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더 나아가 우울증세가 유발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2017.05.19. 선고 201664106 판결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처분 취소 청구의 소]

원고, 항소인 /

피고, 피항소인 / 공무원연금공단

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6.9.1. 선고 2015구합79277 판결

변론종결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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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8.26. 원고에게 한 유족보상금 부지급결정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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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분의 경위

 

. 소외 망 ○○(1977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2005.3.1. 강원도 홍천군 건설과에서 지방토목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2007.1.4. 경기도 ○○군으로 근무지를 옮겼고, 2012.1.25. 지방시설주사보로 승진하면서 ○○군 북면사무소로 이동하였다가 2015.1.12.부터 다시 ○○군 건설교통과 도로시설팀에서 근무하였다.

. 망인은 2015.3.9. 야간 당직근무를 하던 중 목을 매 자살하였고, 다음날 동료직원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었다.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156월경 피고에게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유족보상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5.8.26. 아래와 같은 사유로 부지급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아>

망인이 사망 전 수행하였던 업무내역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과중하였다거나 동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자살 무렵에는 민원인의 고소사건이 무혐의로 종결처리되어 직무상 요인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 상황이나 특별한 자살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은 직무수행으로 인한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하였다기보다는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적 소인과 개인적 성향으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5, 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법원의 판단

 

. 관련 법리

공무원연금법 제61조제1항에서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6.11. 선고 201132898 판결, 대법원 2016.1.28. 선고 201447327 판결 등 참조).

 

. 인정 사실

1) ○○군 북면에서의 근무기간 동안 발생한 일

망인은 2012.1.25.부터 2015.1.11.까지 ○○군 북면에서 하천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3.2.28.부터 2014.11.4.까지 사이에 민원인들로부터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혐의로 3차례 고발을 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2013.5.8.부터 2015.1.6.까지 사이에 8차례의 경찰 조사와 1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위 고발 사건들은 2013.7.17., 2013.12.27., 2015.1.29.에 각각 무혐의 처분되었다. 위 기간 동안 고발장을 제출한 민원인들은 ○○군 북면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망인에게 격하게 항의하기도 하였다.

망인이 담당자로서 ○○군 북면장 명의로 위 민원인 중 1인에 대하여 공유수면 구역 내에 위치하는 시설물의 철거를 명한 것은 결국 행정소송으로도 비화되었고, 업무 담당자인 망인은 소송수행자로 지정되어 의정부지방법원에 출석하거나 답변서, 소송사건 검토보고서 등 문건을 작성하여야 했다.

지역 언론 매체인 경인매일, 매일신보, 가평투데이 등은 2015.1.19., 1.20.자 기사 등에서 망인이 특정인과 유착되어 특혜를 주거나 불법 건축물이 아닌데도 철거명령을 한 것처럼 보도하였다.

망인은 2015.1.12.부터 ○○군 건설교통과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위와 같은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군 부군수에게 불려가 언론 보도 경위 등에 대하여 해명하여야 했다.

2) ○○군 건설교통과에서의 근무 상황

망인은 2015.1.12.부터 자살에 이른 2015.3.9.경까지 사이에 ○○군 건설교통과 도로시설팀에서 근무하였다.

망인이 발령받기 전까지 도로시설팀에서는 팀장, 61, 71, 92, 청원경찰 1명이 업무를 분담하였는데, 망인이 발령받은 이후에는 팀장, 71(망인), 92, 청원경찰 1명이 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하였다. 이로써 망인은 6, 7급 공무원 2명이 처리하던 업무 대부분을 혼자서 처리하여야 했다.

망인이 도로시설팀에서 담당한 업무는 도로종합계획 수립, 예산 일반, 광역 도로사업 행정업무 지원, 지방도, 군도 도로사업 시행, 농어촌도로 정비계획 수립, 시행, 진정건의 사항 처리(법정 도로)’였다. 망인이 담당한 업무는 이처럼 도로를 개설하는 것 등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았다. 망인은 주민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업무의 특성상 주민들 다수의 반발이나 민원 제기가 많았다.

④ ○○군은 201412월경부터 ‘2015년도 건설사업 조기발주 설계단을 운영하였다. 위 설계단은 ○○군 건설교통과장이 총괄하는 것으로 설계단의 운영기간은 2014.12.29.~2015.2.17.지로 예정되어 있었고, ○○군 공설운동장에 설계단 사무실이 마련되었다. 망인도 ○○군 건설교통과로 발령받은 이후인 2015.1.12.경부터 위 설계단에 소속되어 일하였다. 이로써 망인은 평일에는 거의 매일 23:00 이후에 퇴근하였고, 주말에도 수시로 출근하였다.

2015.3.10. 16:00○○군수가 주도하여 개설한 희복아카데미개강식 및 특강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망인은 인구증가를 위한 지역기반 기틀 마련이라는 분과의 참여 공무원으로 선정되어 위 아카데미에서 발표할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망인은 2015.3.9. 야간 당직을 하면서 원고의 도움을 받아 가며 관련된 발표 자료를 만들었는데, 본래 망인의 업무 분야와 무관한 것이어서 자료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3) ○○군청장으로의 장례절차 엄수

경기도 ○○군은 2015.3.12.에 치러진 망인의 영결식을 ○○군청 광장에서 ○○군청장으로 엄수하였다. ○○군에서 마련한 장례식 추진계획에는 망인이 공무수행 중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영결식에 군청 전 직원이 참석하였으며, 비용은 모두 ○○군의 사무관리비에서 집행되었다.

4) 망인의 가정환경, 평소 건강 상태 등

망인은 같은 군청 소속 공무원인 원고와 사이에 2명의 자녀를 둔 공무원으로서 경제적 어려움 등 없이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직량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군 건설교통과에서 근무하게 된 이래로 업무 부담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고, 원고에게는 그만 두면 안 될까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으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망인은 원고에게 무기력증에 번아웃 인가봐... 만사 다 귀찮아서 애들(친구들)도 만나기 싫었는데,’(2015.2.20.), ‘일 땜에 죽겠다’(2015.2.27.)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버틸 힘.. 만들어야지.. 버틸 이유를...’(2015.2.20.), ‘난 오늘도..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될까 두렵다..’(2015.2.25.)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원고는 2015.1.21.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는 망인을 위해 약국에서 수면유도제(아졸) 등을 사다가 망인에게 주기도 하였다.

망인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상 망인이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내역은 나타나 있지 않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19호증, 갑 제23~27호증, 을 제6~8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신동원의 증언 및 원고 본인신문결과, 1심 및 당심에서 한 ○○군수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다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망인은 ○○군 북면에서 근무하는 기간 중 대부분을 민원인들의 고발로 개시된 3건의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피의자로 소환되어서 조사를 받고, 민원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응하며,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게 행정처분 경위 등을 해명하면서 보냈는데, 망인이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군 북면에서 처리한 업무에서 비롯된 고발 사건의 수사가 마무리될 무렵 ○○군 건설교통과로 발령받으면서 기존에 2명이 처리하던 업무 대부분을 혼자서 처리하고, 건설사업 조기발주 설계단에도 소속되어 일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평소 가족들과도 평온하게 지냈고, 직장 동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우울증세 등을 앓은 전력이 전혀 없고,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세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며, 망인이 일반인에 비하여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적 소인이나 성향의 소유자였음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도 않은 점,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나 과로 외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는 등 자살을 선택할 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만한 사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더 나아가 우울증세가 유발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데, 1심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흥준(재판장) 김성수 원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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