가 없이 타 직무에 종사한 때’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인사복무규정 제31조제6항에서 ‘직원은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는 회사 업무 외에 자기의 사업을 영위하거나 타인의 사업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겸직금지의무를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D 대리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실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거나 직무를 겸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

3) 정보자산 및 개인정보 반출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또는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등을 의미한다.

살피건대,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FP의 이름, 나이, 위촉일, 직전 연도 소득 등이, 원고들이 피고의 내부 자료를 열람하거나 이를 반출하여 작성한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로 일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를 기초로 대략적인 명단을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피고가 관리하는 개인정보를 반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자료가 피고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 역시 원고들이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FP 정보가 실제 피고 소속 FP의 인적사항과 일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명확하게 주장․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도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 징계양정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8.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나) 한편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참조).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11.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가) 원고들이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기 전까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경쟁사로의 FP 인력 유출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5호증,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서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달리 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무효라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의 임직원 윤리행동지침 제6조에는 “사. 인력유출”에서 ‘행동지침’으로 ‘경쟁사에 사내 인력을 유출시키는 알선 또는 관련 협조 등 행위 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행동예시’ 중에는 ‘사내 인력을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스카우트를 직접 알선하는 행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피고는 경쟁사로의 인력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원고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피고의 영업상 중요 자산에 해당하는 피고 소속 FP를 동종 영업을 하는 경쟁사로 유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근로계약에 따른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앞서 본 바와 같이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재직 중 FP조직 유출’이 가장 주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아니한 ‘겸직금지의무 위반, 정보자산 및 개인정보 반출’은 모두 원고들의 인력 유출 시도과정에 수반되는 행위나 그 결과를 평가한 징계사유들로서 부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③ 피고의 취업규정에 의하면, 징계의 종류로는 원고들에게 내려진 징계면직 이외에는 강급, 정직, 감봉, 견책이 있다(제21조). 그런데 징계면직 바로 아래 단계인 ‘강급’은 ‘해당 직급에 대한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한 직원’에 대하여 하는 징계로서(제25조) 원고들에 관하여는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정직’은 그 내용이 ‘직원의 신분은 보유하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징계’이고, ‘감봉’은 그 내용이 ‘감봉기간에 대하여 급여를 일정율로 감급하는 징계’로서 위 징계는 모두 그 기간이 ‘최저 1개월부터 최고 6개월까지’로 정해져 있는 등 근로관계가 1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바(제23, 24조), 퇴직예정일이 임박한 상태에서 대기발령 중이던 원고들의 경우에는 적정한 제재효과가 발생할 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견책’은 ‘징계사유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 차후의 근신과 자중을 위하여 하는 징계’인데(제22조), 원고들에게 인정된 징계사유는 경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고, 위 정직이나 감봉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견책은 징계로서의 실효성도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위 ①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에게 인정된 징계사유의 중대성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이 사건 징계처분 당시 원고들이 처한 상황 측면에서 보더라도 징계면직 이외에는 징계로서의 실질적 의미를 가지는 징계의 종류를 찾기 어렵다.

④ 피고는 과거 2012년에도 피고 소속 FP들을 상대로 스카우트 비용을 제시하며 경쟁사 대리점으로 이직할 것을 유인하였던 직원들에 대하여 징계면직처분을 했던 사례가 있다(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2012년 징계면직처분을 받은 위 직원들은 비위행위 당시 지점장으로서 피고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반면,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퇴직신청에 따라 퇴직을 앞두고 업무에서 제외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징계양정에 있어 달리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내 인력 유출’이라는 비위행위를 저지를 동기나 유인은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더 크게 존재하고,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의 인력 유출행위가 그렇지 않은 직원의 인력 유출행위보다 반드시 피고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비위행위 당시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징계양정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볼 수 어렵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중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그 인정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반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원고들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원고들의 항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양시훈 정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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