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불안·초초의 증상을 보였고, 허리, 다리의 통증과 함께 한 달 사이에 체중이 8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되었다. 이에 망인은 병가를 신청하여 5일간 자택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을 하였는데 병가 기간이 끝난 다음날 새벽 출근을 앞두고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같은 날 사망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과중한 업무 및 그와 관련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의 우울증이 재발되거나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망인이 병가 기간이 끝난 다음날 새벽 출근을 앞두고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자살에 이른 경위와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유가 나타나지 아니한 사정 등까지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제12017.04.13. 선고 201661426 판결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11.11. 선고 2016438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공무원연금법(2015.6.22. 법률 제133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1조제1항에서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6.11. 선고 20113289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1995.4.10. 국회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국회 의사국 C과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2010년 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한 후 법제실 법제관에 이어 2012년경부터 국회사무처 D센터에서 E으로 근무하였다.

. D센터 F담당조직은 업무를 총괄하는 망인과 주무관 3, 실무관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망인은 국회에 접수된 청원, 진정 및 인터넷 민원에 대하여 소관 부서를 검토한 뒤 소관 부서에 민원 등을 전달하거나 주무관들이 직접 민원인을 상담하는 와중에 일어나는 마찰이나 이의제기를 마무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 진정, 민원 등은 2012년 무렵 연 6,000건에 달하였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소관 부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업무수행의 강도가 높았으며, 전화 민원과 방문민원에 대한 상담이 포함되어 있어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영역에 해당하였다.

. 망인은 2013.1.경부터 기존 업무 외에 추가로 자살 예방을 위한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 G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 준비를 맡게 되어 사무실 공간 마련, 자원 봉사자 모집 및 교육, 사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예정된 상담센터의 개소일인 2013.4.8.까지 준비할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인원 보충이 없어 월 50시간 이상의 추가근무 및 휴일근무를 하였다.

. 망인은 G 상담센터 업무를 맡은 이후 점차 말수가 줄어들었고, 2013.3. 초부터는 허리, 엉덩이, 좌측 다리의 통증이 심해지고 피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한 달 사이에 체중이 8kg이나 줄어들었다. 망인은 2013.4. 사지의 통증, 피로 등으로 국회 안에 위치한 한의원에서 수차례 진료를 받으면서 업무과다 및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그로 인한 불안, 초조, 어지러움을 호소하였다. 또한 2013.4.25. H병원 담당의로부터는 불안증 등을 이유로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권유받았다.

. 이에 망인은 병가를 신청하여 2013.4.25.부터 같은 달 30.까지 자택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을 하였는데 병가 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2013.5.1. 새벽 출근을 앞두고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같은 날 사망하였다.

. 한편, 망인은 공무원 임용 1년만인 1996.4.3.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스트레스로 불안, 초조, 긴장 및 우울증 등의 증상이 발병하여 그 때부터 2012.12.11.까지 꾸준히 혼합형 불안우울장애에 대한 정신과치료를 받아왔다. 망인의 주치의는 망인이 내성적이고 예민하며 매사를 참고 감정을 억제하는 성격으로, 고졸이라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고 업무 적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며, 마지막 치료 시까지 정신적 불안정 상태가 잔존해 있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망인은 직장생활 1년 만인 1996.4.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2012.12.까지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별다른 문제없이 근무하여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망인이 종전과 달리 민원인 응대가 포함된 F담당 부서를 총괄하게 되면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긴장감과 민원인 응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업무상 스트레스가 점차 누적되었고, 2013.1.경부터 2013.4. 초까지 기존의 F업무 이외에 국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G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을 위한 업무를 추가로 수행하면서 낯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또한 이러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불안·초초의 증상을 보였고, 허리, 다리의 통증과 함께 한 달 사이에 체중이 8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되었으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그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과중한 업무 및 그와 관련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의 우울증이 재발되거나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망인이 병가 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2013.5.1. 새벽 출근을 앞두고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자살에 이른 경위와 망인이 자살을 선택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유가 나타나지 아니한 사정 등까지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기존의 우울증이 재발 또는 악화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상태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병하고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상 재해에서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김소영 이기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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