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 2009.07.07. 선고 2008가합28239 판결 [위자료]

원 고 / ○○

피 고 /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09.06.16.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80,013,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5.31.부터 2009.7.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99,383,782원 및 이에 대하여 2002.4.○○.부터 2009.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원고의 아들인 망 A(1980.2.., 이하 망인이라 한다)1999.3.○○. 병역신체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고, □□보건대학교에 재학하다가 2000.6.○○. 방위산업체인 피고 회사에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하여 2002.4..까지 피고 회사의 SMD부서(납땜부서)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 피고 회사의 SMD부서에는 5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였고, 관리자를 제외한 40명 정도가 생산직 근로자였는데,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형태는 2교대제로 주간조의 경우 근무시간이 08:30~20:30(휴식시간 : 점심시간 1시간, 오전·오후 각 15분씩)12시간이고, 야간조의 경우 근무시간이 20:30~08:30(휴식시간 : 야식시간 1시간, 10:00~10:30 06:00~06:30 30분씩)12시간이며, 1주일 단위로 주·야간조 근무가 변경된다. 그런데 망인은 2001년 봄부터 약 1년 동안 16시간씩 근무하여 왔고, 일요일 및 공휴일에도 대부분 쉬지 못한 채 근무하여 왔다.

. 망인은 피고 회사의 SMD부서에서 주로 PCB기판의 부품을 계측기로 측정하여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ICT검사 작업을 수행하고 불량품이 발견되면 불량 부분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납땜 및 세척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는데, 수작업시 맨손으로 만질 때 납이 묻어 나오기도 하였으며, 세척작업시 일반 칫솔을 이용하여 휘발성이 강한 IPA(이소프로필알콜), 1,1,1-TCE(트리클로로에탄, 삼염화에틸렌) 등 독성이 강한 약품을 묻혀 납땜한 부분을 닦아내는 업무를 행하였다. 또한, 위 일상적인 작업 외에도 1개월에 2번 정도 피고 회사의 설비팀에서 약 500g의 납 3~4통을 기계에 넣어 주는 작업을 수행하여 일상적인 업무시보다 많은 양의 납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 대한산업보건협회 서울지부가 2002.9.○○. 실시한 피고 회사의 작업환경에 대한 측정결과에 의하면, 피고 회사에서 사용한 화학물질은 중금속인 납(Pb)과 유기용제인 IPA, 1,1,1-TCE, 메탄올 등이고, 망인이 근무한 SMD부서에서 사용한 화학물질은 중금속인 납(Pb)과 유기용제인 IPA, 1,1,1-TCE인데, 작업장 내 위 물질들이 노출된 정도에 대하여는 횟수조정(1/3)을 받아 측정하지 아니하여 그 노출 정도가 밝혀지지 않았다.

. 망인은 2002.4.○○. 호흡기 감염 증상을 보여 0내과의원에 내원하였다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진단을 받았고, 2002.4.○○. ○○대학교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받아 요양하다가 2005.5.○○. 00:00경 선행사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 중간선행사인 패혈증’, 직접사인 패혈성 쇼크로 사망(이하 이 사건 사망이라 한다)하였다.

. 한편, 망인은 신장이 176cm, 체중이 101kg이었으며, 대한산업보건협회 서울지부가 2001.7.○○. 망인에 대하여 실시한 건강진단결과, 망인의 혈중연()량 수치는 3.1ug/dL로 참고치 0-40 이내인 것으로 확인되고, 유기용제인 이소프로필알콜(IPA)과 연 및 그 연 화합물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구분 A로 정상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갑 제11 내지 13호증, 갑 제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B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대법원 2000.5.16. 선고 9947129 판결 등 참조),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9.28. 선고 200444506 판결 등 참조).

 

. 갑 제1 내지 5호증, 갑 제13 내지 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B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1999.3.○○. 실시된 병역신체검사와 피고 회사에 입사한 지 약 1년여 후인 2001.7.○○. 대한산업보건협회 서울지부에서 실시한 건강진단에서 각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 2002.4.○○.에 이르러 만성 골수성 백혈병진단을 받았다.

(2) 망인은 피고 회사에 근무한 17개월여 동안 비교적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중금속인 납, 유기용제인 IPA, 1,1,1-TCE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망인 등 피고 회사의 SMD부서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세척제로 IPA, 1,1,1-TCE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두 가지 유기용제를 더 사용하였다.

(3) 피고 회사의 관리직원들은 망인 등 산업기능요원이 일을 할 때 안전교육 시간을 따로 확보하지 않았고, 세척제 등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고지함에 그쳤다.

