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가담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 [서울중앙지법 2020가합582874]
<판결요지>
부정 채용 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한편 민사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3.10. 선고 2020가합582874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582874 해고무효확인등
• 원 고 / A
• 피 고 / 주식회사 B
• 변론종결 / 2021.12.21.
• 판결선고 / 2022.03.10.
<주 문>
1. 피고가 2019.8.19. 원고에게 한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가. 85,096,200원 및 그중 별지1 ‘임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날짜부터 2020.10.8.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나. 2020.9.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6,806,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철도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으로, 서울 강남구 C역을 기점으로 한 D 및 E 구간의 고속철도 운행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5.9.2.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17.9.14.까지 영업본부 수송처장으로 근무하며 열차 운행계획·차량 운영계획·승무원 운용계획·승무센터 교육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였고, 2017.9.15.부터 F센터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다. 국토교통부는 피고 회사의 채용 절차 전반에 대하여 특별점검을 실시한 뒤, 2018.1.12. 원고와 피고의 영업본부장(상임이사) G, 경영전략본부 인사노무처장 H 등에 대하여 징계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8.1.19. 원고의 직위를 해제하고 2018.4.19. 대기발령을 명하였다가, 2018.5.19. 다시 원고의 직위를 해제하였다.
라. 피고 징계위원회는 2019.8.13. 원고에 대한 해고(해임)처분을 의결하였고, 피고는 2019.8.19. 원고에게 위 해고(해임)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고만 한다). 그 징계사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마. 원고는 2019.8.26.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9.9.25.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바. 한편 원고는 2019.6.27. I에 대한 부정채용 행위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4020호), L에 대한 부정채용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사. 위 법원은 2020.8.20. 원고가 위계로써 피고의 채용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500만 원에 처하는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20.8.28. 원고에 대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아. 피고의 윤리규정, 취업규칙, 인사규정, 징계운영세칙 중 이 사건 해고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 14, 16, 1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청구의 요지
이 사건 해고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징계사유 제2점에 관하여
원고는 L의 면접점수가 변경된 구체적 경위를 알지 못한 채 인사부서 직원이 작성한 면접평가표에 확인 서명을 하였을 뿐이다. 원고는 L에 대한 부정채용과 관련하여서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L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의 채용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징계사유 제2점은 인정할 수 없다.
나. 징계양정의 부당
피고는 본래 9단계 공개채용까지 예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I를 비롯하여 8단계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사람들이 연봉협상 결렬 등으로 입사를 포기함에 따라, 경험·역량이 검증된 기장매니저를 시급하게 다시 채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이루어진 9단계 공개채용 절차 당시, 기장매니저 분야 지원자격을 갖춘 서류전형 합격자는 I가 유일하였다. 그 결과 I만이 유일한 면접전형 대상자였고, I도 면접전형에 참석하고자 하였으나 한국철도공사의 파업으로 근무를 변경할 수 없어서 부득이 면접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원고는 8단계 공개채용 절차에서 면접이 이루어져 자격이 검증된 I에 대하여 면접접수를 부여한 것인바, 이는 부정한 청탁이나 금전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무효이다.
3.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징계사유 제2점의 존부에 관하여
1) 부정 채용 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법리 참조). 한편 민사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확정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관련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9.9.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대법원 2019.7.4. 선고 2018두66869 판결 법리 참조).
2) 기초 사실에 갑 제13, 14, 1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L의 채용과 관련하여 피고의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징계사유 제2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원고는 L에 대한 부정채용의 점에 관하여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나) 원고가 L 채용과 관련하여 피고의 채용 업무를 어떻게 방해하였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① 피고는 당초 여객지원 분야 직원으로 3명, 역무매니저로 3명을 뽑기로 계획하였다가, 우수인력이 운영센터 여객지원 분야에 몰리자 여객지원 분야 직원을 6명, 역무매니저를 1명 뽑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역무매니저 합격자는 N로 하되 역무매니저에 지원한 L을 후보자로 두기로 결정하였다.
