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중 녹색 등화에 의한 신호의 의미

▪ 편도 4차선의 간선도로를 따라 오다가 편도 1차선의 지선도로가 좌측에서 합류하는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 우측으로 굽은 간선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는 차량에 대하여 신호기가 우측 화살표 신호가 아닌 직진 신호를 표시한 경우, 그 신호기의 신호가 도로의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잘못된 신호로서 신호기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판결요지>

[1] 도로교통법 제3조제1항에 의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시장·군수의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는 도로에서의 신호기 및 안전표지의 설치·관리에 관한 권한은 같은법시행령 제71조의2 제1항제1호에 의하여 지방경찰청장 또는 경찰서장에게 위탁되었으나, 이와 같은 권한의 위탁은 이른바 기관위임으로서 경찰서장 등은 권한을 위임한 시장 등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행정기관의 지위에서 그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경찰서장 등이 설치·관리하는 신호기의 하자로 인한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배상책임은 그 사무의 귀속 주체인 시장 등이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2]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도로’에는 도로법에 의한 도로나 유료도로법에 의한 유료도로뿐만 아니라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도 포함되고, 여기에서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모든 곳’을 의미하므로, 경찰서장 등은 도로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되어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곳이면 어디에나 신호기나 안전표지를 설치하여 관리할 수 있으며, 그 경우 그 신호기나 안전표지는 그것이 경찰서장 등에 의하여 설치·관리되는 것인 이상 그 설치·관리 비용의 부담자가 누구이냐와 관계없이 당연히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공공의 영조물’이 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아닌 한국수자원공사가 도로를 소유·관리하면서 교통신호기의 설치·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어 사용되고 있는 이상 그 도로의 교통신호기의 설치·관리 사무의 귀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 하자로 인한 타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3] 국가배상법 제5조에서 말하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의 하자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구조, 본래의 용법, 장소적 환경 및 이용 상황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중 녹색 등화에 의한 신호는 차마가 직진할 수 있다는 뜻이기는 하나, 여기에서 ‘직진’이라 함은 어디까지나 ‘방향전환’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서, 문자 그대로 직선으로 나아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고 오던 길을 따라 그대로 계속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5] 편도 4차선의 간선도로를 따라 오다가 편도 1차선의 지선도로가 좌측에서 합류하는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 우측으로 굽은 간선도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는 차량에 대하여 신호기가 우측 화살표 신호가 아닌 직진 신호를 표시한 경우, 그 신호기의 신호가 도로의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잘못된 신호로서 신호기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0.01.14. 선고 99다24201 판결 [손해배상(자)]

♣ 원고, 피상고인 / 김○현 외 1인

♣ 피고, 상고인 / 시흥시

♣ 원심판결 / 서울지법 1999.4.9. 선고 98나283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망 이○순이 1997.8.31. 01:20경 원고 김○현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시흥시 월곳동 소재 삼거리 교차로 상을 시화공단 쪽에서 인천 쪽으로 진행하다가 반대차선으로 넘어 들어가 위 승용차 앞 부분으로 반대차선 갓길에 있는 전주를 충격한 후 차량과 함께 전주 뒤편 약 2~3m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실, 사고 지점은 삼거리 교차로로서 이○순이 진행하는 방향은 우측으로 굽은 도로였음에도 그 곳에 설치된 신호기는 도로 상황에 상응한 우측 화살표 신호가 아닌 직진 신호가 들어오도록 설치되어 있었고, 이에 교차로에 진입하던 이○순은 야간이었던 탓에 도로가 우측으로 굽어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신호기의 직진신호에 따라 그대로 직진하다가 위와 같은 사고를 일으킨 사실, 이 사건 신호기는 안산경찰서장이 피고 시의 시장으로부터 그 설치·관리업무를 위탁받아 관리하여 온 것인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피고측이 이 사건 신호기를 설치하면서 도로의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아니한 신호등을 설치한 탓에 이○순이 잘못된 신호기의 신호에 따라 운전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지방자치단체인 피고 시는 신호기 설치·관리 사무의 귀속 주체로서 그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있다.

