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나, 휴게시간 중의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휴게시간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이상 재해발생 장소가 사업장 내일 필요는 없다.

[2] 근로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행위는 점심식사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한 것으로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라고 볼 것인바, 원고가 점심식사를 위하여 식재료를 사오던 행위는 소외 회사의 지배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17.06.09. 선고 2016구단6655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7.05.19.

 

<주 문>

1. 피고가 2016.1.19.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관광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으로, 2014.1.1.부터 한국조폐공사 ○○조폐창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를 운전하여 왔다.

. 원고는 2014.3.7. 오전 출근운행을 마치고 ○○조폐창에 마련된 기사대기실에서 대기하다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자전거를 타고 부여읍 쌍북리에 있는 ○○마트에 갔다. 원고는 위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위 기사대기실로 돌아가던 중 같은 날 11:30경 농로 옆 배수로에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제5-6경추간 추간판 탈출증, 경추부 염좌, 중심성 척수증후군이라는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6.1.19. 이 사건 사고는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을 승인하지 아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원고가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식재료를 사오던 행위는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이고,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제5-6경추간추간판 탈출증 등의 상병을 입었는바,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피고: 소외 회사는 원고 등 ○○조폐창 통근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점심을 직접 조리하여 먹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탔던 자전거는 원고의 소유도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관계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 판단

1) 법리

휴게시간 중에는 근로자에게 자유행동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통상 근로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나, 휴게시간 중의 근로자의 행위는 휴게시간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휴게시간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이상 재해발생 장소가 사업장 내일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0.4.25. 선고 20002023 판결, 대법원 2004.12.24. 선고 2004654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행위는 점심식사 종료 후의 노무제공과 관련한 것으로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라고 볼 것인바, 원고가 점심식사를 위하여 식재료를 사오던 행위가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는지 보건대, 갑 제5 내지 8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그로부터 추정되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점심식사를 위하여 식재료를 사오던 행위는 소외 회사의 지배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외 회사는 ○○조폐창 통근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식비를 지급하였는데, 이는 통근버스운전업무의 특성상 운전기사들이 소외 회사의 사업장에 상주하지 아니하여 소외 회사가 직접 운전기사들에게 점심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소외회사는 식비를 지급하되, 그 사용방법을 따로 정해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조폐창 통근버스 운전기사들은 ○○조폐창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조폐창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2014.1.경부터 비용절감을 위해서 소외 회사로부터 받은 식비를 모아 ○○조폐창에 마련된 기사대기실에서 직접 조리를 하여 식사를 해결해 왔다.

원고가 식재료를 구입한 마트는 원고를 포함한 ○○조폐창 통근버스 운전기사들이 이용하던 식당과 같은 지역에 있었다.

소외 회사는 적어도 ○○조폐창 통근버스 운전기사들이 ○○조폐창 인근 식당에 가서 점심을 사먹고 오는 것을 허락했던 것으로 보인다. 운전기사들이 점심식사를 위해서 ○○조폐창 인근 식당에 다녀오는 것 아니면 ○○조폐창에 있는 기사대기실에서 먹기 위해서 조리된 음식을 사오는 것과 식재료를 사가지고 오는 것은 모두 점심식사를 위해서 허락된 범위 내 즉, ○○조폐창에 마련된 기사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오는 행위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그 동기에 따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소외 회사가 운전기사들이 점심식사를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을 허락하였는지는 운전기사들이 조리를 하다가 다친 경우에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이라고 보인다.

⑤ ○○조폐창과 인근 식당과의 거리가 상당하여 걸어서 다녀오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소유 여부를 불문하고 자전거를 이용하였던 것이 통상적인 방법의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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