② 이후 운영센터 여객지원 분야에 지원하였던 M이 지원의사를 철회하자, 운영센터 여객지원 분야 직원을 5명(3명 → 6명 → 5명) 선발하고, 역무매니저는 2명(3명 → 1명 → 2명) 선발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위 분야별 채용인원 조정 등에 대하여 2016.9.2.자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결재가 이루어졌으며, 2016.9.4. L이 역무매니저 분야의 최종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선발되었다. 결국 L은 당초 자신이 지원한 역무매니저 분야에 2명 중 2등으로서 선발된 것이다.
③ 위와 같은 채용인원 조정은 피고의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뿐 L을 부정 합격시킬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의 행위 또는 개입에 따라 직무에 적합한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피고의 채용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피고는 특히 L의 면접점수가 79점에서 81점으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격자에 대하여 면접점수를 80점 이상으로 부여하는 피고의 내부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면접점수 변경에 원고가 개입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원고의 지위에서 면접점수 변경에 따른 L의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라) L에 대한 부정채용의 점과 관련하여 영업본부장 G, 인사노무처장 H가 영업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G은 2019.7.25. 항소심에서 위 나), 다)항과 같은 이유로 L 관련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노405호), 2019.11.28. 쌍방의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19도11979호) 위 항소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H도 2020.8.20. L 관련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4020호), 검사가 위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아 위 무죄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달리 위 확정판결들의 사실 판단을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
나. 징계양정에 관하여
1)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8069 판결 등 참조).
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든 징계사유 제1, 2점 중 정당한 사유는 제1점만이 인정된다. 나아가 위 인정 사실에 갑 제13, 20, 21, 22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징계사유 제1점만으로는 원고에게 피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을 일탈·남용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무효이다.
① 원고가 면접전형에 응하지 않은 I에 대해 면접점수를 부여함으로써 피고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I를 채용한 것은 결국 O 개통을 앞두고 경험·역량이 검증된 경력직 기장매니저를 채용하여야 할 피고 스스로의 긴급한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원고가 I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② I는 피고가 공고한 경력직 기장매니저 분야 지원자격을 갖춘 유일한 서류전형 합격자였고, 이미 ‘개통준비 8단계 공개채용’ 절차에서도 면접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로 선발된 바 있다. 이처럼 I의 직무수행능력 자체에 관하여는 검증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달리 I의 실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도 없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직무에 적합한 최적의 인재를 선발’한다는 피고의 본래 채용 목적이 침해된 정도는 극히 약하다.
③ I가 면접에 불참한 것은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 아니라 당시 한국철도공사의 철도파업으로 인해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고, 철도공기업인 피고 임직원들도 이를 양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가 상급자인 영업본부장 G의 지시에 따라 유일한 서류전형 합격자인 I에게 면접점수를 부여한 것이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행위는 ‘정직’ 처분이 가능한 ‘비위의 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원고와 함께 I에 대한 채용절차에 관여한 인사노무처장 H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피고 회사에 복직하여 현재 근무 중이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H와 원고 사이에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한바, H와의 형평을 참작할 필요도 있다.
⑤ 원고는 1985년 철도청에 입사한 이래 33년에 가까운 기간을 철도산업에 봉직하여 왔다(을 제3호증 4쪽). 원고는 징계절차에서 적정하게 업무처리를 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선처를 구하였다. 원고의 태도에 비추어, 원고가 복직하더라도 피고의 내부 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보인다.
4.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처분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일부터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임금액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제1회 변론조서 참조), 피고는 원고에게 구하는 바에 따라,
가. 이 사건 해고처분일인 2019.8.19.부터 2020.8.31.까지의 임금으로 합계 85,096,200원 및 각 월급에 대하여 별지1 기재와 같이 매월 보수지급일(갑 제17호증 보수규정 제4조) 다음 날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나. 2020.9.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6,806,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되,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류희현 현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