 

2. 신호기설치 하자로 인한 배상책임 주체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도로교통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조제1항에 의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시장·군수(이하 ‘시장 등’이라고 한다)의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는 도로에서의 신호기 및 안전표지의 설치·관리에 관한 권한은 법시행령 제71조의2 제1항제1호에 의하여 지방경찰청장 또는 경찰서장(이하 ‘경찰서장 등’이라고 한다)에게 위탁되었으나, 이와 같은 권한의 위탁은 이른바 기관위임으로서, 경찰서장 등은 권한을 위임한 시장 등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행정기관의 지위에서 그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경찰서장 등이 설치·관리하는 신호기의 하자로 인한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배상책임은 그 사무의 귀속 주체인 시장 등이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1.11. 선고 92다29528 판결, 1996.11.8. 선고 96다21331 판결, 1999.6.25. 선고 99다1112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상고이유 중 이 사건 신호기를 현실적으로 설치·관리하는 자가 안산경찰서장임을 내세워 피고가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배상책임의 귀속 주체가 아니라고 다투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법에서 말하는 ‘도로’에는 도로법에 의한 도로나 유료도로법에 의한 유료도로뿐만 아니라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도 포함되고(법 제2조제1호), 여기에서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모든 곳’을 의미하므로(대법원 1993.6.22. 선고 93도828 판결, 1996.10.25. 선고 96도1848 판결, 1998.3.27. 선고 97누20775 판결 등 참조), 경찰서장 등은 도로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되어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곳이면 어디에나 신호기나 안전표지를 설치하여 관리할 수 있으며, 그 경우 그 신호기나 안전표지는 그것이 경찰서장 등에 의하여 설치·관리되는 것인 이상 그 설치·관리 비용의 부담자가 누구이냐와 관계없이 당연히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공공의 영조물’이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아닌 한국수자원공사가 이 사건 신호기가 설치된 도로를 소유·관리하면서 이 사건 신호기의 설치·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어 사용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신호기의 설치·관리 사무의 귀속 주체인 피고로서는 그 하자로 인한 타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5조 소정의 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 및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 기재 중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부분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심판결을 탓하는 것으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신호기설치 하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5조에서 말하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의 하자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대법원 1997.5.16. 선고 96다54102 판결, 1998.10.23. 선고 98다1738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구조, 본래의 용법, 장소적 환경 및 이용 상황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시흥시 소재 시화공단과 월곳동 사이를 잇는 편도 4차선의 넓은 간선도로가 좌측에서 합류하는 편도 1차선의 좁은 지선도로와 만나 삼거리 교차로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서 위 간선도로는 교차로 부근에서 우측으로 굽어져 있기는 하나, 그 우측으로 굽어져 나가는 정도는 좌측의 지선도로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에 비하여 현저히 완만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교차로의 형태가 뻗어 있는 간선도로에 지선도로가 좌측에서 합류하는 형태로 되어 있고, 본류인 간선도로의 폭도 지선 도로보다 현저히 넓으며, 그 우측으로 굽은 정도도 좌측 지선도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아주 완만하다면, 본류인 간선도로를 따라 오다가 교차로를 지나 계속 간선도로로 진행하고자 하는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우측으로 굽은 도로의 굴곡에 따라 조향장치를 다소 우측으로 조작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우측 길로 방향전환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아니할 것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 운전자로서는 단지 오던 길을 따라 그대로 계속 진행한다는 인식하에 행동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중 녹색 등화에 의한 신호는 차마가 직진할 수 있다는 뜻이기는 하나(법시행규칙 제5조제2항 [별표 3]), 여기에서 ‘직진’이라 함은 어디까지나 ‘방향전환’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서, 문자 그대로 직선으로 나아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고 오던 길을 따라 그대로 계속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신호기가 위 간선도로를 따라 오다가 교차로를 지나 간선도로로 그대로 계속 진행하고자 하는 이 사건 사고 승용차에 대하여, 방향전환을 뜻하는 녹색 화살표시 등화가 아니라 오던 길을 따라 그대로 계속 진행함을 뜻하는 녹색 등화로 그 진행이 허용됨을 표시하였다 하여 그 신호를 도로의 실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신호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녹색 등화에 의한 신호는 운전자에게 위 간선도로가 우측으로 굽어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줄 충분한 표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신호기는 도로교통에 관하여 등화 등으로 진행·정지·방향전환·주의 등의 신호를 표시하기 위한 것일 뿐(법 제2조제11호), 도로가 굽어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사실을 들어 이 사건 신호기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녹색 등화에 의한 이 사건 신호기의 신호가 도로의 실제 상황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잘못된 신호라고 보고 이 사건 신호기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의 의미에 관한 법리나 신호기의 설치·관리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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