(4) 피고 회사는 인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한 납, IPA, 1,1,1-TCE 등이 직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적당한 보호장구를 갖추고 작업을 시켜야 함에도, 장갑과 마스크 등 기본적인 보호장구를 형식적으로 배치하였을 뿐이고, 이러한 보호장구도 없을 때가 많았다.

 

. 위 인정사실 및 그에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피고 회사의 SMD부서에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중금속인 납, 유기용제인 IPA, 1,1,1-TCE 등이 망인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망인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이 사건 사망과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중금속인 납, 유기용제인 IPA, 1,1,1-TCE에 노출될 경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나, 중금속인 납, 유기용제인 IPA, 1,1,1-TCE 등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임은 분명하고, 이러한 물질들에 의하여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점,

망인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망인이 피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중금속인 납이나 유기용제인 IPA, 1,1,1-TCE 등에 노출되었다는 원인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병하였다고 볼 뚜렷한 자료도 없는 점,

피고 회사가 망인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3. 손해배상의 범위

 

. 일실이익

망인이 이 사건 사망으로 상실한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총평가액 상당의 일실수입 손해는 아래 (1)과 같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아래 (2)와 같이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라 이 사건 사망 당시의 현가로 계산한 229,006,488원이다.

(1)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 성별 : 남자, 생년월일 : 1980.2.., 연령 : 사망 당시 25세 남짓, 기대여명 : 51.56년 정도

()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 : 도시 일용근로자 노임은 2005.5.경에는 52,585, 2005.9.경에는 53,090, 2006.1.경에는 55,252, 2006.9.경에는 56,822, 2007.1.경에는 57,820, 2007.9.경에는 58,883, 2008.1.경에는 60,547, 2008.9.경에는 63,530, 2009.1.경에는 66,622원이다.

() 생계비 : 망인의 수입 중 1/3

() 가동연한2005.5.○○.부터{2002.4.○○.부터 2005.5.○○.까지의 일실수입에 대해서는 원고가 2008.11.○○.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2002.12.00.~ 2005.5.00.) 명목으로 22,317,87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계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60세가 될 때까지, 22일씩 노동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경험칙, 갑 제7 내지 9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계산(월 미만은 과잉배상을 막기 위하여 중간이자 공제 이전의 월소득액이 적은 쪽에 포함하여 계산하고, 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다.)

() 2005.5.○○.부터 2005.8.○○.까지 4개월

52,585×22××3.95883,053,208

() 2005.9..부터 2005.12.○○.까지 4개월

53,090×22××3.8946(= 7.85343.9588)3,032,541

() 2006.1..부터 2006.8.○○.까지 8개월

55,252×22××7.6046(= 15.45807.8534)6,162,478

() 2006.9..부터 2006.12.○○.까지 4개월

56,822×22××3.7138(= 19.171815.4580)3,095,040

() 2007.1..부터 2007.8.○○.까지 8개월

57,820×22××7.2595(= 26.431319.1718)6,156,244

() 2007.9..부터 2007.12.○○.까지 4개월

58,883×22××3.5491(= 29.980426.4313)3,065,063

() 2008.1..부터 2008.8.○○.까지 8개월

60,547×22××6.9444(= 36.924829.9804)6,166,779

() 2008.9..부터 2008.12.○○.까지 4개월

63,530×22××3.3983(= 40.323136.9248)3,166,444

() 2009.1..부터 2040.2..까지 372개월

66,622×22××199.6769(= 원래 241.008440.3231 이나 과잉배상을 막기 위하여 240 에서 앞 기간까지 소득이 있는 기간들의 호프만수치의 합인 40.3231을 공제함)195,108,691

() 합계 : 229,006,488()()()()()()()()()

 

. 과실상계

(1) 피고 회사의 책임범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사망의 발생 경위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한 점과 피고 회사에 보호장구를 갖추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아니한 점 등 잘못을 하여 이 사건 사망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러한 사정과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할 때, 피고 회사의 책임범위를 7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2) 계산

과실상계 후 일실수입 : 160,304,541(= 일실수입 229,006,488× 70%)

 

. 공제(손익상계)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유족연금 30,138,470원을 전액 공제

[인정 근거] 갑 제10호증의 기재

 

. 위자료

(1) 참작한 사유 : 이 사건 사망의 경위 및 그 결과, 망인의 나이, 성별, 가족관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였다.

(2) 결정금액

A : 30,000,000

원고 : 15,000,000

 

. 상속관계

(1) 상속대상 금액 : 190,304,541(= 160,304,541+ 30,000,000)

(2) 상속인 및 상속지분 : A의 아버지인 원고와 어머니인 C가 각 1/2의 지분비율로 A의 재산을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80,013,800(= 190,304,541× 1/2 - 30,138,470+ 15,000,000)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망일인 2005.5.○○.부터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9.7..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진(재판장) 명재권 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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